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2020 결산과 전망
리테일매거진 2021 유통산업 보고서 ① 대형마트 (retailing.co.kr)
◇코로나 치명상에도 출구 전략 모색
2020년 대형마트 업계의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가량 신장한 것으로 추정돼 지난 2년간 역신장에서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매업태별 판매액에 기초해 추정 집계한 대형마트 매출 규모는 전년보다 3% 성장한 33조 4천억 원으로, 코로나19 이후 내식수요 증가에 따른 식품 매출 개선 효과에 힘입어 수년째 이어져 온 하락세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점포=매출’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대형마트 3사의 400개점 시대도 위태위태하다. 코로나 시대 온라인 전환 가속화로 오프라인 쇼핑객이 줄어들고 있는 탓인데, 2020년 대형마트 3사 점포 수 현황을 보면
•이마트는 지난해 신촌점과 트레이더스 월계점을 추가해 연도 말 총 160개 점을 운영 중이다.
•홈플러스 경우 지난해 신규 출점 없이 140개점을 유지했고,
•롯데마트는 12개점을 폐점해 총 점포 수가 112개로 줄었다.
◇리뉴얼·구조조정, 특단의 카드 효과 발휘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쇼핑객의 가장 두드러진 소비패턴 변화는 매장 방문횟수는 줄어도, 한번 매장을 방문했을 때 여러 품목을 대량 구매한다는 것이다. 산업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1∼11월 평균 구매건수 역시 -13.1%로 크게 감소했지만, 1인당 구매단가는 11%로 대폭 늘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일부 온라인몰에서 재고 품절이 발생하며 대형마트의 생필품 수요가 늘어나 구매단가가 증가하는 데 일조했다. 이에 오프라인 대표 대량 구매채널인 창고형 할인점의 성장세는 멈추지 않았고, 온라인 구매 수요도 대용량으로 몰렸다.
@이마트
1∼11월까지 총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4%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존점 신장률도 2.3%를 기록했다. 특히 경쟁사 점포들이 문을 닫은 사이 구조조정에 따른 반사이익, 점포 리뉴얼 효과 등으로 3분기 실적이 반등했는데, 부문별로 보면 이마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 늘었고 트레이더스는 27.9%, 전문점은 15.4% 상승했다. 트레이더스는 물론 마트 사업부의 기존점 매출이 동반 성장하며 회복세를 기록한 점이 고무적이었다.
이마트는 실적 하락에 대한 대응으로 2019년 대표이사를 교체한 이후 대대적인 점포 리뉴얼과 전문점 구조조정, 과감한 투자 등으로 반등을 이뤄냈다. 특히 삐에로쇼핑 등 전망이 불투명한 전문점 사업을 대폭 정리한 효과가 한몫했다.
노브랜드를 주축으로 한 전문점 사업의 3분기 영업적자는 43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1억 원 줄었다. 전문점 매각으로 자금을 마련한 이마트는 향후 SSG닷컴 전용 물류센터 확충 등에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마트타운 월계점과 1∼2인 가구에 특화된 신촌점 등 종전과 다른 개념의 매장을 오픈하며 이슈를 모았고, 창고형 할인점 사업에도 역량을 집중했다. 사실 트레이더스 월계점을 오픈할 당시만 해도 이마트타운으로의 전환 계획은 없었지만 연초 전점 가운데 30% 이상을 리뉴얼한다고 발표하면서 첫 타깃으로 월계점의 전면 리뉴얼을 단행한 것이다.
대형마트 매출이 내리막길을 걷는 상황에서 대형화와 복합화라는 특단의 카드를 적용해 성공한 셈이다. 이 밖에 쿠팡이나 네이버쇼핑 등 ‘디지털 유통’이 손대기 어려운 신선식품과 밀키트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는 등 MD 차별화에도 성과를 냈다. 2018년 82억 원 규모이던 밀키트 매출은 지난해 3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마트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타격에 휘청거렸다. 국내 매장뿐 아니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할인점 사업부 역시 매출이 하락했는데, 국내 사업의 구조조정 효과가 가시화된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60.5% 증가해 반등 신호탄을 쐈다.
이러한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롯데쇼핑은 마트 사업부 수장을 바꾸는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신임 대표로 취임한 롯데네슬레코리아 출신의 강성현 대표는 한국 까르푸와 보스턴컨설팅그룹을 거쳐 롯데에 입사한 케이스로,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나란히 컨설턴트 출신의 전략통을 대표 자리에 앉히며 진검승부를 펼치는 상황이 발생했다.
특히 롯데마트는 그간 그룹사의 자금력과 재무구조로 업황 부진을 버텨왔지만, 더 이상 개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으로 신선식품 중심의 MD 혁신과 매장의 풀필먼트화 등을 추진하며 위기 돌파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다이어트 효과 외에 MD 차별화 면에서 특별한 전략이 없었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지난해 11월에는 제철 식재료와 건강에 집중한 즉석조리식품 매장 ‘차리다, 식탁’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지난달 마트 사업부에 롭스 사업부를 합치기로 결정하며 경영 효율화 작업에도 나섰다.
@홈플러스
2019년 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에 매출이 전년 대비 4.7%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38.4% 급감했다. 창사 이래 처음 임원 급여를 삭감하기도 한 홈플러스는 지난해 결국 4개점의 자산유동화를 결정했으며, 안정적 경영과 온라인 사업을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올라인(All- Line ; 온라인+오프라인 합성어)’ 전략을 내세웠다.
