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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도심 한복판에서 쇼핑센터와 재래시장의 상생

Paul Ahn 2020. 7. 16. 11:07

⊙영국 도심 한복판에서 쇼핑센터와 재래시장의 상생

http://www.retailing.co.kr/article/a_view.php?art_idx=3032#

 

- 안데일 마켓, 블링 마켓, 액튼 스트리트 마켓 -

 

영국 곳곳에는 재래시장과 대형 슈퍼마켓이 한곳에 자리 잡고, 각각의 장점을 살려 더 많은 소비자들을 불러들인다. 전통 깊은 재래시장에서 초대형 쇼핑센터로 탈바꿈한 버밍엄 불링지구와 맨체스터 안데일 쇼핑센터는 그 배경은 다르지만 도심 상권에서 쇼핑몰과 재래시장이 상생한 사례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인 정부와 시민들이 함께 있다.

 

영국에는 슈퍼마켓만큼이나 다양한 재래시장이 존재한다. 런던에만 160개가 넘는 시장이 자리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7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지역민들은 관심을 갖고 재래시장을 찾는다. 영국의 재래시장들은 해당 시에서 보호, 관리하고 있다. 정부의 노력과 시민들의 관심 덕분에 영국 재래시장은 대형 쇼핑몰과 공존공생하고 있다.

 

 

■ 안데일 마켓 / 맨체스터

 

◇화려한 대형 쇼핑센터 내 재래시장 위치

 

영국 맨체스터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안데일(Arndale) 쇼핑센터와 재래시장 안데일 마켓(Arndale Market)은 한 건물을 나눠 쓰고 있다.

 

 

안데일 쇼핑센터는 각종 식당가와 대형 슈퍼마켓, 드럭스토어 등 210개 매장이 모여 있는 맨체스터 최대 쇼핑몰이다.

 

최신식 쇼핑센터 한켠에 위치한 안데일 마켓은 생선가게, 정육점, 채소가게, 과일가게, 음식점 등이 모여 실내 시장 형태를 이루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재래시장과 쇼핑센터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함께 자리잡고 있다.

 

안데일 쇼핑센터가 위치한 마켓스트리트(Market Street)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1800년대부터 많은 상점이 위치한 맨체스터 대표 쇼핑거리다.

 

1975년 도시 계획에 의해 완공된 초대형 복합쇼핑몰 안데일 센터는 맨체스터의 대표 쇼핑몰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재래시장 형태의 안데일 마켓은 없었다.

 

1996년 폭탄 테러에 의해 건물이 파손됐고 여러 번의 재건축을 통해 2006년 안데일 센터는 13만㎡로 규모를 확장했다. 이 시기에 안데일 쇼핑센터 건물 내 안데일 마켓이 형성됐다. 다른 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도소매상들이 모여 새로운 재래시장을 형성한 것이다.

 

 

◇시내 한복판에서 느끼는 재래시장 분위기

 

안데일 마켓은 대형 쇼핑몰 내에 있지만 영국 재래시장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안데일 쇼핑센터는 이 재래시장을 대형 쇼핑몰 내에 배치하기 위해 3년간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먼저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쇼핑센터와 재래시장이 공존하는 사례를 찾아다녔고, 바르셀로나 실내 시장들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그리고 호화로운 쇼핑센터 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질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상인들을 수소문했다.

 

그 중에는 런던 유명 재래시장인 버로우마켓(Borough Market)에 이탈리안 치즈를 납품하던 도매상인도 있다. 해당 매장은 이탈리아에서 직접 치즈를 공수해 소비자들에게 질 좋은 상품을 판매한다.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인테리어에도 신경 썼다. 블루 컬러를 테마로 활용, 판매하는 음식이 돋보이도록 했다. 시장이 시작되는 지점에 안데일 마켓만의 간판을 설치해 마치 방문객들이 별도의 재래시장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안데일 마켓을 기획한 매니저 마크 레곰스키(Ma rk Legomski)는 소비자의 고정관념을 깨고 시내 한복판에서 재래시장을 갈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정육점과 생선가게를 흔하게 볼 수 없는 영국에서, 시내 중심가의 가장 큰 쇼핑센터 안에 이 같은 가게가 들어서 있다는 것은 굉장히 파격적이다. 이 때문에 도심에서 쉽게 구매할 수 없는 신선한 생선과 육류, 채소를 사기 위해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연간 6 5천 명이 이 마켓을 찾고 있다.

