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Issue/@Management

〔업의 본질〕타깃고객의 정의, 사업 정체성 확립이 시작된다.

Paul Ahn 2020. 1. 29. 10:52

업의 본질〕타깃고객의 정의, 사업 정체성 확립이 시작된다.

http://www.retailing.co.kr/article/a_view.php?art_idx=3270?skey=top&sword=%BE%F7%C0%C7%20%BA%BB%C1%FA&page=1#

 

 

◇명확한 타깃 고객 정의부터, 사업 정체성 확립이 시작된다

 

전통적인 유통업은 목 좋은 곳에 매장을 여는 것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고객들이 굳이 매장에 직접 가지 않고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상품을 구입하자 많은 유통업체들이 모바일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대다수가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혼란을 겪고 있다. 바로 이때 유통업체는 사업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어떤 고객을 타깃으로 전략을 펼쳐나갈지 판단해야 한다.

 

 

 

유통업의 본질은 사람이 모이는 데 있다. 수천년 전부터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시장이 섰다.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과 모이는 광장에 시장이 생겼고, 시시때때로 물건을 사고 팔았다. 물론 물건 매매만 이뤄지지 않았다. 때로는 광대가 쇼를 하기도 하고 명절에는 사물놀이 같이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졌다.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오만 가지 일이 생겼고, 더 많은 사람이 모일수록 번영했다.

 

 

◇자사의 사업 정체성을 재정의할 시기

 

결국 백화점이든, 대형마트든, 슈퍼마켓이든 무조건 사람이 많이 모여야 했다. 그래서 유통업의 핵심 경쟁력은 바로 매장 입지였다. 목 좋은 곳에 자리를 잡으면 성공했고, 잘못된 상권이나 후미진 곳에 매장을 열면 고전했다.

 

특히 대형마트는 자리 역할이 절반 이상인 듯하다. 현재도 1993년 가장 먼저 대형마트 업계에 진출하며 많은 부지들을 선점했던 이마트가 업계 1등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렇듯 비싼 돈을 주더라도 좋은 입지를 선점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사실을 장사를 해본 사람은 안다.

 

하지만 이런 과거의 법칙이 흔들리고 있는데, 바로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이 모든 것을 뒤집어 버렸다. 집에서 TV를 보면서, 소파에 누워서,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지루한 회의 시간에 살짝 스마트폰을 보면서 얼마든지 필요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비싼 돈 들여 목 좋은 곳에 땅을 사고 매장을 열기보다, 고객들의 손바닥 안에 있는 스마트폰에 잘 보이게 하는 방법이 요즘에는 중요해졌다. 그래서 모든 유통업체들은 기존 점포를 줄이고 혹은 다른 업태로 전환을 하면서 모바일 쇼핑몰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도 기존 사업의 관점과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사업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과정은 크게 두 단계를 거친다. 특히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부정해야 재정의를 위한 첫걸음을 뗄 수 있다. 물론 이는 혼자만의 생각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조직원 모두가 공감을 하고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헛된 말장난에 불과할 것이다.

 

 

◇단란한 4인 가족은 과거의 고객

 

사업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첫 단계는 고객을 명확히 재정의하는 것이다. 어쩌면 모든 사업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어떤 고객을 타깃으로 하고 집중할지 정의해야 그 이후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브랜드 이름에서부터 BI 로고, 브랜드 슬로건, 매장이나 모든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느낌과 이미지를 타깃 고객을 바탕으로 결정한다. 고객을 타기팅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고객의 나이, 성별, 지역, 가족 구성 등 인구학적 데이터에 근거한 고객군을 의미한다. 그동안 대형마트는 전형적으로 인구학에 근거해 고객을 정의하고 해당 고객을 위한 업태로 운영됐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일주일에 한 번 혹은 두 번 장을 보면서, 카트에 한가득 생필품을 구매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나이는 40대 중반에서 50대 후반까지, 신선이나 가공식품을 구매하면서 구색으로 생활에 필요한 인테리어용품이나 간단한 의류를 사는 고객, 가족 단위로 주말에 나와서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온가족을 위한 가전제품을 남편과 함께 상의하면서 구매하는 고객이 기본이다.

