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Kolmar) / 1990,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의 ODM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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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콜마는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의 ODM 기업입니다.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수준을 바탕으로 트렌드 파악, 상품 기획, 개발, 출하, 관리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토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브랜드 기업의 든든한 서포터로서 K뷰티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 윤동한(75) 콜마그룹 회장은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영남대를 졸업한 그는 40대 나이에 대웅제약 최연소 부사장을 역임한 후 1990년 한국콜마를 창업했다.
국내 최초로 제조자 개발생산(ODM)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화장품 업계에 도입해 세계 시장에서 K뷰티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이후 의약품과 건강식품으로 사업 분야를 확대했고, 지난해에는 미국 콜마 본사가 지닌 글로벌 상표권을 인수해 전 세계 콜마의 주인이 됐다. 한국콜마그룹은 올해 매출 2조원을 바라본다.
윤동한 대표
△1947년 경남 창녕 △1965년 대구 계성고 졸업 △1970년 영남대 경영학과 졸업 △1970년 농협중앙회 입사 △1974년 대웅제약 입사 △1989년 대웅제약 부사장 △1990년 한국콜마 설립 △2008년 수원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2012년~ 한국콜마홀딩스 회장
“이순신 리더십으로 경영하라”
맨손으로 2兆 기업 일군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의 희망론
내 경영철학의 희망은 ‘이순신’
한국콜마 창업 33년...
역경 딛고 성웅이 된 ‘우보천리’ 정신 본받아 2조 기업 일궈
꿈을 갖고 천천히 정진하다 보면 목적지에 먼저 도착할 수 있어
기업은 많은 사람이 오래 머물러야 성공해… ‘기술·인재·독서경영’ 강조
역사 속 수많은 영웅이 있지만, 이순신 장군만이 ‘성웅(聖雄)’이라 불립니다. 이순신 장군의 모든 의사 결정과 행동의 밑바탕에는 사람, 백성이 있었지요. 그는 원칙을 바탕으로 소통과 기술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솔선수범하고 경청하는 최고의 리더였습니다.
윤동한(75) 콜마그룹 회장은 이순신 리더십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역사와 인문학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윤 회장은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연구하고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2017년 이순신 장군의 자(字)를 딴 서울여해(汝諧)재단을 설립하고, 대구가톨릭대학에 석박사 통합 과정인 이순신 학과 개설을 지원했다. 또 이순신 장군 주변의 인물들까지 탐구해 여러 권의 책을 냈다.
그가 이토록 이순신 연구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이순신의 삶을 통해 경영의 지혜를 배웠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이순신 리더십은 효(孝)와 충(忠)의 교직으로 이뤄진 건강한 리더십”이라며 외세의 침략으로 존망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의 애민 정신과 통솔의 리더십이 한국콜마를 이끄는 철학적 근거가 됐다고 했다.
윤 회장은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영남대를 졸업한 그는 40대 나이에 대웅제약 최연소 부사장을 역임한 후 1990년 한국콜마를 창업했다.
국내 최초로 제조자 개발생산(ODM)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화장품 업계에 도입해 세계 시장에서 K뷰티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이후 의약품과 건강식품으로 사업 분야를 확대했고, 지난해에는 미국 콜마 본사가 지닌 글로벌 상표권을 인수해 전 세계 콜마의 주인이 됐다. 한국콜마그룹은 올해 매출 2조원을 바라본다.
4월 28일은 충무공 이순신 탄생 478주년이 되는 날이다. 조선비즈는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여해재단에서 윤 회장을 만나 이순신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소문난 독서광답게 그의 집무실은 온통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고전부터 경영 서적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취향을 엿볼 수 있었다.
윤 회장은 독서를 통해 다양한 경험과 지혜를 얻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피터 자이한의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과 ‘시진핑 신시대 왜 한국에 도전인가’를 읽으며 현안을 고민했다.
