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외식업 전망에 대한 실무전문가 좌담회
외식업 불황의 돌파구, 기본+α가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연말을 코앞에 두고 외식업 경기만큼이나 추운 날씨에 6명의 외식업 실무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수년째 지속되어 온 장기불황을 맞아 ‘외식산업 불황, 돌파구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각 업종별 실무담당 전문가들에게 2009년의 외식업 전망에 관해 들어보는 자리였다.
“올해는 외식업 경기가 어떨 것 같습니까?”
천재지변처럼 예측할 수 없었던 일들이 많았던 2008년을 뒤로 한 채 2009년을 맞이하고 있는 외식업계. 업종을 불문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모습이 진지하고 조심스럽다. 외식업계에서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올해는 어떨까요?”, “어떻게 하면 불황 극복을 할 수 있을까요”, “올해 외식 트렌드는 무엇일까요” 라는 질문이다.
이와 같은 질문들을 각 업종별 실무 전문가 6인에게 던졌다. 어려움은 나눌수록 가벼워지는 것처럼 이들 6인은 저마다 올해 주목해야할 외식업 운영 전략의 핵심사항을 제시했다.
정리 안혜경 기자 ahk@foodbank.co.kr
일 시 : 2008년 12월 22일 10시
장 소 : 한국외식정보(주) 회의실
좌 장 : 육주희 / 본지 편집장
토 론 : 김은경 / 크라제코리아(주) 본부장
류승현 / 자하문 한정식 이사
서정욱 / (주)더본코리아 본부장
신서호 / (주)썬앳푸드 영업·마케팅본부장
이인규 / (주)LF푸드 부장
조상철 / (주)리치푸드 마케팅팀장
● 육주희 지난해 외식업계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사면초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년째 지속되어온 장기불황으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연초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따른 광우병 관련 촛불시위로 전국이 들끓으면서 외식업계는 숨을 죽여야만 했는데요. 이후 AI파동에 이어 곡물가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 값 폭등이이라는 핵폭탄으로 시름에 잠겨야만 했고, 고유가, 고환율에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제 경색이라는 대내외적인 악재에 시달렸습니다.
이에 따라 외식업계로서는 최고의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연말연시 동안에도 사실상 대목이라는 것 자체가 실종되었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힘들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고 진부한 말 같지만 ‘위기가 기회다’라는 구호처럼 경쟁력만 갖춘다면 확실히 비교우위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각 업종별 실무 전문가들을 모시고 2009년 외식산업 전망 및 마케팅, 트렌드 등에 대해 좌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다들 불황이라고 아우성인데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담당자로서 국내 외식업체들의 현실은 어떤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류승현 기업형 혹은 다점포 형태의 외식브랜드와는 달리 개인이 운영하는 한식점은 다른 양상을 보였던 것 같습니다. 자하문의 경우 지난해 전년대비 25% 정도의 매출 감소가 있었고 95% 이상의 예약률은 80%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전반적인 소비 위축에 따른 영향으로 고가의 메뉴 가격에 대한 부담이 내점률을 감소시킨 것이라고 분석됩니다.
이에 2만~3만원대의 한정식 메뉴를 전략적으로 구성, 지난해 하반기부터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해 고객수 및 매출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 서정욱 자하문이 고가의 한정식 콘셉트인 반면 더본코리아는 중저가의 한식 다브랜드로 포지셔닝 되어 있습니다. 현재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7개, 전체 브랜드는 14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대부분 단일 혹은 소품종의 전문화된 메뉴를 구성하고 중저가의 메뉴 가격으로 대중화를 꾀했습니다.
식재 가격 폭등이 일어났던 지난해에도 메뉴 가격을 동결, 이에 만족하는 고객들의 내점이 이어져 매출이 하락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가격 대비 만족도 충족에 주력, 새마을 식당의 경우 저녁 시간이면 웨이팅 고객이 꾸준하게 있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 신서호 다브랜드를 지향하는 썬앳푸드는 각 브랜드마다 포지셔닝, 타깃층이 다릅니다. 이에 지난해 매출이나 수익면에서 고전하지는 않았으나 오히려 올해 더욱 주의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썬앳푸드의 경우 경기가 침체되었지만 올해 매출목표를 15% 정도 높였습니다. 매출을 15% 정도 올려야 수익률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한편 지난해보다 식재 원가 등 비용이 상승하는 경우의 수가 더 많기 때문에 지난 2007년부터 비용 최소화 부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식재 원가가 상승했다고 해서 가격을 올리는 것은 어려우므로 이를 상쇄할 수 있도록 소모품 등 일반 경비 부문에서 비용을 절감하고자 했습니다.
