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스 숍(Butcher's Shop)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121801071724106004
독일의 메츠거라이, 미국의 부처스 숍, 유럽의 델리카트슨 등의 정육점을 가면 다양한 종류와 모양의 고품질 수제 햄·소시지를 살 수 있다.
메츠거라이에서 판매되는 소시지와 햄의 종류만 300여 가지나 된다고 한다. 내년 2월부터는 국내 일반 정육점에서도 햄·소시지와 같은 식육가공품을 직접 제조해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그동안 정육점들이 이런 영업을 하려면 현행법상 식육판매업 외에 즉석판매제조가공업 영업신고를 해야 했다.
그러나 정부가 축산물위생관리법령을 개정, 식육판매업을‘식육·가공품판매업’으로 영업범위를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 폭도 넓어지게 됐다.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정육점에서 식육가공품의 가공·판매를 허용한 이유 중 하나는 삼겹살 등 일부 부위에 편중된 돼지고기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우리 국민의 돼지고기에 대한 편중된 소비로 삼겹살, 목살 등은 소비되는 반면 앞·뒷다리 등 비선호 저지방 부위는 재고가 쌓이는 문제점이 발생함에 따라 법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18일 한국육가공협회에 따르면 안심, 등심, 앞·뒷다리 등 국내 돼지고기 저지방부위의 상시 평균재고량(4년 평균)은 1만5600 t이나 된다.
이는 돼지 46만4000마리에 해당한다. 생체 110㎏짜리 돼지 한 마리당 살코기가 52.7㎏가량 나온다고 가정하면 이 가운데 63.8%인 33.6㎏은 비선호 부위로 분류된다. 햄과 소시지는 돼지고기 저지방 부위인 앞·뒷다리를 이용해 생산되는 제품이다. 지금까지는 전국 5만3000여 개의 정육점 가운데 1만3000여 개에서 단순히 양념육이나 돈가스 재료 정도만을 만들어 판매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법 개정에 맞춰 모든 정육점이 햄·소시지를 제조해 팔 수 있게 된다. 소비자들이 가까운 정육점에서 고기와 함께 햄·소시지 등 다양한 식육가공품을 손쉽게 구입하고, 정육점에서 가까운 학교에도 직접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 선택의 폭도 커질 전망이다. 그동안 소비자가 할인점 등에서 구입하는 햄, 소시지는 정부가 정한 일정의 육함량기준(소시지 70% 이상·햄 85% 이상) 아래 만들어진 규격화된 제품이었다. 앞으로는 정육점에서 야채소시지, 치즈소시지, 곡물함유 소시지 등 소비자가 원하는 다품목의 소량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게 가능해졌다.
국내 연간 육류 섭취량은 38.8㎏으로 이가운데 8.5%(3.3㎏)를 육가공품으로 섭취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 13.7%(4.0㎏), 독일은 34.4%(30.7㎏)를 육가공품으로 섭취한다. 육가공협회는 전국 5만3000여 개 정육점 중 10% 정도만이라도 햄, 소시지를 동네 제과점처럼 자유롭게 만들어 팔 경우 현재보다 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위해 시설개선, 햄·소시지 전문인력 양성, 소비자 인식개선 등이 선행돼야만 이번 조치의 실효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스페인의 하몽(뒷다리 생햄)과 같은 고급제품 수요가 생겨야 소비확대와 함께 양질의 단백질 공급측면에서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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