 

안데일 마켓 한켠에서는 전세계 길거리 음식들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 매일 점심시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베트남식 바게트부터 멕시칸 브리또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상인들이 한데 모여 그들만의 음식을 선보인다. 시내 한복판에서 저렴한 음식을 사기 힘든 영국이기에 점심시간이 되면 주변의 직장인들이나 쇼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안데일 쇼핑센터 안에 위치한 푸드코트에 전혀 밀리지 않는 인기다. 영국인들이 가는 곳에 빠질 수 없는 펍 또한 안데일 마켓 안에 자리잡고 있는데 일반 펍에 비해 규모가 굉장히 작아 마이크로 바(Micro Bar)라고 이름 붙여졌다. 시장을 방문한 소비자들이 잠시 쉬어 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안데일 마켓은 대형 쇼핑센터 내에 위치해 있지만 맨체스터의 공식적인 재래시장으로 인정돼 맨체스터 시청에서 관리한다. 맨체스터시는 안데일 마켓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마켓 매니지먼트팀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해당 팀은 재래시장이 대형 쇼핑센터 안에서 잘 자리잡고 문제 없이 운영 되도록 사업 및 마케팅을 기획한다. 또한 끊임없이 상인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매대나 음식점이 들어올 때면 지역 신문기사를 통해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등 원활한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불링 마켓 / 버밍험

 

◇쇼핑센터에 재래시장의 색다름 부여

 

영국 버밍엄에 위치한 불링(Bullring)지구는 기존의 재래시장 터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선 상생 사례로 꼽힌다. 불링지구는 셀프리지(Selfridge) 백화점, 데벤함(Debenhams) 백화점, 세인즈베리(Sainsbury’s), 테스코(Tesco) 등 대형 슈퍼마켓이 입점한 초대형 복합몰과 이 쇼핑몰 내외에 자리잡은 재래시장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연간 3,600만 명의 쇼핑객들이 찾는 명소다.

 

그러나 버밍엄 불링센터에서 재래시장이 처음부터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버밍엄의 불링은 12세기부터 이어져 온 유명한 재래시장 터였다. 버밍엄시는 1960년 도시 계획의 일환으로 이 시장 터에 초대형 쇼핑몰을 건설했다. 영국에서는 최초로 시내 한복판에 쇼핑센터를 건설한 사례였다. 이로 인해 기존의 재래시장을 형성했던 상인들은 소비자의 접근이 어려운 외곽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재래시장이 사라진 불링 쇼핑센터의 성공을 지원하기 위해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온 국민들의 관심에도 당시 불링지구는 흥행에 실패했다. 높은 자릿세와 번번히 고장 나는 에스컬레이터,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잿빛 콘크리트 디자인 등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기기 시작한 것이다.

 

1990년대 들어 불링은 지역 재생사업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시도했다. 2000년도에는 불링지구 재건축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고, ‘현대 복합유통센터와 재래시장의 조화라는 콘셉트로 외곽으로 밀려났던 상인들이 다시 불링지구에 자리잡게 됐다. 불링지구 내 재래시장은 의류, 잡화를 판매하는 불링 래그 마켓(Bull Ring Rag Market), 영국에서 가장 큰 수산시장 중 하나로 손꼽히는 불링 인도어 마켓(Bull Ring Indoor Market), 그리고 쇼핑센터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야외 가판대를 통틀어 부르는 불링 오픈마켓(Bull Ring Open Market)으로 구성돼 있다. 600여 개의 상점과 매대가 모여있다.

 

 

◇시설 개선하고 청결도 인증까지

 

불링지구 내 재래시장이 처음부터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것은 아니다. 마진을 낮추고 서로 경쟁하다 보니 연간 80만 파운드의 적자가 나기도 했다. 상인들과 이들을 돕는 시민단체들은 재래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건물 구조와 조명에 문제가 많았던 불링 인도어 마켓은 상인들이 직접 나서서 조명을 바꾸기도 했다. 재래시장 보호를 주장하는 시민단체프렌즈 오브 불링 마켓(Friends of Bull Ring Markets)’은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 버밍엄시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불편한 교통 수단을 개선하고, 방문객들이 더 많이 찾을 수 있도록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버밍엄시에서도 이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개선해나가면서 점차 현재와 같은 활기찬 모습을 갖추었다.

 

주변의 많은 슈퍼마켓을 마다하고 소비자들이 불링 마켓을 찾는 이유는 신선하고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링 인도어 마켓에서는 영국 전역에서 공수한 생선과 육류, 그리고 전세계에서 수입한 고품질 채소와 과일을 판매한다. 대형 슈퍼마켓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특수 부위 육류나 오리고기, 메추라기 등을 구매할 수 있고 소비자가 요청한대로 손질해주기도 한다.

 

대형 슈퍼마켓과 달리도 느낄 수 있다. 오리고기를 사기 위해 불링 인도어 마켓을 방문한 한 소비자는 오리고기를 팔지 않는 정육점 주인이 수소문해준 덕에 시장 안의 다른 가게에서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불링 마켓은 소비자가 재래시장에서 음식을 구매할 때 가장 우려하는 청결에도 문제 없다. 정부가 음식을 판매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청결도 등급을 매기는음식 청결 등급(Food Hygiene Rating)’에서 매장 대부분이 5점 만점을 획득했다. 소비자들은 이 청결 등급을 정부 홈페이지, 또는 사업장 내 붙어있는 증명서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믿고 방문할 수 있다.

