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맛과 멋 <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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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행지를 바꾸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인도에 무슨 일이라도 발생했나요?” 순간, 쿠데타나 폭동 같은 것을 떠올렸다. “원하시는 일정대로 진행한다면 북유럽 크루즈도 할 수 있는 경비라...” “목적지가 인도니, 경비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첫 인도 여행이라, 여러 가지 안전에 대한 가족들의 염려가 심했다. 그래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일정과 호텔, 차량과 기사, 한국말이 능통한 현지 가이드에 플러스, 플러스를 하다 보니 북유럽 크루즈 경비만큼 예상된다는 것이었다. “지금 인도는 너무 덥고...음식도 그렇고... 여행하기도 어려운 나라라 권해 드리고 싶지 않아서...” “그런 인도에 가려는 것이니 염려 마시고 추진해주세요.”
여행사에 여행 일정과 견적을 의뢰했을 때, 한참이나 진행 중이던 담당자로부터의 전화였다. 식문화를 테마로 한 여행이라 먹을거리 걱정은 아예 하지 않았다. 여행 짐에는 라면이나 고추장같은 한국 먹을거리는 담아 다니지 않는다. 여행지에서는 하나에서 열까지 그 나라 것으로 생활하고, 체험을 통한 여행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향신료향이 섞인 후덥지근한 공기로 심호흡을 하면서 눈을 뜨고, 요가를 하고, 아침으로는 쌈바에 적신 도사를 먹고, 점심에는 탈리를, 저녁에는 탄두리 치킨을 먹으며… ‘인도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라면 나도 먹을 수 있겠지...’ 생각을 그렇게 하면 생각대로 될 줄 알았다.
언제나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내 사고방식으로는 그랬다. 하루, 이틀, 사흘...그러나 그러하지 못했다. 닷새를 채우지 못했다. 인도 채식주의자들의 단백질 공급원 ‘콩’ 인도 피클인 아차르를 곁들이긴 했지만 아작거리는 식감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특히 매일 먹는 달이 지루해지면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시작되었다. 달은 거피해서 반으로 쪼갠 콩이나 녹두를 향신료로 걸쭉하게 끓인 커리다. 달을 끓이는 콩은 큰 것과 작은 것, 노란색과 오렌지색, 검은색, 연두색 등 60여 가지가 있는데 콩에 따라 맛과 색이 달라진다.
인도에서 달은 카스트, 채식주의자나 비 채식주의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매일 먹는 요리다. 밥이나 차파티와 함께 먹는 것이 식사의 기본으로 인도 미각의 바탕이다. 그래서 인도 사람들이 어제도 먹어왔고 오늘도 먹고 있고 내일도 먹을 것이다. 동맥경화, 뇌졸증, 심장병, 당뇨병, 골다공증, 치매, 비만, 대장암을 예방한다는 콩이 ‘기적의 곡물’로 불린다 해도 텁텁하고 뻑뻑하게 감겨오는 무거운 그 맛을 나는 참 싫어한다.
달을 그토록 먹기 어려웠던 것은 평소에 콩 요리를 싫어하는 나의 식습관이 큰 원인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콩으로 만든 요리 중 유일하게 먹는 것이라고는 된장찌개 밖에 없다. 아마도 내 평생 동안 두부는 열모를 채 먹지 않았을 터이고, 콩은 한바가지도 채 먹지 않았을 것이니 매끼 달을 먹는 것은 참으로 지루한 일이었다. 인도 인구의 40%(대략 4억명)나 되는 채식주의자 중, 특히 정(淨)의 문화로써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브라만들, 혹은 카스트 상향 이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 혹은 어떤 의미에서라도 의례적 정결을 강조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철저히 채식을 지킨다.
이 채식주의자들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가장 중요하게 활용되는 식재료가 바로 콩이나 녹두다. 로얄 탈리에서 만난 ‘달 마크니’ 가스를 형성하는 특성 때문에 ‘음악을 연주하게 하는 음식’이라고 불리는 콩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 보통은 20루피짜리 ‘탈리’를 먹다가 500루피나 하는 ‘로얄 탈리’를 먹게 되었다. 탈리는 인도말로 ‘큰 쟁반’을 뜻한다.
큰 스테인리스 쟁반에 짜파티나 푸리, 달, 서너 종류의 커리, 아차르, 다히 등이 함께 나오는데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현지인들 뿐 아니라 여행자들에게도 인기 있는 메뉴다. 특히 인도 음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여행자들이 단품으로 주문한 커리가 입맛에 맞지 않는 난감한 경우들이 있는데, 이럴 때 적은 양의 여러 가지 커리로 구성된 탈리는 더할 수 없이 좋은 메뉴다.
채식주의자가 많은 인도에서는 콩과 감자, 컬리플라워로 끓인 채소 커리인 사브지로 구성된 채식주의자 탈리와 양고기나 닭고기가 사브지와 함께 구성된 비 채식주의자 탈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마다 독특한 상차림이 있듯이 탈리 또한 지역적 특색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탈리에는 없는 저녁노을처럼 붉은 토마토 스프로 시작한 로얄 탈리에서 달 마크니를 만난 것이다.
달 마크니는 검은 렌틸이나 붉은 강낭콩을 버터와 크림을 듬뿍 넣고 끓인 달이다. 부드러운 맛이 입안을 구르고 구수한 향이 코에 걸려 오는 달 마크니가 그럴 수 없이 반가웠다. 먹는 어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은 달 마크니를 만나고 난 후부터였다. 종류가 많고 양도 많아서 혼자서는 도저히 다 먹을 수 없는데도 직원이 더 추가해 주겠다고 하던 탈리가 시시때때로 그립다.
관리자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10-06-24 오전 01: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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