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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타렐라(Citarella) / 1912, 뉴욕의 미니멀 슈퍼마켓

Paul Ahn 2019. 7. 8. 13:49

씨타렐라(Citarella) / 뉴욕의 미니멀 슈퍼마켓

 

•소재지 : 미국 뉴욕, 허드슨야드 20

도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슈퍼마켓

 

‘업태 슬림화’로 도심 공략

 

세계 최대 도시 뉴욕에서 사이즈를 축소하고, 불필요한 낭비요소를 줄인 씨타렐라는 운영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 도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슈퍼마켓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미니멀(minimal)’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심플한 씨타렐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오프라인 식품점이 갖춰야 할 고효율 매장을 설계했다.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의 새 명소이자, 문화 중심지로 떠오르는 곳은 ‘허드슨야드(Hudson Yards)’다. 2002년 시작된 허드슨야드 프로젝트는 2024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타워형 건물에 주택과 사무실, 호텔, 학교, 공연예술센터, 쇼핑몰 등을 갖춘 복합공간으로 뉴욕 맨해튼의 새 랜드마크로 각광받고 있다.

 

뉴욕 첼시(Chelsea)와 웨스트사이드(West Side)에 걸쳐 200억 달러 규모로 개발되고 있으며, 최근 개발이 완료된 공간들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예를 들어 허드슨 강변의 베셀(Vessel ; 그릇 또는 선박의 의미) 경우 어느새 이곳의 상징물처럼 됐다. 2,500개 계단이 154개 구조물로 연결돼 있는 이 건축물은 예약을 통해서만 방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뉴욕 시민은 물론 해외 관광객들이 쉴 새 없이 찾고 있다.

 

허드슨야드에는 첨단 건축물과 시설들이 하나씩 들어서고 있는데, 각 건축물은 소매시설과 주거시설, 공연장과 기업들이 입주해있는 사무시설, 전망대 등 다양한 용도의 복합공간으로 설계됐다. 이처럼 다양한 공간 가운데 도심형 슈퍼마켓 ‘씨타렐라(Citarella)’가 뉴요커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수산물 하나만으로 경쟁사 제압

 

씨타렐라는 이탈리아 나폴리와 시실리 지방의 아주 작은 기타인 씨타라(citarra)에서 유래된 용어다. 기타를 제작하거나 연주하는 사람이라는 유래처럼 이탈리아 이민자에 의해 시작된 슈퍼마켓이다. 뉴욕 맨해튼 부근에서 아담한 규모의 슈퍼마켓 8곳을 운영하며 연매출 350억 원가량을 올리는 이 슈퍼마켓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온라인쇼핑과의 경쟁 속에서 오프라인 식품 소매업체가 지향해야 할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마켓 강점인 신선식품을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압축해놓은 씨타렐라는 냉장·냉동식품과 가공식품도 최소한의 고회전 및 연관 상품 위주의 효율적 구색으로 갖추고 있다. 매장규모는 기존 일반 슈퍼마켓에 비해 슬림화됐고, 점내 분위기도 미니멀(minimal)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단순하다.

 

그러면서 적절한 RTE·RTC·RTH 상품을 제공하고, 신선 수산물 배송 시스템, 일류 레스토랑 못지않은 그로서란트 마켓을 특징으로 한다. 맨해튼 레스토랑 수준의 케이터링 서비스와 다양한 요리 플랜을 제안하는 온라인 주문 서비스도 씨타렐라만의 경쟁 요소다.

 

본래 씨타렐라는 뉴욕 맨해튼 어퍼 웨스트사이드(Upper West Side)에서 1912년 생선가게로 출발했다. 1983년 이탈리아 이민자 후손인 조 구레라(Joe Gurrera)가 이를 인수하며 수산물 도매사업을 시작하고, 소매점에서도 다양한 요리 메뉴 및 가공식품을 취급하는 비즈니스로 영역을 확장하게 됐다. 2016년에는 수산물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사업으로 와인 스토어도 오픈했다.

 

씨타렐라는 100년이 넘는 자신들의 역사를 설명할 때 새로운 모습으로 출발한 ‘1983년’을 항상 강조한다. 100년 역사에서 수산물만큼은 슈퍼마켓 시장에서 독보적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미식가를 위한 맛을 제공하는 진정한 고메(Gourmet) 마켓은 1983년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실제로 각 매장에는 ‘씨타렐라 고메 마켓(Citarella Gourmet Market)’이라는 명칭을 부착해놓고 있다. 또한 로고 아래에 ‘수산물 권위자(The Seafood Authority)’라는 단어를 넣어 자신들이 수산물에 있어서는 절대 강자임을 소구하고 있다. 씨타렐라 슈퍼마켓을 다룬 기사를 보면, 뉴욕 풀턴 수산시장(Fulton Fish Market)과 더불어 뉴욕에서 가장 신선한 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장소라고 소개되고 있다.