그는 “역사 속 인물들을 통해 경영 전략을 배웠다”며 “특히 이순신 장군의 책과 사료를 탐독하며 그가 뛰어난 경영자이자 위대한 인격자라고 생각했다. 순수하게 한 길을 간 그를 따라가면 기업도 성공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이순신 리더십을 통해 세가지 경영철학을 도출했다. 기술경영, 인재경영, 독서경영이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
① 기술경영
거북선은 R&D의 결과물… 매출 5%는 연구개발에 투자
윤 회장은 이순신 장군을 역사상 최고의 경영인으로 꼽는다. 기업가의 시각에서 볼 때 이순신 장군은 일찍이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간파해 거북선과 천자총통 등의 무기를 개발하고 학익진 전술을 사용해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윤 회장은 “이순신 장군은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환경을 개척해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며 “대표적인 게 전장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담아낸 거북선이다. 이는 이순신 정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국콜마는 업계 최초로 ODM을 도입했다. 창업 당시만 해도 국내 화장품 제조업계는 선진국 산업체를 보조하는 주문자 납품방식(OEM)에 의존했으나, 한국콜마는 독자적으로 제품 연구 개발부터 디자인, 생산까지 도맡아 하는 시스템을 갖춰 전문 제조업체로서 입지를 세우는 데 성공했다.
1990년대 여성들이 주로 사용했던 건·습식 파운데이션인 투웨이케이크를 비롯해 K뷰티를 알린 마스크팩과 쿠션, BB크림 등을 대중화한 것도 한국콜마였다.
ODM 비즈니스는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불가능한 사업이다. 한국콜마는 창업 초기부터 직원의 30% 이상을 연구원으로 구성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또 연 매출의 5% 이상을 신소재와 신기술 연구에 투자한다. ‘성장한 만큼 투자하지 않으면 결국 퇴보하고 만다’는 게 윤 회장의 지론이다.
덕분에 자체 공장이 없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K뷰티’라는 이름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게 됐다. 업계에선 한국의 화장품 산업을 한국콜마의 ODM 사업 등장 전과 후로 나눠서 보는 시각이 많다.
윤 회장은 한국콜마를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는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전 세계 선크림의 표준을 우리가 만들었다”며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ODM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고, 결과적으로 수많은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당당히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자부했다.
② 인재경영
“모든 사람엔 능력이 있다”… ‘우보천리’ 정신으로 인재등용
이순신 장군은 신분에 상관없이 부하들과 진실한 마음을 나눈 소통의 리더였다. ‘난중일기’를 봐도 휘하 장군 1000여 명이 등장한다. 신분의 높낮이를 떠나 장점의 능력을 우선시했고, 칭찬과 포상도 아끼지 않았다. 또 신뢰를 바탕으로 차별 없이 인재를 등용했다.
윤 회장은 기업경영의 핵심을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을 움직이는 건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업(企業)의 기는 사람 인(人)과 머물 지(止) 자가 합쳐져 있다. 많은 사람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업을 경영해 가는 것이 경영자의 책임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사람들이 모여서 오래 있으면 기업이 커진다”며 “사람들이 오래 기업에 머무르게 하려면 밑바탕에 사람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이면지로 만든 노트에 명심보감 첫머리에 나오는 ‘천불생무록지인(天不生無祿之人), 지부장무명지초(地不長無名之草)’를 직접 써 보이며 “모든 인간에게는 고유의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유의 능력이 있다는 건 유능하다, 무능하다는 문제가 아니라 다르다는 걸 의미합니다. 좋은 학교를 나와도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모든 사람에겐 능력이 있으니, 그들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같이 살아가는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이순신 장군은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성웅이 됐다. 몰락한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과거 응시 자격이 박탈됐으나, 어머니가 진정서를 내 무과 급제를 이뤘다. 14년간 변방 오지의 말단 수비 장교로 일했고, 적군의 침입으로 나라가 어려워진 마흔일곱에야 제독(提督)이 됐다.
또 군자금을 만들기 위해 논밭을 갈고 소금을 구워 팔았다. 이순신이 성웅의 칭호를 얻기까지 그의 가족은 세 번이나 거처를 옮겨야 했다.
윤 회장은 이순신 장군의 삶이 ‘우보천리(牛步千里)’ 정신을 실천한 것이라고 봤다. ‘소의 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뜻으로, 일정한 속도로 걸어가는 소처럼 목표를 향해 꾸준히 정진하면 궁극적으로 목표에 가장 먼저 이를 수 있다는 의미다.
윤 회장은 혼자 빨리 가는 것 보다 여럿이 함께 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나와 하나를 합치면 둘이 아니라 셋 이상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의 철학은 2018년 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인수할 때 반영됐다. 당시 시장에선 중견기업이 대기업 계열사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으나, 윤 회장은 두 조직의 물리적·화학적 융합을 고민한 끝에 이듬해 경영 방침으로 일로동행(一路同行)을 내세워 단합을 도모했다.