 

불링지구는 적극적인 버밍엄시의 지원으로 다양한 음식 페스티벌과 이벤트를 개최해 소비자와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인 11월과 12월에는 불링 마켓과 함께 영국 최대 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개최해 겨울에만 5 5천여 명이 방문하는 명실상부한 영국의 대표 시장이자 초대형 복합 쇼핑센터로 등극했다.

 

 

■ 액튼 스트리트 마켓 / 런던서부 액튼

 

◇대형 슈퍼마켓과 재래시장의 윈윈

 

런던 서부 액튼 중심가에 위치한 대형 슈퍼마켓 모리슨 바로 앞에는 소규모 야외 재래시장 액튼 스트리트 마켓이 위치해 있다. 역사와 전통이 깊은 불링 지구의 재래시장과 달리 액튼 스트리트 마켓은 2006년 해당 지역 구청에 의해 계획 및 설립됐다.

 

중심가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런던시로부터 75만 파운드의 설립금을 보조 받았다. 그리고 상점을 모집해 모리슨 슈퍼마켓 바로 앞, 차 없는 거리에 액튼 스트리트 마켓을 세웠다. 상점은 지역의 저소득층 주민들과 실업자들을 1순위로 선발했다.

 

 

◇저소득층에 판로 제공, 지역 경제 발전 기여

 

액튼 마켓은 일주일 중 4일만 영업하는데, 4일을 모두 영업하는 상인이 있는가 하면 7일장 형태로 해당 요일에 돌아가면서 상품을 판매하는 상점도 있다. 과일과 채소, 길거리 음식을 포함해 집에서 만든 과일잼, 수공예 액세서리 등 판매 상품 종류가 다양하고 상점별로 개성도 강하다.

 

저소득층 마켓이라는 콘셉트답게 이곳에서 장사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신청서를 내고 테스트 기간을 거쳐 장사를 시작할 수 있다. 액튼 마켓의 자리와 매대를 빌리는 비용은 하루 20파운드다.

 

액튼 마켓의 방문객 및 쇼핑객들은 모리슨에서 화장실, 주차장, 카페 등의 편의시설을 이용한다. 액튼 마켓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편의시절이 부족한 스트리트 마켓의 특성상 주변에 대형 슈퍼마켓이 있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 한다. 상인들은 하루 20파운드로 장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낮아 슈퍼마켓보다 상품을 싸게 팔 수 있다.

 

모리슨 역시 시내 한복판의 재래시장 덕에 유동인구가 증가했다며, 재래시장 운영을 반기고 있다. 또한 모리슨은 재래시장을 상생 관계로 인식하고 있다. 지역 사회에 일정 부분 공헌하며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대형 유통체인이기에 지역주민들이 설립한 액튼 마켓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다.

 

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모리슨을 방문하는 경우도 많아 슈퍼마켓 매출도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시장에서 판매하는 수공예품과 액세서리 등은 슈퍼마켓에서 판매하지 않는 상품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시장에 방문한 사람들이 슈퍼마켓을 가기도 하고, 슈퍼마켓에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 시장을 구경하다 물건을 구매하기도 한다. 실제로 모리슨 슈퍼마켓 앞에는 건너편에 액튼 마켓이 있다는 안내 문구도 세워져 있다.

 

 

◇이야기와 정을 나누는 재래시장

 

액튼 마켓이 대형 슈퍼마켓 옆에 굳건히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구청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담당 구청인 일링 카운슬(Ealing Council)은 지역 내 재래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창업을 원하는 주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대형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재화와 서비스를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고 다양한 이벤트로 소비자의 방문을 유도할 수 있다. 액튼 마켓 설립 초창기에는 창업한 지역 주민들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했다.

 

슈퍼마켓과 재래시장이 타운센터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많은 지역 주민들의 만남의 장이 됐고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고 왔다.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무료로 나누는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로 지역 사회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로 인해 액튼 마켓은 2013년에 혁신적인 스트리트 마켓에 주어지는빅 소사이어티 어워드(Big Society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액튼 마켓에는 엄마와 함께 채소 꼬치를 만들어 팔기 위해 나온 초등학생, 그리스에서 직접 공수해 온 음식을 판매하는 그리스 출신 주민, 뛰어난 손재주로 자전거를 수리해주는 수리공 등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가 있다. 액튼의 주민들은 모리슨에서 장을 보고 재래시장에 들러 슈퍼마켓에서 쉽게 살 수 없거나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을 구입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