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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행주(疏幸住) /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Paul Ahn 2019. 10. 21. 09:24

소행주(疏幸住) /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열린 집' 소행주의 성공 비결

http://v.media.daum.net/v/20130402023807345?f=o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는 일오집의 미래다. 소행주가 지은 공동주택 1호, 2호에 이미 18가구가 입주해 있고, 오는 9월이면 3호도 완공된다. 단, 협동조합 형태는 아니다. 1990년대부터 서울 마포구에 성미산마을이라는 독특한 마을 공동체를 일궈온 주민 일부가 2011년 소행주라는 마을기업을 만들었고, 이들이 새 공동주택 입주자를 모으고 땅을 사들이는 코디네이터 구실을 하고 있다.

 

소행주를 찾아간 3월13일. 2호 건물 입구에 놓인 나무 벤치가 눈길을 끌었다. 마침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곳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골목에 나와 있던 입주민들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기다릴 때는 물론이고 지나가던 주민 누구라도 앉아 쉬며 햇볕을 즐기라고 내놓은 의자"라고 설명했다.

 

 

ⓒ시사IN 백승기 '소행주'(위)는 서울의 비싼 땅값 때문에 마당을 못 만든 대신 옥상에 정원과 텃밭을 꾸몄다.

 

소행주의 성공 비결은 이처럼 열린 집이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자신들의 지난 3년을 기록한 신작 < 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 > (현암사)에서 이들은 '감히' 이렇게 선언한다. "다음의 사람들은 이 책을 사지 말기를 권한다. 빌려서도 읽지 마시라. 첫째,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고 싶지도 않고 몰라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집을 부동산으로만 여겨 프리미엄이 오를 듯한 지역의 아파트만을 살피는 사람…이웃집 아이가 어떻든 관심 없고 내 자식이 늘 혼자 놀아도 괜찮다는 사람…." 이들은 이웃과의 교류가 단절된 집, 소통이 없는 집은 결코 행복한 집이 될 수 없다고 소행주라는 이름에서부터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소행주 내부는 큰 집이라야 122㎡(37평). 작은 집은 50㎡(15평) 남짓하다. 그래도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고 2호 주민 신소윤씨는 말한다. 비결은 '내가 가진 욕구를 내 집 안에서만 해소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 쉽게 말해 어쩌다 한 번 이용하는 오디오 시스템, 운동기구를 왜 집 안에 이고 지고 살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대신 '씨실(1호)' '느티재(2호)'라 불리는 커뮤니티 공간을 적극 활용한다. 입주민들이 3.3㎡(한 평)씩 비용을 분담해 마련한 33㎡(10평) 남짓한 공동 공간이다. '웬만한 개인 거실보다 훨씬 크고, 웬만한 개인 주방보다 좋은 시설을 갖춘' 이곳에서 입주민들은 영화를 함께 감상하는가 하면 독서 모임, 기타 배우기 모임 등을 가진다. 손님을 치르는 데도 맞춤한 공간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역시 아이들 놀이터로서다. 아이들은 이곳 말고도 복도, 계단으로 몰려다니며 논다. 육아 부담을 던 부모들은 대환영이다. "아이가 아주 어린 엄마끼리는 품앗이 육아도 한다. 일주일에 하루, 두세 시간씩 세 집 아이를 보는 동안 나머지 두 집 엄마는 자유 시간을 갖는다"라고 박종숙씨는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느티재에서 저녁을 함께 먹는다"라고 신소윤씨는 말했다. 집집마다 반찬 하나씩만 가져와도 진수성찬이니 가사 부담이 크게 줄었다.

 

 

ⓒ소행주 제공 공동 커뮤니티 공간에서는 다양한 모임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시,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건설

이날 소행주를 돌아본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입주민 윤상석씨는 "내가 11평짜리 집에 사는데 입주 시 1억8000만원이 들었다. 서울에서 이 돈으로 어떻게 내 집을 마련했겠나"라고 말했다. 게다가 집이 작아졌어도 공동 공간이 있으니 불편함이 거의 없고 관리비도 훨씬 적게 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공유를 통해 주거비용을 낮추고 행복감은 높이는 모범을 소행주가 보여주고 있다"라고 평했다.

 

주목되는 것은 소행주나 일오집 같은 모델이 공공주택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 협동조합으로 집을 지으려 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높은 땅값인 만큼 정부나 지자체, 비영리 단체가 소유한 공공의 땅을 장기 저가로 빌려주는 토지임대부 주택협동조합, 임대주택협동조합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기노채 (주)아틀리에 대표는 말한다.

 

 

ⓒ소행주 제공 입주민이 안 쓰는 낮 시간대에는 동네 사람들에게 이 공간을 빌려주기도 한다.

 

서울시의 경우 이미 강서구 가양동에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을 시범 건설한다는 계획 아래 지난해 11월 입주자 24가구를 모집한 바 있다. 만 3세 미만 자녀를 둔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육아를 공동 목표로 한 협동조합'을 만들게 될 이들은 한 달에 한 번꼴로 모여 머리를 맞댄다.

 

입주 예정자 조인영씨는 "소행주처럼 공동 공간을 넓게 쓰고 싶다. 입주민뿐 아니라 다른 가양동 주민들까지 이용할 수 있는 공동육아, 방과 후 학교 시설도 만들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이들의 구상을 현실화할 수 있게끔 설계반영회의를 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식으로 집을 짓는 것은 처음인 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마포구 만리동에 예술인 중심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2호를 짓는다는 계획 아래 조만간 모집 공고를 낼 계획이다.

 

'일오집' 성공 비결 3줄 요약

·행복 철학 : 지금 이 순간 살고 싶은 집을 짓는다.

·공동체 철학 :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

·협동 철학 : 혼자보다는 여럿이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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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2.

김은남 기자 / ken@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