그 결과 당시 8000억원대 수준이던 한국콜마의 연 매출은 지난해 1조8657억원으로 급증했다. 화장품에 한정됐던 사업 영역이 제약과 건강기능식품으로 확장하면서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우보천리 정신은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청년들에게 윤 회장이 건네는 조언이기도 하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서도 발이 느린 거북이가 이기잖아요. 우리는 거북이가 이긴다고 배워 놓고는 토끼처럼 빨리 가려고 하죠. 재주가 좋다고 뒤따르는 건 싫어하고 앞장서는 것만 좋아합니다. 그건 잘난 체하는 거예요. 그러다간 금세 지치고 말 겁니다. 승부는 50~60세가 되어야 보이기 시작합니다. 꿈을 가지고 천천히 정진하다 보면 목적지에 먼저 도착할 수 있습니다.
③ 독서경영
“책은 아버지가 주신 가장 큰 유산”… ‘123 원칙’ 지키며 해답 얻어
“아버지가 물려주신 가장 큰 유산은 책입니다.”
윤 회장은 책을 통해 경영의 지혜를 배웠다. 시작은 국민학교(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주신 쥘 베른의 소설 ‘15소년 표류기’였다. 배에 탔다가 무인도에 표류한 15명의 소년이 2년간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남는 이야기다.
윤 회장은 “이 책을 여러 번 반복해 읽으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를 배웠다”며 “아버지의 유산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경영철학의 근간이 된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도 책으로 만났다. 윤 회장은 독서를 통해 삶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의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인재들이 스스로 성장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 독서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윤 회장은 늘 책을 곁에 두고 ‘123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하루에 한 번(1) 책을 읽고, 일주일에 두 권(2) 이상 읽으며, 한 번에 세 종류(3)의 책을 읽는 것이다. 고전과 경제 서적 외에도 교양서, 소설, 시까지 여러 분야의 책을 동시에 교차해서 읽는 게 오랜 독서 습관이다.
2006년부터는 한국콜마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연간 6권 이상의 책을 읽고 독서감상문을 작성하는 독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승급의 중요한 요소로도 작용한다. 올해 4월 기준 임직원들의 누적 독서감상문은 13만2688건으로, 책 두께로 환산하면 백두산 높이를 훌쩍 넘는 3981m에 달한다.
특히 윤 회장은 역사 속 인물의 행적을 기업인의 시각으로 평가하는 걸 즐긴다. 문익점의 행적을 경영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두 권의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고려시대 문익점은 중국 원나라에 갔다 돌아오면서 목화씨를 들여와 산업의 토대를 일군 것으로 유명하다. 윤 회장은 앞서 많은 지식인들이 외국 문물을 배우기 위해 수천 년 전부터 중국과 일본을 왕래했음에도 백성들의 의복이나 삶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점을 들어 문익점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문익점은 단지 목화씨만 들여온 게 아니라 재배 기술과 면방직 기술을 배운 후 목화씨를 들여와 농사를 짓고 전국적으로 확산시켰습니다. 이전엔 백성들이 구멍이 숭숭한 베옷을 입고 사시사철을 나야 했지만, 면 직물이 보급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었지요. 이는 백성들을 위한 사랑이 기반이 된 것으로 지식인의 표상이라 볼 수 있습니다.
윤 회장은 ‘역사를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거울’이라고 보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석오문화재단 산하 역사연구원을 운영하면서 국사를 수능 과목으로 채택하는 데 기여했고, 해외 유출 문화재인 수월관음도를 25억원에 매입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 독립운동가 ‘최재형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나라꽃으로서 무궁화의 위상을 높이고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경기도 여주에 ‘콜마 무궁화 역사문화관’을 개관했다.
한국콜마는 올해 글로벌 경영을 강화할 방침이다. 상반기 중 미국 뉴저지에 ‘북미기술영업센터(북미센터)’를 준공하고, 펜실베니아주 공장에 기초 화장품을 기반으로 한 제2공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영업망을 대폭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역사 속 인물을 연구하고 알리는 일도 지속한다. 윤 회장은 “지식인은 정보를 독점해 내 주머니만 챙겨선 안 된다”며 “역사 속 위인의 삶을 보면 내가 지금 뭘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1년 후엔 이순신학 석박사들이 나오는데 이들과 함께 이순신 학회를 만들어 이순신에 대한 이론을 더 정립해 알리는 게 나의 꿈이자 희망“이라고 말했다.
