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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 / 베이징 왕징, 불고기와 냉면

Paul Ahn 2019. 2. 26. 08:31

★서라벌 / 불고기와 냉면

 

◇중국 한식당의 대명사로 자리매김

 

한우리외식산업(주)의 서라벌이 중국시장에 진출한 것은 지난 1991년. 외식업체의 중국진출이 활발한 지금과는 달리 당시의 중국시장은 한국 외식업체에게는 황무지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더구나 한중수교가 시작되기도 전인 탓에 한국음식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은 기대하기도 힘들었던 실정으로 초기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서라벌은 ‘음식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중국에 알리자’라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 ‘한우리’라는 국내에서의 브랜드 대신 중국인이 발음하기 쉬운 ‘서라벌’이라는 이름으로 호감을 전하는 데 주력했으며 ‘한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 하에 언제나 변함없는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했다.

 

성공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북경 1호점 오픈 이후 6개월이 지나자 예약 없이는 자리조차 잡기 힘들 정도가 된 것. 15년이 지난 지금에는 중국 15개, 홍콩 2개 등 17개의 해외 매장을 거느리며 외화획득에 일조하는 명실공히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수많은 외식업체가 중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이 중 진정 ‘성공’이라는 말을 붙일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 대통령은 몰라도 서라벌은 안다’고 할 만큼 중국 내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서라벌은 중국 진출을 꿈꾸는 외식 관계자라면 한 번쯤 벤치마킹해볼 만한 가치를 지닌 곳이다.

 

 

◇현지화는 NO, ‘진짜’ 한국음식으로 승부

 

해외에 진출한 대다수의 기업이 현지화에 주력하는 것과는 달리 서라벌은 브랜드 고유의 컨셉을 고수, 중국 시장에 제대로 된 한국음식을 알리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이에 따라 현지인 입맛에 맞추지 않고 국내에서 사용하는 레시피를 그대로 적용, 마치 한국의 서라벌 또는 한우리 매장에서 식사를 하는 듯한 느낌을 제공했다. 위험부담은 크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의 한국음식 세계화를 위해 누군가는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이같은 판단은 적중해 서라벌을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이것이 진짜 한국음식입니다’

 

중국 서라벌의 메뉴판은 한국의 그것과 똑같다. 단지 가격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서라벌은 중국인에게 한국음식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정통성’을 택했다. 현지인 입맛에 부합하도록 레시피를 변형할 경우 자칫 한식 특유의 색깔이 흐려지는 것을 우려해서다.

 

이처럼 정통성을 고수하다 보니 처음에는 메뉴에 대한 중국인 고객의 컴플레인도 적지 않았다. 푸짐한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 특성상 수십 가지 메뉴를 갖춘 여느 음식점과 비교가 됐던 것. 샤브샤브와 국수전골, 로스편채 등 메인 메뉴를 중심으로 식사류까지 포함, 15가지 정도의 메뉴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는 이유였다. 당시 서라벌을 찾는 중국인의 대다수는 ‘한국음식은 메뉴 수도 적고 모든 음식이 매운 것 뿐’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을 정도로 한식을 이해하는 이들이 전무한 실정이었다.

 

선입견을 깨고 정통 한식을 알리고자 최고의 식재, 정직한 음식을 모토로 메뉴 품질강화에 주력했다. 시장 가격의 10배는 되는 kg 당 110위엔 짜리 소고기로 전골과 갈비 맛을 내고 국수도 매일매일 매장에서 직접 뽑아 사용하는 등 메뉴의 고급화에 주력한 결과 차츰 중국인 단골이 증가, 현재는 중국인 고객 비율이 전체의 90%에 이르고 있다.

 

 

◇개량 한복 착용한 중국인 직원

 

음식과 함께 서비스도 한국식을 그대로 적용했다. 특히 신경 쓴 부분은 메뉴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고객 한명 한명에게 최고급의 소고기를 사용했다는 점과 중국에서 구하기 힘든 한국 식재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중국 것으로 대체했음을 상세히 설명하도록 교육시킴으로써 서라벌만의 컨셉을 인지시켰다.

 

친절 교육도 병행했다. 무뚝뚝한 기질을 갖고 있는 중국인의 경우 음식점 주인이 고객에게 인사도 안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매일 아침 조회를 통해 점장 이하 전사원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 연습을 했다. 여기에 한국의 고급 식당에서나 접할 수 있는 일대일 서비스 등 한국식 교육을 접목시켜 서비스 매뉴얼을 완성했으며 모든 종업원은 한국 매장과 동일한 개량한복을 착용하는 등 전통 한식당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고급화 전략으로 중국인 고객 만족도 높여

 

서라벌이 고급 한식당으로 정착하는 데는 고단가 전략도 주효했다.

한 때 주변에 수많은 경쟁업소가 난립, 업소 간의 음식 가격 인하가 유행처럼 번졌던 적이 있었다. 이 와중에도 가격을 인하하지 않은 곳은 서라벌밖에 없었다고. 원래의 가격을 고수하며 내점 고객 하나하나에게 정성을 다하는 서비스로 두터운 신임을 얻기 시작해 현재의 높은 고객 만족도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평가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대개 교포를 대상으로 하는 여느 한식당과는 달리 철저히 중국인을 대상으로 운영, 전체 고객의 90% 이상을 중국인으로 채웠다는 점이다. 고객 신분도 다양해 일반인에서부터 관공서 공무원, 사업가,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치인을 포함한 사회 저명 인사들의 접대 장소로 애용될 만큼 지명도가 높은 편이다.

