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사(金夀司) / 1986, 백화점에서 맛보는 40년의 오마카세
• 본점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132 혜정빌딩
• 개업 : 1986
일식집 ‘김수사(金夀司)’는 1986년 개업 후 40여년을 이어온 강남의 터줏대감이다. 호텔에서 근무하던 정재윤 셰프는 2012년 아버지로부터 김수사를 물려받으며 그 여문 손끝을 이었다. 아버지가 남긴 말씀은 ‘서두르지 마라, 그리고 만족하지 마라’. 그는 선대의 명성을 지키며 마음가짐을 다잡기 위해 머리를 삭발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세계 F&B 2팀 조창희 팀장이 평범한 한 명의 손님으로 김수사에 들렀다. 조창희 팀장은 그가 쥔 스시를 맛보고는 하우스 오브 신세계의 비전을 공유했다. 대를 이어 일식의 대가로 자리잡은 정재윤 셰프에게 새로운 도전정신이 생긴 순간이다.
“이전에도 많은 제안을 받았지만 한번도 분점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신세계의 비전은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김수사의 첫 분점, 하우스 오브 신세계 매장에는 그의 정성이 곳곳에 담겼다. “이번이 첫 분점이라 고민도 열정도 넘쳤습니다. 2호점에 쓰일 식기들은 제가 일본을 오가며 직접 공수했습니다. 판초밥에 사용하는 판은 가장 최상의 편백나무 기물로 특별 제작했죠.”
새롭게 선보인 2호점에서 그가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은 본점에 비해 넓어진 카운터 좌석이다. 정재윤 셰프는 “손님과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서 만족스럽다”며 “좋은 재료의 맛을 살린 정직하고 맛있는 식사로 고객들에게 행복을 주겠다”고 말했다.
김수사 하우스오브신세계점은 스시를 접하는 최고의 방법, 오마카세와 더불어 예닐곱개의 단품 메뉴들을 판매한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에서 김수사가 선사하는 녹진한 바다의 맛을 즐겨보길 권한다.
“서두르지 마라, 만족하지 마라” 아버지의 뜻을 이어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사거리 부근의 김수사(金夀司)는 강남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일식집이다. 정재윤 조리장은 1986년에 김수사를 개업한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오너셰프로 그곳을 지키고 있다.
그는 오랜 경력이 필요한 일식 조리장으로서는 젊은 편이다. 1981년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상지전문대 관광학과를 졸업했다.
“오너셰프인 아버지를 어릴 때부터 지켜보며 자라서 자연스레 일식 조리사의 길을 선택하게 된 것 같습니다. 졸업 때 실습을 나간 명동 세종호텔 일식당에서 남보다 더 열심히 노력을 했죠. 4년간 기본 기술을 익히고 경험을 쌓다가 전문적인 것을 더 배우고 싶어서 퇴사를 결심했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위암 선고를 받으셨어요. 그래서 예정에도 없이 식당 운영을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일하던 조리사들의 도움을 보태서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식당은 큰 어려움 없이 운영되어 갔다. 하지만 본인의 실력이 아직은 완성되지 않았다 생각하여 유명 초밥 전문점에 들어가 배움의 기회를 가졌다.
“서울에는 화려한 일식집이 많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소수만을 위한 곳인 반면 저는 상대적으로 편히 찾을 수 있는 좀 더 대중적인 곳을 목표점으로 삼았습니다. 물론 맛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죠. 대중적이라는 게 싸구려 재료에 낮은 솜씨를 뜻해서는 안 되잖습니까. 그런 목적에 부합하는 곳에서 일하며 초밥 만들기와 식당 운영의 기술을 닦아 나갔습니다”
그가 돌아와 완전한 오너셰프의 역할로 다시 시작한 것은 2013년이었다. 마음가짐부터 다잡는다는 생각에서 머리를 삭발하고 조리대에 섰더니 고객들의 반응이 더 좋아졌다. 손톱을 매일 짧게 다듬는 것은 1대 오너셰프인 아버지의 영향이다. 조리사가 되겠다고 선언을 하자 아버지가 처음으로 준 선물은 회칼이 아니라 손톱깎이였다. 조리사의 첫째 기본자세는 위생과 청결이라는 가르침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초밥 잘 만드는 일식당’으로 소문이 나면서 고객이 늘기 시작했다.
이 집의 주력 메뉴인 초밥정식은 점심 3만5000원, 저녁 4만5000원이다. 밥의 양은 상대적으로 적고, 그 위에 얹는 해산물을 길게 늘이는 스타일이다. 밥에 섞는 양념장은 창업 당시부터 아버지가 이어온 김수사만의 정통성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다른 일식집들이 초밥정식을 초밥 10개 정도에 구이, 탕, 튀김 등의 다른 음식들로 구성하는 반면, 저는 다른 음식 종류를 크게 줄이고 다양한 재료의 초밥을 20개 이상 제공하여 좀 더 초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초밥 전문점이기에 초밥으로 충분히 만족하게 하자는 거죠.”
초밥에 얹는 재료는 가급적 제철 것을 쓰려고 노력하는데, 필자가 취재차 방문한 2월의 구성 품목 중에는 선도가 뛰어난 청어, 담백한 참복 이리(수컷 정소·精巢), 진한 맛의 초절임 고등어, 꼬들꼬들한 전복소라, 가스토치로 겉을 살짝 구워내 고소한 광어지느러미 등이 있었다. 회 코스는 점심 3만5000원과 저녁 7만원·9만원짜리가 있는데 차조기(시소·紫蘇)잎을 채 썰어 넣은 초밥의 밥만 따로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시장기를 면하는 데도 좋지만 자기 취향에 맞게 스스로 초밥을 만들어 먹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단품으로 겨울에는 생대구탕과 복어맑은탕을, 여름에는 살아있는 것을 써서 끓여내는 민어탕을 자신 있어 한다. 디저트로는 직접 만드는 물양갱이 나오는데 촉촉하고 많이 달지 않아 여성 고객에게 인기 있다.
“묵묵히 열심히 평생을 일해 온 아버지의 길을 이어가는 것이기에 감회가 남다릅니다. 항상 하시는 말씀이 ‘서두르지 마라, 그리고 만족하지 마라’입니다. 빨리 이루려고 서두르다 보면 제대로 만들기 어렵고,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며 변화하는 것을 잊지 말라는 말씀이죠. 이제는 일선에서 물러나셨지만 아버지는 가장 든든한 파트너이고 스승입니다. 그렇기에 항상 조언을 구하고, 아침 수산시장에서 재료를 구입할 때 아버지와 자주 함께 합니다.”
강남 유명 초밥집들보다는 덜 세련되고 일부 다듬을 부분이 있지만 가격 대비 만족도를 놓고 보면 이 집이 낫다고 생각한다. 오너셰프로서 아직은 초기 단계라 볼 수 있지만, 선대의 명성을 지키며 자신만의 성과를 위해 노력하는 게 느껴지기에 앞으로를 주목해 볼 만한 곳이다. 와인과 위스키의 반입이 무료로 허용되는 것도 이 집의 미덕이다.
2014.03.07 18:58
박태순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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