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efit/⊙Common sense

⊙북한의 훈장

Paul Ahn 2022. 6. 16. 09:25

⊙북한의 훈장

 

북한의 훈장, 한땐 이렇게 받기 어려웠건만...

(donga.com)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7.27 전승절 기념행사가 평양에서 엄청난 규모로 열리겠네요.

 

이번 행사를 준비하느라 돈을 많이 썼다고 합니다. 배급도 못주면서 매년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각종 행사를 꼬박꼬박하는 것을 보면 대단합니다.

 

그런데 선전선동에 목을 매는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상 이런 행사를 중단하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에서도 신화처럼 배우는 내용 중에 이런 것도 있죠. 1941년 11월에 독일군이 모스크바 코앞까지 왔는데도 스탈린이 모스크바 시내에서 열병식을 열었고, 열병식장을 행진해 간 부대가 곧바로 전선으로 달려가 이겼다고요.

 

북한이 명절이면 열병식을 빠뜨리지 않는 속내를 보면 아마 이런 대규모 열병식이 사람들의 사기를 크게 북돋아 주고, 따라서 열병식을 잘만 하면 사람들에게 승리에 대한 신심을 북돋아주고 충성심도 키워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나 봅니다.

 

그런데 그런 방식도 한두 번이지, 이제는 북한 사람들도 60년 넘게 이어지는 행사에 지쳤습니다. 충성심을 이끌어내려면 행사보다는 상벌이 매우 공평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상벌 체계는 날이 갈수록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전쟁 참전 노병들에 대한 대우죠. 이번에도 노병들은 열병식이니 노병대회니 하는 행사장에 각종 훈장과 메달을 줄줄 달고 나타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노병들은 사실 요즘 사람들이 훈장을 받는 세태를 보면 분노가 솟구칠 것입니다.

 

6.25전쟁 3년간 북한군 100만 명 가까이 죽었지만 공화국 영웅은 533명만 나왔습니다. 당시 기준을 보면 적을 50명 사살해야 공화국 영웅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30명 이상 사살하면 국기훈장 1급과 2주간의 포상휴가, 25명 사살은 국기훈장 2급, 20명 사살은 전사의 영예훈장 1급, 15명 사살은 전사의 영예훈장 2급이었습니다.

 

가장 낮은 단계인 군공메달만 받으려도 적을 10명이나 사살해야 했습니다. 전쟁터에서 말이 쉽지 적을 10명 죽인다는 것이 어디 보통일입니까. 적을 1명 죽이고 내가 죽지 않는 것만 해도 정말 대단한 일이죠.

 

전쟁 때는 아주 대단한 전공을 세워야 군공메달을 받았지만, 지금 군공메달은 어떻습니까. 지금의 군공메달과 그것과 비슷한 급의 공로메달은 ‘바가지 메달’이라고 부르죠. 몇 천, 몇 만 명에게 한꺼번에 메달을 나눠주다 보니 메달을 마대에 메고 와서 바가지로 푹푹 퍼서 나눠준다고 붙은 이름입니다.

 

이번 열병식에도 참가한 사람들 전체에게 공로메달 한개 씩은 다 나눠주지 않나요. 1990년대 중반 열병식 때 보면 열병식 중간에 선 사람들에게 공로메달 하나씩 주고, 열병대오 테두리에 선 사람들에겐 기준선 잡느라 수고했다고 국기훈장 2급을 주었습니다. 전쟁 때 적을 25명 사살해야 받는 그 국기훈장 2급을 열병식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주는 겁니다.

 

북한 메달이 바가지 메달이 된 계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아마 1982년 열렸던 음악무용서사시 ‘영광의 노래’ 때였을 겁니다. 당시 김정일의 지시로 공연에 참가한 어린 학생 5000명에게 전부 공로메달을 주었습니다.

