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http://www.retailing.co.kr/article/a_view.php?art_idx=3235#
한층 정교해진 서브스크립션의 세계
구독자 개인 맞춤형 커머스로 진화
정기 구독자에게 다양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는 더 이상 새롭지 않지만, 그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뻔하다고 여겼던 서브스크립션몰이 뻔하지 않은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는 구독자 한 명 한 명을 위한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돈이나 시간을 아끼는 차원이 아니라 구독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의 진화 방향을 살펴본다.
# 정신없이 바빴던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낮에 배송된 택배를 열어보니 지난달부터 구독을 시작한 꽃다발이 들어있다. 진한 꽃 향기에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듯해 기분이 좋아졌다. 2주 전에 온 꽃다발은 버리고 새 것을 그 자리에 꽂아 둔다. 세수를 한 뒤에는 내 피부에 딱 맞춘 화장품을 바른다. 매달 새로운 제품이 배송되는데, 이번 달 제품은 미세먼지로 인한 트러블에 좋은 성분이 함유돼 있다. 실속식단으로 배송 받은 반찬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취미 정기구독으로 받은 뜨개질 인형을 완성하기로 결심한다.
온라인과 모바일의 발달로 현대 소비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에 노출된다. 바쁜 현대인들은 시간을 쪼개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때로는 쇼핑하는 시간조차 허용이 안될 때가 있다. 일에 쫓겨 자신을 위한 자유 시간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타임 푸어(time poor)’라는 단어가 생겨날 만큼 많은 현대인들이 여유 없는 삶을 살고있다.
앞선 사례와 같이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의 최강점은 쇼핑 관련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보편적인 쇼핑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소비자가 상품을 필요로 할 때 알아서 제공해준다. 이를 강점으로 ‘시간 절약형 소비’를 선호하는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독자 개개인의 취향을 얼마나 잘 맞추는지가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의 성패를 좌우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
초기 서브스크립션 모델은 단순히 다수의 소비자에게 동일한 상품을 일괄되게 제공하는 데 그쳤다. 국내 첫 정기구독 사례는 2011년 ‘★미미박스’가 제공하던 랜덤 화장품 박스로, 월 2만 원대 구독료를 지불하면 한달에 한 번, 5~6가지 뷰티 제품을 보내주는 서비스였다.
이와 같은 초기 모델의 소구점은 ‘편리함’과 ‘재미’에 있었다.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외출할 필요 없이 편리하게 배송 받을 수 있고, 업체에서 제품을 선별해 제공하기 때문에 어떤 제품을 사야할 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고객의 쇼핑 피로도를 해소해주는 서비스로 소개되며 소비자의 호응을 끌었다.
매달 다른 제품이 오기 때문에 어떤 제품이 올지 기대하며 택배를 받는 재미도 느낄 수 있고, 신제품을 발빠르게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당시 서브스크립션은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사업 모델로 여겨졌다. 소비자는 상품을 선택, 구매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기업은 안정적인 수입 보장 및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계점은 있었다. 실제로 ‘★글로시박스’ 등 미미박스와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인 업체들은 1년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잇따라 사업을 접었고, 미미박스 역시 2015년 정기구독 서비스를 중단했다.
초기 서브스크립션 서비스가 성장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기업에서 임의로 제품을 선정해 보내주다 보니 고객 취향에 맞지 않거나, 필요 없는 상품이 배송되는 경우가 생겼다. 이럴 경우 고객 만족도가 하락하고, 서비스 선호도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유사 서비스가 대거 생겨나면서 이색적으로 느껴졌던 서비스의 매력도가 떨어진 것도 성장 한계의 원인이 됐다. 특히 일반 소비재를 단순히 모아 발송하는 방식으로는 차별화에 한계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격 허들 역시 성장 한계 요인이 됐다. 아무리 매달 새로운 제품을 보내준다 해도 몇 개월 정도 정기배송을 받다 보면, 서비스와 상품 관련 신선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매력도는 떨어지는데 수개월 또는 연단위로 결제하다 보니 가격 부담이 커져 다수의 소비자가 이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큐레이션 서비스와 결합된 정기구독 모델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 정립, 인공지능 활용 등 신기술로 고객 취향을 분석해 개개인별 맞춤형 상품을 제공한다.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상품 차별화까지 가능해 차세대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모델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는 어떤 트렌드를 보이고 있는지 살펴보겠다.
트렌드① 구독 상품 영역의 다양화
정기구독 플랫폼이 제공하는 상품 영역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화되고 있다. 초기에는 뷰티 관련 서비스가 보편적이었는데 최근에는 칫솔, 화장품 등 생필품부터 수입 과일, 남성 그루밍 제품, 화분 등 특정 취미를 겨냥한 라이프스타일 상품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즉, 저관여 상품에서 고관여 상품으로 상품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상품을 대상으로 정기구독 서비스를 전개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쿠팡, 이마트몰 등 온·오프라인 대형 유통기업들은 먹는샘물, 쌀 등 중량이 나가 매장에서 구매하기 번거로운 생필품을 중심으로 정기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의 온라인 플랫폼에 정기배송 서비스를 더한 것으로, 색다른 재미보다 ‘편리함’과 ‘높은 할인율’ 등 혜택 제공에 중점을 뒀다.
