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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배추가 고랭지서 잘 자라는 까닭

Paul Ahn 2020. 2. 17. 15:12

〔발상의 전환〕배추가 고랭지서 잘 자라는 까닭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10011647235&code=990320

 

“풋내 나는 겉절이 인생이 아닌 농익은 김치 인생을 살아라.

 

런데 김치가 제 맛을 내려면 배추가 다섯 번 죽어야 한다. 배추가 땅에서 뽑힐 때 한 번 죽고, 통배추의 배가 갈라지면서 또 한 번 죽고, 소금에 절여지면서 다시 죽고, 매운 고춧가루와 짠 젓갈에 범벅이 돼서 또 죽고, 마지막으로 장독에 담겨 땅에 묻혀 다시 한 번 죽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김치 맛을 낸다. 그 깊은 맛을 전하는 푹 익은 인생을 살아라. 그러기 위해 오늘도 성질, 고집, 편견을 죽이면서 살아야 한다.”

이것은 글 쓰는 이처럼 고집불통인 나이 든 ‘황소’분들에게 당부하는 글이다.


 

 

무·배추는 고랭지(高冷地) 것이 좋다 한다. 알고 보면 식물은 봄과 가을에 주로 자란다. 무더운 여름철엔 벼나 고추 같은 무더운 지방에서 태어난 몇몇 식물을 제하고는 성장을 거의 멈춘다고 하니, 사람이 맥 빠질 정도면 식물도 지치는 모양이다.

 

한창 크는 애들의 키를 재 봐도 낮은 따뜻하고 밤이 서늘한 갈봄에 쑥쑥 큰다. 식물이 못자라는데 동물이 어떻게 잘 큰담. 먹을거리부터 식물에 기대 사는 동물이 아닌가.

그건 그렇다치고, 한 여름임에도 낮에는 후텁지근하지만 밤이면 가을철처럼 서늘한 곳이 있다면 채소가 잘 되련만…. 어디 그런 데가 없나? 있다, 있어! 모기가 숫제 없다는 태백준령! 고도가 높은 대관령도 여름밤에는 되레 추워서 옷을 껴입는다.

 

말해서 고랭지요, 그곳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내내 고랭지 채소가 지천으로 난다. 그렇지 않고선 한여름에 어찌 그 큰 항아리배추와 통무를 먹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 태양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녹색식물의 세포에 든 연두색 엽록체(많은 엽록소가 듦)에서만 가능한 것. 영물(靈物)인 푸나무다! 그래서 식물(植物)이 우리에게 먹을 식물(食物)을 주니 우리의 어머니다! 당신이 뭘 먹고 사는지 한번 살펴보라.

 

달걀, 쇠고기, 물고기도 알고 보면 죄다 식물(곡물이나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자란 것들이다. 하여, 밥을 먹는다는 것은 태양을 꾹꾹 씹어 먹는 것이요, 토마토나 귤 즙은 태양을 통째로 마시는 셈이다. 지구의 모든 에너지는 태양에서 온 것!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오, 나의 태양이라 부르는 것일까!?

 

식물은 낮에는 광합성으로 양분을 만들고 밤이면 그것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내는(쓰는) 호흡을 한다. 물론 낮에도 숨쉬기를 한다. 광합성이 양분을 만든다면 호흡은 양분을 소비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수입을 늘리고 소비를 줄여나갈 수 있을까? 총수입-소비지출=저축! 총광합성량-호흡량=순성장량/저장량이다.

 

낮에 광합성으로 만든 양분을 호흡과 성장에 쓰고 남은 여분을 잎이나 뿌리, 줄기, 열매, 씨앗에 저장한다. 낮의 온도가 높으면 광합성이 잘 되지만 잇달아 밤이 더우면 호흡량이 늘어나 식물이 펑펑 자라지 못한다.

다시 정리하자.

·배추가 낮에 덥고 밤에도 열대야가 계속되는 도시(여름)에서, 아니면 낮에는 후터분하고 밤은 썰렁한 대관령(봄가을)에서 더 잘 자라겠는가? 불문가지다. 고랭지에서 푸성귀들이 잘 자라는 까닭을 알았다. 하여 대관령 감자가 아이 머리통만하고 배추는 아름드리요, 무·당근은 다리통만하다!

 

권오길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