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점에서만 팔리는 상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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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판매업으로 전환, 비인기 상품도 인기 상품으로-
오프라인 점포는 온라인유통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독자적인 상품구색과 상품군을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독자적인 상품이 다른 매장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독특한 상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상품이라도 자점만의 가치를 담으면 고객들에게 특별한 상품으로 인식될 수 있다.
과거 유통업은 소매업이라 불렸다. 그 이유는 제조업과 도매업의 말단에 있는 판로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유통업으로 바뀐 것은 제조업의 대량생산에 대응해 대량유통이 필요해지면서 부터다.
이에 따라 유통혁명이 일어났다. 대량유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가능한 넓고 짧은 판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소매업은 좁고 긴 판로였다. 소매업은 업종이기 때문에 적은 자본과 작은 규모의 매장, 적은 인력으로도 운영이 가능했다.
유통혁명의 핵심은 업종에서 업태로 발전한 것이다. 즉, 보다 폭넓은 상품을 구색하게 됐다. 이는 단지 상품구색의 변화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업태는 업종보다 대규모 자본 및 대형 매장을 필요로 하고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때문에 소규모 가족 경영체제의 소매업에서 기업형 유통업으로 전환됐다. 대량생산에 따라 대량유통이 탄생하자 그 결과로 대량소비가 일어났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적인 변화의 과정에서 변하지 않은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판로를 통해 이동하는 상품이 업태 유통업이든, 업종 소매업이든 내셔널 브랜드라는 점이다. 이는 특정 점포에서만 팔리는 상품이 아니라 어디서든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업태 유통업 체인업체들은 오버스토어 시대를 맞아 경쟁점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자점에서만 팔리는 것이 아닌 내셔널 브랜드만으로는 가격 외에 차별화 수단이 없고, 그 결과 규모 확대에 치중한 체인화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객은 대량생산, 대량유통에 의한 대량소비(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됐다. 대량소비에서 개인소비(만족을 중시하는 소비)로 전환된 것이다.
고객은 다른 곳에서는 살 수 없는 상품,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상품을 찾고 있다. 비로소 자신이 어떤 점포에서 어떤 상품을 구입하고 싶은지 자각하게 된 것이다. 업종에서 업태로 이행했던 시대가 마감하고 이제 독자성으로 승부하는 시대로 전환됐다.
◇자점의 가치와 고객상을 접목시켜 상품 제안
다른 점포에는 없는 독자성을 발휘하는 매장이 되기 위해 반드시 독자상품을 구색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자점에서만 팔리는 상품을 개발하려면 다른 점포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특별한 상품을 판매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특별하지 않은 상품, 어디서나 판매되는 상품이라도 유독 잘 팔리는 매장이 있다. 그것은 상품에 독자적인 가치를 부여해 부각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며 상품 탓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상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자점에서만 잘 팔리는 상품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첫째 자점만의 가치를 세워야 한다. 즉, 자점에서는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 자점만의 가치를 설정해야 한다.
둘째 누구를 자점의 고객으로 상정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불특정 다수의 ‘누가’가 아니라 ‘어떤 고객을 만족시킬 것인가’ 더 나아가 ‘자점의 고객은 누구인가’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바이어가 상품을 매입할 때는 이 상품이 우리 점포의 어떤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의 관점에서 선정해야 한다. 만약 어떤 상품이 점포에 진열되기 무섭게 팔린다면 목표 고객에게 적중한 덕분이다. 고객들이 상품에 만족하는 이유는 그동안 고객과 탄탄한 유대감을 구축해 제대로 점포의 고객상을 상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구체적으로 상정하며 상품을 매입할 수는 없다. 점포의 고객을 일반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고객상을 상상하며 상품을 매입하면 다수의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
이렇게 자점의 고객상을 상정한 후 상품을 매입하면 상품에 만족한 고객들이 단골고객이 된다. 그러면 시장에서 잘 팔리는 상품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다른 매장에서는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이라도 자점의 고객을 만족시키면 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점포에서 ‘우리는 고객에게 어떠한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와 함께 구체적인 고객상이 그려질 정도로 고객과 유대감이 깊어지면 점포의 가치와 고객상이 접점을 이뤄 자점에서만 잘 팔리는 상품이 탄생한다(도표 2 참조).
◇목표고객에게 상품의 가치를 전달해야
점장들끼리 모이면 서로 요즘 잘 팔리는 상품이 무엇인지 물어보곤 한다. 본부 바이어나 제조업체 영업사원에게도 무엇이 잘 팔리는지 물어본다.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잘 팔리는 상품이 무엇인지도 중요하지만 자점 고객의 기준에서 어떤 상품이 잘 팔리는지 알아야 한다. 아무리 다른 점포에서 잘 팔리는 상품이라도 자점에서는 안 팔릴 수 있고, 다른 점포에서 안 팔리는 상품이라도 자점에서는 잘 팔릴 수 있다.
어느 슈퍼마켓의 사례를 예로 들겠다.
한 대형 제조업체의 신상품이 입고됐다. 점주는 자점에서는 잘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돼 4개만 발주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실수로 96개를 발주하고 말았다. 유통기한이 짧은 상품이라 평소대로라면 대폭 할인행사를 실시하거나 증정행사로 상품을 소진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점주는 실수를 기회 삼아 제품을 팔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직원들과 아이디어를 강구한 다음 시식행사 및 적극적인 말걸기를 시도해 이틀 만에 96개를 완판했다. 고객 반응도 좋아 다음에는 의도적으로 100개를 발주한 다음에 POP를 부착하고 판촉을 강화해 또 다시 완판 목표를 달성했다.
