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세상이 만들어가는 ‘핫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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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9일 치러진 제18대 대선. 유권자들은 손에 쥔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투표율을 점검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당락 과정을 지켜봤다.
특히 이번 대선은 75.8%라는 엄청난 투표율을 기록하며 1997년 치러진 15대 대선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대선의 1등 공신은 포털 사이트의 모바일 서비스였다. 대선 당일 네이버는 모바일에서 2억 건의 페이지뷰를 기록해 역대 최고 모바일 트래픽 기록을 경신했다.
이제 누구라도 하나 이상 손에 쥐고 있는 모바일 디바이스. 애플의 아이폰으로부터 시작된 모바일 빅뱅은 정보통신의 혁명을 넘어 대중들의 라이프스타일 속으로 깊숙이 자리잡았다. 정보의 흐름은 웹에서 모바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으며 콘텐츠 생산과 소비자의 직접적인 참여라는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도 이러한 사회적인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과 기업 구조개선 전략을 내놓고 있다. 모바일 세상이 만들어가는 ‘핫 비즈니스’를 살펴봤다.
◇ 패션·유통업계 모바일 적응 지수는?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 「디젤(Diesel)」은 얼마 전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매장에서 ‘디젤 캠(Diesel Cam)’이라는 흥미로운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매장의 피팅룸 앞에는 모니터와 카메라가 장착된 기기가 설치되어 있다. 이 장비를 통해 자신이 고른 옷을 입은 모습을 실시간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업로드하고, 지인들에게 지금 입어본 옷이 어울리는지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디젤 캠을 활용하는 고객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매장 직원들의 평가에 의존하지 않고 지인들의 조언을 통해 구매 의사를 결정하는 것이다.
해외 브랜드들이 모바일을 활용한 마케팅에 적극적인 반면, 아직 국내 브랜드들의 수준은 초보적인 단계다.
수년 전부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 계정을 개설하고 고객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지만 신상품 출시 정보나 단순 CS(customer service)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유통업계는 발 빠르게 모바일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11번가, 옥션·지마켓 등 오픈마켓은 물론이고 CJ오쇼핑, GS숍 등 홈쇼핑과 롯데닷컴, 신세계몰 등 백화점 쇼핑몰까지 올해 최우선 과제로 ‘모바일 쇼핑 활성화’를 내세웠다. 특히 모바일 구매시 온라인보다 더 높은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면서 시장 규모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보유자 가운데 53.4%가 ‘스마트폰으로 상품을 구매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쇼핑 품목으로는 의류가 51.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 단방향 정보 전달 한계 넘는다
패션 브랜드들의 모바일 채널 활용률이 떨어지는 것은 단방향 정보 제공 채널로 운영되는 특성 때문이다. 더 많은 경험과 체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단일 브랜드의 정보 제공 채널은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것. 고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베이스로 옮겨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국내에서 패션관련 콘텐츠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스타일쉐어’가 있다.
2011년 창업해 지난해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 스타일쉐어는 소비자가 자신의 패션 코디를 사진 찍어 올리거나 잡지나 인터넷에서 본 멋진 아이템을 공유하는 서비스다. 초창기부터 수익 모델에 신경쓰기보다 커뮤니티 형성에 공을 들여 현재 회원 15만명을 넘어섰고 매일 2000장 이상의 사진이 업로드되는 패션 분야에서 가장 활동적인 모바일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패션에 관심 있는 소비자 외에도 중소 인터넷쇼핑몰이나 인디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이 플랫폼을 이용할 정도로 폭넓은 수용력을 자랑한다.
패션기업의 새로운 시도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사업 추진 단계라 실명을 밝히길 꺼려한 중견 패션기업 E사는 지난해 하반기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모바일 서비스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자사 4개 브랜드가 보유한 고객관리 데이터 400만명을 기반으로 올 하반기 모바일 커뮤니티와 판매 채널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존의 생산 노하우와 네트워크, 자본력이 바탕이 되지만 지금까지의 패션 비즈니스 모델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모바일은 더 이상 홍보 채널이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를 잇는 새로운 고속도로”라고 말했다.
