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할인점(Category Killer)
전문할인점시대가 오고 있다 9704
최근 선진국에서는 전문할인점이 높은 성장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유통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문할인점의 증가가 예상되어 그 정착 가능성을 진단해 본다.
작년 국내 유통산업은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였다. 이제까지 유통산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오던 백화점, 수퍼마켓이 고전을 면치 못하였던 반면 새로이 등장한 할인신업태의 고속성장이 돋보이는 한해였다.
또한 할인신업태의 등장에 있어서도 디스카운트스토어는 물론 회원제 창고형클럽, 하이퍼마켓, 수퍼센터 등 매우 다양한 형태의 업태진출이 이루어졌으며, 특히 마크로, 까르푸를 비롯한 외국 대형유통업체의 출점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작년 한해동안 새로이 출점한 할인업태만도 약 20여점(매장면적 5백평이상 기준에 이르고 있다. 올해에도 40여점의 출점이 예상되며, 시장규모도 약 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할인신업태의 고성장과 함께 향후 업태변화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할인점(카테고리킬러)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할인업태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업태 진화로 성장 가속
최근 선진국 유통산업 변화의 특징은 한마디로 디스카운트스토어의 정착과 전문할인점의 등장이다.
미국은 80년대를 기점으로 이제까지 미국 유통업을 이끌어 오던 시어즈를 비롯한 대중양판점이 쇠퇴하면서, 월마트, K마트 등 상시가격할인(every day low price)을 표방하는 디스카운트스토어가 부상하게 되었다.
그 이후 도매기능을 수반하면서 소비자에게 저가격을 제공하는 회원제창고형클럽이 새로이 자리를 잡게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회원제 창고형클럽은 디스카운트스토어에 식품을 접목시킨 수퍼센터의 출현, 특정 상품카테고리에 전문화하여 저가격에 판매하는 전문할인점이 등장하면서 시장지위를 서서히 내주고 있다.
한편 일본의 경우 할인업태의 도입은 90년대 이후 버블경제의 붕괴로 가격파괴현상이 나타나면서 본격적으로 이루어 졌다. 미국과는 달리 일본은 백화점과 수퍼마켓이 지속적으로 소매업의 선두지위를 고수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 와서 다이에, 이토요가토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할인업태가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게 되면서 상호 경쟁국면에 돌입하게 되었다.
디스카운트스토어는 물론 코우즈와 같은 회원제창고형클럽, DIY, 자동차용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전문할인점이 등장하면서 유통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
미국의 디스카운트스토어는 90년대들어 1 0 %대의 저조한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회원제 창고형클럽도 지난 80년대의 고속성장이 멈추고 90년대에는 6 %대의 성장에 그쳤다. 미국의 할인업계는 이제 수퍼센터, 전문할인점 등이 중심이 되고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아직까지 디스카운트스토어가 1 0 %대의 성장으로 타업태에 비해 고성장을 하고 있으며, 회원제 창고형클럽도 20∼2 5 %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전문할인점의 경우 아직은 비중이 작지만 향후 고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새로이 부상하는 전문할인점 이렇듯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전문할인점은 완구, 가전제품, 스포츠용품, D I Y상품, 생활잡화 등 특정한 상품카테고리에 전문화하여 그 분야에서 폭넓은 상품을 갖추고, 고급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집객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78년의 토이저러스(완구, 아동용품), 79년의 홈데포(DI Y관련상품, 주거개량용품)가 등장한 이래 가정용품의 베드배스 앤 비욘드(bed bath & beyond),가전의 서킷시티, 베스트바이, 수예용품의 마이클즈(michael's), 애완용품의 페츠마트(Pets Mart) 등 다양한 상품분야에 있어서 전문할인점이 출현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신사복업체인 아오야마상사, 스포츠의 알펜 등이 전문할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점포형태는 디스카운트스토어와 같은 창고형 저코스트 점포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유통근대화가 지체된 상품분야에서는 체인스토어 개념을 도입
하여 효율화를 추진함으로써 성공하게 되었다.
전문할인점은 특정상품에 대한 폭넓은 상품구색과 저가격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나 원스톱쇼핑의 편리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여러개의 전문할인점들과 디스카운트스토어 기업들이 한 쇼핑센터에 동시에 입점하는 형태인 파워센터가 등장하고 있다.