연간 10개도 팔지 못하던 제설용 삽을 연간 100개나 판매하고, 명절에만 팔리는 제례주를 상시 인기상품으로 만든 매장도 있다. 다른 점포에서는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인데 특정 매장에서만 이례적으로 잘 팔리는 경우는 많이 있다. 말 그대로 자점에서만 팔리는 상품이 된 것이다.
전국 매장에서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상품인데 왜 어떤 점포에서는 잘 팔리고 어떤 점포에서는 잘 팔리지 않는 것일까. 똑같은 상품이 잘 팔리지 않는 것은 그 상품의 가치가 전달돼야 할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객은 그 상품이 자신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인식하지 못하면 구입하지 않는다. 그래서 팔리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점포들은 상품이 잘 팔리지 않으면 ‘상품에 문제가 있어 안 팔린다’며 상품 탓만 하는 경우 가 많다. 그래서 자신의 점포에서만 잘 팔리는 상품이라고 하면 경쟁점이 아직 취급하지 않는 상품을 발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제설용 삽을 판매한 점포도 처음에는 ‘좋은 상품이지만 비싸서 잘 팔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제례주를 판매할 때도 ‘우리 매장에서는 제례주는 팔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상품의 가치를 전달하지 못해 팔리지 않은 것인데 그 이유를 상품의 탓으로만 돌리며 팔리는 상품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반대로 생각하면 진열만 해놓으면 팔리는 상품은 이미 가치가 충분히 전달된 상품이다. 모두 구입하고 싶어 하는 상품이므로 어디서 구입하든 상관없다. 그래서 가격 경쟁을 하는 수밖에 없고, 이것이 레드오션이 되는 이유다. 그에 반해 제설용삽과 제례주를 판매한 점포는 자신의 점포에서만 팔리는 상품을 만들어 블루오션을 개발한 것이다.
◇고객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고객상 그리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팔리는 매장을 만드는 것이다. 아무리 가치가 있는 상품을 점두에 진열해놔도 고객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지 못하면 자점에서만 팔리는 상품으로 만들 수 없다.
한 점포의 재미있는 사례를 소개하겠다.
그 점포는 만두 매대로 향하는 매장 바닥에 ‘만두를 좋아하는 분은 여기서 스톱’이라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POP를 부착했다. 그것을 보고 흥미를 느낀 고객은 매대 앞으로 향해 만두를 설명하는 POP를 읽지 않을 수 없다.
POP의 글과 사진을 보고 자연스럽게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만들면 고객에게 확실하게 그 상품을 발견하고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다. 그 결과 사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만든다. 이것이 팔리는 매장을 만드는 법이다.
이 점포는 볼런터리 체인 매장이었는데 과거에는 잘 나가는 인기상품은 대형 유통업체에나 유통되기 때문에 팔리는 상품을 매입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점포의 가치도 없고, 효율을 우선해 점내에서 고객과 대화를 금지시켜 고객상도 제대로 그릴 수 없었다. 어떻게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고객에게 전달할 가치와 어떤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할 것인지 상정한 후 자점에서만 팔리는 상품을 개발하게 됐다.
또한 이 점포는 와인 매대를 운영하지 않았다. 변두리 상권에 입지해 고객들이 와인을 마시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한 것이다. 실제 판매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점주 자신도 와인을 마시지 않았는데 어느 날 우연히 모임자리에서 와인을 마셔본 후 맛이 좋아 그 와인 제품을 매입했다. 그리고 자신처럼 ‘와인을 마시지 않던 사람을 위한 와인 매장’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하나둘 상품이 늘어가면서 매출이 향상됐고 와인 매장도 점점 확대됐다.
이 사례에서 중요한 점은 고객은 특별히 와인에 대한 니즈가 없었는데 점포가 고객이 구입할만한 가치를 제공했기 때문에 판매가 활성화됐다는 것이다. 초급자, 중급자, 상급자의 단계별로 추천 상품을 운영하며 다음 단계에 마실 제품을 소개했다. 지금은 애호가를 위한 제품도 두루 갖추고 있지만 이 매장에는 ‘이 제품을 아직 마시지 못한 고객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이 점포의 와인 매장에서는 다른 매장에서 취급하지 않는 특이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자점의 고객에게 권해주고 싶은 제품과 그에 적합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니즈, 듣지만 말고 가치를 전달해야
고객니즈와 대중의 니즈를 융합한 형태의 유통업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자신이 상정한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가치’를 판매하는 업이다. 자신이 고객에게 알려주고 싶은 세계를 상품이나 서비스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가 고객에게 전달되면 고객을 팬으로 만들 수 있다.
자점의 고객상을 상정하는 목적은 단순히 고객니즈를 듣고 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한 것이다. 물론 고객니즈에는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세탁기가 고장 나 새 제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고객에게는 신제품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기쁨도 감동도 없다.
이제 오프라인 점포가 해야 할 일은 고객을 설레게 만드는 것이다. 가족, 애인, 친구 등 기쁘게 해주고 싶은 상대의 생일 선물을 준비할 때, 상대를 잘 알지 못하면 만족스러운 선물을 준비할 수 없다. 고객에게도 마찬가지다. 고객에 대해 잘 알아야 감동시킬 수 있다. 그래야 자점에서만 팔리는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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