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유통산업 보고서 / 슈퍼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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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따라 포맷 분화
수익성 개선 위해 고삐 바짝
지난 한 해는 슈퍼마켓 업체들이 대대적인 점포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한편,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펼친 해였다. 그런 만큼 다양한 포맷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올해도 외형 성장보다 본질적인 체질 전환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기대된다.
지난해 슈퍼마켓 업체들의 신규 출점은 현저하게 줄어든 반면, 부실점포를 대거 정리해 점포 수를 기준으로 한 외형은 큰 변함이 없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10월 기준으로 기업형 슈퍼마켓 4사의 총 점포 수는 1,234개로 집계됐다. 적자 및 비효율 점포를 구조조정하기 위해 구조혁신 TF팀을 운영한 롯데슈퍼 관계자는 “총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보다 부진점 스크랩을 통해 장기적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 탓에 신규 출점이 여의치 않은 데다 비용 절감 압박까지 감당해야 하는 슈퍼마켓 업체들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노리기 위해 리뉴얼 작업에 주력했다. 대신 상권을 철저히 분석한 후 매장을 특화해 기존점 매출을 증대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외형 성장보다 체질 개선에 힘쓴 것. 이는 업태가 성숙기에 접어들었기에 당연히 밟아야 하는 수순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업체별로 다양한 신규 포맷이 등장했고, 리뉴얼 후 실제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힘입어 몇몇 업체들은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성과를 거뒀다.
◇상권에 맞게 점포별로 각개전투
5년 이상 노후화된 점포 중 개선 가능성이 있는 점포를 선정해 연령대, 소득수준 등 상권 특성에 맞게 상품을 특화, 뉴 콘셉트 매장으로 전환하고 있는 롯데슈퍼는 지난해 총 20개 매장을 뉴 콘셉트 매장으로 리뉴얼했다. 이와 더불어 그룹사 H&B숍인 롭스와 한 매장에서 동거하는 하이브리드 포맷도 선보였다. 이는 기존 주 고객층인 40~50대뿐 아니라 10~20대 고객까지 유입시켜 미래 고객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롯데슈퍼 위드 롭스’는 지난해 7월 경기도 시흥시에 시흥은행점을 개점한 데 이어 강원도 원주에 2호점을 열었다. 두 점포 모두 기존점을 리뉴얼한 것으로, H&B 부문을 대폭 보강하는 대신 슈퍼마켓 영역은 생활용품을 최소한으로 압축하고 즉석 조리식품 등 식품에 주력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2016년 처음 선보였던 프리미엄 푸드마켓은 꾸준히 신규점을 출점하며 프리미엄 포맷의 안착을 꾀했다. 지난해에는 서초점, 잠실점, 일원점, 대구 황금점과 기흥점까지 연달아 열어 총 10개점을 운영하게 됐다. 그동안은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기존점을 리뉴얼했는데,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서울을 벗어나 대구 황금점을 개점했다. 또한 12월에 문을 연 기흥점은 새로 개장한 근린형 쇼핑센터 AK몰에 입점한 신규 매장이다. 쇼핑센터 특성상 20∼40대가 많아 젊은층을 겨냥한 상품을 확대하는 등 새로운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프리미엄 매장으로 전환한 점포의 성장률은 17.2%로 일반 리뉴얼 점포의 성장률 11.5%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지방 출점도 적극 추진해 올해 5개의 프리미엄 매장을 출점할 계획이다.
GS수퍼마켓도 지난해 6월 프리미엄 매장을 선보였다. 리뉴얼 개점한 부산용호점은 소득수준이 높은 상권이라는 점을 감안해 생산자 실명제, 유기농 상품, 동물복지 상품의 구색을 강화하고, 3단 대형 수족관을 배치했다. 가공식품은 건강 관련 구색을 확대하고 해외소싱 상품을 별도 매대에 구성했다. 특히 반려견 동반 고객의 편의를 위해 반려견 쉼터를 설치한 점이 특징이다.