2023.04.28 06:40
유윤정 생활경제부장
김은영 기자
'우생마사'처럼 우직하게 순리경영
소를 사랑하는 CEO
중기 몸담아 기업경영 익힌 후 창업
전기세 밀려도 대규모 탈세 거래 안해
소 조각상만 2,000개 넘게 모으기도
역사 탐구하는 CEO
목화씨로 백성들 삶 개선시킨 문익점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가로 평가해야
'군량물자 효율화' 이순신은 종합경영인
'우보천리' 같은 창업
청년창업, 보조금 연명 땐 도피처 불과
기업경영 꿈 지니고 철저한 준비 필요
글로벌 화장품 제조기업 한국콜마를 창업한 윤동한(사진) 회장의 서울 서초동 사옥 집무실 풍경은 여느 최고경영자(CEO)들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3평 남짓한 공간에 소파도, TV도, CEO 집무실이면 으레 연상되는 연습용 ‘골프채(?)’도 없다. 대신 윗변이 긴 직사각형의 테이블이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매주 임원회의가 여기서 진행된다.
더 흥미로운 것은 집무실 곳곳에 배치된 소 조각상이다. 양해를 구하고 세어보니 눈에 띄는 것만 8마리였다. 윤 회장은 소를 예찬하는 CEO다. 윤 회장은 “집무실 곳곳에 숨은 소들만 찾아도 8마리는 넘을 것(웃음)”이라며 “소를 좋아한다고 알려지니깐 지인들이 선물해준 것까지 포함해서 지금까지 모은 소 조각상이 어림잡아 2,000마리 이상”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 지론에 따르면 소는 순리를 가르쳐주는 존재다. 윤 회장은 이를 ‘우생마사(牛生馬死·장맛비에 말은 죽고 소는 살아남는다)’ 사자성어를 들어 공들여 설명했다.
그는 “홍수가 왔을 때 살아남는 동물은 헤엄을 잘 치는 말이 아니라 그보다 못한 소인데 말은 물살을 거슬러 가다 힘이 빠져 죽고 소는 물살에 몸을 맡기고 안전해지면 뭍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기 때문”이라며 “순리를 따라야지 무리를 하면 언제고 탈이 난다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 창녕 출신인 윤 회장은 영남대를 졸업한 뒤 농협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대웅제약으로 자리를 옮겼고 최연소 부사장까지 승승장구한 후 한국콜마를 창업했다. 윤 회장은 자신의 창업과정은 소처럼 묵묵히 걸어온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을 결심한 것은 농협에 있을 때였는데 영업·관리·인사·총무 등 기업경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중소기업(대웅제약)만이 유일한 목적지였다”며 “이때 창업가·기업가로서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순리를 따르는 인생을 설명해주는 일화는 또 있다. 지금은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기업으로 올라섰지만 창업 초기만 해도 고정비용을 걱정할 정도로 회사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때 대규모 생산 주문이 들어왔는데 발주처는 세금 누락을 위해 무자료 주문을 단서로 달았다. 전기세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인 터라 유혹에 넘어갈 만도 했지만 윤 회장은 끝내 주문을 받지 않았다.
윤 회장은 “일부 임원들이 그게 정 못마땅하면 본인들이 총대를 멜 테니 주문을 받자고 주장했지만 그들을 설득해 하지 않기로 했다”며 “나쁜 짓이라는 것이 한 번 하면 두 번 하게 돼 있고 괜찮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창업했는데 이를 어기면 꿈이 깨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CEO로서 윤 회장을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역사다. 윤 회장은 역사를 공부하는 CEO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역사를 가르치는 교육가가 되고 싶었지만 가난 탓에 꿈을 잇지 못했다고 말한 윤 회장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지식의 창구는 경험이고 역사는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시대를 초월해 알려주는 스승”이라며 “인간은 역사를 통해 지식과 삶의 가치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산 정약용을 통해 탐구정신을 배우고 연암 박지원을 읽으면서 시대 정신의 구현이라는 가치를 배웠다”고 덧붙였다.