● 이인규 패밀리레스토랑 업계는 지난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폐점을 단행한데 비해 시푸드업계는 ‘어렵다 어렵다’하면서도 오픈을 강행하는 곳들이 많았습니다. 신규 브랜드 론칭은 물론 기존 브랜드들의 활발한 매장 전개 양상이 나타났지요. 마키노차야 역시 올해 2월 종로 지역에 매장을 오픈할 계획입니다. 또한 지난해 대부분의 시푸드 뷔페 레스토랑들이 5~10% 정도 메뉴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식재 원가율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방법이었지요. 하지만 시푸드 뷔페 레스토랑 운영에 대해 쉽게 생각하고 덤벼든 업체들은 대기업에 인수를 요청하는 곳들이 있을 정도로 운영난을 겪었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식재 원가에 대한 부담을 해결하지 못하거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들은 폐점이나 M&A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특히 중소형, 개인 시푸드 뷔페 레스토랑이 줄지어 도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산물의 원가율이 워낙 높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편 일본 라멘 시장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지난해 론칭한 하코야의 경우 지속적인 매장 출점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환율 급등에 따라 일본에서 공수해 오던 식자재를 국내 자체 개발 및 생산을 통해 원가 절감을 꾀할 계획입니다.
● 조상철 피쉬앤그릴의 경우 매장수 증가로 인해 전체 매출은 상승했지만 동일 매장 비교 매출 정체 현상을 나타냈습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는 불황의 여파가 크게 와닿지 않았었으나 4분기에 들어서면서 식재 원가 문제, 수익성 문제 등이 체감되더군요. 그래서인지 올해가 프랜차이즈 업계를 비롯한 전체 외식 업계에 더 큰 위기의 시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특히 식자재 수입 업체들이 지난해 환율 급등으로 인해 수입을 올 스톱한 상황에서 식재 수급 및 구매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프랜차이즈 업계는 크게 물류, 식자재를 통해 수익을 얻거나, 가맹점 유치를 통한 수익을 꾀하는 곳이 있는데 이를 굳이 구분하지 않더라도 전체 가맹점 창업 시장이 침체기라 할 수 있습니다. 월 평균 10개 이상 매장을 오픈하는 브랜드가 드물 정도로 신규 가맹점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올해는 가맹점 전개를 통한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동시에 식재 및 물류 비용 증가로 운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후퇴하는 프랜차이즈가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김은경 크라제 코리아는 지난해 11월 창업 10주년을 맞아 더욱 적극적인 사업 확장 전략을 펼쳤습니다. 지난 2007년에 2008년 계획안을 세우면서 외식업계에 불황을 초래할 여러 위험요소를 파악, ‘위기는 기회다’라는 생각 하에 공격적인 시장 전개 전략을 구축한 것이지요.
지난해에는 월 평균 1개의 점포를 오픈했을 정도로 강한 추진력을 보였습니다. 크라제 버거의 경우 광우병, 경기 불황 등의 악재가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됐습니다. 10년간 잘 다듬어온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크라제 버거는 다를 것이다’라는 신뢰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또한 제휴 및 문화 마케팅 등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과거 마니아들이 즐기는 브랜드에서 대중성을 갖춘 브랜드로 안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매출 결과 면에서는 전년대비 20~25% 정도의 성장을 기록했는데 올해에는 수익성 관리에 집중해 성장세를 유지하고자 합니다.
올해 외식업 경영의 핵심은 ‘수익성’이겠군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수익성 유지 및 향상을 위한 방법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 신서호 R&D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신메뉴 개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메뉴 믹스 전략을 강화함으로써 스타 메뉴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모든 메뉴의 식재료비가 다 높거나 높아지는 것은 아니므로 각 메뉴간 식재료비 비교 및 맛의 조화 등을 고려해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바로 메뉴 믹스입니다.
