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덱스(FedEx) / 미국 1971년, ‘페덱스해 주세요’
•설립 : 1971년
•설립자 : 프레드 스미스(Frederick W. Smith)
•본사 :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 Tennessee)
〈페덱스〉
2014년 현재 전 세계 214개국에서 하루 평균 300만 개가 넘는 화물을 수송하고 있으며, 16만 명이 넘는 직원과 4만 곳이 넘는 지역 사무소, 640여 대의 항공기, 4만 3000여 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페덱스의 창업자이자 CEO 프레드 스미스.
◇물류 산업 혁신의 대명사로 통하는 페덱스
페덱스는 전 세계 물류망을 통해 기업 제품을 운송하는 국제 특송 전문 업체다. 페덱스의 실적이 종종 세계 경제 상황을 해석하는 ‘경기 바로미터’로 쓰이는 이유다.
페덱스는 DHL, UPS와 함께 세계 3대 항공 화물 회사 중 하나지만 전 세계적 인지도와 상징성에선 두 기업보다 한 수 위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페덱스했다(fedexed)’란 말이 물건을 특급으로 빨리 보낸다는 뜻으로도 통용되고 있다는 게 이를 잘 말해준다.
페덱스는 2014년 현재 전 세계 214개국에서 하루 평균 300만 개가 넘는 화물을 수송하고 있으며, 16만 명이 넘는 직원과 4만 곳이 넘는 지역 사무소, 640여 대의 항공기, 4만 3000여 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페덱스는 물류 산업 혁신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후발 주자지만 화물 운송 업계 혁신의 역사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적지 않게 가지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페덱스는 화물 익일 배송 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했으며,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익일 배송을 보장하면서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돈을 돌려주는 정책을 처음으로 실시한 회사다.
최초로 비행기와 승무원, 지상지원 편대를 갖추었으며, 최초로 정시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업계에서 전자위치추적 장치를 픽업․배달 트럭에 최초로 부착한 것도, 고객이 전화로 화물 픽업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것도 페덱스다. 페덱스는 항공 화물 운송 업계에서 기상전문 직원도 가장 먼저 채용했다.
페덱스는 프레드 스미스에 의해 1971년 탄생했다. 애초 이름은 페더럴 익스프레스(Federal Express)였다. 스미스가 페덱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최초로 떠올린 것은 예일대학 시절이다.
스미스는 1965년 경제학부 학기말 보고서로 ‘바퀴 중심(허브·hub)’과 ‘바퀴살(스포크·spoke)’ 원리를 이용한 익일 배송 시스템’을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각 도시의 화물을 허브로 모아서 보낼 지역별로 분류한 다음 자전거 바퀴살이 중심에서 바깥으로 퍼지듯 항공기를 이용해 화물을 밤새 목적지로 보낸다는 발상을 담고 있었다. 당시 스미스는 사회가 갈수록 서비스 중심으로 변하고 있어 서류나 소화물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이런 생각을 했다.
◇스미스는 대학 시절 페덱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담당 교수에게서 혹평을 받았다. 담당 교수는 “개념은 잘 구성했지만 실행 가능성이 없다”며 C학점을 줬다. 담당 교수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스미스의 아이디어는 당시 화물 수송 회사들의 배송 방식을 완전히 뒤집는, 당시 배송 관행에서 벗어난 방식이었으니 말이다. 당시엔 두 지점을 최단 거리로 잇는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 방식이 화물 수송의 대세였다.
◇“꼭 필요한 화물이라면 야간에도 반드시 배달한다”
담당 교수의 혹평에 좌절할 만도 했지만 스미스는 해병대 복무를 끝낸 1971년 상속 받은 400만 달러의 유산에 투자금을 더해 아칸소의 리틀록(Little Rock)에 대학 시절 구상한 ‘허브 앤 스포크(Hub&Spoke)’ 개념을 적용한 세계 최초의 특급 배송 업체 페더럴 익스프레스를 설립했다.
회사 이름을 페더럴(federal, 연방의)로 지은 것은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RS)에 찾아가 미국 은행들이 매일 이송하는 수표를 자신이 준비하는 항공 수송을 이용하라고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스미스의 제안은 거절당했다.
스미스는 회사를 1973년 지리적인 장점과 함께 좋은 기후를 찾아서 테네시주의 멤피스로 옮겼다. 멤피스는 지리적으로 미국의 정중앙에 위치한데다가 1년에 안개가 끼는 일수가 열흘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기상이 쾌청한 곳으로, 공항 이용에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극히 드문 최적의 장소였다.
