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가 맛있다 / 과일카페
•회사명 : (주)파머스페이스 (대표 서호정)
•위치 : 부산광역시 금정구 부곡로 141번길 1 한창빌딩 401호
소농가 살리고 도시인 건강 먹거리 선물하는 '착한 기업'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30706000027
"사장님, 멜론 빨리 냉장고에 넣어야 해요, 벌써 오후 4시가 넘었어요."
지난 3일 오후 밀려드는 손님의 주문을 응대하느라 손이 달린 '열매가 맛있다' 카페 매니저가 인터뷰 중인 서호정(32) 파머스페이스㈜ 대표에게 툭 던지듯 내뱉었다.
▲ 예비사회적기업 '파머스페이스㈜ 서호정(맨 왼쪽)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부산 금정구 장전동 '못난이' 과일카페 '열매가 맛있다'에서 직원들과 함께 모 요양원에 기부할 과일도시락을 만들던 중 사진 촬영에 임했다. 파머스페이스는 이날 과일도시락 200개, 다음 날 100개 등 총 300개를 기부했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서 '열매가 맛있다' 카페 운영
껍질째 즙, 시럽 없이 과일 본연의 맛
멜론 빙수·청포도 주스 인기몰이
농촌과 긴밀한 네트워크
온라인 직매장 통해 유통경로 축소
일반 과일 비해 맛·품질 차이 없는
'못난이 과일' 적극 활용 가격 낮추고
손님 눈앞 바로 가공 믿음 심어
매달 한 번 복지관에 과일도시락 기부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뿌듯
지난 3월 부산 금정구 금강로(장전동)에 문을 연 '열매가 맛있다'는 올 상반기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파머스페이스'가 온라인 쇼핑몰(www.fspace.co.kr)에 이어 개설한 오프라인 매장. 부산 최초의 '못난이 과일' 카페다.
최근 이 카페의 '눈꽃 멜론 빙수'가 인기를 끌면서 이처럼 촌극을 다투는 상황이 전개됐다. '열매가 맛있다' 주방 냉장고가 수용할 수 있는 멜론은 약 40개 정도. 그렇다 보니 개점 후 두세 시간이면 '품절'이 되고, 새로운 '멜론 빙수 그릇'이 차가워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카페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네요.
"입소문이 제법 나기 시작했어요. 다양한 제철과일 도시락에, 똑같은 생과일주스라도 착즙기계로 맛과 영양을 살리고, '못난이' 과일로 가격도 경쟁력이 있는 편이지요. 최근엔 빙수 메뉴까지 가세하면서 매출도 늘고 있어요."
-매출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매출만 본다면 부산의 카페 '톱5'에 들어가지 않을까요? 다른 카페들이 워낙 낮게 원가를 책정하는데 비해 우리는 좀 센 편이어서 수익은 덜 나겠지만요."
-확실히, 청포도 주스 경우는 과한 것 같네요.
"재료 값이 근 60%에 육박해요. 시럽을 하나도 안 넣고 껍질째 즙을 내서 그 정도 단맛을 내니까요. 그래도 온라인 쇼핑몰보다는 더 남아요. 원래 먹는장사는 (재료비를)30% 넘기면 안 된다고 해요. 물론 커피는 10%밖에 안 되지만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수익이 나는 제철과일이 있어서 괜찮아요. 재료비가 30%가 채 안 되는 것도 있거든요. 어쨌든 소비자는 제대로 된 걸 저렴하게 먹고 싶어 하잖아요. 온라인 쇼핑몰만 해도 복잡한 농산물 유통 경로를 축소해서 소농가 농산물을 직접 홍보하고 직거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농부들은 열심히 농사만 짓게 하는 거고, 도시민에겐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겁니다."
-말씀하신 대로라면 온라인 쪽 수익은 크지 않겠네요. 온·오프라인 매장 유지비와 직원들 월급은 '열매가 맛있다'에서 나오는 건가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온라인은 어떻게 하든지 많이 팔아서 농부들 물량을 소진해 주는 취지고요, 카페 쪽은 '+(플러스) 수익'인 거죠."
-친환경 농산물뿐 아니라 수입과일도 취급하던데….
"친환경 농산물과 '못난이' 농산물이 기본이지만 카페에선 어쩔 수 없이 수입 과일도 취급해요. 다만, 그것들도 거품세정기에 반나절 정도 담가서 충분한 세척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서 대표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창업 초기인 만큼 기대감 못지 않게 불안감도 컸다. 지난해 9월 창업 당시 5명이던 멤버는 3명으로 줄었다.
"창업이다 보니 금세 수익이 발생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나마 발생한 수익금은 재투자를 해야 했고요. 결국, 경제적인 문제로 1명이 그만두었고, 학업 문제로 1명 더 하차하면서 윤영준(마케팅 담당)과 송인애(재무 담당), 그리고 저(유통 및 총괄)까지 3명이 되었어요. 대신, 우리와 거래할 소농가를 찾고, 물품 협상을 하고, 수입과일 등의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일을 도와주시는 어르신 세 분이 더 계셔요."
-그래도 대학가에 카페를 열 정도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했을 텐데요.
"작년만 해도 저도 대학원생이었고, 멤버들이 다 젊잖아요. 공모전이란 공모전은 다 도전했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첫 사업비를 마련했고요, 해외 견학도 '해외연수 아이디어 공모전'에 선정된 결과였어요.
