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ail Issue/•Hidden Champion

★현대카드 / 토털뷰어카운팅(TVA) 전략

Paul Ahn 2014. 7. 17. 12:53

★현대카드 - 토털뷰어카운팅(TVA) 전략

http://1234way.com/past_vitamin_read.asp?seq=6159&crm=d

 

2011년 10월,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는 고민에 빠졌다. 지난 10년 동안 이어졌던 고속 성장은 그 엔진을 멈췄다.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아무리 화려한 프로모션을 선보여도 카드 사용량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규제는 더 엄격해졌다. 가맹점 수수료를 내리라는 압박이 계속되면서 2.5∼2.6%였던 요율이 2% 아래로 떨어졌다.

 

가만히 앉아 수익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정 대표를 고민하게 만든 것은 현대카드를 대변하는 키워드라고 생각했던 ‘변화’와 ‘혁신’의 기운이 위축되는 느낌이었다. 경기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사세가 위축되고 그와 함께 내부의 역동적인 분위기가 소멸되고 있는 듯했다.  

 

‘이 일을 왜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그래서였다. 지금 하는 일을 무슨 이유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깨달으면 변화의 기운을 회복하고 수익 정체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회사가 하고 있는 일을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자며 들여다보기로 한 것은 ‘회계’였다.

 

현대카드는 회계를 통해 현대카드를 들고 나는 돈이 어느 항목으로 얼마나 움직이는지를 확인해 업의 본질과 현 상태를 파악하기로 했다.  문제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회계 방법으로는 돈이 어떻게 들어와 어떻게 쓰이는지를 명쾌하게 알기 어렵다는 데 있었다. 항목이 지나치게 잘게 쪼개져 알고 싶은 실제 비용을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예컨대 전통적인 회계 기준에서 인건비에는 현대카드 임직원에게 지급되는 월급만 들어간다.  하지만 업무를 위탁했거나 아웃소싱해서 그 대가로 외부 업체에 지급한 비용도 외부 ‘인력’에게 지급된다는 측면에서 넓게 보면 인건비에 포함할 수 있다. 전통적 회계 기준에 따르면 업무 위탁이나 아웃소싱에 들어가는 비용은 고객 유지비 또는 일반 경비 항목에 포함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인력’에 투입되는 전체 비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셈이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행 회계 기준을 무시하고 회계 장부를 재편해 보기로 했다. 몇 달간 본부별 또는 실별로 토론이 이어졌다. 실장급 이상 간부 전원이 이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우리 사업의 핵심 활동은 무엇인가’, ‘우리가 상대하는 고객을 어떻게 나누면 효과적일까’.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들이 오갔다.  

 

본부장들은 1주일에 한 번씩 모여 머리를 맞대고 이 프로젝트를 파고들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고정관념의 탈피였다. 기존 회계 방식에 익숙한 본부장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비용을 재편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답이 정해져 있거나 선례가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본부장들은 시행착오를 겪어 가며 비용을 이렇게도 모아 보고 저렇게도 모아 봐야 했다. 다양한 이름의 비용이 수십 차례 모였다

 

흩어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전략적 의도를 담은 새로운 기준이 모습을 갖춰 가기 시작했다. 이런 활동을 토털뷰어카운팅(TVA·Total View Accounting)이라고 이름 붙였다.  현대카드는 TVA를 통해 카드사가 하는 활동을 상품·채널·마케팅으로 나누고 현재 어느 부문에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있는지 살펴봤다.

 

상품은 카드 상품 자체의 경쟁력을, 채널은 영업사원을 통한 고객 모집을, 마케팅은 잠재적 고객 또는 기존 회원에게 제공하는 각종 혜택 및 기업 인지도 제고를 위한 활동을 일컫는다.  TVA를 적용하기 전 현대카드는 상품에 강하고 특히 마케팅에 뛰어나다고 자평하고 있었다.

 

알파벳 카드와 컬러 카드를 도입해 중구난방이던 카드업계 상품 라인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고, 일주일 동안 유명 레스토랑을 절반 가격에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고메위크나 디자인과 여행을 주제로 만든 라이브러리 등 현대카드만의 개성을 담은 마케팅을 꾸준히 해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카드는 내심 스스로를 ‘상품 플레이어’ 또는 ‘마케팅 플레이어’로 판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TVA로 파악한 현대카드는 다른 곳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었다. 특히 채널에 투입하는 돈이 예상보다 컸다. 전체 비용 중 채널이 차지하는 비율은 40%에 육박했다. 반면 마케팅에 투입되는 비용은 고작 7%에 불과했다.