이와 함께 중요한 점은 본사·매장 관리자뿐 아니라 고객 접점 직원까지 손익 구조를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메뉴믹스를 잘 구축해 놓았다 할지라도 관리자만 메뉴 믹스에 따른 손익구조를 이해할 경우, 실제 메뉴 믹스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고객 접점에 있는 직원들이 메뉴 믹스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고객에게 추천할 수 있는 스킬과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교육을 필히 동반해야 합니다.
또한 매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세밀한 분석과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매월 매장별 손익 보고서를 받을 즈음에는 이미 발생해버린 비용에 대해 콘트롤이 불가능할 때가 많다는 점을 감안, 매드포갈릭의 경우 각각 매장의 직원별 냅킨·식기·페이퍼 플레이트 등 소모품이나 비품의 아이템 하나까지 담당 관리자를 지정해 매월 사용 목표 및 비용 관리 등을 전담토록 하고 있습니다. 작은 부분이지만 이 같은 방법을 통해 매장별 소모품·비품의 사용량 비교도 되고 목표치를 이루려는 성취욕도 생기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 조상철 올해는 성장보다 생존 전략이 주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리치푸드는 ‘창의성과 스피드를 업무에 적용하자’라는 모토아래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비용절감은 물론 구매, 마케팅에 소요되는 비용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비효율적인 부분의 투자를 줄이는 등 성과 중심의 경영 전략을 펼칠 것입니다.
또한 프랜차이즈는 본사와 가맹점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서로가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경영을 잘하고 있는 매장의 사례를 타 매장에도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본사와 가맹점간 의사 소통이 막힌 부분을 찾아내 이를 개선하는 등의 내부 마케팅 파워를 높이는 데 주력할 예정입니다. 지난 2007년 12월 R&D 센터를 설립했는데, 식재 원가를 낮추는 전략을 구축하고 신메뉴 출시 시기를 조절해 타 업체와의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 서정욱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슬로건이 더본코리아의 기본 전략입니다. 고객 접점 서비스, 메뉴의 맛 등 기본에 충실한 매장을 만들려는 노력이 중요하단 의미입니다. 또한 외식업은 서비스업입니다. 따라서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방법을 모색해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의견을 다양하게 흡수할 수 있는 툴을 마련하기 위해 더본코리아는 홈페이지 외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 등에 올라온 글을 찾아내 회사 경영이나 직원 교육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고객 클레임 등 인터넷에 올라온 고객들의 의견에 대한 신속한 처리에 역점을 둔 것이지요.
● 류승현 자하문은 국내 매장, 중국 매장, 그리고 웨딩홀을 오픈한 시기가 공교롭게도 IMF이거나 AI가 발생했거나 글로벌 경제 위기가 나타났을 때였습니다. 오픈 시기가 운영의 걸림돌이 되었지만 또 그만큼 내성이 생겨 외적인 위기가 닥쳤을 때 두려움도 적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자신감이기도 하죠.
효과적으로 외식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자하문은 콘셉트나 입지상 거의 대부분이 단골 고객입니다. 때문에 이들 단골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철저한 서비스 전략에 집중,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중장년층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건강 지향적인 메뉴를 선보이는 것도 이의 일환이죠.
무엇보다 한식업계에서는 표준화된 메뉴 레시피 즉, 매뉴얼화 작업과 함께 식재 유통 전문 업체와의 제휴을 통해 식재 수급 안정화를 꾀하는 것이 위기 극복의 우선 과제일 듯 합니다.
● 김은경 다점포, 다브랜드, 가맹사업을 하는 외식업체의 경우 식재 수급부터 생산, 유통에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봅니다. 크라제 버거는 소스, 빵, 패티 등을 모두 CK에서 생산해오다 지난해 3월 패티생산과 물류부분을 아웃소싱으로 전환해 수익성을 높였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운영 성과를 거두기 위해 신메뉴 출시 등 변화하는 고객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신선함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R&D 부분에 적극적인 투자가 밑바탕이 돼야 하겠지요.