 

4인 가족의 일주일치 식품은 보통 10만 원가량이 되는데, 그래서 많은 대형마트가 ‘10만 원 이상 구매시 5천 원 할인’을 할인 쿠폰의 기본으로 삼는다.

 

5년 전만 하더라도 TV 주말드라마를 보면 부부가 이혼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화목해지면 마트에서 장을 보는 장면이 연출되고, 단란한 가정의 표상은 남편과 아내, 아이들이 함께 쇼핑하는 모습이었는데, 요즘에는 전혀 볼 수 없다. 단란한 4인 가족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풍선에 바람 빠지듯 해당 고객들의 절대 수가 줄고 있다. 그래서 고객을 인구학적 통계를 기반으로 정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

 

 

◇개성 넘치는 고객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다음으로 고객을 정의하는 방법에는 라이프스타일이 있다. 어떤 라이프를 즐기는 고객을 타깃 고객으로 선정할 것인가. 예전에는 비슷한 연령대와 비슷한 지역, 비슷한 소득수준을 가진 고객들은 비슷한 생활습관과 소비행태를 보였는데 이제는 전혀 다르다.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며 취향도 달라서 적당히 비슷한 상품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

 

채소나 고기를 살 때는 비싸더라도 유기농이나 친환경 상품만 고집하다가 슬리퍼나 거실에 깔 패드를 살 때는 100원이라도 더 싼 최저가 상품을 찾는다. HMR이라는 이미 만들어진 간편식이 인기지만, 고객들의 입맛은 다양하다. 그 결과 상품 종류가 많아져 결국 효율을 맞추기 힘들어 졌다.

 

이제는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추고 고객 타기팅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고객들을 위해 사업을 재편성하고 재정의해야 한다.

 

스마트폰과 SNS로 무장한 고객들은 유통업에 종사하는 우리보다도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언제 어디로 가야 더 저렴하고, 더 많은 혜택과 행사를 누릴 수 있는지, 우리가 파는 상품이 어떤 상품인지 더 자세히 안다. 이제는 우리가 더 싸다고 공허한 메시지를 외치는 행동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 고객은 꼭 저렴한 상품만을 찾지 않는다. 다른 곳에는 없거나 제일 먼저 도입된 해외 상품, TV 등 언론에 회자되는 상품은 귀신같이 알아본다. 그리고 비싸더라도 거침없이 구입한다.

 

지금 대형마트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객이 줄고, 매출은 떨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존 대형마트의 자산을 플랫폼으로 인식하는 생각의 전환이다. 전국 주요 거점에 위치한 매장, 이미 많은 고객이 방문하는 고객 서비스 앱 그리고 강력한 PB상품이라는 플랫폼을 바탕으로 새로운 결단을 내릴 시점이다.

 

 

◇매장이 곧 온라인 사업의 플랫폼

 

현실과 한계에 갇혀 기존 대형마트 사업이 어렵다고 한숨만 쉬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지금까지 갖춰놓은 막강한 전국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고객을 정의하고, 새로운 사업을 찾아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인가.

 

대형마트가 보유한 공간 플랫폼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거듭난다. 우선 온라인 사업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될 것이다. 또한 다양한 고객니즈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론칭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 같은 공간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객이 대형마트 매장에 일부러 찾아와야 할 이유들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공간 플랫폼 이외에도 대형마트는 무슨 플랫폼을 가지고 있을까.

 

 

◇대형마트냐 벤처냐, 직원 마인드에 달렸다

 

대형마트 3사는 모두 모바일 앱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데, 이 앱을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으로 재정의할 수 있다. 온라인쇼핑몰 사업을 위한 커머스 앱과 다른 고객 앱을 말한다. 홈플러스 경우 하루 평균 15만 명 정도가 이 앱에 방문하는데, 이것은 상당한 트래픽이다.

