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을 바꾸는 모바일 미디어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268418&cid=42171&categoryId=42182
휴대전화(mobile phone), MP3 플레이어, 포터블 게임기 등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미디어(mobile media)는 이제 단순히 음성(voice) 서비스나 음악 재생 기능을 제공하는 단계를 넘어 텍스트, 사운드, 비디오, 데이터 등과 같은 멀티미디어를 ‘어느 곳, 어느 시간에서든’ 상호작용해 이용할 수 있는 단계로 본격 진입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모바일 미디어는 일상생활은 물론 비즈니스, 공공서비스 등의 부문에서 필수 불가결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는 전통적인 전화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면서 개인의 필수적인 정보 도구로, 그리고 대인관계에서 인기의 척도로 간주되는 것은 물론,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또 그것을 드러내는 중요한 상징적 아이콘이 되면서, 이제 단순히 테크놀로지나 도구가 아닌 독특한 상호작용 및 삶의 양식(way of life)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Standen, 2001).
그렇다면 이러한 모바일 미디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흔히 모바일 미디어라고 하면 휴대전화나 MP3 플레이어와 같은 디지털 미디어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이에만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아날로그 미디어의 경우에도 거의 모든 미디어가 모바일 미디어라고 할 정도로 그 예는 많다. 이는 모바일 미디어를 이해하고자 할 때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첫째, 디지털 미디어에만 국한할 경우 모바일 미디어를 ‘디지털 혁명의 산물’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고
둘째, 실제적인 차원에서도 향후 모바일 미디어나 서비스를 설계할 때 상상력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디지털 미디어가 선행하는 전통적 미디어를 재매개(remediation)한다면, 이는 모바일 미디어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모바일 미디어는 일반적인 미디어의 분류와 마찬가지로 매스미디어, 상호작용 미디어, 대인 미디어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매스 미디어 유형으로는 모바일 방송 서비스인 DAB(digital audio broadcasting)나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무선 인터넷, 전자책 등이 포함되는데, 각각은 휴대용 라디오 수신기, 휴대용 TV 수신기, 종이책과 같은 아날로그 미디어가 진화한 것이다.
대인 미디어 유형에는 스마트폰과 같은 휴대전화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상호작용 미디어 유형으로는 MP3 플레이어, 3G 휴대전화, 핸드헬드 게임기, 디지털 카메라, 노트북 등이 포함되며, 각각은 워크맨(Walkman)과 같은 카세트 플레이어, 보드 게임기구, 수첩, 녹음기, 아날로그 사진기 등과 같은 아날로그 미디어에 대응된다.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의 1984년 소설 『뉴로맨서(Neuromancer)』에 등장하는 ‘심스팀(SimStim)’이나 ‘사이버 스페이스(Cyberspace)’와 같은 장치는 아직 기술적으로 구현하지는 않았지만, 모바일 미디어에 해당하는 것이기에 소개한 것이다.
<표 1> 모바일 미디어 단말기의 유형과 진화
◇모바일 미디어의 정의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것처럼, 현대사회에서 모바일 미디어가 보편화되었지만, 아직 그것의 정의는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Herstad, Van Thanh, & von Niman, 1999 등).