비슷한 맥락으로 지역성을 살린 차별화된 매장 콘셉트를 전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크라제버거는 지난해 하반기 크라제2로 지방 상권을 공략했습니다. 크라제2는 하프셀프서비스(half self service)방식으로 주문과 음식을 가져가는 것은 고객이 하되 그 이외의 것은 직원 서비스를 실시, 대신에 가격을 낮춰 고객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 오픈한 울산 현대백화점점의 경우 크라제2에 대한 고객 호응이 폭발적일 정도로 성공적인 운영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크라제2로 지방 지역 가맹사업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운영성과만큼이나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 또한 지속적인 브랜드 성장의 필수 요소입니다. 크라제버거는 반기별로 목표를 달성한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000만원의 인센티브를 받은 직원이 있을 정도로 동기부여가 확실하게 됐다고 분석됩니다.
● 이인규 올해는 성수기와 비수기 구분 없이 연중 비수기라는 생각 하에 운영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구슬땀을 흘리겠다는 결의이기도 하지요. 특히 대형 시푸드뷔페의 경우 식재 원가 및 운영 경비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때 불필요하게 발생되는 부분을 절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느 언론에서 보도된 바처럼 시푸드 뷔페가 식재원가를 줄이기 위해 값싼 재료로 만든 음식은 가져가기 쉬운 위치에 두고 값비싼 재료로 만든 음식은 가져가기 어려운 위치에 놓는 등의 편법을 이용한다고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이 같은 편법이 아닌 저렴하되 맛있는 메뉴를 만드는 데에 역점을 둬야 합니다.
마키노차야는 제대로된 레시피로 원가대비 퀄리티를 높여 원가관리와 고객 만족이라는 두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데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그 외 인건비, 세금, 경비 등 각각의 비용마다 세분화된 절감 방안을 모색하고 더불어 연회 판촉 담당자 채용, 세일즈 전담 부서를 만들어 적극적인 영업 전략을 펼치려 합니다.
일례로 여행사와 협력체제를 구축해 외국인 관광객의 내점률을 높일 계획입니다. 또한 프랜차이즈는 직영점의 경우 직영점 직원들이 가맹점주에 비해 주인의식이 부족해 수익구조가 약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하는 것도 넓게 봤을 때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 가맹점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브랜드 PR, 가맹점별 이벤트 활성화 역시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려울 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직원교육, 내부 고객 만족 등에 힘쓰자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면 각 업체에서는 지난해 어떠한 마케팅 전략을 펼쳤으며 올 해의 주요 마케팅 전략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김은경 크라제 버거는 ‘신호등의 녹색불만 봐도 크라제가 떠오른다’가 될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를 형성하는 것이 올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는 11월 7일 10주년을 맞이해 녹색 옷을 착용한 고객에게 50% 할인을 해주는 ‘그린 캠페인’을 실시했으며,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2~5시 브레이크타임을 이용해 30% 메뉴 할인을 제공하는 그린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단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같은 할인 행사를 대대적인 광고나 홍보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 내 카운터에 작은 POP만을 설치, 구전 효과를 노렸다는 점입니다. 입소문의 효과는 어느 광고보다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죠.
향후 크라제 버거는 그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친환경 마케팅으로 업그레이딩 할 것입니다. 더불어 하프셀프서비스 콘셉트의 크라제2 신규 매장 전개는 물론 기존 크라제 매장도 경우에 따라 크라제2로 변경하며 시장 확대에 나설 것입니다. 매장수가 어느 정도 확보되면 신용 카드사와 제휴해 크라제 신용카드를 만들어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견고히 할 계획입니다.
● 조상철 불황일수록 소비자들은 안정적인 먹을거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즉, ‘같은 가격이라면 쭛쭛브랜드의 메뉴를 택하겠다’는 소비자들이 많아진다는 의미죠. 리치푸드는 이 같은 고객 니즈에 부합할 수 있는 브랜드로 각인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주, 주방직원, 홀직원, 아르바이트 등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브랜드 파워가 중요합니다. 그들의 생각을 바깥으로 끄집어 낼 수 있도록 ‘리치푸드 챌린지’ 등의 요리 경연대회를 통해 조리직원, 주방장 들에게 동기부여 및 목표의식을 높일 계획입니다. 또 기존에는 가맹점주들을 한꺼번에 모아 집체교육을 실시했으나 올 해에는 임직원 및 본사의 팀별 관리자들이 지방 매장을 직접 다니며 운영 혁신에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는 등 ‘가맹점들의 가려운 점을 긁어줄 수 있는 본사’ 역할에 주력할 것입니다.