이후 정주영창업경진대회 본선 진출, 창업동아리 선정, 중기청, 부산시 예비사회적기업 사업개발비 등등을 합해서 총 1억 원 넘게 모았어요. 솔직히 저흰 한 푼도 없이 시작했는데 점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면서 엔젤 투자자의 관심도 끌게 되었어요."
-파머스페이스에서 지향하는 건, 결국 '착한 소비'와 소농가를 살리는 겁니까?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할 때 콘셉트는 공생이었어요. 농촌과 도시의 공생, 서로 간에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지지하는. 그런데 하다 보니까 공생으로는 사업자 등록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파머스페이스, 즉 농부들의 공간을 우리가 만들어 드리자고 생각한 거죠. 그 공간에선 농부도 즐겁고, 소비자 역시 즐겁게 쇼핑할 수 있는 공간일 테니까요."
-비즈니스 모델은 있었겠죠.
"일본 와카야마의 '메케몬 히로바'라는 농산물 직매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메케몬에선 농민들이 직접 농산물 가격도 책정하고 'B급 농산물'도 판매했는데 작고 못 생긴 농산물도 불티나게 팔리는 걸 보고 '저거다!' 싶었어요."
-'못난이 농산물'은 그렇게 탄생한 거네요.
"하지만 일본과 달리 '못난이 과일'에 대한 국내 인식이 낮은 편이어서 고생하고 있어요. 사실 '못난이'라고 해도 맛과 품질 면에선 일반 상품과 거의 다를 바 없고, 낙과나 선별 과정에서 모양이 변하거나 멍이 들어 상품가치가 떨어진 것들인데 농가에선 헐값에 넘기는 현실이 벌어지잖아요."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그죠.
"그걸 타개하기 위해 생각해 낸 게 가공이었어요. 가공 역시도 손님이 직접 보는 눈앞에서 하고, 그 금액은 원래의 과일 가격보다 낮춰야 겠다는 전략이었죠."
-대학 전공은 사회복지였다고 들었는데 대단하시네요.
"사회복지사로 3년간 근무했어요. 그때 알았죠. 사회복지만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외면한다는 것을요. 너네들 구걸하러 왔나는 인식이 강했으니까요. 그래서 더더욱 마케팅, 경영 개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마침내 창업과 함께 그 꿈을 조금씩 펼쳐가고 있는 겁니다."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게 있나요?
"더 재밌게 놀고 싶어요."
-구체적으로는요.
"이 사업을 더 확장시키고 싶어요. '열매가 맛있다'를 사회적기업으로서 프랜차이즈화도 시켜보고 싶어요."
-2호점을 생각 중이시네요. 사회적기업도 프랜차이즈가 가능한가요? 제가 해운대 쪽에 하나 낼까요?
"지금은 관공서 쪽으로 알아보고 있어요. 부산디자인센터 쪽도 알아보고, 부산일보 건물도 생각해 봤어요. 공동모금회가 있잖아요. 관공서나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쪽으로 접근할 생각입니다. 당장은 이달 중순께 선보일 '네이처 박스' 사업을 좀 더 크게, 전국 쪽으로 확장시켜 보고 싶어요."
-'네이처 박스'는 또 어떤 사업인가요?
"이것도 부산에선 처음 시도하는 것입니다. 중기청 지원을 받았습니다. '못난이'도 들어 있고, 일반 과일도 있는 과일종합세트라고 할까요. 제철과일 6~7종을 배송비 포함해서 매주 2만8천 원에 각 가정까지 배달하는 겁니다. 당장은 주문 물량이 얼마 안 될 테니 차를 몰고 다니면서 직접 배달하겠지만 주문이 늘어나면 구마다 있는 복지관과 연계해 그 물량을 넘기고 싶어요. 그렇게 해서 지역 일자리도 창출하려고요."
-사회복지 전공도 살리는 셈이네요. 현재 시행 중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있습니까?
"창업 초기부터 매달 한 차례 복지관을 돌아가면서 '과일도시락'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또 지역의 젊은 화가들에게 매장을 전시공간으로 무료 제공하기도 하고요. 다음 달부턴 '나눔 쿠폰'도 시행합니다. 고객이 주스를 사먹을 때마다 나눠주는 쿠폰 중에 노란색은 따로 모아서 기부하는 방식이죠. 저희 가게는 1+1로 매칭을 할 거고요. 기부한 내용은 다시 매장 내에 포스팅을 하면서 투명하게 하려고요."
-파머스페이스가 내세우는 모토가 있나요?
"'건강해지는 느낌'이요. 어찌 보면 두루뭉술한데, 소비자들은 제대로 된 과일을 섭취하고, 더불어 착한 가격에 사먹는 거잖아요. 그 가격의 일정 부분은 사회 공헌활동에 쓰고, 또 농민에게 도움을 주는 거잖아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건강해지는 느낌요."
-앞으로 이 사업 전망은 어떨 것 같습니까?
"어떤 교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사람들은 항상 망각을 하고 있는 게 있다. IT , IT라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농업이라고. 농업은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절대 무시할 수도 없고, 간과해서도 안 되는 필수적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 농촌 사정은 정말 힘들다.'
물론 그때 그 교수님이 강조하신 것은 물류 허브를 구축하는 것이었지만 우리로선 힘드니까 틈새시장 '못난이'를 열게 된 거고요. 하지만 지금도 믿고 있어요. 기존 대형 브랜드를 이길 순 없지만 그들이 안 하는 걸 우리가 하게 되면, 비록 아무것도 아니지만 선도 브랜드가 되고, 그게 알려지면 우리도 무한 가능성이 있다고요. 한번 지켜봐 주십시오!"
2013-07-06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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