하지만 사업은 시작 첫날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익일 배달 화물을 실은 비행기 6대가 페덱스의 비행장으로 들어온 첫날인 1973년 3월 12일 화물칸에 실린 배송 물품은 달랑 6개였다. 그 가운데 하나는 스미스가 동업자에게 보낸 생일 선물이었다. 창업한 지 2년 동안 페덱스가 14대의 소형 비행기로 미국 25개 도시에 배달한 소포는 186개에 불과할 정도로 악전고투가 이어졌다. 이 기간 동안 2,7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회사는 도산 직전에 몰리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스미스는 “꼭 필요한 화물이라면 야간에도 반드시 배달한다”며 무조건 밤샘 배송 전략을 밀어붙였다. 당시 업계에선 스미스의 밤샘 전략과 익일 배송 시장을 과소평가했지만 스미스는 비용이 더 들더라도 익일 배달 시스템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역사가 말해주듯, 결과적으로 그의 선택은 적중했다. 이전까지 소비자들은 운송 업계가 낮에만 화물을 운송한 까닭에 자신의 물건을 받기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지만 페덱스로 소포를 보내면 다음 날 오전에 물건을 받는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소비자의 머릿속에 ‘철야(overnight)=특송(express)’이란 인식을 심는 데 성공한 것이다.
후발 주자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페덱스는 마케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예컨대 페덱스는 익일 배달 업계에서는 미국 최초로 ‘익일 배송’을 강조하는 전국적 단위의 TV광고를 실시했다. 페덱스의 배송 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벤트성 배송도 자주 했는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조스>(1975)에 출연한 4미터짜리 뱀상어를 운송한 일화가 TV를 통해 알려지면서 지명도를 쌓아나갔다.
이런 마케팅 공세와 1977년 미국 연방 항공법의 개정으로 항공 화물 산업에 대한 규제의 완화로 페덱스는 말 그대로 날개를 달기 시작해 1980년대 들어 미국 시장 점유율 1위 자리에 올랐다. 이와 관련해 하워드 로스먼은 [세계를 변화시킨 기업 33]에서 “같은 무렵에 등장해서 사람들의 일상을 변화시킨 전자레인지나 VCR과 마찬가지로, 페덱스의 아이디어는 시기와 내용 면에서 모두 적절했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미국 우체국을 개편한 후 2세기가 지나고, 문전 택배 사업이 태어난 지 몇 십 년이 지난 시점에서, 페덱스는 사람들의 요구와 기대를 근본적으로 재규정했고, 그럼으로써 이 세상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정립했다.”
◇특송 배달과 동의어가 된 ‘페덱스’
미국 시장에서 완벽하게 자리를 잡자 페덱스는 1981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페덱스는 1984년부터 유럽과 아시아 서비스도 개시했는데, 1984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이르러 전 세계 익일 배달 산업의 절반이 넘는 물량을 관할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당시 직원은 3만 명, 보유 밴은 1만 대, 서비스 지역은 4만 곳, 날마다 배달하는 물품의 숫자는 50만 개에 달했다. 1998년 우리나라 시장에 진출했다.
페덱스는 1994년 회사 이름을 페더럴 익스프레스에서 페덱스로 바꾸었는데,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적극적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방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Federal’이란 용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둘째, 고객들이 이미 ‘페더럴 익스프레스’ 대신 ‘페덱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93년 페덱스에게서 아이덴티티 디자인 리뉴얼 작업을 의뢰받은 랜도 어소시에이츠(Landor Associates)는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으니, 그건 바로 1990년대 들어 비영어권 국가의 사람들도 ‘페덱스’를 ‘항공 운송 서비스’ 자체를 의미하는 새로운 자국어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소비자들이 페덱스를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페더럴 익스프레스’를 고집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당시 페덱스는 회사 이름 변경과 함께 기업 로고까지 함께 바꾸었는데, 새로 만든 로고에는 E와 x 사이의 공간에 화살표가 만들어지도록 디자인해 신속한 배달을 강조하는 페덱스의 철학을 반영했다. 페덱스는 새로운 슬로건도 함께 만들었는데, 그건 ‘전 세계 정시 배달 서비스(The World on Time)’였다. 그러니까 로고와 슬로건을 통해 페덱스는 ‘세계 어디서나 정시에’라는 자사의 브랜드 슬로건에 어울리는 빠르고 믿을 수 있는 배송 서비스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준 것이다.
페덱스는 1995년 단행한 리브랜딩에서 신속한 배달을 강조하는 페덱스의 철학을 반영해 E와 x 사이의 공간에 화살표를 넣었다.
