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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 Innovation〕소비자가 곧 개발자…기업은 플랫폼 역할

Paul Ahn 2022. 10. 12. 14:22

Open Innovation〕소비자가 곧 개발자…기업은 플랫폼 역할

http://www.apparelnews.co.kr/daum/dview.php?iid=62775

 

‘오픈 이노베이션’은 버클리대 헨리 체스브로 교수가 2003년 제시한 개념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고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개방형 기술 혁신을 의미한다.

 

이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반향을 일으킨 ‘오픈 이노베이션’ 물결이 지금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말은 쉽지만 결코 쉽지 않아 국내 기업들은 이같은 개방형 혁신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십년 전부터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해 혁신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기회의 확대를 극대화하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기업 안에는 디자이너가 단 한 명도 없다.

 

몸에 가시 하나 없는 ‘벌거숭이 고슴도치’가 있다. 그러나 곧 완전한 모양의 고슴도치로 변한다.

 

 

온 몸에 클립이나 핀을 붙였을 때다. 이 재치 있는 클립홀더는 이탈리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알레시’(ALESSI)가 외부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한 것이다. 이 제품은 50여 개국에서 10만개 이상 팔린 히트 상품이 됐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알레시’의 제품들은 하나같이 기발하고 재미있다.

새소리를 내는 ‘Bird Kettle 9093’ 주전자는 스웨덴 건축가, 국내서도 유명한 벌거숭이 고슴도치는 한국 산업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기업 안에는 디자이너가 단 한 명도 없다.

 

1921년 세워진 ‘알레시’는 처음 금속 주방 용품을 만드는 평범한 기업에 불과했지만 젊은 2세 알베르토 알레시가 경영을 맡으면서 달라졌다.

 

‘알레시’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워크숍을 연다. 그 나라의 젊은 디자이너들을 모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도와주고 좋은 아이디어는 상품으로 만든다.

 

‘알레시’는 기업의 내부 자원뿐만 아니라 외부의 사람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스레드 리스 / 사용자들 경험 제품에 반영…판매율 100%

 

패션 업체 중에서는 2003년 사업을 시작한 미국의 ‘스레드리스(Threadless)’가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스레드리스’는 SNS를 통해 공모한 디자인을 제품에 적용하는 미국의 프린팅 티셔츠 업체다. 스마트폰 케이스, 물병 등 ‘스레드리스’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상품도 갖추고 있다.

 

이 회사는 단돈 1,000달러(약 110만원)로 시작됐다. 현재는 한화 기준 연간 800억원을 상회하는 매출을 내고 있다.

세계 어디서든 누구나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이 회사 홈페이지(www.threadless.com)에 수시로 올릴 수 있고, 235만명의 회원들이 평가해 우승작을 뽑아 실제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소셜 디자인을 통해 생산된 제품들은 예외 없이 100% 판매율을 달성한다. 이 회사는 소비자들이 자신이 입을 티셔츠를 스스로 디자인하는 것을 매우 흥미로워 한다는 사실을 일찍이 알아차린 것이다.

그래서 ‘스레드리스’ 사이트를 한 번 방문한 사람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찾아 들어온다.

 

 

◇H&M·이케아, 고객 의견으로 치명적 단점 보완

 

글로벌 SPA ‘에이치엔엠’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패스트 패션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위해 ‘업사이클 패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캠페인은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 진행된다.

 

‘글로벌 체인즈 어워드’를 제정하고 선 순환 구조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을 만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에이치앤엠’은 소비자들로부터 폐기 면화를 수거해 새로운 직물로 재탄생시키는 아이디어를 받아들였다.

 

공모과정에서 나온 ▲미생물을 활용한 폐기폴리에스터 직물 재활용 ▲업사이클링으로 생산잔여물을 거래하는 온라인 마켓 ▲감귤 주스 생산 부산물을 활용한 새로운 직물 개발 등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에이치엔엠’은 ‘글로벌 체인지어워드 네트웍크’를 만들었고, 아이디어를 낸 사람과 투자자를 매칭하는 사업으로까지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사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유아용품업체 쁘레베베도 ‘소셜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유모차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제품 개발 과정에 소비자들을 참여시켰고 기존 유모차가 지닌 단점을 보완해 출시한 결과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구 브랜드 ‘이케아’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사업에 적용하고 있다.

 

고가 가구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구성이 낮고 트렌디한 제품이 많았던 ‘이케아’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그 해법으로 찾은 것이 ‘이케아해커스’다. 철이 지난 헌 제품을 새롭게 활용하는 방법을 전세계 사람들과 공유하는 홈페이지(www.ikeahackers.net)을 연 것이다.

 

‘이케아’ 제품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홈페이지에 올라온 재활용 디자인은 ‘이케아’ 가구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책장을 옷장으로 만들거나 서랍장을 연결해 테이블을 만드는 등의 재활용 방법들이 게재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세계적 산업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지만 국내 업계는 여전히 둔감하다. 세계 최고를 자처했던 IT 업계 역시 개방형 혁신을 시도한 경우는 전체 기업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창의적이고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업계는 최근 들어 빠르게 교체되고 있는 제조 패러다임을 반영해 기존 인 하우스(In House) 방식에서 탈피,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수직적 조직 구조와 복합한 의사결정단계로 인해 R&D와 신사업 아이디어가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일부 몇몇 기업이 신진 디자이너와 협업 구조를 갖추고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단점 중 하나로 협력부족을 꼽는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나비 라드 주 선임 연구원은 “한국의 가장 큰 약점은 연구개발(R&D)을 자체적으로 하려고 한다는 것”이라며 “일본 기업이 경쟁력을 잃은 것도 결국은 혼자서 다 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내 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은 폐쇄적인 조직 문화에 기인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통적인 소유의 개념이 여전히 강해 외부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꺼리는 경향도 그대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시대, 넘쳐나는 정보의 틈바구니에서 좀 더 기발하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나고자 하는 소비자 욕구는 더욱 증대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소수의 전문성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려면 다양한 의외의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집단지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어패럴뉴스

2016년 09월 19일

임경량기자, lkr@apparel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