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Varanasi, وارانسی) / 인도 힌두교 성지
'바라나시를 보지 않고는 인도를 보았다고 말하지 마라. 바라나시를 보았다면 인도를 다 보았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인도하면 떠올리는 바로 그 모습이 바라나시이다. 옛날에는 베나레스(Benares)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다. 인도 인민당 소속인 나렌드라 모디 현 총리의 하원 지역구이기도 하다.
우타르프라데시 주에 위치하고 있으며 근교인 사르나트에서는 싯다르타가 첫 설법을 하였다. 구 명칭인 베나레스란 명칭은 영어식 표기로 힌디어식 표기가 바라나시(Varanasi)이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 인도에서 자국 발음으로 도시 이름 바꾸기를 하여 베나레스란 이름을 버리고 바라나시로 표기하는 게 늘어났다.
힌두교의 성지인 만큼 이곳에서 죽기 위해 오는 인도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를 반영하듯 이 도시를 흐르는 갠지스 강 강가에는 가트가 수십 개가 쭉 늘어서 있으며 강물로 몸을 닦는 사람들, 기도하는 사람, 빨래하는 사람, 관광객, 그리고 그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사람 등으로 늘 인산인해이다.
여행 가이드에서는 일출과 일몰 시기에 갠지스 강에서 배를 타거나, 밤에 있는 뿌자(पूजा, )를 보는 것이 하이라이트다.
아르띠 뿌자(Arti Puja)는 자기 정화와 해탈의 소망을 빌면서 신과의 소통을 하는 일종의 힌두교 제사인데 매일 저녁 해질무렵 시작해서 한시간 이상이 진행 되며 5명 내외의 젊은 브라만 사제들이 의식을 진행 하는데, 이들은 흰두교를 대학에서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이라고 하는데 모두 하나같이 잘생긴 미남들이다.
이들은 계속해서 신들을 부르고 신들에게 지난 하루를 감사하는 말을 읊조리며 의식을 진행 하는데 이것을 ‘만트라’라고 한다
다만 우기엔 장마로 물이 불어서 타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위험하기도 하고 물이 더러워서 빠질 경우 살아나오더라도 피부병 등에 걸릴 위험이 높다. 배를 타고 싶다면 상대적으로 갈수기인 겨울철에 가는 것이 좋다.
인도의 어머니, 갠지스
◇온갖 것이 뒤섞인 천상의 강
3천년의 역사를 지닌 고도(古都) 바라나시는 수많은 인도사람들이 어디서부턴가 끊임없이 모여드는 블랙홀과 같은 곳이다. 일생의 소원인 성지순례지로 갠지스 강을 찾아, 떠오르는 해와 지는 해를 바라보며 그들을 품고 있는 ‘위대한 어머니 강’과 성스럽게 만나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려고 다시 수많은 외국인들이 찾으니 인산인해를 이루는 바라나시 기차역의 풍경에서부터 미리 분위기가 짐작된다.
동이 틀 무렵 강으로 이어지는 곳곳에 노숙하는 이들이 시체처럼 누워있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거리를 지나면 어느 도시보다 종교적으로 활력 넘치는 새벽이 펼쳐진다. 평지의 강변을 없애고 강과 맞닿은 80여 개의 가트를 설치하여, 그곳에서 갠지스와 만나는 방식은 속(俗)의 세계에서 성(聖)의 세계로 계단을 밟고 막바로 내려가는 구조를 지녔다. 땅 아래 있는 강이지만 그들에게 갠지스는 천상에서 내려온 성스러운 강이다. 실제 원류(原流)도 고도 4천km에 달하는 인도 최북단의 히말라야 빙하 속에서 물줄기가 시작되듯이.
그들은 강에 소망을 빌고 제의를 올리며, 죽은 육신을 떠내려 보내 갠지스의 축복으로 다음 생엔 조금 더 높은 카스트로 태어나길 기도한다. 그 물에 몸을 담그고 입을 헹궈 죄를 씻어내는가 하면, 두 손으로 강물을 떠 마시고 소중히 병에 담아간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갠지스와 만나는 그들의 몸짓은 왠지 수백 년 전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작가 마크 트웨인이 인도의 특성을 묘사하려다 끝내 포기하고, 그저 ‘놀라운 땅(Land of Wonder)’이라 부르기로 했다는 나라. 혼돈과 질서, 빛과 어둠, 삶과 죽음의 두 얼굴이 압축된 인도를 보는 것은 경이롭고 한편으로 고통스럽다. “어리석은 자들이 매일 강에 뛰어들어 목욕한다 해도 악업은 씻을 수 없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인도를 상징하듯 온갖 것이 뒤섞여 흘러가는 갠지스가 그들의 지극한 신앙에 조금이라도 감응하길 바랄 뿐이다.