◇ 쇼루밍, 피할 수 없다면 정면 돌파하자
소비자들의 모바일 라이프스타일 확산으로 인해 쇼핑 행태도 갈수록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캐주얼 「G」 브랜드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캐주얼 단일 브랜드로는 ‘경이로운 수준’의 매출이다. 이 매출이 매장에서 일어나기 위해서는 한 달 내내 쉴새없이 붐벼야했지만 정작 매장은 한산했다. 매출의 70% 이상이 온라인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쇼루밍(Showrooming)은 오프라인 매장이 ‘쇼룸’ 역할만 한다는 데에서 나온 표현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살펴본 뒤 구매는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모바일 쇼핑몰을 이용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가격비교 앱의 증가는 쇼루밍족 증가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과거 가격 비교를 위해서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해야 했지만, 지금은 그 자리에서 실시간으로 가격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온라인·모바일 매출 비중이 늘어나면서 백화점들마다 앞다퉈 온라인 쇼핑몰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롯데닷컴’ 입점 브랜드의 매출은 명동 영플라자점으로 잡고, ‘롯데아이몰’의 매출은 잠실점으로 이관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H몰 사이트 안에서 현대백화점 1관, 2관 같은 형태로 동일 브랜드 제품이 한 사이트 안에서 판매될 정도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 중 23%가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비교한 후 온라인으로 구매했다’고 응답했다.
패션 기업 입장에서는 달가울리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제품 품질에 대한 확신과 저렴한 가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무시할 수는 없다.
◇ 빅데이터 시대, 큐레이션 서비스가 뜬다
이미 지난 2011년 전 세계의 소셜 미디어와 모바일 등에서 새로 생성되거나 복제된 정보량은 1.8제타바이즈(11조8000억 기가바이트)를 넘어섰다.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SNS 등을 통한 정보 생산이 급격하게 늘어난 탓이다.
하지만 데이터량의 증가는 신뢰도 높은 정보보다 무차별적인 경우가 많아 역설적으로 정보의 진실성 여부 파악을 위한 사용자들의 추가적인 피로도가 높아지는 현실을 낳았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한 비즈니스로 ‘큐레이션’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라고도 불리는 이 형태는 포털 등 IT 분야에서 RSS (Rich Site Summary)라는 형태로 개인 맞춤형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선별된 제품의 정보를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해주고 경우에 따라 상품까지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20~30대 남성을 대상으로 한 패션·그루밍 박스 서비스 ‘맨킷’이 주목 받고 있다. 남성 전용 제품에 특화한 맨킷은 고가와 저가로 구분돼 소비자의 입맛에 따라 신청할 수 있다. 캘빈플라인 팬티, 스누지 정장 양말, 기본 면 티셔츠 등을 담은 ‘웨어 킷(3만9600원, 2만2000원)’과 로레알 스킨과 로션 등 기초 화장품으로 구성된 ‘어플라이 킷(3만9600원, 2만2000원)’ 등이다. 가장 큰 특징은 맨킷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물건을 한 번만 세팅하면 매달 해당 제품이 담긴 박스를 지속적으로 배송해준다는 점이다.
◇ 패스트 팔로어 시대 종말,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자
국내 패션 산업은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해외 브랜드의 상품, 경쟁 브랜드에서 잘 팔리는 상품만 베껴서 만들어도 어느 정도 판매가 보장 기간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수준이 ‘브랜드 머리 꼭대기’에 올라 앉아 있는 지금 과거의 전략으로는 더 이상 어필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 등 시장 환경의 변화도 어렵지만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기업 구조의 체질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SPA 형태의 비즈니스가 산업화 시대의 정점에서 만들어진 산물이라는 점이다. 시대는 바뀌어서 모바일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규모와 자본력에서 글로벌 브랜드들과 경쟁하기 어려운 국내 패션기업이 모바일 시대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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