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식문화
요리에 자연을 담다
Into the Wild
답답했던 도시 일상 생활에서 벗어나 알래스카의 버려진 버스 안에서 야생의 삶을 살고 있는 크리스(Chris). 빙하가 녹아 내린 여름 강물에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낚시를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굶주린 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식용 가능한 풀을 발견해 기쁜 마음으로 채집해 먹는다.
그리고 그 날 밤, 자신이 먹은 게 독초임을 깨닫는다. 알래스카로 여행을 떠난 지 약 2년 후인 1992년 어느 버려진 버스 안에서 알래스카 사슴 사냥꾼에 의해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된 크리스. 야생 풀들과 사냥으로 알래스카에서 여름을 보내고 자신의 여정을 담은 일기를 통해서 책도 내려 생각했던 크리스의 꿈은 운과 야생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어린 나이에 끝을 맺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간되어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으며 2006년에 배우 겸 감독인 숀 펜(Sean Penn)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멜번의 자연주의 셰프, 매튜와 빈
짙은 가을 바람이 나무를 물들이기 시작한 이 곳 멜번, 오늘 갑자기 예보에 없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비가 건조했던 여름을 지나온 채소들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지.” Circa, the Prince의 젊은 28세의 헤드 셰프인 매튜(Mattew)는 멜번 알버트 공원에 있는 레스토랑 전용 밭을 살펴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그리곤 넓진 않지만 잘 꾸며진 밭을 빠르게 돌아다니며 몇 번 쭈그려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더니 어느새 가지고 갔던 큰 바구니에 한 가득 여러 가지 채소와 풀들을 가득 채워 넣었다. “한번 먹어봐.” 흉터 많고 거친 큰 손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보라색의 꽃을 내게 내민다. 보리지(Borage) 꽃을 입안에 넣고 씹자 입안 가득 농익은 오이 향이 오래 머문다. 요리를 전공하는 나에게도 처음 보는 꽃들과 다양한 채소, 야생 풀들이 자라고 있는 레스토랑 밭은 에덴 동산이다.
멜번 전역, 아니 세계 어디를 가든 그 곳이 에덴 동산인 젊은 셰프가 멜번에 있다. 작년 선정 ‘올해의 레스토랑’, ‘올해의 디쉬’를 독차지하면서 명실공히 멜번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아티카(Attica)의 빈 쉐리(Ben Shewry). 멜번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음식을 선보이는 빈의 요리의 숨겨진 주인공들은 바로 여러 야생 풀들이다.
이번 여름 기간 동안 선보였던 메뉴 중에도 Samphire(퉁퉁마디/미나리과), Purslane(쇠비름) 등의 재료들이 요리에 숨겨진 재미를 더 해 주었다. 여름 동안 레스토랑에 출근하기 전에 시간을 쪼개어 자기 집 근교나 레스토랑 근처 공원을 돌며 길에서 자라는 Purslane을 직접 찾아 다녔던 빈은 이제는 쉬는 날 차를 몰고 멜번 남부 해안가를 간다고 한다. ‘Sea Garden’ 요리에 사용 될 Pigface의 꽃과 Ulva라는 해초를 찾기 위해서 오늘도 차를 몬다.
최고의 미식 경험을 추구하는 셰프들
매튜나 빈 외에도 멜번의 많은 셰프들이 직접 밭을 가꾸고 야외로 나가서 직접 야생 풀들을 따와 그들 음식에 사용하고 있다. 이미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고 마음만 먹으면 이런 야생 풀도 특수 재료나 허브들만 취급하는 재료상들을 통해서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명 셰프들이 쉬는 날까지 직접 야생으로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좀 더 열린, 자유로운 요리를 위해서 다른 의미의 ‘Into the Wild’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육류 중 특히 돼지의 기름기가 많은 부위를 이용한 메인 요리에 우리나라에선 김치를 같이 곁들여서 먹고 독일 등에서는 사워크라우드(Sauerkraut)를 함께 먹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분명히 좋은 궁합의 음식들이고 미각을 만족하기에는 충분하지만 최고의 미식 경험을 위해서 레스토랑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는 어쩌면 너무나 식상한 조합으로 보일 수도 있다.
요리를 통해서 새로운 즐거움을 고객들에게 제공해 주고 싶어하고 자신들도 계속 진취적이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고 싶은 셰프들에게 Ice Plant(채송화)나 Purslane(쇠비름)을 저온 조리한 돼지고기 요리에 세이지 젤리, 자몽 소스와 함께 배치하는 것, 이런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재료의 사용은 단순한 미식이 아닌 하나의 미학이 되는 것이다.