 

고객들이 모바일 앱을 이용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대부분 자신의 포인트 적립을 위해 사용하고, 전단이나 쿠폰 확인 및 사용 그리고 집 주변 매장 위치 확인 등을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소셜 커머스가 기존 온라인 쇼핑 사업 외에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가 전개하는 배달 주문 앱 사업을 시작했다. 이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는데, 소셜 커머스는 하루에 수십만 명이 찾는 앱과 트래픽을 가지고 있다.

 

이를 활용한다면 동네 식당과 프랜차이즈 식당을 끌어들여 배달 주문을 받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물론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가 선점한 배달 앱 시장에서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이지만, 플랫폼 활용도를 높이고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서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는 전략이다.

 

대형마트 업계가 고객 앱을 업그레이드해 고객들이 모이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확대하고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당연히 추진해야 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고객 앱이 모바일 플랫폼으로서 신사업을 이끌며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는 단순히 앱의 기능이나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나를 포함한 직원들의 마인드가 과연 모바일 벤처기업과 같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22년간 오프라인 사업에 모든 전략이 맞춰지고 그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새로운 관점과 생각으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흉내 내는 데 그칠 뿐,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쿠팡과 위메프가 배달 앱 사업에 진출한다는 기사를 보고, 개인적으로 친한 배달 앱 회사 대표에게 이들이 새로운 위협이 되지 않겠냐고 물어보니 그는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배달 앱 사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여서 큰 걱정이 없어요. 저는 창업 초 온 동네를 다니면서 음식점 전단지부터 모으고 돌리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앱 하나 개발하고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에요.”

 

여유 있게 답하는 그를 보면서 같은 모바일에 기반을 둔 벤처들끼리도 업의 특성과 관점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오프라인 사업에만 익숙한 대형마트 직원들이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해 사업화할 수 있을지는 단연코 직원들의 결단과 노력에 달려있다.

 

 

◇자체 브랜드로 유통업 한계 극복

 

대형마트에 또 하나의 가능성이 있으니, 바로 상품 플랫폼이다. 대형마트 3사는 PB의 중요성을 이전부터 깨닫고 상품개발을 해왔다. 현재는 선두업체인 이마트가 대형마트 PB 시장에서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마트 경우 자체 브랜드 상품뿐 아니라 피코크, 노브랜드, 러빙홈, 일렉트로마트 등 부문별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 이마트에서 피코크와 노브랜드를 처음 기획했을 당시 HMR 및 초저가 PB를 다른 유통업체에 공급하고, 궁극적으로 해외 진출까지 이뤄 부가적인 매출과 수익을 창출하고자 했다. 이마트는 현재 그 길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홈플러스도 그동안 복잡하던 자체 브랜드 체계를 재정비하고 패키지,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상품 부분에서 PB를 개발하고 확대하고 있어, 이전과는 다른 경쟁력을 보여준다.

 

대형마트는 다른 유통업체와 비교해서 바이어 조직 규모가 커, 상품개발 역량이 있다. 과일, 채소부터 과자, 음료, 생활용품, 소형가전과 완구, 더 나아가 의류까지 사람들에게 필요한 전 생필품 카테고리에 바이어들이 포진해 있다. 또한 제조업체 등 국내외 협력사 네트워크도 구축돼 있다.

 

객수와 매출이 감소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PB상품을 만나는 것은 역량에 비해 아까운 일이다. 물론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온라인 매출은 늘고 있지만, 이를 국내만이 아닌 해외로 수출하거나 공동 구매 네트워크를 구축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국내 상품에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한국산 화장품이나 뷰티용품, 과자, 라면 등에 대한 인기는 상당하다. 이제 눈을 크게 뜨고 전세계 시장을 바라보며 PB상품을 준비한다면 꼭 유통업 그리고 대형마트라는 한계에 갇혀 있지 않아도 된다.

 

 

 

 

◇새로운 관점과 결단이 필요한 시점

 

모든 시작은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있으며, 기존 사고와 관점이 대형마트에만 국한된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17세기 영국, 애덤 스미스가 쓴 국부론이란 책 한권이 봉건제에 1천 년간 갇혀 있던 영국 사람들을 깨워서 산업혁명의 불을 댕겼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러한 새로운 깨달음과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