그 이유는 다른 미디어와 달리 급속한 기술 발전에 따른 미디어의 속성 변화로 그 변화를 따라가며 실체를 찾아내 정의하는 것이 쉽지 않고, 더욱 근본적으로는 다른 멀티미디어와 마찬가지로 모바일 미디어가 하나로 묶어낼 수 없는 다면적, 다원적 속성들을 가지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는 그 범위를 한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모바일 미디어를 정의하고자 한다.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기기를 통해 이동 중에도 다양한 정보처리와 무선통신이 가능하도록 인터페이스가 고안되어, 독특한 상호작용 및 커뮤니케이션 양식을 만들어내고 있는 디지털 멀티미디어”
이와 같은 정의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핵심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첫째로 모바일 미디어는 ‘휴대할 수 있는 기기(portable device)’를 통해 커뮤니케이션과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미디어다. 휴대 가능한 기기는 일반적으로 손으로 휴대하거나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시스템(handheld or wearable system)을 지칭하는 것으로 건물, 가정, 사무실 등에 고정된(fixed) 기기나 차, 배, 비행기 등에 부착되어 움직이는(mobile) 기기와 구별된다. 이런 미디어의 예로는 사용할 때는 손에 들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몸에 착용하는 워키토키(Walkie Talkie), 주머니에 넣어두거나 벨트나 목에 걸고 다니는 휴대전화 등과 같은 통신 기기, 노트북(랩톱)·데스크노트·PDA와 같은 휴대용 컴퓨터, 핸드헬드 게임기와 같은 오락 기기 등이 있다. 휴대 기기, 특히 휴대용 통신 및 컴퓨터 기기는 ‘핸즈 프리(hands-free)’라는 말에서 보듯, 점차 손에서 자유로워져 착용 기기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둘째로 모바일 미디어는 ‘이동 중에(on the move)’ 사용할 수 있는 미디어다. 이동성(mobility)은 모바일 미디어의 가장 중요한 속성 중 하나인데, 이것은 공간적으로는 물론이고 시간적으로 움직일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동형 기기(mobile device)라 하면 로봇같이 자율적으로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사람, 차, 배, 비행기, 모터사이클 등과 같은 이동체(mobiles)에 부착되어 움직일 수 있는 기기를 뜻한다. 이런 의미에서, 요즘은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초창기에 자동차 전화나 페이저(일명 ‘삐삐’)와 같은 모바일 미디어에 의한 통신을 ‘이동체 통신’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이동성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먼저 적극적 의미에서는 말 그대로 이동 중에도 기기의 기능을 중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휴대전화, 무전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소극적인 의미에서는 HPC(handheld PC), PDA, 핸드헬드 게임기처럼 기기 자체가 고정물에 고착되어 있지 않는 경우로서, 이런 기기를 이용하려면 이동 중에 일단 멈추어서 기기에 주목하거나 몰입해야 한다.
셋째로 모바일 미디어는 다양한 정보처리와 통신이 가능한 미디어다. 이런 기기는 일반적으로 ‘휴대용 정보통신기기(information appliance, IA)’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정보, 신호, 그래픽, 애니메이션, 비디오, 오디오 등을 처리하고 또 다른 기기와 통신이 가능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디지털 카메라나 액정 TV는 물론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 노트북, 전화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전통적인 PDA 등은 통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음성 서비스만 제공하는 전통적인 휴대전화의 경우 제한적인 통신 기능은 가지고 있지만 정보처리 기능이 없기 때문에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휴대용 정보통신 기기의 대표적인 예는 현대적인 PDA 그리고 스마트폰(smartphone) 등이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용어는 고기능 모바일 미디어와 동의어로 사용될 수도 있다.
넷째로 모바일 미디어는 앞서 살펴본 이동성이라는 속성 때문에 필수 불가결하게 ‘무선통신’에 의존하게 된다. 무선통신(wireless communication)의 역사는 매우 길지만 현대적 의미에서 보면 크게 무선전화와 무선 인터넷으로 구분된다. 무선전화 시스템(wireless phone system)은 다시 위성전화(satellite phone)와 이동전화(mobile phone)로 구분되는데, 위성전화에는 이동체의 유형에 따라 항공 위성전화, 선박 위성전화 등이 있고, 이리듐(Iridium) 프로젝트와 같이 저궤도 위성을 이용한 휴대전화도 이에 포함된다. 현재 3세대까지 발전한 휴대전화는 일반적으로 셀룰러(cellular) 방식에 의한 전화 시스템을 지칭한다.
이는 셀(cell) 형태로 구역을 나눈 후 각 셀에 위치한 기지국과 셀들을 넘나들며 움직이는 휴대전화 단말기 사이에 통신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주파수 이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현재 보편적인 시스템으로 정착되었다. 한편 무선 인터넷은 무선 고정 인터넷과 무선 이동 인터넷으로 구분되는데, 전자가 이동성이 제한된 환경에서 블루투스(bluetooth)나 무선 LAN에 의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방식이라면, 후자는 이동성이 높은 휴대전화나 PDA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경우다. 흔히 무선 인터넷이라 하면 후자를 지칭한다.