◇신에게 다가가는 꽃 / 꽃접시(디아,Dia)
갠지스에 어둠이 깔리면 강은 수많은 이들의 소망으로 반짝인다. 뱃사공이 노를 저어주는 배를 타고 나가, 작은 꽃접시에 불을 밝히고 저마다의 소망을 담아 강에 띄우는 것이다. 디아(Dia)라는 예쁜 이름을 지닌 꽃접시는 불을 밝히면서 꽃등(燈)으로 거듭나게 된다. 갖가지 색깔의 금잔화와 장미 꽃잎으로 탐스럽게 채워진 꽃등이, 일렁이는 강물에 작은 불빛이 되어 은하수처럼 흐르는 모습은 갠지스 강에서 만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마침내 행복하리라’는 꽃말을 지닌 주황색ㆍ황금색의 금잔화는 부(富)와 행운을 상징하는 여신 락슈미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다. 따라서 마을마다 금잔화를 정성껏 가꾸어, 락슈미축제가 열릴 때면 집안 전체를 꽃으로 치장하고 가축의 목에도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여신을 기쁘게 맞는다. 주황은 힌두교를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다. 힌두 사제들은 주황색의 옷을 입고, 신자들은 주황색 가루를 뿌리고 얼굴에 바르며 축제를 즐긴다. 힌두교에서 불과 순수함을 상징한다는 눈부신 주황은 인도사람들의 초콜릿색깔 피부, 모든 색깔이 뒤섞인 잿빛인도의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이라 여겨진다.
“인도에서는 꽃이 의식(儀式)을 위해 피고 또 진다”는 말이 있듯이, 꽃이 없는 인도의 신단(神壇)은 상상하기 힘들다. 길거리에 놓아둔 인형처럼 작은 신상도 꽃으로 장식하고, 일상의 크고 작은 모든 소망과 관련된 곳마다 꽃을 올린다. 삿된 것이 침범하기 쉬운 문 앞에는 꽃으로 목걸이를 만들어 주렁주렁 걸어놓고, 가신(家神)이 깃들만한 장소마다 어김없이 꽃이 함께하는 것이다. 호텔에 들어서면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환영하고, 먼 길을 떠나는 식구에게도 꽃으로 안전과 행운을 비는 그들이다.
마치 꽃을 통하지 않고서는 신에게 가까이 갈 수 없고, 무언가를 바랄 수 없다고 여기듯 삶의 곳곳에 그들이 간직한 소망처럼 꽃을 피워내고 있는 것이다. 질곡의 삶 속에서도 꽃 파는 이들과 꽃가게는 어디서든 만나니 그만큼 기도가 일상화되어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그들에게 힌두교는 거창한 종교가 아닌 삶 그 자체인 것처럼, 무수한 신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밥을 먹고 잠을 자듯 어디엔가 신의 축복이 담긴 꽃을 바친다.
◇물과 불이 어우러진 축제 / 불의 제사 (아르띠 Arti Puja)
“그 결발행자들은 추운 겨울철의 팔일제(八日祭) 동안 네란자라 강에서 자맥질을 계속했다.” 정각을 이룬 부처님이, 강가에서 불을 섬기는 바라문교 은둔자들을 만난 장면이다. 팔일제란 물과 불로써 정화하는 8일간의 축제를 뜻하며, 머리를 묶은 고행사문이라 하여 그들을 결발행자(結髮行者)라 불렀다. 가장 추운 정월의 마지막 나흘과 2월의 첫 나흘 동안 차가운 물속에 들어가 고행하고 불을 바치는 제사를 지내며 심신을 청정히 했던 것이다.