 

사실상 ‘마케팅 플레이어’가 아니라 ‘채널 플레이어’였던 셈이다.  고객의 카드 사용 금액과 이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투입한 비용을 연계해 본 결과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줬다. 현대카드가 TVA를 통해 분석한 결과, 현대카드는 월 카드 사용 금액에 관계없이 고객 누구에게나 비슷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었다. 카드를 수령하자마자 잘라 버리는 고객과 꾸준히 사용하며 수익을 가져다 주는 고객을 구분하지 않고 같은 혜택을 주고 있었다.  

 

TVA 결과를 받아 든 현대카드는 대대적인 개편을 시도했다. 현대카드가 집중적으로 추진한 것은 상품과 서비스 부문의 혁신이다. 핵심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무조건 많은 고객을 모아 누구에게나 비슷한 혜택을 제공하기보다는 모집 단계에서부터 수익에 기여도가 높은 고객을 집중 공략해 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몰아주는 쪽으로 사업 구조를 전면 개편했다. 우선 월 카드 사용 금액이 50만 원 미만인 고객에게는 아무런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파격적인 정책을 도입했다.

 

대신 월 사용 금액이 50만 원을 넘기면 이전보다 더 많은 혜택을 줬다.  새로운 정책의 시행을 두고 기존 고객의 이탈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월 카드 사용 금액은 50만 원에 미치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현대카드를 사용하면서 장기 회원으로 가입한 고객들이 실망하거나 대거 이탈할 리스크가 컸다. 하지만 치열한 내부 토론을 거쳐 현대카드는 월 카드 사용 금액 50만 원 기준을 도입해 회사의 수익 기여도가 높은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로 했다.

 

시장점유율에 연연해 무조건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보다는 공헌 고객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확실한 수익을 얻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TVA를 통해 마케팅 및 고객 관리 방법을 바꾼 결과 현대카드는 작년 3분기 당기순이익 682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 분기 대비 55% 성장세를 보였다. 박기찬 인하대 경영대 교수는 “현대카드의 TVA 적용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카드업의 사명부터 파악하고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한 정 대표의 변혁적 리더십과 관행 및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조직 문화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2015-01-28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 시 사 점 =  

끊임없이 본질에 집착해야 한다. 사장은 물론이고 직원들까지 그런 사고를 하는 문화를 창조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현대카드 - 진상고객 전화 끊으니 개념고객 만족도 높아졌다

http://www.dongabiz.com/CaseStudy/Article/Article_Sub/article_content.php?atno=1901007201&chap_no=1&sdkey=22812082598&src=email&kw=&access_from=183&click_date=42997915&p=3

 

2011 12월 현대카드의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CS)어워드 행사 때 한 편의 동영상이 상영됐다. 전 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영된 동영상에는 고객으로부터 온갖 욕설을 다 들어야 했던 한 남성 콜센터 직원이 등장한다. 욕설은 장장 30분 동안 계속됐다. 영상은 이 직원이 해당 전화상담이 끝난 뒤 밖으로 나와 쓸쓸히 담배 두 개비를 연속으로 피우고 다시 상담을 하기 위해 자리로 복귀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동영상이 상영되자 CS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격려하기 위해 즐거워야 할 CS어워드 행사장이 숙연해졌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이러한 상황을 계속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건 바로 그때였다. 정 사장은 이듬해 1월 다음과 같은 트윗을 올렸다.   “콜센터에 전화 걸어서 직원들에게 성희롱이나 험한 욕을 퍼부으면 두 번 경고안내 후 전화 차단하는 정책 입안. 비록 민원지수가 떨어져도 어쩔 수 없다. 선진국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들. 직원들과 선의의 고객들을 지키는 것이 진짜 서비스다.”  

 

 

 

 

그리고 현대카드는 바로 2012 2월부터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 직원들에게 성희롱을 하거나 비속어를 사용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두 번의 경고 후 응대를 중단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콜센터 직원들을 성희롱과 폭언으로부터 보호하기로 한 것이다. 고객이 무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는 국내 서비스업계에서 현대카드의 이러한 직원 보호 정책은 파격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자칫 고객들에게 불친절하다는 인상을 남겨 브랜드 가치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비행기 비즈니스석에서 벌어진 대기업 임원의 행패로 인해감정노동자’1)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카드 회사 콜센터 직원들이 바로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다. 서비스업에서 고객에 대한 친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업체 간 경쟁으로 인한 과잉 친절이나 직원들의 인위적이고 불필요한 행동과 말로 인해 고객이 얼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이에 더해 일부 소비자들은 업체들이 고객에게 꼼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역이용해 욕설을 퍼붓고 부당한 요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러한진상 고객들의 행태를 감내한다. 전체 고객 중 이러한 고객의 비율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참고 넘기는 것이다. 불친절함이나 하나의 작은 실수가 SNS를 타고 걷잡을 수 없이 알려지며 불매운동으로 발전하는 사례도 수없이 봐왔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두 가지 차원에서 이 사안을 다르게 해석했다. 첫째, ‘진상 고객의 전화는 끊어버리는 것이 오히려 직원 보호를 통해 전체적인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이러한 고객들은 대체로 전화를 끊지 않고 오랜 시간 통화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로 인해 대기시간이 길어져 다른 고객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현대카드는 진정한 CS고객에 대한 무조건적인 친절한 태도(attitude)’가 아니라고객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solution)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재정의했다.

