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일본, 4월 경기 고꾸라져...한국에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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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본 최고의 인기 만화는 진격의 거인(進?の巨人·신게키노쿄진)이다. 지난 4월까지 단행본 1200만부가 팔렸다. TV 애니메이션판까지 만들어져 올해 4~9월 일본MBS에 방영됐다. 이 작품은 식인 거인의 침공을 피해 삼중 성벽 안에 사는 인간의 공포, 절망, 저항 의지를 다룬 공상과학 만화다. 인류는 100년간 성벽 안에 갇혀 지내며 성벽 밖을 동경하며 산다. 하지만 초대형 거인이 나타나 성벽마저 무너뜨리며 인류는 혼란에 빠진다.
‘망가(漫?) 천국’ 일본에서 유독 진격의 거인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뭘까. 일본인들이 성벽에 갇힌 인류의 모습에서 자신의 처지를 발견했다는 해석이 그럴듯하다. 일본은 지난 20년간 경기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일본 열도 안에서 칩거했다. 거품 붕괴에 따른 경기침체가 잇따른 세계 경제위기와 맞물리면서 일본은 20년간 성장이 멈췄다. 그 사이 중국·한국·대만 등 경쟁국은 전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제품을 밀어내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말 취임과 동시에 일본의 팽창을 선언했다. 일본인은 아베 총리에게서 진격의 거인 주인공 엘렌 예거의 모습을 본다. 엘렌 예거는 성벽 바깥의 세계를 꿈꾸며 무모한 모험을 감행한다. 아베 총리는 경제·정치·외교·군사 등 정책 분야에서 좌충우돌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올해 명목자산 증대와 소비심리 회복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 성공 여부는 내년에 판가름날 것이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세제개혁, 규제완화 등 성장전략이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아베 내각은 아직 성장전략의 세부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아베의 3개 화살 “두개는 표적에 꽂혔다”
아베 총리는 20년간 주식회사 일본을 성벽 안에 가둔 거인을 넘어뜨리기 위해 3개 화살을 준비했다.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3개 화살’은 통화정책, 재정정책, 구조개혁이다. 아베 총리는 올해 물가상승률 억제, 재정지출 증가, 소비지출 증대책 등 금융·재정 정책을 적극 활용했다. 또 미국·유럽과 보조를 맞춰 양적완화 정책을 과감하게 실행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10조엔을 추가 투입했다.
2개 화살(통화·재정 정책)은 표적에 꽂혔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8일 일본 경제가 올해 2% 성장한다고 발표했다. 2014년은 1.2%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 1.3%, 2015년 1.5%로 예측했다. 20년 만에 최대 규모다. 일본은 지난 5년 동안 세차례나 역성장했다. 2012년 성장률도 -0.6%다.
경제가 다시 성장하자 소비가 살아났다. 사치품 시장이 지난해 8% 성장해 270억달러까지 커졌다. 엔저 덕에 홍콩과 대만의 관광객이 일본으로 몰려들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올해 상반기 23% 성장해 500만명까지 늘었다(일본국립관광기구 7월 발표). 반기 기준으로 사상최고치다. 일본이 2020년 하계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주가 지수도 크게 올랐다. 영국 투자업체 슈로더는 일본 주식시장이 올해 들어 38.9%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주가 상승은 소비 확대로 이어졌다. 50대 이상 일본 노인층이 개인투자자 보유 주식의 90% 가량을 소유하고 있다. 자산 소득이 늘자 일본 노인은 사치품 소비를 늘이고 있다. 1인당 39만1천엔이나 하는 3박4일 규슈 기차여행 상품이 10월 15일 나오자마자 내년 6월까지 예약이 마감됐다. 히데오 쿠마노 다이치생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아베노믹스는 주가 상승과 노인 계층의 명목소득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미쓰이스미토모금융그룹 소속 니혼소고켄규쇼(日本綜合硏究所)는 2013~2014년 일본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정책 효과와 해외 경기 회복이 맞물리면서 ‘일본 경기는 작년말 기점으로 회복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 내년 4월 소비세율 인상으로 정책절벽 불가피
하지만 아베노믹스의 마지막 화살인 구조개혁은 아직 미지수다. 앨러스테어 뉴턴 노무라증권 선임분석가는 “아베노믹스의 3개 화살 중 구조개혁이라는 세번째 화살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보호산업 개방, 무역자유화, 규제철폐,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개혁정책은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의 체질변화는 구조개혁에서 나온다. 구조개혁의 세부 내용이 명확치 않다. 아베 내각은 법인세 인하, 기업규제 완화, 연금제도 개혁 등 고통이 따르는 정책은 발표하지 않고 있다. 성장전략은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식회사 일본의 경쟁력은 악화일로다. 지난 10년 미국 기업의 인건비는 14% 줄었으나 일본의 인건비는 10% 올랐다. 이 탓에 일본은 전자산업의 왕좌자리에서 한국·대만에 밀려난지 오래다. 삼성전자나 애플은 시장 경쟁에서 소니를 제압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 도요타는 일본 내 생산을 고집하던 프리미엄 자동차 렉서스ES350를 미국에서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전문가들은 ‘기업지배구조 개선부터 이민법 개정까지 경제·사회 분야에서 일본은 총체적 혁신을 감행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일본이 혁신에 실패하면 ‘파국’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위기가 불거질 1차 시점은 내년 4월이다. 일본은 내년 4월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인상한다. 내년 4월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1년 내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른바 정책절벽이다.
니혼소고켄규쇼는 지난 10월 발표한 일본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13년 실질성장률은 2%를 넘지만 2014년은 소비세율 인상 탓에 2분기 마이너스 성장하면서 제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공공투자 증가, 법인세 감면, 가계지출 지원 등 내수 활성화 대책이 수출 환경 개선과 맞물리면 2014년말부터 성장률이 회복될 여지는 남아있다.
◆ 일본 경기침체는 한국 경제에게 악재
일본의 경기침체는 한국 경제에게 악재다. 일본 경기침체는 엔화가치 절하(엔저)로 이어진다. 엔저는 일본 제품과 경쟁하는 한국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린다. 한국무역협회가 5월 1~15일 미국, 유럽 등 5대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 124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93엔을 넘어서면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유지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엔·달러 환율은 지금 100엔(10월11일 기준 98.42엔)에 육박하고 있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한국 제조업체 영업이익은 4.5조원 줄고 영업이익률은 0.21%P 하락한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폭은 커진다. 산업별로는 석유화학,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류의 매출이 크게 감소한다. 영업이익은 수출단가 하락이 불가피한 철강금속, 기계 업종에서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 장상식 연구위원은 6월 발간한 보고서 ‘우리 수출, 엔저에도 괜찮은가’에서 “엔화약세 탓에 국내 기업의 수출 감소,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만큼 정부와 기업의 선제적 대응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구본관 수석연구원도 “내년 4월 일본의 경기 후퇴는 예상된 일이다. 일본 소비 위축과 엔저는 한국 수출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므로 정부와 개별 기업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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