이처럼 부처님 당시부터 있었던 인도의 뿌리 깊은 ‘불의 제사’가 갠지스 강에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것은 매일 일몰과 함께 치르는 불(Arti)의 의식(Puja) ‘아르티 푸자’로, 강물이 흘러오는 성스러운 서쪽을 향해 수많은 신들에게 불을 바치며 경배하는 힌두교의 제사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메인 가트인 ‘다사스와멧 가트’에서 치러지지만 푸자를 보려는 이들로 가트는 늘 발 디딜 틈이 없어, 이방인들은 멀리서 보트를 탄 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어둠이 깔릴 무렵 맑은 종소리와 함께 강을 향한 제단 앞에 5~7인의 사제(司祭)가 자리하면서 의식이 시작된다. 카스트제도의 최상위계급인 브라만 신분만이 의식을 주관할 수 있어 주로 힌두대학에서 공부중인 젊은이들이 이 일을 맡고 있다. 그들은 거룩한 몸짓으로 하늘을 향해 향을 올리고, 피라미드 모양으로 층을 이룬 작은 탑에 수많은 불을 밝혀 빙빙 돌리는가하면, 손잡이가 달린 코브라 모양의 등에 큰 횃불을 붙여 천천히 돌리며 그 연기가 하늘에 이르기를 바란다.
어둠 속에서 춤추듯 불꽃이 타오르는 가운데, 사제들은 한 손으로 종을 흔들고 한 손으로 불을 돌리며 신을 찬양하는 노래를 시작한다. 계단 위에서 또는 강물 속에서, 신단을 에워싼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손뼉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갠지스 강변의 모습은 천상의 장면인 듯 비현실적이다. 강에 목욕을 하고 꽃등을 띄우는 것이 개인의 정화의식이요 기도라면, 아르티 푸자는 다함께 마음을 모아 올리는 종교공동체의 의식이다. 더 크고 강력한 힘으로 모든 나쁜 기운이 파괴되고 신의 축복이 따르기를 기원하는 ‘물과 불이 어우러진 축제’라 할 만하다.
◇죽기 위해 찾는 열반의 강
인도사람들은 태어난 곳은 각각이지만 떠나는 곳은 바라나시이기를 소망한다. 강과 맞닿은 화장터에는 매일 곳곳에서 장례행렬이 몰려든다. 이곳에서 화장하여 그 재를 갠지스 강에 띄워 보내면 좋은 세상에 태어날 수 있다는 굳은 믿음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 화장한 유골 또한 이곳으로 가져와 뿌리니, 갠지스 강은 얼마나 많은 죽음을 품어왔을 것인가.
임종이 멀지 않았음을 감지한 노인들은 자신의 화장에 쓸 돈을 마련해 바라나시를 찾아, 싸구려 숙소에 묵으며 죽음을 기다린다. 이러한 형편이 못되는 이들이 더욱 많아, 골목과 계단마다 초라한 보따리와 함께 노숙하는 노인들이 바라나시의 일상모습으로 자리한 지 오래이다. 인도정부는 이곳에서 죽은 이들을 위한 무료화장터를 따로 마련해두고 유골을 강에 뿌려주고 있다. 일반인은 그곳을 이용할 수 없을뿐더러, 가능하면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 갠지스의 신들이 지켜보는 강가 화장터에서 불태워지기를 원한다. 따라서 가난한 유족에게 화장비용을 모아주는 것은 최대의 부조이다.
화장은 네 부류의 카스트계급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를 지녔다. 브라만은 기도 값을 받고, 크샤트리아는 자리 값, 바이샤는 나무 값, 수드라는 태우는 값을 받는 것이다. 열 살 미만의 아이, 자살을 하거나 동물에 물려죽은 자, 중성인 자 등은 카르마(業)로 인해 죽은 이들로 보면서 화장을 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부모가 죽으면 장자는 간이 있는 음식을 먹지 않고 재계(齋戒)를 지키며 13일간 기도한 뒤 화장에 임한다. 마지막 날 브라만 수행자가 기도를 올려주고, 13일이 지나면 남자가족들이 강가에 와서 삭발하여 화장터의 연기가 머리카락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다. 화장을 하기 전에 시신을 강물에 한번 적셔 정화한 다음 불을 지피며, 나무 살 돈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해 일부만 태운 채 강에 던져지는 가난한 죽음도 있다.
장작더미 옆에 색색의 천으로 휘감긴 시체들이 줄지어 누워있고, 향료를 섞은 기름을 한 국자씩 뿌리면 코를 찌르는 악취와 함께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남은 시신의 흔적을 뜯어먹는 개들과 진흙에 박혀있는 유골, 그리고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목욕을 하고 입을 씻고 물을 마시는 사람들. 화장터의 불길은 24시간 꺼지지 않는 듯 이어지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죽음 속에서 열반의 강 갠지스는 그렇게 일상처럼 흐른다.
불교신문3508호/2019년7월31일자
2019.08.05 16:32
구미래 불교민속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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