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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산업〕지구를 떠나라… 우주에서 돈이 보인다.

Paul Ahn 2022. 6. 17. 17:00

〔우주산업〕지구를 떠나라 우주에서 돈이 보인다.

(chosun.com)

 

◇국가 주도 올드 스페이스에서 민간 기업 주도 뉴 스페이스 시대

 

지난달 18(현지 시각)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대서양에 무사히 안착했다. 크루 드래건에는 사상 처음으로 전문 비행사 없이 민간인 4명으로 구성된 우주 비행단이 탑승했다. 이들은 국제우주정거장(420km)보다 높은 최고 585km 궤도에서 지구 주위를 90분에 한 번씩 선회했다. ‘인스퍼레이션4′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인 토드 에릭슨은 이번 미션이 2의 우주 시대를 여는 첫 번째 미션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유리 가가린이 처음으로 우주 여행 시대를 연 60년 전만 해도 민간 기업이 우주를 탐사하는 건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미국과 소련 간 우주 개발 경쟁을 부추겼던 냉전 체제가 소련 붕괴와 함께 끝나자 국가가 우주 개발을 주도하던 올드 스페이스 시대도 막을 내렸다. 2000년대 들어 기술 혁신으로 우주 산업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민간 기업들이 우주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렸다.

 

 

미국 비영리단체 스페이스 파운데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우주 경제 규모는 4470억달러( 534조원)로 이미 작지 않은 규모다. 군사 무기에서 항공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필수품이 된 위치·항법·시각(PNT) 서비스를 비롯해 위성TV, 위성 통신 등 다양한 우주 산업이 운영 중이다. 하지만 뉴 스페이스 시대와 함께 우주 경제는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현재 3500억달러 규모인 민간 우주 산업이 2040년에는 1조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존 레이먼드 미 우주군 참모총장은 최근 연설에서 상업적 우주 분야에 대한 투자가 2의 우주 황금시대를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뉴 스페이스 시대 연 재사용 로켓

 

그동안 민간 기업들이 우주 개발에 진출하지 못한 건 천문학적인 발사 비용 때문이었다. 인공위성 등 탑재물을 우주로 보낸 발사체가 일회용인 탓에 발사할 때마다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발사체를 재사용하면 발사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고정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2000년대 초반 우주 기업을 세운 억만장자들은 발사체 재사용이 우주 산업의 전제 조건이라는 판단하에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재사용 로켓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는 기업은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2002년 세운 스페이스X. 스페이스X는 설립 13년 만인 2015 12 2단 로켓인 팰컨9′ 1단 발사체를 완전한 형태로 지상에 다시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2017년에는 처음으로 1단 발사체 재사용에 성공했고, 올해 5월에는 같은 발사체를 10회 발사하는 기록을 세웠다. 팰컨9은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리거나,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을 보내는 데 활용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집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미국의 주력 발사체로 사용된 아틀라스V가 화물 1kg을 우주로 보내는 데에는 13400달러( 1598만원)가 들었다. 팰컨9의 경우 이 비용이 2700달러( 322만원) 5분의 1 수준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2000년 설립한 블루 오리진은 스페이스X보다 한 달 앞선 2015 11 1단 로켓 뉴 셰퍼드 발사체 회수에 성공했다. 다만 기술력은 팰컨9에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팰컨9은 궤도 진입을 위해 로켓이 수평으로 날아가다가 2단 분리 후 1단 발사체가 180도 회전해 역추진한 뒤 다시 수직으로 착륙한다.

 

반면 뉴 셰퍼드는 수직 이륙한 뒤 궤도 진입 전에 캡슐과 분리돼 자세 전환 없이 다시 수직으로 지상에 내려온다.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관광 목적으로만 활용될 수 있다. 현재까지 최대 7회 재사용에 성공했다. 블루 오리진은 내년 4분기 발사를 목표로 팰컨9처럼 궤도 진입이 가능한 재사용 로켓 뉴 글렌을 개발 중이다. 미국 스타트업 로켓랩 역시 재사용 로켓을 개발 중이다. 소형 발사체 일렉트론을 운용하는 로켓랩은 지난해 11월 발사체 재사용을 위한 첫 단계인 발사체 회수에 성공했다.