다섯째로 모바일 미디어는 휴대성과 이동성이라는 고유한 속성들을 고려한 ‘제한된 단말기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미디어다. 일반적으로 인터페이스(interface)는, 사용자와 기기 사이의 상호작용을 규정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구성을 뜻하는데, 합목적적인 상호작용성을 구현하기 위해 모든 기기는 사용자에게 독특한 조작 방식, 즉 어포던스(affordances)를 제공하고 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볼 때, 모바일 미디어 고유의 속성 때문에 단말기의 크기, 디스플레이 화면의 크기, 조작 버튼의 수 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입력방식, 사용자 인터페이스, 콘텐츠 형식 등에 제한이 많다. 스크린 크기의 점진적 확대, 입출력 방식의 개선, 정보처리 기능의 고도화 등에도 상관없이, 현재 모바일 미디어 단말기의 어포던스는 넓은 디스플레이 창, 다양한 입출력 방식, 멀티미디어 및 고도의 정보처리 기능, 편리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의 특성을 보이는 보편적인 정보통신기기인 PC와 크게 대비된다.
여섯째로 현대적인 의미에서 모바일 미디어는 ‘디지털 멀티미디어(digital multimedia)’다. 반드시 모바일 미디어가 디지털 미디어고 멀티미디어인 것은 아니지만, ‘현대적인 의미’에서 그렇게 한정하고자 한다. 디지털 미디어는 미디어의 객체들을 수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고, 이를 컴퓨터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모든 정보를 비트 형태의 디지털로 처리한다는 것, 즉 숫자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전통적인 신문, 잡지, 책과 같은 아날로그 모바일 미디어는 제외한다.
그리고 모바일 미디어는 멀티미디어다. 이는 음성만을 지원하던 전통적인 휴대전화와 달리 텍스트, 그래픽, 사운드, 데이터, 비디오 등 다양한 미디어를 지원하고, 이런 미디어 요소들이 매끄럽게 통합되어 있음(seamless integration)을 의미한다. 이 때, 다양한 미디어 요소들이 매끄럽게 통합되어 있다 하더라도 각 요소의 개체성 즉 모듈성(modularity)이 유지되지 않으면 디지털 멀티미디어라 볼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아날로그 형식의 휴대용 TV, 워크맨, 비디오 카메라 등은 디지털 멀티미디어라 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모바일 미디어는 ‘독특한 상호작용 및 커뮤니케이션 양식’을 만들어 내는 미디어다. 일반적으로 상호작용은 ‘인간 상호작용’(person-to-person interaction)과 ‘기계 상호작용’(person-to-machine interaction)으로 나뉘는데, 모바일 미디어를 통해 이 두 형식의 상호작용이 모두 가능해짐은 물론, 기술 발전과 함께 상호작용의 양식 또한 더욱 ‘풍부해지고’ 있다.
인간 상호작용의 경우, 음성에 국한되던 것이 문자, 그래픽, 사운드 등 다양한 형식의 미디어에 의해 매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모바일 미디어를 매개로 한 인간 상호작용은 음성전화의 대화에서 벗어나, SMS와 같은 문자에 의한 상호작용, 그리고 MMS(multimedia messaging)와 같은 멀티미디어에 의한 상호작용으로 확대되고 있다.