 

김정인 현대카드 기획지원본부장(상무)현대카드가 생각하는 CS의 정의는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라며만약 고객이내가 원하는 서비스는 못 얻었지만 그 회사 직원 참 친절하기는 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면 그건 고객의 시간을 낭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에서고객으로 관심을 돌리다   현대카드는 2001년 창립 후 2012년까지 자산 기준으로 연평균 14.7% 성장했다.2) 고속성장이다. 후발주자로서 성장에 주력했고 알파벳 카드를 잇따라 내놓으며 시정점유율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그동안 고객에게 어떤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고객의 로열티 구축은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가 2010년경부터회사가 빠른 시간에 크게 성장했고 고객 서비스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회사 내부적으로 생겨났다. 그때부터 CS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CS와 관련된 여러 가지 장치들을 만들고 전사적으로 이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는 프로그램들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CS를 포함한 전사적인 오퍼레이션, 즉 고객에 대한 직접적인 서비스와 관련돼 있는 모든 부서들을 하나로 모아 본부를 조직했다. 그래서 2011 3 ‘Operation 본부가 만들어졌다. CS는 물론 카드 프린팅, 배송, 정산, 청구 등 고객과 소통하는 모든 부서들을 한데로 모은 대규모 본부였다. 리스크관리 부서에서 담당하던심사도 고객과의 접촉이 많다는 이유로 가져갔고 마케팅부서에서 관리하던채널(콜센터)’도 담당하게 됐다.

 

내부 인력만 1200명에 콜센터 직원 3000명을 합쳐 약 4000명에 이르는 현대카드에서 가장 큰 조직이 탄생했다.   본부 출범 초기 정 사장은 본부의 수장을 맡은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 출신의 김정인 본부장에게탁월한 운영효율성(Operational Excellence)이 무엇인지 정의를 하고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했다.

 

김 본부장은 오퍼레이션이 카드 회사에 어떤 가치를 더하는지에 대해 고민했고 고객들이 손에 들고 있는 카드 자체보다는 카드로 인해 파생되는 서비스들이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카드 회사의 운영효율성은 서비스를 회사가 설계하고 의도한 대로 고객들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정의를 내렸다.  

 

오퍼레이션 본부는 2011년 중반부터 새로운 정의에 맞는 오퍼레이션 체계를 설계했고 2012 4월부터 새 시스템을 적용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현대카드의 새로운 정의에 맞게 운영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상담원들의 수준이 높아야 했다. 원하는 메시지의 전달이 무조건적인 친절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으며 고객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도 요구됐다.

 

이 과정에서 비용이 든다. 새로운 오퍼레이션 체계를 적용하려면 전체 비용이 10% 안팎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백억 원이 넘는 투자가 필요한 셈이었다. “비용에 상관 없이 체계를 바꾸라던 정 사장도 계산서를 받아 들고는진짜 이만큼이나 드느냐고 되물었을 정도다.

 

김 본부장은다시는 서비스 퀄리티 이슈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답했고 결국 결재를 받았다.   성희롱 및 폭언 고객 전화 차단은 현대카드의 CS혁신 프로젝트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CS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으로 시작된 현대카드의 CS혁신 프로젝트는고객응대 스크립트 간소화 △ARS 프로세스 개선사전 CS모니터링(Operation Check) 등을 포함한다.  

 

1) ‘감정노동이라는 용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대 사회학과 알리 러셀 혹실드(Arlie Russell Hochschild) 교수가 1983년 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했다. 혹실드 교수는 배우가 연기를 하듯 직업상 본인의 감정을 숨긴 채 다른 얼굴과 몸짓을 지어내야 하는 것을감정노동(emotional labor)’이라고 설명했다.  