 

이때 6.25 참전 노병들은 “우린 피를 흘리고도 못 받은 메달을 고작 몇 개월 수고한 아이들에게 주다니” 이러면서 불만이 컸습니다. 그때 아이들에게 어디 메달만 주었습니까. 텔레비도 한대씩 주었던지 했는데, 이는 6.25전쟁 참가자들에겐 주지 않았던 선물입니다.

 

제가 북에 있을 때는 메달만 바가지 메달이라 했는데, 요즘을 보면 이제는 훈장도 바가지 훈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작년 광명성 3호를 발사하는데 기여했다고 과학자 101명에게 공화국 영웅칭호를 주었습니다. 올 2월 핵실험이 끝난 뒤에도 100명에게 공화국 영웅 칭호를 주었고, 김일성훈장, 김정일상 이런 표창을 쫙 풀었는데, 무려 1만1592명이 훈장과 표창을 받았습니다.

 

그 치열했던 전쟁 3년 간에 공화국 영웅이 533명인데, 위성과 핵실험을 했다고 두 달 만에 200명 넘게 공화국 영웅으로 만들어주면 이게 뭡니까. 요즘 영웅은 똥값이네요.

 

그런가하면 2010년 8월에 2.8비날론공장에서 비날론이 흐른다면서 74명에게 노력영웅 칭호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김정일이 방문하고 훈장 막 퍼서 나눠주고 간 다음날 곧바로 비날론공장이 생산을 중단하고 지금까지 생산을 못하고 있습니다. 자재가 없는데, 어떻게 돌아갑니까.

 

광명성 3호 발사도 마찬가지죠. 1998년에 인공위성 성공했다고 얼마나 떠들었습니까. 그땐 영웅이 단 1명도 없다가 왜 이제야 영웅을 100명이나 만들까요.

 

1998년에 여러분들에게 실패한 위성 발사 시도를 성공했다고, 하늘에서 위성이 돌면서 김일성장군 노래를 보낸다느니 어쩌니 하면서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셈입니다.

 

요새는 권력 있는 간부들이 국가적인 큰 연구에 숟가락을 꽂고 있다가 영웅칭호를 막 퍼서 주면 그거 하나 얻어먹기 딱 좋은 세상이 됐습니다. 물론 김정은이 기분이 좋아야 하니까, 훈장 받으려면 운도 좋아야 합니다.

 

오늘 진행되는 열병식에서도 김정은이 기분이 좋아져서 참가자들에게 훈장메달 푹푹 퍼주라고 지시하지는 않을지 모르겠네요.

 

하긴 설사 훈장 메달 아무리 받아도 어쩌겠습니까. 그거 아무 소용이 없는데요. 예전에는 600에 60이라도 대우를 해주었지만, 요새는 영웅이 아니고선 아무리 훈장 받아봐야 쓸데도 없습니다. 전쟁 노병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숨 걸고 싸워봐야 말년엔 배급 타먹기도 힘든데 말입니다.

 

그러니 지금 북한의 분위기는 훈장 이런 데 신경을 쓰지 않고 돈 잘 벌면 장땡인 나라가 돼가고 있습니다. 상벌이 이렇게 허무해지면 나라의 권위는 힘을 잃고 점점 나라가 망조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이 글은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는 내용으로 7월 27일 방송분입니다.  남한 독자들이 아닌 북한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임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2013-07-27 08:38:531

주성하기자nambukstory

 

 

북한 김일성 훈장

김일성 훈장(붉은 선 안)을 달고 있는 사람은 ‘2중 노력영웅 정춘실(68) 자강도 전천군 상업관리소장. 

왼쪽은 일련번호가 찍힌 훈장의 뒷면.

 

북한 최고 훈장인 김일성 훈장 등 북한의 각종 훈장과 메달을 소개한 『북한의 군사·민간 표창(The Military & Civil Awards of the DPRK)』이란 제목의 영문책자가 한국전쟁 참전 용사 출신의 미국인에 의해 최근 발간됐다. 400쪽 분량의 컬러 화보집으로 메달·훈장 수집가인 워런 세슬러와 미 첩보부대 출신의 폴 맥대니얼이 공동으로 펴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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