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然農法〕오가노포니코(Organoponico) 텃밭의 본고장, 쿠바의 도시농업
카리브에 자리잡은 쿠바에 대한 이미지는 다양하다. 아메리카 대륙 유일의 공산주의 국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남긴 많은 유적, 바로크 양식과 신고전주의적 기념물과 개인주택이 늘어선 올드 하바나. 의학박사이자 낭만적인 혁명가인 체 게바라가 활동했던 나라 등 관점에 따라 팔색조처럼 다른 모습, 다른 이미지의 쿠바에 대한 농업 관계자들의 이미지는 도시농업일 것이다.
쿠바는 동구권 사회주의의 멸망, 1989년 구소련의 붕괴, 미국의 철저한 경제 봉쇄로 곡물, 원유, 농약, 농기계 부품, 화학비료 등 농업 투입재의 수입이 중단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식량 생산을 했던 것에서 도시농업이 발전했다. 쿠바의 도시농업은 생존 차원에서 시작되었으나 오늘날 생태게 순환구조 회복, 도시녹지 확보, 도시의 생태 감수성 향상, 농업의 다각적 기능 측면에서 선진 모델이 되고 있다.
◇생존 차원에서 시작된 도시농업
쿠바의 도시농업은 미국의 경제 봉쇄로 인한 경제위기로 생계에 위협을 받은 시민들이 도심 내의 빈터에 작물을 심고, 정부 차원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면서 발달했다. 쿠바 정부에서는 개인들이 도시 주변, 주택 내의 공터, 옥상 등에 작물 재배를 허락하고 지원했으며, 이것이 쿠바 도시농업의 모태가 되었다. 특히 도심 주변의 유휴지 땅들은 쓰레기장이나 콘크리트 바닥으로 방치되었고, 밭으로 전환할 수 있는 토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은 도시농업의 발전을 부추겼다.
▷주택의 정원에서 도시농업을 하고 있는 모습
◇도시농업의 핵심, 오가노포니코
쿠바 도시농업의 상징적 이미지는 오가노포니코(Organoponico)이다. 화학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는 생태적 유기 순환농업을 하는 유기농 농장이라는 의미가 있으나 그보다는 텃밭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단어이다.
즉, 오가노포니코는 벽돌, 돌, 판자 등의 자재로 틀을 만들고 그곳에 퇴비를 혼합한 흙을 투입해 만든 일종의 인공농지이다. 오가노포니코를 도입하여 도시농업을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철제 울타리를 만들어 외부자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각각의 오가노포니코 농장에는 농기구, 퇴비 보관 창고가 있다. 쿠바의 도시 근교에는 이런 형태의 농업을 많이 하고 있다.
▷해충 기피제로 매리골드를 심어 놓은 모습
◇유기농업은 기본
쿠바의 오가노포니코는 화학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는 생태적 유기 순환농업이 기본이다. 모든 생물은 스스로 병해충을 극복하거나 자생력을 갖고 있으므로 생물 다양성을 통한 자연순환농법이 이루어지고 있다. 부족한 비료 문제는 전통적인 퇴비를 사용하고, 지렁이 분변토와 미생물은 퇴비로 흙의 생명력을 살린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병해충 방제
도심 곳곳의 농장에는 매리골드를 동반작물로 식재해 놓은 모습을 많이 볼 수가 있었는데 그 식재량은 한 작물을 시작하는 고랑의 첫 부분과 마지막 위치에 몇 포기를 심는 정도이다.
농작물의 해충방제를 위해서 농장 주변에는 해충 기피 식물, 즉 동반식물을 식재(대표적인 식물 예 : 매리골드, 해바라기, 옥수수 등)한다.
▷해충 기피제로 매리골드를 심어 놓은 모습
천적을 이용해 자연방제를 유도하거나 식물 고유의 천연 살충제를 이용하기도 한다. 병해충의 발생을 줄이기 위해 전혀 다른 품종의 작물을 한 공간에 심는 윤작, 간작, 휴경작 등의 친환경농업을 활용한다. 이러한 재배 방식은 과학자들이 체계적으로 하여 전통농업과 현대적인 농업을 접목시켜서 발전시킨 것이다.
▷오이 사이로 상추가 심겨졌다. 단종경작을 피하고 이렇게 상이한 품종을 섞어서 심어 해충을 방지한다.
◇세계 도시농업의 모델로 성장
쿠바는 국영방송과 농촌지도를 통해 농업교육을 꾸준히 실시한 결과 경제 봉쇄 조치를 이겨내고 식량 자급 자족에 성공했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생태농업의 모델이 되었다. 쿠바에서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사람은 40만명 이상이며 식량문제 해결, 일자리 창출, 농산물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
전국 주요 도시 근교에는 수천 개의 작은 농장이 있고 이것은 쿠바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도시농업에서 수확한 생산물을 판매하는 매장은 많으며, 판매 수입중 일부는 세금으로 내고 있다.
아열대 기후의 척박한 땅 쿠바에서 행해지고 있는 도시농업과 유기농업은 농약, 비료 등의 부족으로 시작되었지만 환경생태를 살리고 있다. 그리고 건강, 저투자, 저비용으로 가난한 사람을 먹여 살리고 있다.
박윤점 원광대학교 원예산업학부 교수
월간원예
2021.03.03 11:49
나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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