포항죽도점은 어린이 자녀를 동반한 고객을 위해 어린이놀이방까지 운영하고 있다. GS수퍼마켓 측은 리뉴얼 작업 중 지역 내 인구 변화로 가족단위 고객이 늘고 있다는 분석 하에 어린이놀이방을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을 위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으로 거듭나 가족 단위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슈퍼마켓은 태생적으로 지역밀착형 매장을 지향해야 하지만, 온라인 대신 오프라인 매장으로 발걸음하게 하려면 더욱 더 지역 친화 서비스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한편, 사당태평점은 1~2인 가구를 위한 매장이다. 샐러드, 조각 과일, 오븐 요리, 회초밥, 생선구이 등 별도의 조리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상품을 강화한 신선델리 매장이다. 델리 부문은 샐러드, 간편 과일, 축산 델리, 수산 델리 4개 부문으로 전문화시켜 150여 개 상품으로 확대하고, 취식 공간도 기존 점포보다 넓혀 구입 후 바로 먹는 데 불편이 없도록 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지난해 8월 옥수점을 식품 전문 매장 1호점으로 재개점했다. 신선·간편식은 기존 30%에서 45%로 늘리는 대신, 생활잡화는 20%에서 10%로 줄였다. 매대를 10%가량 줄이고 고객 동선을 늘려 쇼핑편의성도 높였다. 이마트 에브리데이도 총 45개 점포를 리뉴얼하고, 12개 점포를 폐점했다. 지난해 3사분기까지 매출은 3.2%, 영업이익은 71.8%나 성장했는데, 리뉴얼 성과로 분석하고 있다.
슈퍼마켓 업체들이 이렇게 즉석조리식품을 비롯한 식품 부문을 전문화시키는 이유는 접근성이 높은 슈퍼마켓에서 소량씩 구입하는 1~2인 가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식품소비행태조사에 의하면, 대형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슈퍼마켓 이용 비중은 2016년 8.9%에서 2018년 16.5%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18년 상품부문별 매출 증감률 분석에서도 기업형 슈퍼마켓 4사의 비식품 부문은 전년 대비 계속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식품 부문은 전년보다 증가한 달이 많다.
◇일상으로 더욱 파고드는 온라인 슈퍼
주요 슈퍼마켓 업체들은 오프라인 매장은 상권에 맞게 특화 매장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온라인쇼핑은 서비스를 고도화시키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쇼핑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롯데슈퍼는 기본 인프라인 배송센터를 확대하고 전용상품을 강화하는 한편, 차세대 쇼핑모델인 AI 음성인식 주문 서비스를 발 빠르게 시작해 온라인 매출 성장률이 29.4%에 이른다.
먼저 배송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온라인 전용 배송센터인 롯데프레시 추가 개설을 서둘렀다. 현재 수도권 및 광주, 울산, 충청 등에 총 15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유통업계에서도 온라인 전용 배송센터를 통해 온라인몰을 확대하고 있는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서대문 센터를 오픈함에 따라 서울 전역으로 배송 서비스를 확대했고, 천안아산센터, 청주센터, 울산센터를 연이어 개장하며 지방권으로도 배송 영역을 넓혔다. 이와 함께 전날 오후 10시까지 주문하면 익일 새벽 7시까지 배송해주는 새벽배송 서비스도 지방으로 확대하고 있는 중인데 현재 15개 센터 중 12개 센터에서 시행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쇼핑을 위한 전용상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그대로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고객들의 쇼핑무대가 본격적으로 온라인으로 이동하자 온라인만의 강점을 살리거나 상권 특성에 맞는 상품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예를 들면 롯데슈퍼는 센터별로 프리미엄 상품관, 균일가 상품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에는 ‘롯데 프리미엄 마켓 온라인몰’을 정식 론칭해 인도산 애플망고, 숙성 소고기 등 프리미엄 푸드마켓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온라인에서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즉, 온라인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프레시 쿡’은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를 대상으로 쿠킹 박스, 지역 맛집, 즉석 반찬, 베이커리, 디저트 등 1,300여 개 간편식을 운영하는 전문관이다. 음식 배송 서비스가 모바일을 통해 새롭게 각광 받으면서 슈퍼마켓 인프라를 이용해 시장을 확대한 것이다. 다른 온라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주문 후 3시간 이내 배송 받을 수 있고, 날씨나 트렌드에 맞게 추천 요리도 제안해준다.
