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성통상의 탑텐(TOPTEN10)
신성통상... 염태순 회장의 뚝심! ‘탑텐’ 통했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의 뚝심경영이 ‘탑텐(TOPTEN10)’으로 통했다. 일본 ‘유니클로의 대항마’를 자처하며 지난 2012년 SPA 시장에 뛰어든 ‘탑텐’은 론칭 10주년인 지난해 7800억원을 달성하며, 명실상부 국내 넘버원 SPA 브랜드로 등극했다. 이 여세를 몰아 오는 2025년에는 국내 단일 브랜드 최초로 1조원을 달성해 한국 패션 역사를 새롭게 쓰겠다는 각오다.
염 회장의 말이 호언장담이나 허언이 아님은 그가 지난 10년간 보여준 결과물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전후 한국 패션마켓은 ‘자라’ ‘H&M’ ‘유니클로’ 등 소위 글로벌 SPA가 전방위로 맹위를 떨치며 캐주얼을 비롯해 여성복 · 남성복 · 이너웨어 등 토종 패션 브랜드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상황이었다. 글로벌 SPA의 지배력이 커질 때 ‘탑텐’은 토종 SPA 3인방 중 가장 약체로 이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금력과 조직력을 내세운 삼성물산패션(구 제일모직)이나 이랜드그룹과 달리 신성이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OEM · ODM 의류 봉제 수출을 하며 쌓아온 소싱 노하우에 오너인 염 회장의 뚝심뿐이었다. 이후 탑텐의 성장 과정은 도전의 연속이었고 고난의 가시밭길이었다. 수천억 원의 자금을 쏟아부어 미얀마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구축하는가 하면, 상품전략 · 유통전략 · 조직운영 등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한국 안방만큼은 유니클로에 내줄 수 없다’는 그의 결심은 더욱 견고해졌다.
지극 정성이면 하늘과 통한다고 했던가. 탑텐은 2018년 2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브랜드의 슬로건인 ‘굳웨어(Good Wear)’를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당시 대유행을 탄 평창올림픽 롱패딩을 만든 곳이 탑텐으로 알려지면서 ‘가성비 갑’의 브랜드로 절대적인 신뢰를 얻게 된 것. 뒤이어 2019년에는 한·일 무역갈등에 따른 ‘노(NO)재팬’ 운동이 일면서 유니클로의 한국 매출은 반토막이 났고, 최대 수혜주로 탑텐이 부상했다.
유니클로가 주춤하자 탑텐의 행보는 더욱 빨라졌다. 공격적으로 유통망을 확장하고 히트템을 연달아 내놓았다. 왜소한 다윗이 돌덩어리 5개로 거대한 골리앗을 쓰러뜨렸듯이 탑텐은 ‘롱패딩’ ‘경량점퍼’ ‘맨투맨’ ‘온에어’ ‘밸런스’ 등으로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가성비가 절대 선택 기준인 아동복에서는 탑텐키즈가 내셔널브랜드(NB)와 라이선스브랜드(LB) 통틀어 단일 브랜드로 가장 큰 매출 규모인 2000억원 이상을 올리며 엄마들의 마음을 꽉 사로잡았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되던 탑텐 vs 유니클로의 승부가 21세기 한국 패션시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셈이다.
염 회장은 탑텐의 성공 방식을 계열사인 에이션패션의 ‘폴햄’에도 수혈했다. ‘해피투게더’를 슬로건으로 하는 폴햄만의 히트템을 만들어 내고, 대형 가두상권을 공격적으로 확장해 나가면서 존재감을 굳건히 했다.
그 결과 폴햄은 본지 <패션비즈>가 매년 연말이면 진행하는 백화점 바이어 대상 베스트 브랜드 앙케트에서 지난해 베이직 & 진캐주얼 조닝 1위에 당당하게 올라섰다. 염 회장이 폴햄까지 직접 진두지휘한 지 3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SPA와 캐주얼 시장을 석권한 염 회장의 다음 과제는 남성복이다. ‘지오지아’ ‘올젠’ ‘앤드지’ ‘에디션’ 등 4개 남성복 브랜드의 포지셔닝을 명확하게 하는 작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쇼핑몰과 가두상권 중심의 ‘탑텐’ ‘폴햄’과 달리 남성복은 백화점 중심 유통 채널을 가져가고 있기에 '로마법을 따르겠다'는 생각이다.
40년 축적된 소싱 노하우를 최대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매스마켓의 볼륨존 영역을 7개의 자체 내셔널브랜드로 집중 공략한 염 회장의 뚝심 경영. 지난 2002년 신성통상 인수 후 10년은 투자자로서, 이후 10년은 본부장처럼 진두지휘하며 탑텐과 폴햄을 국내 톱 브랜드로 만들어냈다. 그의 뚝심 경영이 향후 10년 동안 또 어떤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패션가의 이목이 지금 신성을 향해 있다.
Tuesday, Jan. 3, 2023
김숙경 기자,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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