현재는 유아용품, 반려동물, 간편식 등 꾸준히 취급 카테고리를 확대해가며 다양한 품목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그 외에 취미용품을 배송해주는 ‘하비인더박스’, 매달 반려동물을 위한 새로운 간식과 장난감을 보내주는 ‘베이컨박스’,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등 건강기능식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업체도 생겨났다.
이처럼 다양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된 배경은 신기술의 발달에 있다. 신기술로 인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 및 유통 과정이 단순해질 수 있었다. 향후 정기구독 서비스는 인류가 사용하는 모든 재화를 대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② 빅데이터 활용 큐레이션 강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AI, 빅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신기술이 유통 플랫폼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테크놀로지와 빅데이터는 고객의 니즈와 행동에 대한 분석결과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고객에게 보다 정교하게 상품을 추천해줄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던 서브스크립션 업체들은 큐레이션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일관된 상품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분석하고 개개인의 특징에 맞춘 차별화 상품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천연화장품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톤(toun)28’은 사람마다 다른 피부 특징과 기후와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 피부 상태에 주목해 매달 다른 화장품을 고객에게 보내준다. 정기구독을 신청하면 ‘바를거리 가이드’가 무료 피부 진단을 위해 고객을 찾아온다. 얼굴 부위별 수분, 유분 등 측정기기를 이용해 피부 상태를 체크하고 이에 맞춰 제조한 화장품을 28일 주기로 보내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수집된 고객 데이터와 기후 변화를 알고리즘 화해 맞춤형 화장품 제조에 활용한다. 수만 건에 이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고차원적인 추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큐레이션을 더한 정기구독 서비스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고객은 트렌드에 최적화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받을 수 있다. 매달 별도의 선택이나 결제 과정 없이 수령해 결정에 대한 피로감도 줄어든다. 자신만을 위한 맞춤형 상품으로 실패 확률이 낮아 만족도도 높아진다.
기업 경우 큐레이션을 위해 고객으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연락처나 구매이력 같은 단순 정보가 아닌 개인 취향과 니즈를 엿볼 수 있는 고품질 데이터다. 관련 업체들은 고도화된 분석 기술 도입으로 자동화, 정밀화된 정보가 향후 더 큰 성장 기회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렌드③ 공유 경제로 확대
최근에는 정기구독 서비스가 공유 경제 영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자동차, 명품, 가구 등 고가 제품을 중심으로 기존 렌탈 서비스보다 진화한 형태의 렌탈형 정기구독 경제가 나타나고 있다. 해당 서비스의 특징은 일정한 월구독료를 지불하면 원하는 대로 품목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경우 패션 관련 업체가 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류, 액세서리, 가방 등 잡화를 일정 구독료를 받고 빌려주는 방식이다. 일례로 ‘딜리셔츠’는 와이셔츠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와이셔츠를 구매할 필요 없이 대여해줄 뿐 아니라 세탁, 다림질 등의 과정을 거쳐 고객의 집 앞까지 배송해준다. 고객이 원할 경우, 자신만의 셔츠를 지정할 수도 있다.
한편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하나의 소비 형태로 자리잡은 월 정액 자동차 구독 서비스가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도 도입되고 있다. 기존의 장기 렌탈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요금이 월단위로 책정되고 추가 비용 없이 여러 모델의 자동차를 이용해볼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서브스크립션 경제가 소유의 개념까지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고객 이탈률 방지가 관건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업체의 최대 과제는 구독료를 수익화하는 데 있다. 실제 해당 서비스 모델로 지속적인 성장률을 이어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특히 자금력이 약한 스타트업 경우 대기업의 투자에 의지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수익화 달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객 이탈을 줄여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타깃 고객을 정확히 파악하고 고객 이탈 ‘잠금효과’를 낼 수 있는 차별점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 경우, 호불호가 확실하다. 유행에 어느 정도 맞춰 가기는 하지만 각자 성향에 따라 구매 포인트가 다르다. 공유 경제에 대한 장벽도 다른 세대보다 낮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보다 정밀화된 큐레이션 기술로 이들의 소비 행동을 이끌어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편 향후 서브스크립션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1~2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진행 등 인구 변화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번에 많은 상품을 쇼핑할 필요가 없는 이들은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대형 유통매장에 가는 것을 번거롭게 생각한다. 자연히 온라인쇼핑몰 이용률이 높아지게 되는데, 특히 매번 결제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높은 할인율까지 제공하는 정기구독 서비스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쇼핑에 대한 니즈가 다변화되고 소유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서브스크립션 시장은 더욱 세분화되고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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