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사모펀드 ‘IMM PE’에 팔렸다.
주거혁신·가구혁명 이끈 한샘, 사모펀드 ‘IMM PE’에 팔렸다
지분 양수도 위한 양해각서 체결
최종 매매대금은 실사 이후 확정
1970년 한국 최초 입식 주방 도입
토털 리모델링 등 잇단 성공 가도
국내 가구업계 1위인 한샘은 14일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매각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매각 대상 주식은 최대주주인 조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한샘 주식 전부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조 명예회장이 15.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하면 30.21%다.
IMM PE는 양해각서에 따라 독점적 협상권을 부여 받았고 향후 한샘에 대한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샘과 IMM PE가 하반기 중에 본계약을 체결하면 한샘 대주주는 IMM PE로 바뀌게 된다고 한샘은 설명했다.
한샘은 “IMM PE가 경영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너라고 판단해 지분 양수도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게 됐다”며 “최종 매매대금과 구체적인 매매 조건은 실사 이후 추후 확정된다”고 밝혔다.
△최초ㆍ최고의 자부심
조창걸 한샘 창업자이자 명예회장은 ‘주거 환경 개선을 통해 인류 발전에 공헌한다’는 목표로 한샘을 키웠다.
한샘은 1970년 한국 최초의 현대식 주방가구를 만들며 출발했다. 당시 주방은 아궁이에서 밥을 지어 방으로 나르려면 허리를 숙이는 고강도 노동을 요구하는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서울대학교 건축공학과 출신인 조 명예회장은 7평 남짓한 매장과 비닐하우스 공장에서 ‘싱크대’로 불리는 현대식 주방가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강남과 1기 신도시 개발이 이어지며 세련되고 편리한 한샘 주방은 주부의 로망이 되었다.
주방을 노동 공간에서 생활공간으로 탈바꿈시킨 한샘은 집 전체로 눈을 돌렸다. 1994년 조 명예회장이 최양하 전 회장에게 경영을 일임하면서부터다. 최 전 회장은 자동화 설비에 투자해 주방가구의 완성도를 높이고 다양한 규격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동시에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종합 가구 회사를 천명하며 공간 단위의 상품을 최초로 선보였다.
소파와 테이블, 거실장을 따로 팔던 이전 방식에서 벗어나 이를 하나로 합쳐 ‘거실 상품’으로 내놓은 것이다. 1기 신도시 공급이 마무리되며 아파트 보급률이 높아진 덕에 한샘의 공간 단위 판매 방식도 적중할 수 있었다.
2008년 한샘은 가구제조업체에서 인테리어 유통기업으로 대전환을 시도했다. 강남을 시작으로 노후 아파트가 등장하면서 집 수리 수요가 생겨나기 시작한 때다. 한샘은 ‘ik(interior kitchen)’ 유통 사업을 시작해 전국 인테리어 업체와 손잡고 주방가구와 붙박이장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ik 유통은 2009년 391억원의 매출로 시작해 2013년 1450억원으로 급성장하며 그해 연매출 1조61억원으로 업계 최초 1조 클럽을 달성을 견인했다.
한샘은 2016년 ik 유통을 발전시켜 집 전체를 수리하는 ‘리하우스’를 시작하며 또다시 도약했다. 리하우스는 인테리어 경험이 없는 일반 소비자에게 전문 디자이너가 공간을 설계해주고, 전문 시공 인력이 공사와 사후관리까지 맡는 최초의 토털 리모델링 사업이었다.
이때까지도 가구업계는 안정적으로 대규모 매출이 발생하는 건설사 특판 영업 비중이 크게는 70% 이상을 차지했는데, 한샘은 이를 과감히 축소하고 리모델링 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리하우스의 성장에 힘입어 한샘은 이듬해인 2017년 가구업계 최초 연매출 2조원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대기업ㆍ온라인 플랫폼 공습하는 환경… 상속도 부담
인테리어 유통기업으로 성공한 한샘에도 위기와 시련은 반복해서 찾아왔다. 한샘이 홈 인테리어 시장을 이끌며 전체 시장 규모가 커지자 대기업이 진출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형국이다.
한샘과 가구업계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현대리바트는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이후 막대한 지원을 토대로 한샘의 고유 영역처럼 여겨졌던 주방가구와 시공가구, 최근에는 욕실을 포함한 토털 리모델링 사업까지 공략하고 나섰다.
여기에 건자재를 직접 생산하는 현대L&C의 지원사격까지 더해져 건자재 제조기반이 없는 한샘으로서는 위협요소가 됐다. 건자재 생산 위주였던 LX하우시스와 KCC글라스도 한샘과 닮은 인테리어 패키지 사업을 시작했다.
동시에 젊은 소비층은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국내 최초 인테리어 버티컬 플랫폼인 오늘의 집은 월매출 1000억원대 수준으로 성장했고, 인테리어 정보 공유 플랫폼을 넘어 가구 판매와 인테리어 시공까지 진출하며 전통 강자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939년생인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녀인 세 자매 또는 손자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면 최고 95%에 달하는 상속세율을 적용받는다. 조 명예회장은 1남 3녀를 뒀으며 세 자매는 각각 한샘 지분 1.32%, 0.88%, 0.72%를 보유했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2년6개월 전에도 한샘은 M&A 시장에 나왔지만, 당시 한샘 매출이 감소하던 때라 조 명예회장이 원하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며 매각이 결렬됐다. 이번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한샘이 3년 만에 2조 클럽에 복귀하면서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적기라는 평가다.
e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2021-07-15 06:00:26
문수아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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