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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직업〕기계에게 잘 보여야 되는 세상

Paul Ahn 2008. 1. 1. 15:41

〔미래직업〕기계에게 잘 보여야 되는 세상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4172105005&code=990100

 

고등학생 시절, 버스에는 항상 차장이 있었다. 차장은 구겨진 회수권을 확인해 악동을 걸러내고 ‘오라이!’를 외쳤다. 지금 버스는 한 사람이 모든 일을 한다. 차장을 밀어낸 것은 지능을 가진 차장 로봇이 아니라 교통카드 시스템이다.

 

 

이같이 직업의 소멸에는 신기술도 영향을 주지만 이득과 효율을 위한 기계 중심의 제도변화가 더 큰 역할을 한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걱정은 좀 따져봐야 할 사항이다. 실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이익 추구가 목표인 자본가들이 새로운 규제를 통해 인간을 기계에 종속되도록 강제해 효율을 극대화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요즘 인공지능으로 사라질 직업에 대한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요리사도 맘 놓을 직업이 아니라며 프라이팬과 칼을 들고 음식을 만드는 기특한 로봇 요리사도 소개되고 있다.

 

주인의 상태를 파악해 최상의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은 좋지만, 어머니의 손맛이 없는 것은 단점이라 한다. 그런데 4개의 팔을 흔들며 주방에서 설칠 로봇 요리사의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기술로는 충분하지만 그보다 싸고 좋은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교통, 도로 시스템을 그대로 둔 상황에서 무인자동차의 발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거친 운전문화로 악명(?) 높은 부산에서라면 알파고 무인자동차라도 1시간을 제대로 버티지 못할 것이다.

무인자동차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용 도로의 탄생과 제도 정비가 필수적이다.

 

무인자동차 전용 도로에는 유도장치 등의 보조 장비가 추가될 것이며, 건널목, 표지판 모두가 특별하게 만들어질 것이다. 정책도 정비돼 무인자동차 전용 도로 이용 운전자들이 더 우대받는 교통 정책도 신설될 것이다.

 

현재 하이패스를 장착한 자동차가 일반 요금 운전자보다 더 빠르게 통과하도록 별도의 진입로를 제공받는 원리와 같다. 운전자가 건네주는 돈을 받아서 위폐검사와 동시에 잔돈을 로봇팔로 집어주는, 사람 같은 로봇까지 필요치 않다. 제도를 바꾸면 기존 기술의 조합으로도 해결되기 때문이다. 즉 사람의 성정을 만족시키는 슈퍼지능형 기계의 개발보다 사람을 기계에 맞추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태롭게 칼질하는 요리사 로봇이 아니라 미리 칼질된 다양한 종류의 캡슐형 재료로 요리하는 전자레인지 개발이 사업으로도 가능성이 더 높다. 빠르게 편하게 살아가려면 캡슐 곰탕에 만족해야 한다.

 

아쉽더라도.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캡슐전용 커피기계가 미래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래는 기계가 사람을 고르는 세상이 된다. 인터넷상으로 쏟아지는 구직 구인 요구에 대해 최신 지능형 소프트웨어는 구직자의 자소서, 개인 블로그에 쓰인 어휘 등을 분석해 해당 분야의 전문성, 직장에 대한 충성도, 이직 가능성 등을 예측해 헤드헌트 업체에 보고한다.

 

예를 들어 프로그래머들이 토론하고 코드를 공유하는 GitHub 사이트를 상시 추적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는 우수 프로그래머 추천에 핵심 도구가 되고 있다. 이제 블로그에 글을 하나 올릴 때에도 이런 인공지능 알고리즘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단어와 표현을 잘 골라서 사용해야 한다.

 

구직신청 전용 프로그램을 함부로 설치했다간 저질 음란사이트에 들락거린 기록을 탈취당해 자기도 모르게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 이 경우 이력서는 최종 심사위원의 책상에 오르기도 전에 기계에 의해 차단된 뒤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사람에게는 읍소나 연줄이 통할 수도 있지만 알파고와 같은 무자비한 기계에게 이건 결코 통할 수가 없다.

 

살인로봇의 대반란에 의한 인류멸망이 유행담론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PC나 폰에 설치된 인터넷 브라우저가 우리를 감시하고 그 정보가 오용, 남용되는 것을 더 걱정해야 한다.

 

인터넷 대출 신청의 경우, 해당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기록과 IP주소 정보를 바탕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고 한다. 유색인종이나 빈민지역 거주자는 실제 신청 즉시 거부통지 e메일을 받는 것이다. 인공지능에 의한 인간 차별이다. 더 큰 문제는 지능형 시스템의 오류는 그 책임을 누군가에게로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스템 개발과 운용에 얽힌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개발자조차도 그 결과를 짐작할 수 없는 거대한 인공지능 시스템의 ‘정무적 판단’은 살인로봇의 난동보다 훨씬 위험한 현실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책임없는 효율과 경비절감에 우리가 환호할 수만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향신문 & 경향닷컴

조환규 | 부산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2016.04.1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