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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딘버러 프린지 예술 페스티벌 / 영국, 8월

Paul Ahn 2019. 8. 20. 09:27

♠에딘버러 프린지 예술 페스티벌 / 영국, 8월

 

전 세계 새내기 예술인의 로망“, 가자 에든버러로!” 영국 수도 런던에서 북쪽으로 630km 떨어진 에든버러. 옛 스코틀랜드 왕국의 수도이자, 현 로디언주(Lothian)의 주도로 행정ㆍ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인구 50만 명이 채 못 되는 이 도시에선 연중 축제가 이어진다. 그 중에도 역시 8월이 대목이다. 매년 8월 초순부터 9월 첫째 주 일요일까지 에든버러의 인구는 갑자기 거의 두 배로 늘어난다.

 

 

 

 

◇8월을 수놓는 축제의 饗宴

 

그도 그럴 것이 이 기간 동안 이곳에선 에든버러 미술제(Edinburgh Art Festival), 에든버러 국제 재즈 앤 블루스 축제(Edinburgh International Jazz & Blues Festival)와 백파이프 연주로 유명한 에든버러 군악대축제 (Edinburgh Military Tattoo),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Edinburgh Festival Fringe), 에든버 러 국제 책 축제(Edinburgh International Book Festival), 에든버러 국제영 화제(Edinburgh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에든버러 국제 축제 (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 등이 줄이어 개막되기 때문이다.

 

최근엔 기존 행사에 더해 개신교가 주최한 영성과 평화축제(Festival of Spirituality and Peace), 파키스탄ㆍ인도ㆍ방글라데시 단체가 만든 에든버 러 멜라(Edinburgh Mela) 등이 추가돼 더욱 다양한 축제로 진화했다.

 

 

主役 역시 프린지축제

 

그 중에서도 에든버러 프린지는 이제 전 세계로부터 유명 예술인들이 모이는 세계적인 예술 축제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는 에든버러 8월 축제의 핵심이 되어버린 프린지. 하지만 에든버러 축제의 시발은 초라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 스코틀랜드는 전쟁 후유증으로 피폐하고 메마 른 분위기였다. 문화의 르네상스가 절실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국제축제가 자연 스럽게 태동됐다. 2007년으로 60주년을 맞은 에든버러 축제는 1,000여 개에 달 하는 영국의 예술ㆍ문화 축제 중 단연 국가대표 축제로 규모와 수준에 있어서 최 고를 자랑하고 있다. 에든버러 프린지는 세계 각처에서 몰려오는 유명한 전문 음악인, 연극인, 오페 라 등으로 문화 활동의 중심지이자 예술 견본 도시 역할로도 정평이 나 있다.

 

참 신한 신진 작가들의 공연 작품들이 런던이나 세계의 다른 대도시로 진출하기 전 에 에든버러서 초연돼 그 성공 가능성을 미리 점검 받곤 하는 것이다. 일종의 등 용문인 셈. 그런데 그 중심에 다름 아닌 에든버러 프린지가 있다.

 

 

◇언저리가 주역 되다

 

프린지는 특정 기준에 따라 작품을 선정하지 않고 아마추어에서 전문 예술단체 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축제를 말한다. 각자 제작한 공 연과 작품들을 축제 프로그램으로 구성하고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도 특징.

 

다양 한 문화예술인들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는 일종의‘대안문 화 축제’인 셈이다. 프린지는 1947년 에든버러 국제 축제가 처음 개막됐을 때 초청 받지 못한 작은 단체들이 축제의 언저리(fringe)에서 자생적으로 공연하면서 시작됐다.

 

이 공연 들은 사전에 일사불란하게 기획된 것도 아니고 조직적인 체계나 뒷받침이 없었지만, 독특하고 참신한 형식을 선보여 관객들과 언론의 주 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이런 성공에 힘입어 해가 거듭할수록 자발적으로 참가하 는 공연단체의 수가 늘어났다.

 

1957년에는 프린지협회 (Festival Fringe Society)가 발족됐고, 홍보와 마케팅 등 공동운영 시스템과 원칙이 확립됐다. 처음 에든버러 축제의 언저리로 배우 8명이 공터에서 무 허가로 시작한 프린지가 이제 에든버러 축제의 중심이 된 것이다. 현재 에든버러 프린지(Edinburgh Festival Fringe)는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700여 개의 공연단체가 200개에 이르는 공연장에서 다양한 공연물을 선보이는 세 계 최대의 축제로 진화했다.

 

 

◇‘난타’로 우리와 각별한 인연

 

이제는 세계적인 공연 상품이 된 비언어 공연(nonverbal perfomance) ‘난타'도 1999년 에든버러 프린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전 세계로의 진출에 교두보를 확보했다. 한국의 대표적 문화상품으로 꼽혀왔던 난타, 하지만 세계 로의 진출은 대략 난감이었다.