 

2) 신규 업체로서 판촉 드라이브를 걸었던 시점과 신용카드 대란 사태 직전이라는 시점이 맞물리면서 500%가 넘는 폭발적인 성장을 한 2001∼2002년 성장분 제외.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터연구원 임승희(서강대 국어국문학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혁신기업이 맞이한엔진스톱위기 남은 하나회계의 재구성’, 조직성장 재가동!  현대카드, 회계, TVA 

http://www.dongabiz.com/CaseStudy/Article/Article_Sub/article_content.php?atno=1901015601&chap_no=1&sdkey=22812183398&src=email&kw=&access_from=183&click_date=44938698&p=1

 

 Article at a Glance – 전략, 혁신, 마케팅 현대카드가 TVA(Total View Accounting)를 도입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요인은? 1) 업의 본질을 탐구하고 다양한 질문으로 이를 공유하게 한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2) 기존 관행과 당연시하던 지출 항목을 초월한 비용의 재구성3) 공헌고객을 파악해 이들을 집중 공략한 고객 차별화 전략4) 도전과 시행착오를 일상으로 자리 잡게 한 조직문화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지혜(가톨릭대 영문학과 4학년), 백현(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11 10월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 10년 동안 이어졌던 고속 성장은 그 엔진을 멈췄다. 장기 불황이었다.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아무리 화려한 프로모션을 구사해도 카드 사용량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규제는 더 엄격해졌다. 가맹점 수수료를 내리라는 압박이 계속되면서 2.5∼2.6%였던 요율이 2% 아래로 떨어졌다. 가만히 앉아 수익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정 대표를 고민하게 만든 것은 현대카드를 대변하는 키워드라고 생각했던변화혁신의 기운이 사그라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데 있었다.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사세가 위축되고 그와 함께 내부의 역동적인 분위기가 소멸되고 있는 듯했다.  ‘이 일을 왜 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그래서였다. 지금 하는 일을 무슨 이유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하고 있는지, 본질적인 질문을 통해 정체성을 확인하고 변화의 기운을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정 대표는 주요 본부의 장들을 모아놓고 질문을 던졌다. “카드와 오토, 금융, 커머셜 4사를 누군가 인수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인수자가 우리가 하는 일을 보고이 일을 왜 이렇게 하고 있는 겁니까라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 건가요?” 회사를 사들인 사람의 시각으로 근본적인 차원에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조망해보자는 취지의 ‘Day1’이 이렇게 시작됐다.  현대카드만의 회계 기준을 만들다 하고 있는 일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보자며 포커스를 들이댄 것은회계였다. 원래 회계란 기업에 돈이 얼마나 들어오고, 얼마나 나가서, 결론적으로 얼마가 남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과정이며 결과다.  기업 활동은 결국 돈을 어디에 쓰고 어디서 버는지로 정의된다. 즉 기업의 정체성은 돈을 어디에 얼마나 쓰는지, 그리고 어디에서 가장 많이 벌어들이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현대카드가 회계에 돋보기를 들이댄 것은 그 때문이다. 현대카드를 들고 나는 돈이 어느 항목으로 얼마나 움직이는지 확인해 현대카드가 하고 있는 업의 본질과 현 상태를 파악하고자 했다.  정태영 대표는 부서장들에게 숙제를 던졌다. 자잘한 항목들로 쪼개져 실체를 알 수 없게 하는 기존 회계 기준을 무시하고 다양한 항목들에 흩어져 있는 비용을 의미 있는 큰 제목들 아래 다시 모아서 회계장부를 재편성해보라는 지시였다.  처음 결과물은 신통치 않았다. 그저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항목별 비용을 단순 합산한 것에 불과했다. 현대카드의 사업 내용에 맞게 인건비, 마케팅비, 영업비, 상품·서비스비, 임대차비, 관리비로 큼직하게 나눈 것까지는 좋았으나 하나로 묶으면 좋을 만한 비용들을 이 항목 저 항목에서 찾아와 하나로 합쳤을 뿐 어떤 의도나 목적이 개입되지 않은 결과였다. 이것만으로는 어떤 시사점도 얻을 수 없었다.  몇 달간 본부별 또는 실별로 토론과 토의가 반복됐다. 실무를 맡아 하는 팀장급 이하 인력을 제외하고 어느 정도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직급이라고 판단되는 실장급 이상 전원이 이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우리 사업의 핵심 활동은 무엇인가’ ‘우리가 하는 활동을 어떤 기준으로 나눠볼 수 있을까’ ‘우리가 상대하는 고객을 어떻게 나누면 효과적일까등에 대한 질문이 오갔다. 서로 묻고 답하며 도출된 답변들을 새로운 기준으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이름의 비용들이 수십 차례 모였다 흩어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전략적 의도를 담은 새로운 기준이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TVA(Total View Accounting)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미 정해져 있는 기존 회계 기준에 따라 잘게 나눠진 비용의 파편들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된 금액 모두를 총합해서 보겠다는 의미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