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중국, 구조개혁 속에 '중성장'시대 본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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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갑오년 세계 경제는 갈림길에 설 전망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회복하겠으나 신흥국의 경우 재정이나 산업 구조에 따라 경기 전망이 엇갈린다. 브릭스(BRICs·중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의 경기는 더이상 동조화하지 않는다. 일본 아베노믹스는 구조개혁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 경제와 교역비중이 높은 중국, 미국, 유럽, 일본, 신흥국의 2014년 경기를 전망하고 국내 수출산업의 대응전략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8(八·바)이다. 부를 뜻하는 파차이(發財)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1998년부터 14년 간 바오바(保八·최소 8% 성장) 정책을 내세웠다. 시진핑(習近平·60) 시대 2년차를 맞는 2014년 중국은 3년 연속 바오바 달성에 실패할 듯하다.
◆ 2014년 中, 경제·사회 구조적 문제 봉착…“경착륙 논쟁 과열될 것”
중국 경제는 지난 30년간 고도 성장했다. 이제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둔화, 과잉투자, 금융불안, 소득불균형 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림자 금융(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관 간 거래), 지방부채 과다 등 돌발 리스크가 대두되면서 경착륙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돌발 리스크 탓에 올해 성장률 목표치(7.5%)를 달성 못하면 경착륙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은 중국과 교역 비중이 매우 높다보니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상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정명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 연구원은 “중국은 전통 산업의 인수합병, 첨단산업 육성 등 구조개혁을 진행중”이라며 “기존 경제·산업의 체질을 바뀌기 위해 장기적으로 진행하다보니 당장 내년에 나아진 모습을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지도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경제운용 방향을 ‘온중구진(穩中求進·안정 속에서 발전을 추진한다)’으로 제시할 전망이다. 내수 위주 경제 구조,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등 과제를 착실하게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정부가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많지 않다. 지방정부의 재정투입, 부동산투자 확대 등 기존 성장 정책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재진 연구위원도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 성장 정책을 바꿨지만 내년에도 정책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친환경·고부가산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 효과는 7~20년 후에나 나올 것이라 단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 “구조조정 실패하면 대규모 실업과 내수악화 불러올 수도”
중국 정부는 7대 구조 개혁안을 제시했다. 주내용은 ▲서비스업 육성 ▲산업재편 ▲금융선진화 ▲경제버블 제거 ▲경제양극화 해소 ▲한자녀정책 수정 ▲부패척결 이다. 그러나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정책 자체가 실패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 개혁안이 바오바 달성에 큰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재진 연구위원은 “금융선진화는 장기적으로 금융 안정성·효율성 강화에 도움이 된다. 다만 정책의 단기 효과는 적다”며 “한자녀 정책을 완화하면 인구가 늘어 노동생산성을 올리겠지만 당장 국내총생산(GDP)를 늘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버블 해소와 부패척결 정책은 실패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과잉생산 규제, 주택매매 제한 등 억제책이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탓이다. 고위공직자 부패방지 법안은 공산당 내 파벌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
한재진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가 개혁정책 집행과 산업 구조조정에 실패하면 내년 중국 경제는 경착륙할 가능성이 크다”며 “구조조정 실패는 부동산 시장을 붕괴시켜 지방정부를 파산시키고, 기업 연쇄 도산으로 이어져 대규모 실업과 내수 악화를 불러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투자의 성장기여도가 낮아지면서 장기 감속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하반기 투자가 줄면서 중국 성장률은 7% 중반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 中 리스크 대비해 한국정부·기업 안전판 강화해야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원은 “한국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높으면 편승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2014년에는 이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중국의 중간재·자본재·원자재 등 세부 품목 변화까지 주시해야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내년 구조개혁에 실패하면 한국 경제는 실물과 금융 양 부문에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대중 교역비중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줄면 국내 여행업계의 ‘차이나효과’가 감소한다. 국내 증권시장에 들어온 중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갈 위험도 있다.
전문가 다수는 중국발 위기에 대한 상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재진 연구위원은 “전기기기·자동차·석유화학 등 대중 수출 감소로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에 대해 해외진출 보험과 무역 금융 대출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며 “이 품목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동·러시아·중앙아시아·남미 등 다양한 수출 활로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 수출기업에게는 중국발 위기에 대비한 비상경영(컨틴전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지역별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현금경영강화 등 위기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엄정명 연구원은 “중국 구조개혁은 1997년 한국 외환위기 때처럼 급속한 것은 아니다. 부실 기업이 도산할 수는 있지만 총체적으로 경제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위기가 한꺼번에 오지는 않겠지만 한국 수출 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재진 연구위원은 “정부는 외환보유고 등 외환시장 안전판을 강화하고 시장의 유동성 현황을 상시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면 현지 국내기업이 자금 경색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자금조달 지원책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 주요기업 “대규모 투자와 현지 맞춤형 전략 이어간다”
삼성은 1992년 중국에 진출했다. 한·중 수교가 시작된 해다. 중국삼성 매출은 삼성그룹 총매출의 20%를 차지한다. 박재순 삼성전자 중국 총괄 부사장은 지난달 16일 한·중 교류포럼에서 “중국은 2015년 세계 1위 소비시장이 될 것이다”며 “중국 내 다양한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 중국 본토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삼성은 내년 4개 사업군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중국삼성의 핵심 사업분야는 금융·건설·정보기술(IT)·의료다.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기존 기술분야 투자도 함께 늘린다. 박 사장은 “삼성그룹은 중국 정부의 7대 개혁 정책에 보조를 맞출 것”이라며 “중국 서부·중부·북동 지역 투자를 늘려 중앙정부의 지방발전 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2002년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폴크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중국 내 3위 업체로 올라섰다. 현대·기아차의 비약적 성장은 ‘현대속도’라는 현지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내년 현대·기아차는 물량 확대와 현지 맞춤형 모델 출시로 오름세를 잇는다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중국 현지 공장을 지속적으로 늘렸다. 지난해 40만대 양산 가능한 3공장을 건설했다. 내년 1월 3공장은 45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다. 내년 완공 예정인 기아차 중국 3공장까지 가동되면 현대·기아차는 179만대 규모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자동차 시장 전망이 좋지만은 않다. 중국 국가정보센터(SIC)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판매 성장률은 2006~2010년 연평균 28%대였지만, 2011~2015년 12%대, 2016~2021년 7%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내년에도 생산물량를 늘릴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지금 중국 자동차 시장을 놓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며 “생산물량 확대와 현지 맞춤형 모델 출시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중공업 부문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994년 중국 옌타이에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를 세우며 현지 시장에 진출했다. 2000년대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에 나서며 혜택을 입었다. 2008년 말 휠로더 생산공장을 짓고 2011년 제2굴삭기 공장을 건설하는 등 사업 확장을 했다. 최근에는 중국 내수시장이 긴축 국면에 접어들며 고전하는 모습이다.
중국 건설중장비 시장은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내년 실적이 지금보다 나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석원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시장이 여전히 불안하지만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 덕에 더 나빠질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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