● 서정욱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다양화하는 것이 브랜드 성장의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그동안 본가는 클레임 발생 시나 VIP고객에게 식사권, 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정도에 한정되었으나 올해부터는 제휴 마케팅으로 서비스의 폭을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지난해 11월에 실시했던 여행사와의 제휴 이벤트가 반응이 상당히 좋았는데 현재 중국 내 20여개 매장이 진출해있고, 미국 LA에 본가 1호점을 오픈하므로 이 같은 여행 이벤트가 고객 만족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벤트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각 가맹점별 참여도에 따라 어드밴티지를 부여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기존 매장 중에서 성장 잠재력이 있는 매장들은 상권 및 영업상황을 파악해 매출 활성을 위한 마케팅 강화 전략을 구사할 것입니다.
올해 외식업계 전망 역시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신서호 수익성, 고객만족, 브랜드의 성장은 ‘CRM’이 핵심입니다. 일례로 매드포갈릭 2호점인 압구정점을 오픈할 당시 6개월 동안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압구정점 주고객이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성수대교 북단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단순히 지도를 보고 압구정동의 지리적인 조건에 맞춰 주고객층을 예상했던 것이 수익 구조에 영향을 미쳤던 것입니다.
CRM은 고객 접점에서 고객을 깊게 알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고객화란 맛, 서비스뿐 아니라 고객 프로파일을 세밀하게 데이터 축적하는 것에 비롯되는데 이 같은 데이터가 1년 정도 되면 1:1 마케팅이 가능해질 정도로 유용한 자료가 됩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고객의 취향에 맞춘 쿠폰 마케팅이 가능해지며, 더불어 어떤 쿠폰이 사용률이 높은지도 분석해 효과적인 피드백을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썬앳푸드는 50만명의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어 신규 브랜드 오픈 시마다 외부 제휴 마케팅 없이 데이터베이스 상의 고객을 통한 홍보만으로도 충분히 브랜드 PR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앞으로도 CRM은 썬앳푸드의 중요한 성장 툴이 될 것입니다. 타 업체에서도 보다 세밀한 CRM 구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 류승현 자하문 역시 요일별 고객 성향 등 약 30만명의 고객 데이터를 갖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분석해보면 상견례를 했던 고객이 돌잔치, 칠순 등의 연회도 자하문에서 하는 것을 살펴볼 수 있는데 한 고객당 10~12건의 재방문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자하문 음식을 좋아해서 온다’라는 세부적인 고객 방문의 이유도 파악할 수 있어 이에 맞춘 고객화를 가능토록 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이 데이터베이스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고객 로열티 강화에 힘쓸 예정입니다.
물론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료를 바탕으로 주의 깊게 고객의 성향이나 라이프스타일 등을 살핌으로써 고객 지향적인 경영 전략을 구축할 수 있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올해의 불황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외식업체에서는 어떠한 노력이 요구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또한 올해 외식업계의 중요 변수로는 어떠한 것들이 있으며 앞으로의 메뉴 트렌드를 짚어 주신다면?
● 서정욱 더본코리아는 불황기 다양한 메뉴와 브랜드 론칭으로 성장 동력을 구축했습니다. 단 한 브랜드에 한 가지 메뉴 아이템을 선보이는 홍콩반점, 마카오반점을 비롯해 새마을식당, 본가 등은 최대 10개 정도로 메뉴를 한정해 ‘전문점’으로서의 성격을 강력히 표출했습니다. 특히 홍콩반점, 마카오반점 등은 메뉴을 단순화하는 한편 3000~3500원대의 저가 전략으로 불황기 소비 심리를 잘 겨냥했다고 판단됩니다.