 

씨타렐라가 수산물 전문가임을 자부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락우드앤위넌트씨푸드(Lockwood&Winant Seafood LLC)라는 수산물 도매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씨타렐라는 또 다른 자회사인 미트위다웃피트(Meat Without Feet)를 통해 전국 레스토랑 및 소비자에게 비린내 나지 않는 신선한 수산물을 연중 완벽한 상태로 배송해주고 있다. 식품 소매업체가 신선한 수산물을 요리 메뉴 플랜과 함께 신선하고 안전하게 전국에 배달해준다는 것은 온·오프라인에 관계없이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즈 줄이고, 도심 맞춤형 매장 설계

 

허드슨야드 니만마커스 백화점 건물 3층에 1,155㎡ 규모로 자리한 씨타렐라에 들어서면 오렌지색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매장 입구에는 와인숍과 함께 꽃다발 사이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고객들을 볼 수 있다.

 

슈퍼마켓 매장에 들어서면 기존 미국 그로서리 스토어들의 볼륨 진열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도심에 거주하는 소가구 혹은 독신 거주자들에게 적절한 용량의 과일·채소 패키지 상품들이 매장 입구를 차지하고 있다. 자석매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입구 반대편에는 신선함이 느껴지는 수산 코너가 자리잡고 있다.

 

청결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주방과 같은 분위기의 수산 매장에서는 신선한 생선을 소량 구입할 수 있으며 손질이 필요 없는 RTC·RTH 상품들도 정갈하게 진열돼 있다.

 

그 다음 안쪽으로 들어가면 정육 코너가 배치돼 있다. 패키지 상품과 함께 동네 정육점처럼 부위별로 신선한 상품들을 대면 판매하고 있으며, 드라이에이징(dry aging)을 하는 숙성고에서 다양한 부위들을 숙성하고 있다. 점포 작업자에게 부위별 요리법을 물어보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RTE 매장은 점심식사는 물론 퇴근 후 집으로 가져갈 저녁 메뉴를 찾는 인근 오피스가의 고객들로 항상 붐빈다. 다양한 샐러드와 전채 요리들, 맨해튼 레스토랑 수준의 메인 요리, 뉴욕 베이커리 매장에서 볼 수 있는 케이크류까지 점포 중앙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점포 주동선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RTE 상품에 접근할 수 있게 레디밀을 배치했다. 아울러 즉석에서 구워주는 이탈리안 피자, 신선한 해산물로 만드는 생선초밥과 도시락 등도 눈길을 끈다

 

주요 핵심 코너별 동선을 따라 걷다 보면 군데군데 수산이나 정육 요리에 필요한 소스를 비롯한 각종 가공식품들이 소량 진열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고회전 소품종으로 압축된 가공식품 구색은 사실 진열 규모가 왜소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냉장·냉동상품을 지나면 계산대 출구가 보이는데, 가공식품이 진열된 통로를 따라 고객들이 일렬로 서서 순서대로 계산을 한다. 홀푸드마켓이나 트레이더조의 맨해튼 매장에서 볼 수 있는 형태로 점심식사나 음료, 간식을 포함해 소량 구매고객들이 신속하게 계산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매장 입구 쪽에 위치한 식당에서는 수프와 샐러드, 굴·조개 같은 해산물 전채 요리, 생선·게·랍스터를 이용한 수산물 요리, 스테이크 등 다양한 메인 요리를 판매한다. 다양한 디저트도 제공하는데, 맨해튼 일반 레스토랑보다 확실히 싸면서도 높은 수준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이처럼 기존 슈퍼마켓보다 몸집을 줄이고, 도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점포를 설계한 씨타렐라는 여러 분야에서 특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풀코스 메뉴 판매하는 온라인몰

 

씨타렐라 웹사이트(Citarella.com)에서 판매하는 메뉴와 상품을 보려면 충분한 시간 여유가 필요하다. 그만큼 취급품목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신선 수산물 경우 온라인 판매 자회사인 미트위다웃피트(Meatwithoutfeet.com)를 통해서도 구입할 수 있다. 씨타렐라 온라인몰에서는 전채 및 메인 요리로 구성된 해산물을 비롯해 정육과 채소요리, 치즈, 베이커리 등 풀코스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조식부터 브런치, 점심 및 저녁식사까지 포장 판매가 가능해 메뉴 선택의 폭이 넓다.