파워센터는 강력한 제품구색과 원스톱쇼핑의 편리성, 저가격, 편리한 주차시설 등을 앞세워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파워센터는 미국에서 80년대 후반에 도입돼 급성장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90년대 들어 출점이 확대되고 있다. 이렇듯 선진국에서는 전문할인점을 중심으로 한 업태변화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문할인점의 대명사 토이저러스 전문할인점의 선구자적인 존재로서 완구업계의 토이저러스의 성장은 주목할만하다. 2차대전이후 2천달러의 자본금을 가지고 유아용품 전문점으로 출발하여 57년 베이비붐 세대를 겨냥한 본격적인 완구업체로 등장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실패를 거듭하였으나 78년을 기점으로 대량구매/저가판매(high volume &low price)의 기치를 내걸고 상품관리에서 점포운영시스템, 물류시스템에 걸친모든 영역에 최신의 정보기술을 활용한 매장구성의 개혁을 착수하여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게 되었다.
취급상품수만도 1만8천여 품목으로 완구업계에서는 상상을 초월한 상품구색과 집중구매력으로 저가격판매를 실현하게 되었다.
현재 토이저러스는 미국내 완구용품부문의 시장점유율이 8 5 %를 육박하고 있으며, 매출에 있어서도 94년 현재 87억달러로 미국 전체 소매업에서 상위권에 속하고 있다. 또한 지속적인 해외진출로 시장지위를 확장하고 있다.
◇일본 전문할인점, 홈센터 성장가속
일본 전문할인점의 한 분야인 홈센터는 70년대초에 등장한 이후 점포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등 순조로운 성장을계속하고 있다. 94년말 현재 홈센터의 점포수는 2,800여점에 이르며, 총매출규모가 약 2조5천억엔으로 소매업 총매출액의 1 .8 %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 2000년에는 시장규모가 5조엔대에 이를 것으
로 전망되고 있다.
일반 가정용품 및 주거개량용품을 취급하는 홈센터가 일본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성장배경은 자신의 주거지를 스스로 보수, 개선함으로써 주택의 경제적가치를 높이려는 미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일본에 스며들면서 나타났다.
또한 주 5일근무제로 인한 여가시간의 증대,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주택환경의 개선에서 찾을 수 있다.
초기의 전문할인점들은 상권규모를 10만명으로 설정하여 교외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점포를 운영하였으나 최근에는 고성장에 힘입어 3천평규모의 대형점포까지 등장하고 있다. 상품구성에 있어서도 주거개량용품은 물론 가전, 의류, 애완용품 등 다양한 상품 카테고리를 선보이고 있다.
◇소비행동 변화에서 성장성 예측
그러면 과연 특정상품을 취급하는 전문할인점이 국내 유통산업에서도 성장할 수 있을까. 그 의문의 해답은 소비자들의 소비행동변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
다.
소득수준의 향상과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야기된 소비자 선택기준의 변화는 소매업태의 변혁에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의 고급화와 함께 구매경험 축적에 따른 합리적, 개성적 구매패턴의 확산은 대중적 소비패턴에 초점을 맞춘 기존 소매업태에 새로운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먼저 소비자들이 가격과 가치의 균형을 중시하는 '가치지향'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생활필수품과 같은 상품 차별이 어려운 분야에서는 저가판매의 디스카운트스토어를 소비자들은 선호하게 된다. 기호품 등을 판매하는 상품분야에서의 소비자들은 가격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의 욕구에 중점을 두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상품에 대한 가치가 다양해질수록 개인의 니즈가 명확하게 나타나고, 선택구매가 이루어지도록 상품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게 되어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전문할인점이 성장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독신인구의 증가, 여가선호 증대 등으로 시간절약, 합리성과 즐거움, 개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업태들의 나열식 상품구성보다는 오히려 특화된 제품을 취급하는 전문할인점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핵가족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가정을 중시하고, 자신의 주거공간을 가꾸려는 소비행동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국내 유통업에도 전문할인점의 한분야인 D I Y관련상품, 주거관련상품을 취급하는 주거개량용품체인(건축자재, 하드라인, 페인트 및 원예용품 따위를 판매) 및 가정용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홈센터 등이 성장기업으로 등장할 것이다.
국내 전문할인점 도입 초기 가치지향 경향, 시간절약형 소비패턴 등의 소비행동이 나타나면서 국내에서도 최근 대형할인점과 의류도매상가 등에 전문할인점이 잇달아 개점되고 있다.