홈플러스의 올라인 전략은 한 마디로 오프라인 매장을 살리면서 온라인 사업도 키우는 것이다. 오프라인 실적이 좋더라도 온라인 성장 여력이 낮으면 구조조정하고, 주거 밀집 지역에 위치한 점포에는 온라인 물류 기능을 장착해 온·오프라인을 모두 살리겠다는 의도다.
2019년 1조원에 그친 온라인 매출을 올해 2조 3천억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107개점에 온라인 물류 기능을 장착했다. 아울러 2021년 초 적용 완료 목표로 온라인몰·모바일 앱 UI 개편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오프라인 전략은 ‘코너스’와 ‘스페셜’ 두 축으로 매장을 혁신하고 있다. 코너스는 오프라인 체험 요소를 극대화했고, 스페셜은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의 경계를 허문 하이브리드형 매장으로 운영 중이다.
@메가마트
부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8개점을 운영 중인 메가마트는 지난해 천안 최초의 대형마트로 영업을 이어가던 메가마트 천안점을 ‘메가도매센터’로 리뉴얼했다. 식품 전문 홀세일 센터를 표방하는 메가도매센터는 신선식품 및 가공·해외 직수입·PB 등 1,400여 종의 식품을 상시 도매 가격으로 선보인 것이 특징이다.
@멤버십홀세일클럽 코스트코
2019년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에 전년 대비 8.4% 증가한 4조 5,22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식료품의 장기 저장 목적 소비 증가로 수혜를 본 코스트코는 올해 5조 원대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신규 출점 효과가 반영됐지만, 기존점 기준으로도 연초 마트 매출이 역신장할 때 신장세를 지속해 지난해 11월까지 기존점 매출이 12.5%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레이더스는 온라인에서 활용하는 ‘구독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 락인 효과도 거뒀는데, 지난해 커피에 이어 피자까지 구독 서비스를 확대했다.
기존 온라인몰의 구독 서비스가 배달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면, 트레이더스 구독 서비스는 월 구독료를 내고 매장을 방문해야 매일 또는 매주 커피나 피자를 싸게 구입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트레이더스 구독 서비스 이용객이 일반 고객보다 월평균 6배가량 더 많이 매장을 찾은 것으로, 창고형 할인점 특성상 자주 방문하기 어려운 고객들의 내점주기를 단축시키는데 성공했다.
@빅마켓
롯데마트 창고형 할인점인 빅마켓 역시 지난해 3개점이 폐점했지만, 장기간 보관이 용이한 대용량 상품 위주로 매출이 증가하면서 점별 객단가는 상승했다. 홈플러스 창고형 스페셜 매장의 온라인몰 버전 ‘더클럽’에서도 코로나19가 심각했던 연초 매출 신장률이 일반 온라인몰 대비 두 배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크스토어 등 매장의 물류 거점화 추진
한편, 대형마트 업계는 지난해에도 이커머스 전환 가속화에 대응해 물류센터의 자동화·풀필먼트화에 적극 투자했으며 물류 효율성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롯데마트
지난해 광교점과 중계점을 ‘바로 배송’이 가능한 온라인 거점 점포로 리뉴얼한 후 각 점포의 온라인 매출이 크게 향상됐다고 밝혔다. 이들 점포에는 온라인 주문 후 30분 내 배송을 실현하기 위해 매장 천장에 수직 리프트(피킹스테이션)를 설치하는 실험을 했다. 기존 자산인 점포 중심의 물류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롯데마트는 매장 후방에 핵심 자동화 설비를 구축한 ‘세미 다크스토어’ 운영에도 돌입, 온라인 주문 처리량을 늘릴 계획이다.
▷홈플러스
이미 107개 점포에서 수행 중인 온라인 물류 기능을 올해 전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이마트는 투 트랙 물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 3개(용인 1개, 김포 2개)를 운영하면서도 기존 매장에 PP센터(Picking & Packing)를 구축, 매장에서 바로 배송도 하고 있다. 수도권 매장에서는 주로 전자가, 지방 매장은 후자가 주력이다.
◈옴니채널로의 체질 개선 지속
새벽배송 규제 외에도 대형마트는 상생을 앞세운 규제 일변도 입법 정책에 극심한 피로감과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온라인쇼핑 시대에 소상공인과 대형점 간 경쟁이 갈수록 의미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오프라인의 위기를 반영하지 못한 과도한 족쇄가 풀리지 않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일선상에서 규제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업황부진에 따라 대형마트 업계의 폐점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일자리 감소가 예상돼 당초 규제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유통산업의 온라인 전환만 촉진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통시장 대 대형마트’에서 ‘온라인 대 오프라인’으로 유통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는 온라인에 늦게 대응한 탓에 밀려나는 줄 알았던 월마트가 부활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시대에 뒤처진 줄 알았던 거인이 되살아난 이유는 온라인 배송 기능을 강화함과 동시에 신선식품 분야에서 오프라인 채널의 강점을 십분 활용한 옴니채널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 온라인을 효율적으로 덧붙인’ 월마트가 실적 반등에 성공한 것을 보면 국내 대형마트 업체들도 현재 자신이 어떤 청사진을 그려야 할지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리테일 매거진 202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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