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가방 싸는 프레퍼
전세계적인 프레퍼 급증 현상, 美 인구 1%인 370만명 '프레퍼' 주장
국내도 재력가, 유명인 등 회원제 벙커 구축...코로나19 이후 일반인도 관심 높아져
장기적 재난으로 인식해 팬데믹 상황을 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종말의 날'이 닥쳤을 때를 대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프레퍼족'이 심상치 않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에게 생존을 위한 물품 구비는 필수적이다.
# 미국 370만명 프레퍼 주장...벙커 사업 활발
최근 내셔널지오그래픽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선 370만명이 스스로를 '프레퍼'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억이 넘는 미국 인구를 감안하면 미국 인구 1%가 인류멸망 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다. 특히 미국인 1200만명은 멸망까진 아니지만 만일의 재앙에 대비해 집에 비축 식량 등을 준비해놨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의 상당수가 이번 코로나19를 재난으로서 크게 인식하고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냉전시대 피난을 위해 만들어졌던 '벙커'를 마련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며 '벙커가 상품으로 판매되는 하나의 비즈니스 시장으로 형성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버시티칼리지더블린(UCD) 브래들리 개럿 교수가 쓴 책 'Bunker'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냉전시대 지어진 지하벙커들이 민간 부동산 개발업자들에 의해 재개발돼 인기 매물로 팔려나가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부동산 디벨로퍼 래리 홀은 수년간 미 국방부로부터 수주를 받아 각종 군관련 건축물들을 짓는 일을 해온 인물이다. 래리는 냉전 이후 버려진 벙커를 재개발해 파는 일을 시작했는데 이 벙커에는 사격장, 영화관, 도서관, 편의점까지 없는 것이 없다. 벙커의 가격 또한 한층이 300만불에 달하는데도 인기가 상당할 정도로 미국의 재력가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미국 현지에서는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재개발 되는 벙커 외에도 상당수의 일반 서민층의 미국 시민들은 집 앞뜰에 벙커를 만들거나 지하에 벙커를 만들고 비상용품을 채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프레퍼, 전세계적인 현상...인기 높아질 것
프레퍼 현상은 비단 미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 세계적인 현상이다. CNN은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 3월 이미 신종 코로나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최근 이런 '프레퍼(Prepper)족'이 뜨고 있다고 비중 있게 보도했다. CNN은 "그간 비웃음을 사거나 놀림을 받던 이들이 요즘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에 나선 시민들이 전문 프레퍼들에게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영국에서 프레퍼 매장을 운영하고 청년 링컨은 인터뷰를 통해 "물과 담요, 양초, 휘발유, 손전등, 건조식품 등이 들어있는 BOB(bug-out bag·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품이 들어있는 가방)가 무척 많이 팔린다"고 밝혔다. 이 매장의 매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평소의 20배를 뛰어넘었다. 수요를 맞추기 위해 직원을 추가로 고용했을 정도다.
CNN은 프레퍼 관련 연구를 인용하며 "소위 '프레핑'은 더이상 하위문화가 아니라 주류 문화가 되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가 지속하는 동안 프레퍼족의 인기는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국도 프레퍼족 증가, 재력가 중심 회원제 벙커 구축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프레퍼 현상은 어떨까?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유럽이나 미국처럼 사재기 형상이 없어 주목을 받았던 한국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재난 가방을 싸고 있는 프레퍼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나 단체가 아닌 일반인이 벙커를 보유하고 재난을 준비했던 가장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지난 29015년 강덕수 전 STX 조선 회장의 서울 서초동 자택이 법원 경매에 나오면서 알려졌다. 당시 강 회장의 주택 지하에는 핵 공격까지 버티 수 있는 벽 두께 80cm의 벙커가 공개됐다. 진도 7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는 이 벙커에는 200명 정도가 2개월 이상 생활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 전기 공급 중단을 대비한 수동발전기,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필터와 공기순환기까지 갖춰 화제가 된 바 있다.
서울 외곽에는 1000명이 수용 가능한 회원제 벙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재난연구소의 우승엽 소장이 최근 국내 모 방송에서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서울에서 차로 약 2시간 정도거리 외곽에 지하 야산을 파내서 2~3층 규모로 1000명정도 수용할 수 있는 회원제 벙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은 1994년 핵 위기 때부터 준비가 되어왔고, 재벌이나 연예인들이 알음알음 연결되어 재난을 준비하고 있으며,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인들의 재난 준비를 위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우승엽 소장이 운영하는 프레퍼 인터넷 카페 '생존21' 회원 수도 신종 코로나를 기점으로 10% 이상 급증, 현재 2만5,000명에 이른다. 우 소장에 따르면 프레퍼에 대해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도 코로나 이후 구독자 수가 10배가 뛰어 4만명까지 늘었다.
# 재난 대비 위한 '생존가방' 준비해둬야
전문가들은 벙커 준비 같은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준비 외에도 재난 대피 필수품인 '재난배낭''생존가방'이라도 집에 준비해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실제 민방위 사이트 등에 들어가면 각 가정마다 30일 정도의 물과 식량과 또한 생존배낭을 준비하라고 공지되어 있는데, 생존배낭을 구비하는데 약 3만원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생존가방에 들아가는 주요 품목은 라이터, 맥가이버 칼, 나침반, 호루라기, 우비, 무전기, 담요, 손전등, 라디오 등이다. 1인이 아닌 가족 인원 수에 맞춰 생존배낭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비즈니스리포트
2020.12.21 13:17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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