 

부활절이나 유대교 축일, 크리스마스, 생일 등 상황과 용도에 맞게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다양한 선물용 세트도 주문할 수 있다.

 

 

도심 공략 열쇠는 슬림화

 

올해 미국 식품 소매업계 트렌드 가운데 하나는 매장 축소(Store Shrinking)로, 매장면적 줄이기가 화두다.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점포 면적은 15% 가까이 축소됐고, 미래 슈퍼마켓의 이상적 모델로 4만 5천SKU에 달하는 취급품목 수를 5천 개로 줄이는 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극단적인 SKU 축소가 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씨타렐라의 허드슨야드 신규점은 그 목표가 결코 실현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준다.

 

즉 온라인 소매업과의 불필요한 경쟁을 지양하고, 온라인 업체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슈퍼마켓만의 강점을 한층 강화함으로써 자신들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상품과 서비스를 차별화한 것이다.

 

 

케이터링 강화로 서비스 차별화

 

최근 미국 식품 소매업계는 케이터링 서비스를 확대하는 추세다. RTH나 RTC 상품 가열과 조리가 간편해짐으로써 소매업체가 적은 관리비로도 케이터링 상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기존 전문 케이터링 업체보다 싼 가격으로 온·오프라인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셈이다. 뉴욕과 뉴저지 기반의 웨그먼즈(Wegmans)는 케이터링 서비스에 더해 점내 화훼 매장에서 꽃 장식 서비스까지 해주는 수준으로 고객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씨타렐라도 자신들의 강점인 해산물 요리 등 다양한 메뉴를 케이터링하고 있고, 점내 레스토랑에서도 선택 메뉴를 제공한다. 물론, 씨타렐라 고객들이 하루아침에 케이터링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온라인 레디 밀 상품을 주문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 씨타렐라에서 경험한 상품 및 서비스 만족도가 높을 경우 충성고객화되고, 특별 행사가 있는 경우 케이터링 서비스를 부탁하는 것이다.

 

웨그먼즈 경우 케이터링 상담 코너를 설치, 전담 직원을 배치하고 있는데 씨타렐라도 매우 적극적이다. 고객 결혼식이나 장례식, 직장 행사 등에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정에 손님을 초대하는 경우 풀코스 메뉴를 주문하는 고객에게 포장 요리를 간단하게 가열하거나 조리해 내놓을 수 있도록 한다. 육류 요리에 비해 종류가 다양하고, 요리사 손길이 많이 가는 해산물 요리에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서비스 경쟁력도 뛰어나다.

 

 

고부가가치 매장이 제안하는 슈퍼마켓 미래

 

뉴욕 지역 로컬마켓인 씨타렐라는 기존 대형 슈퍼마켓보다 규모도 작고, 소박한 모습을 띠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단순 로컬 슈퍼마켓 수준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오프라인 식품 소매업체로서 독창성과 온라인 소매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고부가가치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산 MD 경우 신선부터 레디 밀, 케이터링, 온라인 배송 시스템까지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어느 한 카테고리에서의 확실한 강점은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경쟁 우위 요소가 될 수 있다. 또한 신선식품을 포함한 식품 SKU를 고회전 상품 위주의 압축 매장으로 설계한 점도 시사점이 크다. 상온 판매 식품들은 시간이 갈수록 온라인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오프라인 소매업체가 이윤이 확보되지 않은 상품들을 구매, 보관, 판매하면 결국 관리비 증가 문제로 직결된다. 더욱이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업체들은 물류 시스템을 발전시키며 냉장·냉동식품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오프라인 소매점의 취급 카테고리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 같은 상품소는 매장면적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점포 슬림화를 통한 관리비용 절감과 직원 감축까지 고려할 때 전반적인 매장 운영비용(operation cost) 절감에 의한 이익률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매장 분위기의 ‘미니멀’화는 단순 비용 절감뿐 아니라 상품이 강조되는 매장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진지하게 접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매장 모습은 화려한 분위기보다 자신이 찾는 상품이 한 눈에 들어오는 매장이다. 특히 RTC, RTH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이 쉽게 눈에 들어오고, 소스나 향신료 같은 연관 상품을 바로 찾을 수 있는 매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력을 만들어 줄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온라인 채널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씨타렐라처럼 작지만 확실한 특징이 있는 강소 업체가 오프라인 소매업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뉴욕의 미니멀 슈퍼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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