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노벨경제학상 받은 행동경제학, 리차드 탈러의 ‘넛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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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란 사전적으로 ‘팔꿈치로 살짝 찌르다’라는 뜻이며 ‘어떤 일을 강요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연스럽게 행동을 변화하도록 하는 유연한 개입’을 말한다.
2009년 출간된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의 행동경제학 책 『넛지(nudge)』에서 집중적으로 소개돼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예를 들어 남자화장실에서 “화장실을 깨끗하게 쓰시오”라는 문구보다는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여놓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넛지는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 사람들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면서도 디폴트(default : 초기 설정)를 살짝 바꿈으로써 긍정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인간은 천재인 동시에 바보
인간은 완전한 존재인가, 허약한 존재인가. 현대 주류 경제학은 인간을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경제적 인간이라고 본다. 인간은 본디 합리적이고 정확한 계산을 하는 존재라는 믿음이다. 이 관점에서 인간은 정확한 계산으로 정교하게 움직인다고 본다. 이 정확한 인간들이 모인 곳에 시장이 형성된다. 합리적 인간이 참여하는 시장 또한 완벽하다는 결론은 그렇게 도출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 교수의 저서 <넛지>,2009
◇보이지 않는 손 vs 슬쩍 보이는 팔꿈치
하지만 인간은 완전한 동시에 허약하다. 이성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이 무엇인지 알지만, 막상 그 합리적인 삶을 살아내기란 어렵다. 리처드 탈러 교수는 '경제 주체의 완전함'을 전제로 하는 전통적인 주류 경제학에서는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행동을 '행동경제학'으로 부연했다.
그가 책에서 말하는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옆구리를 찌르기', 즉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의미한다. 즉, ‘보이지 않는 손’으로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의 허점을 ‘보이는 손의 부드러운 개입’으로 막자는 의미다. 물론, 과도한 간섭이나 강요는 오히려 반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건강을 위해 계단을 이용하세요’라는 문장보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켜지는 불’이나 ‘달라지는 음악’ 등이 사람들을 엘리베이터에서 끌어내린다.
기존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한,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한 접근 거기에 맞는 대처법까지 제안한 ‘행동경제학’의 선구자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는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됐다.
노벨상위원회는 세일러 교수의 이론에 대해 "심리학적 연구가 경제적 의사결정에 적용되는 것을 통찰하는 행동경제학의 선구자"라며 "행동경제학을 통해 인간이 경제적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좀더 현실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수상소식에 2009년 출간된 그의 책이 서점에서 품귀현상을 일으켰다. 전년 동기 대비 18배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인센티브 시대 가고, 넛지의 시대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인센티브로 움직일 수 있다. 성과를 내면 그에 따른 성과급을 제시하는 것이다. 자판기만큼이나 명료한 설계다. 하지만 이 설계는 인간의 불합리한 행동을 설명하지 못한다. 자유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인센티브가 과도할 경우 심각한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을 금융위기를 통해 확인했다.
예를 들어 티저 금리가 곧 사라진다는 점을 알려주지 않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중개인은 고객이 나쁜 소식을 접할 때쯤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회사를 엄청난 위기에 빠뜨린 AIG의 파생상품 담당자도 인재 잔류의 명목으로 회사가 지급한 거액의 보너스만 챙기고서 퇴사해버렸다.
금융상품의 복잡성이 가중되면서 정보를 독점한 소수의 이기심 때문에 자유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저자들은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를 토대로 한 그들의 제안들이 좌파나 우파,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수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말한다.
<넛지>는 미국 오바마 정권이 넛지 정책을 수용하면서 금융위기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리처드 세일러는 ‘넛지’를 활용한 방법론을 제도권으로 들여와 저축플랜을 설계했고, 이에 빚더미에 앉은 미국을 구한 경제학자로 평가 받기도 한다.
세일러 교수는 넛지에서 "가장 좋은 개입은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일러 교수는 로체스터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코넬대와 MIT 경영대학원 등을 거쳐 1995년부터 시카고대 보스경영대학원에 재직하고 있다. 그의 저서 중 <넛지>와 <승자의 저주>,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등은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
조선뉴스프레스
2017-10-17
글 | 유슬기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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