여러 경제연구소, 통계청 등에서 전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는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불경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중저가 브랜드가 외식업계의 주요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단순히 가격면에서의 메리트뿐 아니라 매장 분위기가 주는 편안함, 친근감을 비롯, 메뉴의 품질이 고객에게 ‘좋다’고 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신서호 올해 외식업계의 가장 큰 변수는 ‘광우병, 구제역, AI’ 등 외부적인 요인이라고 봅니다. 이 같은 식재 안전성 문제는 쉽게 회복될 수 있는 변수가 아니기 때문에 외식업에 미칠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외식업의 메뉴 트렌드는 스스로 자생하는 것이 아닌 외식업체에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식재 아이템을 자사 브랜드만의 색을 입혀 트렌드를 주도하는 메뉴로 만들고 여기에 마케팅 전략을 가미해 스타메뉴를 창출하는 것이지요. 운영에 있어서도 과거의 방식에 변화와 혁신을 꾀함으로써 불황을 타개해야 하지 않을까요?
● 김은경 해마다 ‘불황’이 화두였습니다. 아마 내년 이 시간 이 자리에서조차도 불황을 주제로 타개책에 대해 논의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불황이 매년 걸리는 감기처럼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면 적극적인 자세로 이를 해결해 나가려는 열정이 외식업계에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또한 어떤 아이템이나 이슈가 외식업계의 트렌드라는 점에 맹신하지 말고 각자의 브랜드에 맞는 메뉴를 특화해 차별화된 트렌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즉, 자사 브랜드에 맞는 메뉴가 트렌드에 기준한 메뉴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죠. 때문에 버거의 패티가 식재에 따라 다양한 변형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메뉴 개발 경쟁력을 구축하는 노하우 축적이 필요합니다.
● 조상철 정부의 정책이 외식업계의 중요 변수인 듯합니다. 일례로 원산지 표시제는 관련 법률에 대한 해석이 구청이나 식약청 등 관련 기관마다 목소리가 다 달라 소비자나 외식업체나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급조해 만든 법이라는 느낌이 강했죠. 원산지 표시제뿐 아니라 향후에도 먹을거리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이 같은 급조된(?) 법률이 생겨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법률의 제정 및 이를 신중하고 원활하게 이행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편 외식업체는 향후 비즈니스의 창의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신메뉴의 출시 기간을 달리해보고, 매장의 콘셉트나 메뉴 스타일에 변화를 줘 유니크한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메뉴의 조리 스킬은 어느 업체나 유사할 수 있지만 전략적인 부분은 얼마나 창의력을 보이느냐에 따라 매우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또한 불황에는 고객에게 익숙한 메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국수전문점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익숙함’을 공략한 것입니다.
● 류승현 한식 분야가 다가오는 불황을 잘 이겨내려면 조리사의 능력에 의존한 메뉴 개발 및 생산에서 벗어나 레시피를 통한 표준화를 통해 조리 부문의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한식의 표준화가 중요 이슈로 대두되고 있지만 특히 불황의 시기, 인력난 문제나 여타 조리 효율성 저하 등이 운영에 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의 맛을 지키되 조리 도구나 시설 등을 현대화해 운영 기반을 탄탄히 하는 것이지요. 또한 메주, 청국장, 두부, 곤약, 묵 등 건강 식재 아이템으로 대중적이고 토속적인 맛을 구현해 내는 것이 한식 분야에서 중요시해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 서정욱 외식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은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생명력을 잃은 외식업체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정부가 식품·외식산업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외식업과 관련한 정책이 주먹구구식 행정에 그쳐 오히려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또한 먹을거리 문제는 예민한 사항인 만큼 언론의 보도 형태 역시 외식업계를 위축시키는 옐로우 저널리즘 성향에서 벗어나 외식업계의 지도·계몽에 중점을 둬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원산지표시제가 외식업계에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관리·감독하는 구청이나 식약청의 담당 직원들이 저마다 각기 다른 기준이나 잣대를 적용해 외식업체들이 큰 혼란에 빠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외식 관련 협회 등 단체들이 외식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해 외식업계의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참석해 좋은 의견 나눠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취재부기자, ivetmi@itmakerz.com,
2009-05-07 오전 02: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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