 

재사용 로켓 기술이 획기적인 혁신을 이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재사용 로켓 팰컨9 1단 발사체만 재사용이 가능하다. 페어링(탑재물을 보호하는 상부 덮개)은 두 번까지만 재사용이 가능하고, 2단 발사체는 아예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스페이스X의 차세대 로켓인 스타십은 완전 재사용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열린 콘퍼런스에서 팰컨 시리즈 발사 비용은 소모성 로켓의 2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이지만, 스타십은 1%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억만장자들의 우주 여행 전쟁

 

재사용 로켓의 발전은 일반인 우주 여행의 가능성을 열었다.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큰 우주 여행은 지구와 우주의 경계인 고도 80km 이상의 카르만 라인 부근에서 몇 분간 무중력을 느끼고 우주를 구경하고 오는 준궤도 우주 여행이다. 블루 오리진은 지난 7월 처음으로 뉴 셰퍼드를 이용해 민간인 우주 여행에 성공했다.

 

영국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2004년 설립한 버진 갤럭틱도 준궤도 우주 여행을 준비 중이다. 버진 갤럭틱은 공중 발사라는 독특한 발사 시스템을 갖고 있다. 기존 보잉 항공기를 개조한 모선(母船) ‘이브 4명이 탑승할 수 있는 우주선 유니티를 실어 수평 이륙한 뒤 고도 15km에서 유니티를 공중 발사한다. 이륙부터 착륙까지 한 시간가량 걸리며, 86km 카르만 라인 부근에서 5분여간 우주를 체험할 수 있다. 지난 7월 브랜슨 회장이 직접 유니티에 타고 시험 비행을 마쳤다. 버진 갤럭틱은 이달 중 이탈리아 공군을 태우고 시험 비행을 하고, 내년 6월 마지막 시험 비행을 한 뒤 3분기부터 상업 비행을 시작할 계획이다.

 

스페이스X는 고도를 더 높여 저궤도·달 궤도 우주 여행을 목표로 한다. 지난 9월 첫 민간인 비행에 성공한 인스퍼레이션4 프로젝트가 저궤도 우주 여행이다. 팰컨9으로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발사해 고도 400km 이상에서 지구 궤도를 2~3일간 돌고 온다. 스페이스X 2023년을 목표로 달 궤도를 여행하는 디어문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차세대 로켓인 스타십을 이용해 탑승객 6~8명이 약 6일간 달 궤도를 돌고 온다.

 

다만 아직까지는 탑승권 가격이 너무 비싸 우주 여행 상용화에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투자 회사 번스타인의 더글러스 한드 분석가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여행 빈도가 잦아지면 비용이 줄겠지만, 그 속도와 정도가 얼마나 될지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블루 오리진의 우주 여행 티켓 경매의 최종 낙찰가는 2800만달러( 333억원)에 달했다. 버진 갤럭틱은 내년에 시작될 우주 여행 탑승권의 시작가를 45만달러( 53600만원)로 잡았다. 버진갤럭틱은 금융 자산 1000만달러( 119억원) 이상인 고액 자산가를 잠재 고객층으로 보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200만명이 이에 해당되고, 이 숫자는 연평균 6%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600여 명이 탑승권 비용을 완납했다. 항공 우주 컨설팅 회사 아스트랄리티컬 창립자 로라 포칙은 아직까지는 우주 여행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 알 수 없다 기술이 성숙하면 억만장자들이 우주 민주화 약속을 이행할지, 아니면 극도의 사치로 남을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돈 버는 사업은 저궤도 통신위성 시장

 

하지만 민간 우주 개발에서 진짜 돈이 되는 분야는 우주 여행이 아니라 인공위성 시장이다. 지난해 기준 지구 궤도에 존재하는 인공위성 개수는 3372기로, 재사용 로켓이 등장한 2015(1305) 이후 2.6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저궤도에 배치되는 500kg 이하의 소형 위성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우주 분석 회사 브라이스테크에 따르면 지난해 발사된 위성 1282기 중 94%에 달하는 1202기가 소형 위성이었다.