 

크게는 600평에 이르는 대형 매장과 고급스럽고 깔끔한 분위기는 서라벌의 고급화 전략을 완성시켜주는 부분이다. 북경 양마점의 규모는 200평, 2호점인 연사점은 600평으로 대규모를 지향한다. 연사점의 경우 직원 수만 200명 이상, 연사백화점 지하 1층 전체를 매장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며 올 초 리뉴얼을 통해 한층 깔끔한 분위기로 거듭나기도 했다.

 

 

◇효율성 높이는 운영 시스템

 

운영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서는 메뉴와 서비스 등 고객 접점에서 발생하는 일들과 함께 내부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수다. 특히 국내 매장과는 달리 지속적인 관리가 힘든 해외 매장의 경우 철저한 시스템 없이는 원활한 매장 운영을 기대하기 힘들다.

 

매장당 평균 100여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함에 따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관리다. 통상 ‘시키는 것만 하는’ 중국인 특성상 국내 수준의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철두철미한 교육과 함께 체계적인 조직 구조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직영 또는 가맹 여부와 관계없이 주방장과 점장만은 반드시 한국인으로 채용한다는 기준을 마련,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한우리 직원 가운데 근무실적 우수자나 파견 희망자를 선발하기도 하며 외부 직원의 경우 한식당 근무 경험이 있는 경력자 가운데 본사 기준에 부합하는 이를 우선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매장 운영에 관해서는 본사의 운영 기준 하에 점장과 주방장에게도 일정한 권한을 부여해 자율적으로 시행케 함으로써 점포당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예를 들어 음식의 경우 기본 매뉴얼을 바탕으로 음식의 간 및 찬류 등 사이드 메뉴는 주방장 재량에 맞게 일별·계절별로 교체, 매장별 고객 특성을 적극 반영하는 식이다.

 

직원 관리가 용이해지면서 달라진 부분은 위생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 변화다. 초창기 주방과 홀 등 매장 위생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직원 스스로가 위생적인 매장을 자랑삼을 정도로 자발적인 관리가 이루어진다고. 실제로 주방 환경을 궁금해 하는 이가 있다면 100% 주방을 공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주방 투어를 진행할 정도다. 서라벌에 대한 신뢰도가 자연스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외형보다는 내실, 중국 넘어 아시아 시장 노크

 

첫 해외 매장 개설 후 15년이나 지났지만 중국과 홍콩을 포함한 서라벌 매장수는 겨우 17개에 불과하다. 평균 1년에 한 개꼴로 신규 매장을 오픈한 셈. 최근 중국을 포함한 해외에 진출한 여타 외식업체과 비교했을 때 극히 낮은 수치다.

 

하지만 외형만으로 가치를 판단할 수는 없는 법. 한우리외식산업(주)의 조용훈 대표는 해외 진출 8년째인 지난 1999년에는 외화획득과 국위선양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바 있다. 현재 가장 높은 매출을 보이는 북경 연사점의 경우 일 18만 위엔, 연간 매출로 따지자면 한화로 100억원에 달한다. 이쯤이면 한국음식을 알리는 동시에 외화벌이에도 기여하는 민간 외교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이처럼 무리한 외형 확장을 통한 매장수 증대보다는 내실있는 ‘알짜배기’ 운영을 통해 탄탄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이에 따라 현재의 직영과 가맹 1:2 비율을 적절히 유지하는 동시에 운영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향후 해외에 있는 모든 매장의 통합 관리를 진행할 수 있는 청사진을 그려 놓았다.

 

중국과 홍콩을 넘어 향후 공략해 나갈 곳은 아시아 시장으로 아시아권 진출을 희망하는 투자자들로부터 계속되는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와 동시에 현재의 중국 시장도 지속적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북경을 거점 삼아 서안에서 중원 지방을 지나 상해·남방 지역으로 연이어 진출, 향후 10년 내 중국 전역의 주요 도시에 서라벌의 깃발을 꽂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가장 큰 성공비결은 ‘신용’

 

“서라벌의 성공비결은 바로 신용입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일수록 정직해야 한다는 이념을 지켜온 것이 서라벌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심어줬던 것 같습니다.”

 

최경의 차장을 비롯해 한우리외식산업(주) 전직원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고객과의 신용이다. 이는 중국 서라벌의 경우도 마찬가지. 깐깐한 식재관리는 기본이고 고기 한 점, 야채 하나까지도 정확한 분량을 제공하는 등 한결같은 모습에 중국인들은 감탄을 마지않았다.

 

제대로 된 한국음식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도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 번은 홍콩 서라벌에서 불고기를 드셨다는 외국인 고객을 만난 적이 있다”며 “한국음식은 모두 달고 짜고 매운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서라벌의 불고기를 먹고 나서 한국음식을 다시 보게 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더란다.

 

중국에 진출한 지 15년이 지났다. 올 들어 활발한 매장개설은 없었지만 2008년 북경 올림픽을 기점으로 다시 한 번 박차를 가할 계획. 언젠가는 중국 전역에 서라벌 매장을 개설, ‘서라벌’ 하면 중국인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이 최경의 차장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