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et quitting〕일을 사랑하라? ‘허슬(hustle) 문화’는 아름답기만한가.
목표를 위한 무한한 열정 요구…‘착취 조장’ 우려
대중문화에 만연한 허슬 문화…
전문가 “허슬문화는 냉혹하고 착취적인 것”
최근 대한민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 중 하나는 ‘워라밸’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이 단어는 ‘사무실 밖의 삶’을 보장받길 원하는 수 많은 근로자들의 바람이 만든 결과물이다.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이 반드시 생산성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재계와 노동계의 공감대도 ‘워라밸’ 트렌드를 확산시킨 배경이다.
대한민국에 워라밸이 있다면,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문화’가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허슬(hustle) 이라고 부른다. 힙합 노래에서 익숙하게 들었음직한 이 단어는 ‘허슬 문화’라는 이름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일꾼’들에게 또 다른 삶의 지침을 제공한다. “어떤 장애물이 있더라도 온 몸을 바쳐서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해라”.
▶허슬(hustle)은 말한다. “열심히 일해라”
책 ‘허슬, 멈추지 않는 추진력의 비밀’은 허슬을 이렇게 설명한다. “‘허슬’은 원래 ‘흔들다’라는 뜻을 지녔던 1600년대 중세 네덜란드어 ‘hutselen’이라는 동사에서 유래했는데, ‘훔치다’ ‘속이다’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어떤 일을 일어나게 하다’ 혹은 ‘가능성이나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한 길로 나아가다’라는, 영감을 주는 단어로 진화했다.”
목표를 위해 무한한 열정을 요구하는 것. 이 허슬 문화는 이미 대중문화에도 깊이 스며들어있다. 나이키의 광고 캠페인인 ‘Rise and Grind’가 바로 그것이다. Rise and Grind를 해석하면 ‘일어나서 일을 하라’다. 그리고 오늘날, 허슬는 꿈을 이루기 위해 추가 근무를 감수하고, 자신의 삶을 일에 쏟는 것이 당연시 되는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코워킹(co-working) 스페이스 기업 위워크 사내 급수기에 들어간 오이에 새겨진 “피곤해도 일을 해라”라는 문구는 이 같은 현실의 단편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허슬 문화는 이 시대를 관통하는 미학일까. 뉴욕타임스(NYT)의 저널리스트 에린 그리프(Erin Griffith)는 “왜 사람들은 일을 사랑하는 척 할까”라는 기사를 통해 ‘허슬 문화’는 현대인에 대한 ‘노동 착취’라고 지적한다.
그리프는 허슬 문화에 대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일에 대해 한없이 긍정적일 것을 요구한다. 하물며 그것은 유머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프는 소프트웨어기업인 베이스캠프의 공동창업자 데이비드 하이네마이어 핸슨의 말을 인용, “허슬을 추구하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실제로 자신들이 일하지 않는다. 그들은 매니저나 소유주다”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새 저서를 통해 건강한 회사문화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제시하기도 했다. 책의 제목은 “일터에서는 미칠 필요가 없다(It Doesn’t Have to Be Crazy at Work)”다.
하이네마이어 헨슨은 “데이터들은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이 생산성과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것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면서도 “하지만 과로에 관한 신화는 소수의 엘리트 기술자를 위해 만들어진 극한의 부를 정당화하기 때문에 지속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허슬 문화’가 “냉혹하고 착취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허슬 문화는 ‘충성심’ 도모를 위한 도구?
밀레니얼 세대에 ‘과로’를 강요하는 것은 밀레니얼 세대가 현재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기사는 누구보다 사회가 부여한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밀레니얼 세대라고 말한다.
버즈피드의 문화 평론가 앤 헬렌 피터슨은 “밀레니얼 세대는 좋은 성적을 내면 성취감을 주는 직업으로 그들에게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었다”면서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의미없는 일자리와 엄청난 학자금 대출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경영진들이 ‘허슬 문화’를 기대보다 ‘의미가 없고 성취감 마저 없는’ 일에 대한 충성심을 불어넣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스펜서 리즈 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과 경제학자, 정치인들이 ‘과로’를 강요하는 문화는 16세기 유럽의 상업주의의 발흥에 기인한다”면서 “일이 갖고 있는 매력적이지 않은 부분들을 최대한 배제하는 방식으로 일을 존경하게 만들기 위한 고용주들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있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이 같은 선전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9-02-05 08:01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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