현재는 주로 음반시장, 스포츠용품점, 패션전문할인점, 사무용품전문점 등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그 규모에 있어서도 할인점의 한 코너를 장식하는 정도로 운
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거평의 토이랜드가 개점되면서 전문할인점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하여 뉴코아의 뉴마트, 스포츠마트, 신세계의 스포츠데포, 미도파의 파워스테이션, 예림 인터내셔널의 오피스원 수퍼스토어 등이 영업을 개시하고 있다.
아직은 실험단계로서 매장면적도 1천2백평규모에서 2백평규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또한 최근에는 나산백화점이 강남점의 전매장을 전문할인점으로 개선하여 나산홈센터를 오는 5월에 개점할 계획이며, 신동방도 식자재품목의 전문할인점을 출점할 계획이다.
국내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외국기업의 경우도 많은 기업들이 전문할인점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는 아직 이렇다할 전문할인점이 없는 데다 목적구매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비추어 전문할인점이 향후 급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문할인점은 특정 품목의 한 계열군만 취급하기 때문에 디스카운트스토어에 비해 상품구색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가격에 있어서도 디스카운트스토어에 비해 결코 비싸지 않아 고객 흡입력이 매우 크다. 그러나 국내 전문할인점들은 아직까지 업태 도입 초기에 있기 때문에 특화제품의 선정에 있어 명확한 컨셉을 갖추지 못한 채 백화점형식의 방만한 제품구성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세진컴퓨터랜드와 같이 특정품목에 노하우를 가진 업체에 의해 독립점포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지만 뉴마트나 스포츠데포처럼 백화점 중간매장이나 할인점과 함께 입점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명확한 제품컨셉으로 진출해야
국내 할인업태의 역사는 미국, 일본에 비해 매우 일천하다. 미국은 이미 40여년전에, 일본 역시 10년이라는 시간속에서 할인업태가 성장해 왔다. 따라서 미국, 일본은 상당한 시차를 두고 경쟁력있는 새로운 업태들이 등장하여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왔던 반면, 우리나라는 짧은 시기에 다양한 할인업태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등장하여 서로 경쟁하며, 공존하고 있다.
미국의 유통업은 고객니즈에 따라 단계를 밟아가며 업태가 분화, 전문화되어 있다. 그러나 국내 유통업은 고객니즈에 맞게 업태가 발달한 것이 아니라 선진외국으로부터 일시에 도입된 측면이 있다.
선진국의 경우 디스카운트스토어는 주로 비식품위주의 매장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에 등장한 하이퍼마켓이나 수퍼센터를 중심으로 비식품에 식품을 접목한 형태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할인신업태는 업태 이름만 다를 뿐 실제로 상품구색이나 특성상에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있다.
저마다 매장구성을 식품,비식품으로 꾸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에는 보다 세분화, 전문화를 통하여 매장구성을 차별화해야만이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강력한 구매력을 지님으로서 제조업체를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할인점 성장 기대돼 전문할인점의 등장은 국내 유통산업에 또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 전문할인점은 아직 시험단계에 있기 때문에 타업태와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고 있으나, 저렴한 가격, 고품질의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특정제품군에 관한 한 압도적인 상품구색으로 다양한 소비자욕구에 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발전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겠다. 또한 상품구색이 미흡하고 비교적 중저가 수준의 제품을 취급하는 할인업태와 고급제품이긴 하지만 가격이 비싼 백화점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업태이기 때문에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다.
한편 디스카운트스토어나 전문할인점을 핵점포로 구성하여 한곳에 집중시켜 집객력을 강화한 파워센터의 성장도 눈여겨 볼 만하다. 저가의 판매점들이 한곳에 모여 있어 강력한 집객력을 발휘함과 동시에 다양한 업태의 집합으로 쇼핑센터내에서의 일괄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파워센터의 향후 성장가능성은 매우
크다.
향후 국내 유통산업은 당분간 다양한 업태들이 서로 공존하며 경쟁할 것이다.
디스카운트스토어, 회원제 창고형클럽, 수퍼센터와 같은 기존 할인업태의 성장과 함께 전문할인점 그리고 전문할인점을 핵점포로 하는 파워센터 등의 성장도 기대할 만하다.
< 박병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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