야생초로 수익을 올리다
내가 일하고 있는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인 앤드류 맥코넬(Andrew McConnell)과 같이 길을 가다가 Purslane을 발견하고 “먹을 수 있는 많은 풀들이 이렇게 자라나고 있는데 사람들은 모르고 그냥 지나치지. 남들에게는 이게 그냥 잡초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나한테는 하나의 보물이야”라고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레스토랑을 운영하거나 주방을 운영하는 셰프들에게 이런 재료들이 매력으로 다가오는 또 하나의 부분이 있다. 바로 이 재료들이 가져다 줄 수 있는 높은 이익인 것이다. 처음 들어보는 이 재료들에 호기심이 생기면서도 자신만이 특별한 것을 먹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감정이 적게는 3만~4만원 비싸면 10만~20만원 하는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할 수 있게 만드는 하나의 요소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캐비어나 트러플 등의 고급 미식재료들이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가격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야생 재료들은 가격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원가에 대한 예상을 쉽게 하지 못한다. 고객들은 당연히 고급 재료라 비싸겠지 그냥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러나 이 재료들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되지 않고 레스토랑들도 사용하는 곳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생산량 자체가 현저하게 떨어지지만 유통 루트를 잘 파악하거나 직접 재배하면 상당히 싼 가격에 구입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일반적인 원가 25~30%의 절반 혹은 그 이하도 안되는 10~15% 정도의 원가비를 책정하면서도 고객들에게는 만족을 줄 수 있는 것이 이런 야생 재료들의 매력인 것이다.
한국속의 Into the Wild
우리나라는 호주보다도 훨씬 역사가 깊고 발달한 나물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각 계절에 맞춰 산과 들로 나가 야생에서 자라나고 있는 여러 식용 가능한 작물들을 잘 이용해 식생활을 영위해 왔던 우리나라. 요즘은 한국의 많은 레스토랑 들에서도 이런 재료들을 활용해 보려고 하지만 아직은 외국에서 비싼 돈을 주고 사온 고급 재료들을 선호하는 곳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셰프들도 프랑스, 스페인의 유명한 셰프들의 멋진 레시피를 보면서 그 레시피를 따라 해보고 하는 것도 좋지만 책과 인터넷에 있는 레시피에서 벗어나서 직접 아침 일찍 시장에 나가보고 지방 5일장들도 돌아다니며 ‘Into the Wild’ 해보는 게 어떨까?
관리자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09-06-30 오전 04:37:26
호주의 식문화 : 재래 시장
http://month.foodbank.co.kr/etc/search_view.php?secIndex=1749&page=25§ion=&serial=&keyfield=all&key
그 속에는 호주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어깨를 부딪히며 걸어가는 시장길, 그 좁은 길 양 옆으로 빼곡하게 이어져 있는 좌판 위에 놓여 있는 형형색색의 과일과 야채들,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상인들의 삶의 목소리. 어느 나라든 시장에 가면 그 나라만의 독특한 살아 있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한 나라의 식문화를 느끼기 위해서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이 바로 그 나라의 재래 시장이다. 현지인들의 일상 생활을 그대로 반영하고 또한 갖가지 풍속, 습관이 무의식 중에 어우러진 그 곳에 가면 그 나라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사람들이 무엇을 구매하고 어떤 상품들이 유통되고 있는가를 가만히 살펴보면 그들이 먹는 음식이 보이고 그 나라 사람들의 특유한 성격, 삶의 속도 등도 시장에서 발견할 수 있다.
호주는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모여 각기 다른 식문화를 지키면서 살고 있는 나라다. 이 나라에서 호주를 최대한 오밀조밀 하나로 모아 놓은 곳이 바로 재래 시장이다. 멜번, 알찬 재래시장이 지역 명소로 먹는 것에 관심이 많아 텔레비전에는 하루 종일 요리 관련 프로그램들이 방송되고, 레스토랑 가이드 책이 발매와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며, 마트에 가는 것보다 시장에 가서 직접 물건을 고르고 흥정하는 것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도시 멜번. 그래서 이 곳에는 각 지역마다 작지만 알찬 시장들이 하나 둘씩 그 지역의 자랑처럼 자리 잡고 있다.
★퀸 빅토리아 마켓(Queen Victoria Market)
지구 남반구에 있는 수많은 종합 시장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는 멜번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인 퀸 빅토리아 마켓(Queen Victoria Market, 이하 Vic market). 빅 마켓은 130년의 세월 동안 멜번 사람들을 먹여 오고 입혀 오고 그들을 길러온 공간이다.