 

우선 그 상품성을 증명할 길 이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 해 이곳에서 호평을 받은 뒤 난 타는 해외 투어를 가질 수 있었고 아시아 공연으로는 처음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1년 6개월 동안 장기공연을 갖는 쾌거를 기록했다.

 

이를 계기로 난타는 국내 공연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 다. 특히 난타의 해외진출 경로를 따라 에든버러 프린지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잦아졌다. 하지만 난타 이후 에든버 러 프린지에 참가한‘두드락’‘도깨비 스톰’‘태권 다이아몬 드’등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이 축제에 대한 관심은 줄어드는 듯 했다.

 

 

◇‘점프’‘한여름 밤의 꿈’도 대박

 

국내 공연계에 에든버러 프린지 붐이 다시 일어난 것은 2005년 예감의‘점프’, 극단 여행자의 연극‘한여름 밤의 꿈’에이넷코리아의‘무무’, 아리코리아의‘타토’등 4편이 참가하면서. 이들 4개의 공연 가운데‘점프’가 세계 공연관 계자들의 주목을 받아 2006년 초 런던 웨스트엔드 피콕 극 장에서 장기공연을 가진데 이어 세계 굴지의 공연기획사 IMG와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한여름 밤 의 꿈’이 한국 연극 최초로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초청받는 개가를 거두면서 에든버러 프린지에 대한 한국 공연계의 관 심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작년엔‘점프’외에 현대인형극회의‘코리아 판타지’, 극단 초인의‘기차’, 어린이 영어 뮤지컬‘춘향’, 비보이 공연팀 묘성의‘묘성’, 전통무용‘한국의 빛’, 전통음악‘프리즘’등 무려 7편이 프린지에 참가했으며 2007 년엔 무려 10편이 참가해 가히 한류를 에든버러에서 과시 했다.

 

2005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참가한 점프는 페스티벌 극 장 가운데 가장 큰 어셈블리 극장(800석)에서 황금시간대인 오후 5~6시를 배정받았고, 입장료 또한 페스티벌의 티켓 평균가격의 1.5배인 12파운드로 책정됐으며 티켓 판매수익 의 60%를 보장받는 파격적 대접을 받았다.

 

이에 보답이라 도 하듯 점프는 페스티벌의 전체 참가작 중에서 가장 먼저 매진을 기록하는 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한여름 밤의 꿈은 에든버러와 런던에서의 잇단 성공에 힘 입어 2007년 1월 호주 시드니 페스티벌에도 참가하는 기염 을 토하기도 했다.

 

아무튼 프린지를 주축으로 한 에든버러의 다양한 축제는 에든버러 지역 경제에도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한 달 남짓의 축제 기간 동안 이곳에 떨어지는 돈은 무려 7,500만 파운드(1,400억 원) 가량 된다. 경제효과가 축제의 성패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는 아니라고 해도 이만하면 성공 적인 축제 아닌가.

 

 

◇총감독이 말하는 축제 성공 비결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공연예술 축제로 꼽히는 에든버러 프린지의 총감독 폴 거진(44)은“페스티벌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역성”이라며“그 장소에서만 벌어지는 페스 티벌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2007년 5월 한국을 방문한 그는“축제 기획자들은 해당 지역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고 지리학적 특성은 물론 역사와 문 화, 공연장, 교통, 숙박 등 인프라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 다”고 주문했다. 또“작은 축제일수록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을 찾아야 한다”면서“다른 데서 하는 걸 따라가지 말라.”고 강조했다.

 

페스티벌은 한 도시의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측면 을 모두 바꿀 수 있는 요소이자 한 도시를 브랜드화 하는 유 력한 수단.”이라고 확신했다. 특히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호응을 받지 못하는 페스티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카디프를 예로 들었다.

 

카디프에서 뮤지컬 페스티벌을 시작한 팀이 있었다. 그런 데 주민들은 왜 하필 카디프에서 뮤지컬 페스티벌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주최측은 해외 공연 유치에만 신경 쓰 고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티켓 판매도 저조 하고 스폰서도 구할 수 없었다.

 

지방의회도 등을 돌렸고…. 만약 에든버러의 경우, 의회가 지원을 거부한다면 주민들이 나서서 의회를 불태워버릴 것이다.” 그는 또 주민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페스티벌에서 얻은 수익금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올드버러 클래식 페스 티벌의 예를 들면서“국제적으로 성공한 페스티벌이지만 한 시도 주민들을 잊어버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통영 국제음악제, 의정부 국제음악극 축제, 안산 국제거리극 축제, 부산 국제연극제, 대구 국제뮤지컬 페스티 벌, 전주 세계소리 축제, 춘천 마임 축제 등 지방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이 지역적 여건으로 성공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결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작은 도시일수록 도 시 전체를 페스티벌 화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 25세의 나이에 이미 주목받는 축제 기획자로 입지를 굳힌 거진은 2000년 에든버러 프린지 총감독으로 취임해 지금껏 페스티벌을 지휘하고 있다.

 

윤재석 국민일보 논설위원(blest01@hanmail.net)

2008.03.20

신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