모바일 미디어는 인간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기계 상호작용 즉 모바일 미디어와 사용자 사이 상호작용에서도 그 비중이 급속히 증대되고 있다. 모바일 미디어는 단순히 통신 미디어가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검색하고 이런 정보를 활용하여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사용자 스스로 제작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모바일 미디어는 이제 핸드헬드 게임기, MP3 플레이어와 같은 오락기기이자 카메라, 메모장과 같은 기록 미디어인 셈이다. 나아가 모바일 미디어는 개인의 생활양식과 사회적 과정을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한다는 점에서, 즉 현대사회의 주요한 사회문화적 지형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사회학적 분석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바일 미디어와 이동성
모바일 미디어의 본질적 속성인 이동성(mobility)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의 양식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이는 첫째, 사진, 음악, 텍스트 메시지 등 콘텐츠 자체는 그것이 모바일 상황에서 전달되고 경험될 때 어떻게 변화하는가 둘째, 모바일 테크놀로지는 그 콘텐츠에 대한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셋째, 모바일 테크놀로지 자체는 이동성에 의해 어떻게 인지적으로, 실천적으로 변화하는가 하는 점을 고려할 때, 모바일 테크놀로지, 콘텐츠, 사용자 경험이라는 3자 사이의 복잡하고 역동적인 관계가 결국 이동성에 의해 규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동성의 개념은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이동성이 ① 물체의 특성인가 ② 사람의 상태인가 ③ 현대적 삶의 선택, 의무 등과 관련되는 불가피한 특성인가 ④ 신체적 또는 심리적 속성인가 ⑤ 테크놀로지 사용에 따른 결과나 효과인가 아니면 ⑥ 효율적인 일 처리를 가능케 해주는 원인 또는 조건인가 등에 따라 개념화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Cohen & Wakeford, 2003).
이런 난점이 있지만 몇몇 연구자들에 의해 이동성에 대한 이론적 개념화가 시도되고 있다. 먼저 제프 쿠퍼(Jeoff Cooper, 2002)는 이동성을 시간 및 공간상의 움직임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① 사용자(user)의 이동성 ② 기기(device)의 이동성 ③ 서비스(services)의 이동성으로 구분했다(p.25).
한편 톰 로든 등(Tom Rodden, Chervest & Davies, 1998)은 모바일 미디어를 넘어 보다 폭넓은 맥락에서 인간의 도구 전반에 대해 이동성을 규정한 바 있다. 이들은 이동성을 규정하는 세 가지 차원을 설정했다.
첫째는 이동성의 수준(level of mobility)으로, 이 기준에 따르면 이동성은 ① 특정 지역에 고정되어 전혀 움직이지 않는 고정형(fixed) ② PDA, 웨어러블 컴퓨터와 같이 다른 물체에 의해 이동될 수 있는 이동형(mobile) ③ 로봇과 같이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형(autonomous)으로 나누어진다.
둘째는 환경이나 그 속의 다른 기기와 관계로, 이 기준에 따르면 ① 다른 장비와 독립되어 자체로 기능을 수행하는 독립형(free) ② 더 큰 기기의 일부분으로 기기가 포함되는 장착형(embedded) ③ 환경 및 다른 기기 속에 그 기능이 폭넓게 구현되어 있는 침투형(pervasive)으로 나누어진다.
셋째는 기기가 사용자인 개인 및 집단과 갖는 관계인데, 이에 따르면 ① 한 사람만을 지원하는 개인(personal) 기기 ② 가족과 같이 집단 구성원을 지원하는 집단(group) 기기 ③ 폭넓은 집단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공용(public) 기기로 나눌 수 있다.