처음 마켓의 시작은 작았지만 지금은 치즈, 올리브, 빵, 육가공품 등을 주로 판매하고 있는 델리 홀(Deli hall)과 약 20개의 정육점, 10개의 생선가게 등이 자리 잡고 있는 미트 홀(Meat hall), 당일 새벽 산지에서 올라온 다양한 야채와 과일 등이 야외에서 판매 되고 있는 프루츠 앤 베지터블 마켓(Fruit and vegetable market), 한국보다 훨씬 합리적인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오가닉 마켓(Organics market), 온갖 가정 생활 용품, 장난감, 기념품, 옷가지 등 맘에 드는 물건들이 보물처럼 숨겨져 있는 제너럴 머천다이즈 마켓(General Merchandise market) 등이 한 자리에 자리 잡아 무엇을 살지 목표를 정하지 않고 생각없이 둘러보면서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구경거리가 있는 그런 큰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빅 마켓에서 볼 수 있는 멜번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다양한 판매 상품들 자체도 언제든 다시 찾아와 즐기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지만 이 시장에선 문화 또한 판매하고 있어 더욱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볼거리, 먹을거리, 놀거리가 많은 시장인 것. 시장 한 가운데 설치 된 특설 무대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을 위한 뮤지컬이 무료로 열리고 요리에 관심이 많지만 아직 초보인 사람들을 위해 혹은 유명한 셰프의 요리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멜번 유명 셰프들을 초빙해서 요리 강연도 하고 있다.
또한 푸디 투어(Foodie tour), 쇼핑 투어(Shopping tour) 등 자체 시장 가이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시장을 둘러보고 싶어하는 관광객들에게 좋은 기회를 선사하고 있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을거리이다. 시장에 먹을거리 많기로는 한국이 최고인 듯 하지만 이 곳 빅 마켓 또한 베트남 쌀국수, 터키의 뷔렉, 중국의 볶음밥, 미국의 도넛, 스페인의 츄러스를 한 자리에서 경험해 볼 수 있는 한국의 시장과는 다른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프라란 마켓(Prahran market)
빅 마켓만큼 규모가 크거나 유명하진 않지만 그 지역의 특유의 매력을 지니고 있는 프라란 마켓(Prahran market) 또한 멜번을 잘 보여주는 시장 중 하나이다. 멜번을 소개하는 책자들에 흔히 멜번의 압구정동이라고 표현되곤 하는 샤펠 스트리트(Chapel street), 전 세계와 호주 유명한 디자이너들의 옷과 구두 등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거리 양 옆으로 쭉 늘어서 있는 샤펠 스트리트의 끝자락에는 가장 트렌디한 음식이 있는 프라란 마켓이 자리 잡고 있다.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빅 마켓에서는 구하기 힘든 보다 고품질의 재료들이 즐비해 있다. 가격은 조금 비싸도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는 다양한 오가닉 제품들, 야생에서 직접 채집한 버섯들, 토끼, 캥거루, 메추리, 꿩 등 일반 정육점에서 구하기 힘든 다양한 육류 제품들, 유럽에서 넘어온 수 많은 종류의 치즈들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모여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 고급 품질의 올리브 오일, 중동에 부르갈(burgar), 프랑스에서 들어온 푸아그라 등 각국의 다양한 수입 식재료와 그릇, 식기류 등 요리와 레스토랑에 필요한 고급의 물건들을 모아 놓은 ‘디 에센셜 인그리디언트(The essential ingredient)’라는 가게까지… 공연이나 볼거리는 빅 마켓보다 없지만 그 지역에 맞게 많은 카페를 시장 중심 쪽에 배치해 놓고 다양한 수입 재료들의 시식행사를 하는 프라란 마켓은 Vic market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샤펠 스트리트를 찾는 사람들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재래시장, 호주의 삶과 문화 투영호주에 있는 시장들은 이렇게 각 지역에 맞는 특징과 문화를 가지고 그 시장 안에서 호주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낡은 재래시장은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도시 미관을 해쳐서 보기 싫다고 해서 정비 사업이라는 명목 아래에 현대식 건물을 새로 지어 우리나라 고유의 향기를 가진 시장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들을 보게 된다.
각 나라, 지역에 갈 때마다 사람들이 붐비며 사람 냄새가 나는 재래시장을 꼭 찾는 여러 관광객들이 많다. 그들은 그 시장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그 나라를 알고 그 나라 사람들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문화의 세기인 지금 진정으로 우리나라의 문화를 지키고 그 문화를 가지고 한국음식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새로운 건물을 만들고 깔끔한 간판을 달고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각 지역에 맞는 문화 콘텐츠를 개발해 시장과의 연계를 해야 한다.
글/박정현 foodbank@foodbank.co.kr
2009-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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