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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렌시아〕소가 위협에서 피할 수 있는 투우장의 한지점

Paul Ahn 2017. 12. 8. 10:43

케렌시아소가 위협에서 피할 수 있는 투우장의 한지점

http://blog.naver.com/itsmejoon/221156412587

 

'케렌시아(Querencia)'는 스페인어로 '피난처, 안식처,  귀소본능' 뭐 이런 뜻이다.

그런데 우리가 쓰는 이 단어의 뜻은 투우장에서 나온 것이다.

 

 

 

투우장의 소는 투우사와 싸움을 벌이기 전에 투우장을 쭉 둘러본다. 그리고 투우장 안에서 자기가 위협을 피할 수 있는 지점을 찾고 기억해 둔다.

 

투우사와의 혈투가 시작된다. 시간이 흐르고 소의 몸에는 반데리야(작살, 창)가 꽂혀 있다. 소는 아까 기억해 둔 그 지점으로 간다.

 

 

 

소는 마지막으로 숨을 고른다.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잦아들고,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마지막 에너지를 쏟을 준비가 되면, 소는 다시 투우사를 향해 돌진한다.

 

마지막 숨고르기를 할 수 있고 위협에서 피할 수 있는, 소 스스로가 찾고 정한 투우장의 그 지점을 '케렌시아'라고 한다.

 

헤밍웨이는 투우장에 자주 갔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서 격렬한 전투와 죽음을 볼 수 있는 곳이 투우장 뿐이라고 했단다. 그런데 투우를 좀 본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케렌시아에 있는 소는 다루기가 몹시 위험하고 죽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케렌시아에 있는 소를 죽이려고 덤벼들다 목숨을 잃는 투우사가 부지기수다.”

 

소에게 있어 케렌시아는 에너지를 비축하는 장소이고, 안전하고 또 싸움에 아주 유리한 지점이다.

 

 

현대인의 케렌시아

 

전쟁같은 삶을 살고, 전투같은 하루를 사는 현대인에게도 케렌시아가 필요하다. 그래서 요즘 케렌시아를 제공하는 곳에 생겼고, 계속 늘고 있다. 수면 카페, 낮잠영화관 등이 있다. 또한 원래 자기 자리에 가장 맘에 드는 자기만의 공간을 직접 꾸미는 사람들도 있다.

 

수면카페

사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낮잠 카페'다.

점심시간에 낮잠을 잘 수 있는 곳. 누적되는 피로에 지친 이들이 갈 수 있는 피난처이다. 피를 철철 흘리며 비틀거리는 소가 케렌시아로 가는 것  처럼, 계속되는 야근과 잦은 회식에 너덜너덜해진 직장인들이 수면카페로 몰려드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수면 카페는 정오가 조금 넘으면 만석이라고 한다. (가격은 시간당 만 원정도)

 

낮잠 카페는 태평양 건너 왔다. 태평양을 건너는 데 15년정도가 걸렸다.

2000년대 초반 미국 뉴욕에서 유행했던 것이 한국에서는 2016, 17년쯤 생긴 것이다. 물건너 그쪽 세상이 우리보다 쬐~금 더 빡빡한 모양이다.

 

낮잠영화관

여의도 CGV는 11시 반부터 1시까지 '시에스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침대처럼 180도 젖혀지는 리클라이너 좌석, 클래식 음악, LED 촛불, 허브차, 담요, 귀마개, 안대, 슬리퍼까지, 낮잠 자기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용료는 만 원)

 

럭셔리 낮잠

드리마에서 몇 차례 보여줬던 모습인데,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병원에 찾아가서 수액을 맞으며 한숨 푹 자는 것도 단시간에 에너지를 충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시내병원에서는 낮잠&수액 서비스를 상품으로 내놨다. 비타민, 마늘, 태반주사등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비용은 10만 원정도)

 

 

데스크테리어

 

2016년 기준 대한민국 직장인 연평균 근무시간이 2천시간이라고 한다. 어딘가로 가서 잠깐 쉬었다가 다시 전장으로 돌아와야 하는 것이 싫은 사람들은 아예 자신의 사무공간을 케렌시아로 만들어 간다. 자신의 근무책상을 자기에게 딱 맞는 자기만의 공간으로 만드는 사람들을 데스크테리어족이라고 한다.

 

 

패스트 힐링

 

'힐링'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그러나 늘 시간이 문제가 되었다. '힐링은 필요한데 시간이 없어' 그래서 결국 포기하고 사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이걸 살짝 바꿔 생각한 것이 패스트 힐링 아이템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시 투우장의 소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우리 현대인을 비유한 우리의 '소'는 작살과 창에 맞아 힐링이 필요하다. 그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풍경보며 풀을 뜯으며 힐링을 해야 하지만,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다. 투우사와의 혈전을 계속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는 아주 잠시동안이라도 숨을 고르고 힘을 모으기 위한 케렌시아로 간다. 우리 현대인들도 가쁜 숨을 고르기 위해, 방전된 에너지를 급속충전하기 위해 패스트 힐링 공간에 찾아 가야 하는 것이다.

 

 

비싼 휴식

 

한 시간동안 쉴 공간을, 한 사람이 눕는 작은 공간을 제공하고 만원을 받는 것은 사실 상당히 비싸다. PC방 가격의 10배다. 그러나 만석이다. 사람들은 질높은 휴식에 돈을 기꺼이 투자한다.

소비트렌드가 확실한 것 같다. 2018년, 케렌시아를 어떤 방식으로 제공하는 사업 아이템이 등장할지 그리고 그중 어떤 사업이 뜰지, 또 어떤 사업이 치킨게임을 하게 될지 몹시 궁금하다.

 

2017. 12. 6.

작성자 빈이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