역사 연구가로서 윤 회장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위인들이 있다. 문익점과 이순신이다. 윤 회장은 문익점은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가, 이순신은 농업을 중시한 종합경영자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역사를 보면 기업인에 대한 공식 기록이 없는데 여러 해 실록을 공부한 끝에 문익점이야말로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가라는 결론을 얻었다”며 “단순히 목화씨를 가져왔기 때문이 아니라 이를 재배해 더 많은 씨를 얻고 주요 문중들에 씨를 나눠주면서 선의의 경쟁을 유도했고 무엇보다 엄동설한이면 추위에 목숨마저 위태로웠던 백성들의 삶을 개선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이순신을 전투에 능한 장군으로만 알고 있지만 이순신은 양곡·생선·소금 등 각 지역마다 보유량이 달랐던 물자들을 효율적으로 조정해 군량 물자를 구축했던 종합경영인이었다”고 해석했다.
윤 회장은 올해로 창업가로서 28년째를 맞았다. 지난 정부부터 지금의 문재인 정부까지 창업을 장려하는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선배 창업가로서 이 땅의 많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어떤 주문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그는 ‘우보천리(牛步千里·우직한 소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라는 사자성어를 던졌다.
윤 회장은 “창업은 어려운 작업이어서 금방 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가 말해주듯 참고 기다리면서 자신만의 소명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지금 유행하는 청년창업이라는 것은 국가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형태에 불과해서 남들과 다른 기술력·경쟁력이 없다면 창업은 그저 취업이 어려워 선택하는 대안일 뿐”이라며 “창업은 도피처가 돼서는 안 되고 평소 기업경영에 대한 꿈이 있는 사람만이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 선택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경제
2018-06-11 17:19:06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연 20%씩 성장하는 한국콜마의 비법 노트
http://www.1234way.com/sub02/sub02_view.html?number=1310&Ncode=webzine
한국콜마 성장세가 무섭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연평균 20%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음은 물론 올 1분기엔 국내 화장품 ODM 업계 1위인 경쟁업체 코스맥스보다 더 높은 실적을 올렸다. 업계에선 한국콜마가 내년쯤이면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일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저성장의 그늘 속에서도 한국콜마가 무서운 실적을 올리는 비결은 무엇일까.
◇전진기지 거래처 확보에 주력
첫 번째로 한국콜마는 전진기지 구축에 힘썼다. 여기서 전진기지란 어떤 상황에서도 회사를 믿고 제품을 거래하는 ‘믿을만 한’ 거래처를 의미한다. 현재 한국콜마는 국내·외 500개가 넘는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다. 믿을만 한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고 판매 실적까지 좋으니 거래처와 한국 콜마 사이에는 돈독한 신뢰관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한국콜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래처 관리에 힘써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한다. 상품의 기획, 개발부터 완제품의 생산, 품질관리, 출하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토털서비스제도를 운영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또 최근엔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시장에 생산 체계 구축해 안정적인 거래처 제품 공급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R&D 투자 잘하면 중소가 중견 되고 중견이 대기업된다”
중소·중견 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R&D에 주력을 다한 것도 히트 상품이 나오는데 큰 도움이 됐다. 실제 한국 콜마의 2017년 대졸 신입 사원 103명 중 40% 이상이 R&D 인력이다. 절대적인 수가 많으니 아이디어도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콜마에선 1만5000품목 이상의 제품을 생산함에도 불구하고 이 중 같은 처방으로 생산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주목할만 한 점은 한국콜마의 R&D 정신이 무조건 새 기술을 개발하는 게 아닌 지금의 기술을 어떻게 더 편리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라는 연암 박지원 선생의 법고창신(法古創新)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새로운 것보다 있는 것을 어떻게 개선할 것이냐를 먼저 생각해 비교적 빠른 시간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것이다.
◇특허권 확보는 중견기업의 무기
공격적으로 특허권 확보에 나선다는 점도 특징이다. 중견기업일수록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기술력이 중요한데, 이 기술력을 뒷받침 해주는 게 바로 특허 출원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콜마는 창업 이후부터 특허권 확보에 주력해왔는데, 2017년 1월 기준 특허 출원건수만 국내 화장품과 ODM 업계 최고 수준인 545건에 달한다.
2017-07-20
문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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