이때 단행된 페덱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리뉴얼은 지금도 성공적인 리브랜딩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리브랜드 마케팅(Rebranding Marketing)은 소비자의 기호, 취향,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기존 제품이나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롭게 창출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활동을 일컫는 말로, 제품·브랜드의 마케팅 전략, 광고 콘셉트, 이름을 바꾸는 과정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앞서 말했듯, 오늘날 미국인들은 ‘페덱스했다(fedexed)’라는 말을 물건을 특급으로 빨리 보낸다는 뜻의 동사로 사용하고 있는데, 페덱스의 성공 스토리를 다룬 [C학점의 천재가 만든 경영신화]의 저자 제임스 C. 워더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워더비는 “페덱스는 회사의 임무, 즉 ‘익일특급배달을 나타내는 동사’로 쓰인다. 화물을 손상 없이 주소지로 정확하게 익익배달해 주길 원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UPS해 주세요’ 혹은 ‘에머리(Emery)해 주세요’라든지 ‘에어본(Airborne)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그저 ‘페덱스해 주세요’라고 말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극찬한다.
“하지만 페덱스가 성취한 것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Xerox라는 상호도 동사로 사용된다. 하지만 페덱스라는 어휘는 일반인들에게 도덕적 행위, 즉 약속을 지킨다는 행위를 연상시킨다.”
◇물류는 고객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는 산업
그렇다면 페덱스는 어떻게 해서 미국인들이 페덱스라는 이름을 ‘도덕적 행위’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던 것일까? 그건 페덱스가 배송 시간을 정확하게 맞추기 위한 시스템 개발을 위해 혁신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배송에 IT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는 것을 있겠다. 예컨대 김중태는 [모바일 혁명이 만드는 비즈니스 미래지도]에서 “페덱스의 경영전략은 대부분 IT와 관련된 것이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컴퓨터 인터넷을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하고, 모든 처리 과정을 공개하고, 정보통신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며, 전 세계 직원의 정보교환을 원활하게 만들고, 모든 서류를 전자문서화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감한다’는 것이 페덱스의 경영 전략이다. 이런 전략을 통해 페덱스는 처리 속도를 높이고 원가를 절감해 세계적인 택배회사가 되었다.”
IT 기술을 활용한 페덱스의 혁신을 일별해보자. 페덱스는 1970년대 말 이미 바코드를 사용해서 물품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익일 배달 물량이 급증해 물동량을 감당하기 힘든 지경에 처하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고객지향서비스 및 경영관리운영시스템(Customer Oriented Services and Management Operating System: COSMOS)를 개발했는데, 1980년대 초에 COSMOS를 크게 개선해 화물 위치추적 정보 시스템을 도입해 모든 화물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
1986년엔 슈퍼 트랙커라는 초소형 컴퓨터를 활용해 수하물의 위치, 선적 상황, 기타 배송 관련 정보를 고객과 회사에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해서 고객들이 자신의 물건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게 했다.
페덱스는 인터넷 시대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페덱스는 월드와이드웹(WWW)이 도입된 초기부터 웹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페덱스는 1994년 웹사이트를 개설했는데, 이곳을 통해 COSMOS 데이터베이스를 비롯한 온갖 중요한 정보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루 2만 명 이상의 고객이 페덱스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등 페덱스의 고객 지원 서비스는 큰 호응을 얻었으며 이 때문에 페덱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최첨단 기업 가운데 선정되었다.
1996년엔 이른바 ‘페덱스 인터넷십’을 도입해 고객들이 집배 신청부터 송장 변경, 화물위치 추적 등 화물 운송에 필요한 모든 작업을 인터넷으로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온라인을 통해 운송을 의뢰할 수 없는 고객들을 위해선 탁송 의뢰서를 기입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특수 펜마저 개발했다.
이 특수 펜은 고객이 탁송 의뢰서를 기입할 때 펜에 달린 초소형 카메라가 고객의 필적을 읽어 곧바로 컴퓨터 화면에 의뢰 내용을 입력하고 보여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자체 개발한 ‘센스어웨어(SenseAware)’라는 센서를 배송물에 부착해 고객이 배송 환경의 온도, 습도, 내용물의 일광 노출 여부, 소포가 땅에 떨어진 적이 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페덱스는 왜 이렇게 IT 기술을 적극 활용해 물류 혁신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건 고객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는 게 페덱스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서비스 기준은 100퍼센트입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98퍼센트 혹은 99퍼센트도 훌륭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한 사업은 그렇지 못합니다. 우리의 고객은 언제나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서비스를 원합니다.”
◇페덱스의 ‘PSP 철학’
페덱스 직원들의 몸속에는 페덱스를 상징하는 자주색 피가 흐르고 있을 것이라는 말마저 있을 정도로, 페덱스는 직원들의 애사심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대체 페덱스 직원들은 왜 이렇게 애사심이 높은 것일까? 그건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수익 창출보다는 종업원 제일주의(People are first)를 추구하는 페덱스의 경영 철학과 관련이 깊다. 페덱스의 ‘직원 중심’ 경영 전략을 잘 보여주는 게 바로 페덱스의 ‘PSP 철학’이다.