이와 같은 도식적 구분에서 벗어나 보다 이론적인 차원에서, 특히 모바일 테크놀로지에 초점을 맞추어 본격적으로 이동성을 개념화하려는 시도도 있다. 그 대표적인 연구는 마사오 가키하라와 카스텐 소렌슨(Masao Kakihara & Carsten Sørensen, 2002)의 작업이다. 이들은 이동성을 기존 연구에서 보이는 ‘육체 이동(corporeal travel)’이라는 제한적 관점에서 벗어나 상호작용(interaction)이라는 보다 확장된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① 공간적 이동성 ② 시간적 이동성 ③ 상황적 이동성 등 세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
먼저 공간적 이동성(spatial mobility)은 공간적 제약을 극복함으로써 획득되는 지리적 움직임의 자율성을 뜻하는 것으로, 역사적으로 교통 및 통신 수단의 발달에 의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20세기 이후 크게 증가한 비즈니스 및 관광 여행으로 표상되는 전 지구적 차원의 ‘유목민성(nomadicity)’은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더욱 더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공간적 이동성은 교통수단의 발달에 힘입어 가능해진, 이른바 인간의 ‘육체 여행’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존 어리(Urry, 2000)에 따르면, 공간적 이동의 다양한 측면들이 현대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물체(objects)의 이동성이다. 소니의 워크맨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동성을 갖춘 물체는 노마드(nomad)의 필수품이 되어 육체 여행과 물체 여행의 상호작용을 가능케 한다. 둘째는 상징(symbols)의 이동성으로, 예를 들어 위성TV, 인터넷, 전화 등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동시에 뉴스와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셋째는 공간(space) 자체의 이동성이다. 인터넷을 매개로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로 형성되는 가상 공동체(virtual community)에서 보듯, 가상의 공간성이 창출되면서 ‘이곳(here)’과 ‘저곳(there)’ 사이의 경계가 소멸되어 가고 있다.
그 다음은 시간적 이동성(temporal mobility)이다. 기본적으로 테크놀로지는 우리 삶의 시간성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이동성은 역사적으로 활판 인쇄술이나 조립생산라인에서 보듯,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도입을 통해 작업 속도의 제고와 시간 절약이라는 욕구를 추구하면서 확대하기 시작했다. 시간성은 두 가지 측면으로 나뉜다. 하나는 순서, 지속 시간, 시간적 위상, 발생 빈도 등과 같이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구조적(structural)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이러한 구조적 측정치에 주관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해석적(interpretive) 측면이다. 전자가 시계 시간(clock time)이라면 후자는 사회적 시간(social time)에 해당한다.
그 다음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의 단일시간성(monochronicity)과 복합시간성(polychronicity)의 구분이다. 전자의 경우 시간의 조직화에서 엄밀성과 순차성을 강조하는 반면, 후자는 동시성(instantaneity)을 강조한다. 최근의 정보통신 테크놀로지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복합시간성의 확대를 초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뒤에서 자세히 기술하겠지만, 모바일 미디어의 확산에 따른 시간성의 변화는 선형적(linear)인 시계 시간의 관점보다는 복합시간적 관점에 의해 더 잘 설명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상황적 이동성(contextual mobility)은 상호작용에 대한 상황적 제약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간의 상호작용은 ‘언제’ ‘어디서’라는 측면 못지 않게 ‘어떤 방식으로’ ‘어떤 환경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라는 상황적 요인에 의해 규정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대 테크놀로지, 특히 정보통신기술은 상호작용의 양식(modalities of interactions)을 다원화하고 있다.
상호작용의 양식은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강요적(obtrusive)-비강요적(unobtrusive)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일시적(ephemeral)-지속적(persistent) 차원이다. 전자가 인지와 반응에 대한 요구 정도라면, 후자는 상호작용의 지속성 정도다. 예를 들어 포스트잇(Post-It)이나 전화 자동응답기에 남겨 놓은 단순한 안부 메시지는 비강요적-지속적 상호작용 양식에 해당한다면, 급히 응답을 요하는 전자우편은 강요적-지속적 상호작용 양식의 예다.
상호작용은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유대의 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네트워크 분석(Network Analysis) 이론가인 마크 그래노베터(Mark S. Granovetter, 1973)의 “약한 유대의 강점(strength of weak ties)” 개념은, 강한 유대 관계보다는 약한 유대 관계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정보와 자원을 더 많이 획득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CMC(Computer-Mediated Communication)와 같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양식을 적절히 설명해 줄 수 있다. 이와 같이 상호작용 관점에서 이동성이 공간성, 시간성, 그리고 상황성에 의해 규정된다는 점에서 모바일 미디어를 통한 상호작용 또는 커뮤니케이션 역시 이와 같은 복합적 속성들로써 정의하고 설명해야 할 것이다.
<표 2> 상호작용 관점에서 본 이동성의 차원
출처: 카키하라와 소렌슨(Kakihara & Sørensen,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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