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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사치〕불황의 반작용, 작은사치 열풍

Paul Ahn 2017. 6. 16. 14:05

〔작은사치〕불황의 반작용, 작은사치 열풍

 

기껏해야 몇 천원알뜰 주부들 럭셔리마트 발길

물가상승 여파 고급식재료 각광사치 아닌 합리적 소비 인식 팽배

 

최근 주요 식재료 및 식료품 등의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 있는 프리미엄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 제품군의 가격대가 상승해 프리미엄 제품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자작은 사치를 선택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청담동 소재 프리미엄 마트 ‘SSG푸드마켓전경스카이데일리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친환경식자재와 같은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가성비 보다는 품질에 중점을 둔 소비풍토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식재료 값이 일제히 오른 현상은 이 같은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장기불황 속에서 AI와 가뭄 등의 영향으로 인해 각종 채소·과일·계란 등의 값이 오르며 프리미엄 제품들과의 가격 차이가 줄게 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우리나라 식품물가는 전년 동기보다 3.9% 상승했다. 이는 35 OECD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높은 순위다. 월별 인상률을 보면 ▲1 5.3%(3) ▲2 2.9%(11) ▲3 3.5%(7) 등이었다. 4월과 5월에도 각각 2.6%, 3.4% 식자재 값이 상승했다.

 

계란 67.9% 등 주요 식자재 대폭 상승프리미엄 제품과 가격차 축소

 

지난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6.2% 올랐다. 특히 계란(67.9%), 닭고기(19.1%), 돼지고기(12.2%) 등이 인상을 견인했다. 소비자들의 구입 빈도가 높은 156개 생필품을 대상으로 작성된 생활물가지수는 2.5% 상승했다.

 

또 식품 등 생활물가는 2.5% 올랐고 채소·과일·어패류 등 신선식품은 5.6% 상승했다. 이 밖에라면 5.5% ▲맥주·탄산음료 7.5% ▲수박 17.1% ▲포도 10.9% ▲참외 10.5% ▲사과 7.8% ▲복숭아 4.3% 등도 각각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주요 식재료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기존프리미엄 제품이라 불리던 제품들과의 가격 격차가 줄게 됐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주요 대형마트 및 프리미엄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주요 식재료 간 가격 격차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내 주요 프리미엄 슈퍼마켓인 롯데 프리미엄푸드마켓과 신세계 SSG푸드마켓에서 판매되는 계란 1(30)의 평균가격은 1990원이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이번달 계란 1판의 평균가격 7961원과 3029원 차이를 보였다. 두 곳의 사과 7개 평균 가격은 17000원으로 일반 대형마트 평균가격(14294)보다 불과 2706원 비쌌다.

 

5kg 수박의 가격차는 1365원에 불과했다. 프리미엄슈퍼마켓 19900, aT 18535원 등에 각각 판매되고 있었다. 1.5kg짜리 무는 프리미엄슈퍼마켓에서 3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는데, 이는 평균가격 2290원과 불과 710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SSG푸드마켓 관계자는환경적 영향에 따라 주요 식재료뿐만 아니라 라면·치킨·음료 등 업종을 막론하고 가격 인상이 줄을 잇고 있다계속되는 가격 인상과 장기화되는 불황으로 최근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가 품질을 중시하고 스스로를 위한 작은 사치를 즐기는 성향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폭염과 가뭄이 계속되면서 하반기에도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또한 상당수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은 곳들이 많아 추가인상 여력이 남은 상태다고 전망했다.

 

“사치 아닌 합리적 소비일반 제품과 가격차 안날 땐 프리미엄 제품 쓰는 게 당연


 상당수 소비자들은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인해 일반 제품들의 가격 경쟁력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롯데 프리미엄푸드마켓 도곡점 전경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대다수 소비자들은 가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더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사치가 아닌 합리적 소비라 강조했다. 과거 일반 전통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던 고객들도 가격 차이가 미비한 점 때문에 차라리 프리미엄슈퍼로 발걸음하게 됐다는 견해를 보였다.

 

롯데프리미엄푸드마켓 도곡점에서 만난 한주은(38·) 씨는요즘 식재료 물가가 많이 올라 유기농 제품이나 일반 제품이나 가격 차이가 별로 안 난다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3000~4000원 더 보태서 건강에 좋은 재료를 먹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매장에서 만난 황수진(50·) 씨는예전에는 제품들이 비싸서 이곳을 이용하는 대신 주로 차를 타고 인근 대형마트에 방문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재료들을 구입하곤 했다하지만 요즘에는 일반 식재료들도 가격이 많이 올라 수고스럽게 굳이 대형마트까지 갈 필요성을 못 느껴 이곳에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유성(42·) 씨는올해 3살과 5살이 된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어 평소에도 유기농 제품들을 주로 선호해왔다요즘에는 마트나 재래시장을 가도 가격대가 다 비슷해서 오히려 부담이 줄어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강조했다.


SSG푸드마켓 청담점에서 만난 김지민(가명·33·) 씨는경기불황에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어차피 같은 가격을 내고 물건을 구입할거면 기왕이면 질 좋은 제품을 구입하는 게 기분이라도 좋지 않겠느냐면서이처럼 사치 아닌 사치를 통해 소소한 행복도 누리면서 건강에도 좋으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매장에서 만난 홍석우(44·) 씨는프리미엄 푸드마켓은 국산 제품부터 수입 제품까지 일반 대형마트보다 훨씬 질좋고 다양한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면서가격 측면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품질이 좋은 이런 제품들을 찾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사람들이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이 같은 식재료들을 필수적으로 구입해야 하는데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하고 몸에 좋은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마트 구로점에서 만난 권지민(가명·41·) 씨는제품의 가격이 비슷하면 품질을 따져보는 게 일반 소비자들의 심리다면서두 제품의 가격 차이가 큰 폭으로 차이가 나면 모를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값을 조금 더 치르더라도 좋은 제품을 사는 게 맞다고 밝혔다.

 

2017-06-16

김성욱기자(ukzzang678@skyedaily.com)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