PSP는 사람(People), 서비스(Service), 수익(Profit)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사람(people)을 바로 세우면 서비스(service)가 살고 연쇄적으로 이윤(profit)이 창출된다’는 뜻이다. 스미스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종업원)들을 지성으로 보살펴 주면 그들은 고객이 원하는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러면 고객은 회사의 미래를 확실하게 다지는 데 필요한 이익을 가져다줍니다.” 페덱스가 구현하고 있는 ‘PSP 철학’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첫째, 다양성의 추구다. 2004년 소수계를 승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해고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직원에게서 소송을 당해 157만 달러(약 16억 5000만 원)를 배상한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페덱스는 다양성을 인재 관리의 주요한 화두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페덱스 미국 본사의 경우 전 직원의 40퍼센트 이상, 임직원의 27퍼센트 이상이 흑인.히스패닉.아시안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승진에서 인종에 대한 편견 등이 반영되지 않도록 문서엔 피부색을 기록하지 않고 있다.
둘째, 능력에 따른 내부 승진 시스템이다. 페덱스 임원의 절반 이상은 내부에서 차근차근 승진한 사람들이다. 예컨대 2000년 페덱스 익스프레스 최고경영자에 오른 데이비드 브론젝(David Bronczek)은 1976년 페덱스 밀워키 지점에서 차를 닦고 물건을 나르던 최하위급 배송 직원으로 입사했으며, 2007년 1월 페덱스 인터내셔널의 회장이 된 마이클 더커(Michael Ducker)도 1970년대 페덱스의 초기 멤버로 입사해 시간당 2달러 81센트를 받는 화물처리요원으로 시작했다.
셋째, 사내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이다. 예컨대 페덱스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직원이 필요한 경우 CEO에게까지 상급자의 잘못을 지적,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공정 대우 보장 프로그램(GFTP: Guaranteed Fair Treatment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또 상사가 부하 직원 자질에 점수를 주는 일반적인 기업 평가 시스템과는 반대로 직원들이 경영진을 평가하는 ‘SFA(Survey-Feedback-Action)’도 운영하고 있다.
페덱스의 ‘PSP 철학’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이른바 ‘공평무사함’인데, 이는 스미스가 월남전에서 배운 리더십에서 비롯된 것이다. 스미스는 월남전에서 나이 많은 노동자 계급의 부하들을 이끌어야 했는데, 당시 그들과 함께 먹고 자고 싸우면서 ‘공평함’이야말로 부하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기라는 것을 깨닫고 이를 페덱스의 인사에 적용한 것이다.
이런 ‘인간 중심’ 경영 때문일까? 페덱스는 미 경제 격주간지 [포천]이 해마다 선정․발표하는 ‘존경 받는 기업’ 리스트에서 언제나 상위권에 포함되는 등 ‘건강한 일터’의 표본으로 꼽히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2010년 2월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존경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스미스를 꼽았다.
◇몸집을 불리는 페덱스
페덱스는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인해 주문 감소와 경쟁사와의 가격 경쟁 등으로 인해 큰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적극적으로 고통을 분담한 경영진의 리더십을 통해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페덱스는 스미스를 비롯해 임원들의 임금은 삭감했지만 평직원의 임금은 삭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스미스는 자신의 급여를 20퍼센트 삭각했으며, 마이클 더커는 10퍼센트, 임원과 부장들은 5퍼센트 삭감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파생된 위기를 무사히 넘긴 후 페덱스는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예컨대 페덱스는 2009년 2월 중국의 광저우에 총 1억 5,000만 달러를 들여서 본사인 미국 멤피스에 있는 물류 기지를 제외한 세계 최대의 물류기지를 세웠다. 페덱스가 광저우에 대규모 물류 기지를 세운 것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성장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앞으로 30년 이상은 아시아권에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하고 광저우를 아시아 물류 거점의 중심축으로 삼은 것이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SNS의 혁명에 따라 세계적으로 온라인 쇼핑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일까? 페덱스는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2014년 12월엔 반품 물류 전문 기업인 젠코를 14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2015년 4월엔 48억 달러에 세계 4위의 유럽 택배업체 TNT를 인수하며 유럽 배송 네트워크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TNT를 인수한 후 스미스는 “운영 효율을 늘리기 위해 두 회사의 네트워크를 합쳐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특히 픽업과 배송 운영 부문에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페덱스는 전 세계 220개국이 넘는 국가에서 물류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물류를 둘러싼 경쟁이 워낙 치열해지고 있어 페덱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급속하게 확산하면서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Amazon),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Alibaba), 세계 최대의 검색 업체 구글 등이 경쟁적으로 배달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IT 업체의 공세에 페덱스가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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