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산업〕도쿄 '제4회 엔딩(エンデング)산업전' 참관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07/2018090701716.html
죽음을 능동적으로 준비하는 日 '엔딩 산업'… 묘역도 합리적이더라
산 자와 죽은 자를 위한 모두가 행복한 장례 돼야
◀지난달 일본 ‘엔딩산업전’에 등장한 이동 차량식 화장로(火葬爐). / 김두규 교수 제공
지난 8월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4회 엔딩(エンデング)산업전'을 참관하였다. 주최 측은 영어로 'Life Ending Industry Expo'라는 부제를 달았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일본에서는 자주 개최된다. 이러한 '엔딩 시장'은 '슈카쓰(終活)' 개념이 보편화되면서 확대되고 있다.
슈카쓰란 생전에 자신이 죽음을 능동적으로 준비하는 활동을 말한다. 상속 관련 법률 상담, 장례 내용과 규모, 묘지 선정과 석조묘탑(石造墓塔)까지 망라된다. 업체뿐만 아니라 실수요자들도 찾는다. 80대 할머니가 자기가 사용하고 싶은 관과 장식 꽃, 묘지석을 찬찬히 둘러보며 궁금한 것을 묻고 있었다.
박람회 한쪽 부스에서는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중국 최대 장례업체로서 주요 도시에 계열사를 두고 있는 복수원(福壽園)의 왕지성(王計生) 회장도 참석하여 세미나 발제를 하고 있었다. 그와 잠시 면담하였다. 중국의 '엔딩 시장'은 그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일본을 능가한다면서 회사 자료집을 보여준다.
한국의 장례 문화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듯, 한 단면을 꼬집는다. "한국의 주요 장례식장은 대부분 대학병원의 침침한 지하에 있더라. 조문은 고인의 영정사진에다 잠깐 절하는 것이 전부이다. 친지들이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없게 한 것도 문제이다.
우리는 고인을 분장하여 유리관에 안치한 뒤 조문객들로 하여금 직접 고인의 얼굴을 보면서 마지막 작별을 하게 한다. 고인이나 유족 및 조문객 모두 여유와 품격이 있는 장례식을 통해 죽은 자의 집[음택·陰宅]이 잘 만들어지도록 힘쓴다.
죽음은 비록 슬픈 일이나 저세상에서 새로 태어난다는 관점으로 보면 기쁜 일이다. 즐겁고 화려한 장례식과 묘역이 되어야 한다."
일본과 중국의 '엔딩산업'은 "군자의 죽음은 종(終), 소인의 죽음은 사(死)"('예기')라는 전통적 생사관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종(終)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함을 전제한다.
반면 사(死)는 사라져 없어지는 것이다."(김기현 전북대 명예교수). 도쿄 '엔딩산업전'은 '반려동물의 엔딩'과 같은 새로운 것도 있지만, 기존 장례 문화의 반영으로 우리 장례 문화 개선에 참고할 것이 많았다.
일본의 묘역들은 좁지만 흙 봉분 대신 석조묘탑으로 이루어졌다.
시즈오카(靜岡) 후지영원(富士靈園)에는 아베 총리 선영과 그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56~57대 총리) 묘지가 그 모범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묘역보다 훨씬 작지만 담장 역할을 하는 생울타리와 그 안의 묘역 조경이 뛰어나다. 흙 봉분이 아니기에 벌초나 사초가 필요 없다.
둘째, 묘지가 산속이 아니라 도심이나 마을 언저리에 자리하여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한다.
셋째, 일본의 오랜 습속 '양묘제(兩墓制)'가 현대 생활에 맞게 수용되고 있다. 양묘제란 '한 사람의 묘가 두 개 있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아베와 기시 총리 선영은 고향 야마구치에도 있지만 시즈오카에도 있다.
후손들이 흩어져 사는 현대사회에 맞게 선영을 고향과 도시로 분산한다면 추석날 성묘 대란은 없을 것이다. 요즈음 대부분 화장을 하기에 분골(分骨)이 가능하다.
넷째, 요즘 딸 하나만 있는 가정이 많다. 시집간 딸이 시댁 선영에 묻히면 친정 부모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아베와 기시 가문은 사돈 간이다. 그런데 묘원이 이웃한다. 딸의 입장에서는 친정과 시집 묘를 동시에 참배할 수 있어 좋고, 죽어서도 같은 장소에 묻히니 딸 하나만 둔 집안에서도 좋다.
우리 장례 문화는 많이 낙후되었다. '혁명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그래야 산 자와 죽은 자가 모두 행복하다.
조선일보 & Chosun.com
2018.09.08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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