 

소형 위성이 대중화하면서 저궤도 위성통신이 차세대 통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통신 케이블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인터넷 보급률은 올해 1월 기준 59.5%로 여전히 인터넷 사각지대가 많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통신망 설치에 큰 비용이 드는 오지나 선박, 항공기 등에 무선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다. 저궤도 위성통신 분야에서도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가 가장 앞서 있다.

 

스타링크는 현재 위성 1674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42000기를 저궤도에 배치하는 게 목표다. 현재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등 17국에서 고객 약 9만명을 대상으로 베타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월 사용료가 99달러( 118000)로 북미 지역 케이블 인터넷 서비스 월 사용료( 50~60달러)보다 비싸지만,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고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도 빠른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 수요가 높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를 주요 수익원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2017년 입수한 스페이스X 내부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링크는 2025년까지 가입자 4000만명을 확보해 30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위성 인터넷이 안정적으로 가동되기까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 변수다. 머스크는 스타링크에 앞으로 최대 300억달러( 36조원)를 쏟아부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투자금 마련을 위해 스페이스X는 지난해부터 잇달아 증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에도 비공개 투자자 99명에게서 자금 16억달러( 19200억원)를 조달했는데, 이때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740억달러( 89조원)로 평가받았다.스타링크의 경쟁자로는 영국의 원웹이 있다. 원웹은 지난달까지 위성 총 322기를 저궤도에 쏘아 올렸다. 올해 말부터 북위 50도 이상에 있는 지역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내년까지 위성 총 648기를 쏘아 올린 뒤 전 세계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 8월에는 한화시스템이 원웹에 3억달러( 3573억원)를 투자해 지분 8.8%를 확보했다. 아마존도 자회사 카이퍼 프로젝트를 통해 최대 10년간 인공위성 3236기를 쏘아 올려 전 세계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발사된 위성은 없다.

 

 

◇한국은 뉴 스페이스 걸음마

 

한국의 우주 산업은 아직까지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에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는 올드 스페이스 형태에 가깝다. 국내 우주 산업 매출은 2019년 기준 32610억원으로 글로벌 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만 업계에선 오는 21일 발사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가 뉴 스페이스 시대로 향하는 마중물이 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2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투입한 누리호는 모든 기술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기업과 기관이 자체 개발했다. 정부는 누리호 반복 발사를 통해 기술을 고도화한 뒤 2027년까지 핵심 기술을 민간에 이전할 계획이다.

 

우주 산업에 도전하는 국내 스타트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2016년 설립된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초소형 위성 발사체 블루웨일을 개발하고 있다. 길이 8.8m에 무게 1.8톤으로, 미국 로켓랩의 일렉트론(길이 17m, 무게 12.5)보다도 한참 작다.

 

2017년 설립된 이노스페이스는 고체 연료와 액체 산화제를 배합한 하이브리드 엔진을 사용하는 15톤짜리 소형 발사체 한빛호를 개발 중이다. 내년 6월 브라질 알칸타라 발사센터에서 첫 시험 발사를 할 예정이다. 이 밖에 초소형 위성을 제작하는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위성 지상국 서비스를 개발 중인 컨텍 등도 투자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심경석 연구위원은 국내 우주 산업은 아직 가시적인 실적 창출이나 상업화가 미흡하고, 기술력이 높은 기업이 많지 않아 투자가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다만 새로운 시장 창출 여력이 크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WeeklyBIZ

2021.10.15 03:00

신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