‘GS프레시’로 온라인몰을 개편한 GS수퍼마켓은 리뉴얼 1년 만인 지난해 10월, 58%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지난해 3월에는 오프라인 매장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쇼핑뿐 아니라 오프라인 쇼핑 또한 모바일과의 연계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앱을 통해 상품을 주문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고객 맞춤 전단과 쿠폰 발행, 사전예약, 공동구매, 스탬프 쿠폰 등 기존 마케팅의 효율성을 높인 오프라인 전용 마케팅 앱이라 할 수 있다. 할인과 적립, 결제를 한 번의 스캔으로 모두 진행할 수 있는 QR코드 결제는 쿠폰이나 결제 카드, 적립 카드를 별도로 챙겨야 하는 불편을 없애 고객 편의를 향상시켰다. 또한 마케팅 비용 및 인건비도 절감해준다.
◇디지털 혁신 바람 타고 작업 효율성 증대
지난해 유통업계 최대 화두였던 최저임금 상승은 슈퍼마켓 업체들이 운영 효율화에 박차를 가하는 기폭제가 됐다.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업계 최초로 각종 첨단기술을 적용한 스마트스토어를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마존고’를 연상시키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삼성동점은 신세계 간편결제 SSG페이 애플리케이션으로 입장하고 직접 상품 바코드를 찍어 결제까지 마치는 방식이다. 즉 직원과 접촉할 필요가 없는 완전한 셀프 매장을 구현했다. 따라서 매장에는 최소한의 인력만 배치, 인건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삼성동점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혁신적으로 도입한 사례인 동시에 이를 활용해 운영 효율성을 높인 최신 모델이다.
슈퍼마켓 업계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은 전자가격표시기(ESL) 및 전자 사이니지 도입이다. 도입은 2~3년 전부터 시작됐으나 지난해 들어 확산 속도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2016년 초 ESL을 시범 도입했던 GS수퍼마켓은 안정성을 검증한 후 확산 속도를 높여 2년 만에 100개가 넘는 점포에 장착, 지난해 5월 이미 50% 매장에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ESL의 효용성은 단순히 가격표를 교체하는 인시를 절약하는 데 있지 않다. 전국 단위로 진행되는 상품별 마케팅을 중앙 통합관제 시스템으로 관리할 수 있고, 상품 재고도 관리할 수 있다. 롯데슈퍼도 신규점 및 리뉴얼 점포를 중심으로 ESL을 확산, 총 46개점에 도입했으며 올해도 30개점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마트 에브리데이도 스마트스토어를 지향하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삼성동점을 비롯해 35개점에 구축한 상태다.
셀프 계산대도 인력 효율을 높이는 대표적인 설비다. 2017년부터 셀프 계산대를 운영한 GS수퍼마켓은 고객 사용률이 증가하자 50개 매장으로 도입을 확대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4개 점포에서,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2개 점포에서 셀프 계산대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슈퍼는 검색대를 통과하면 자동 스캔되는 360도 셀프 계산대를 비롯, 총 34개점에 셀프 계산대를 설치했다.
그동안 슈퍼마켓 업체들은 투자비 부담으로 최신 장비도입을 주저했다. 하지만 인건비 절감이 최대 선결과제로 부상하자 무인 장비 도입에 대한 태도가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그만큼 투자 대비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슈퍼는 올해 매장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처럼 올해도 운영 효율성 증대는 슈퍼마켓 업계의 주요 과제이기에 최신 ICT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시대가 원하는 지역 밀착 서비스 모색
올해도 저성장 기조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AI, IoT 등 최신 ICT에 대한 관심, 가성비뿐 아니라 가심비를 중시하는 소비, 소량구매로 전환 등 고객의 소비 트렌드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는 근거리 업태에서 소량씩 식품을 구입하려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어 슈퍼마켓 업태는 2019년 2.3%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 업체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판매 기회를 포착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국내 최초로 롯데슈퍼가 KT ‘기가지니’의 AI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해 개시한 장보기 서비스는 대표적인 차세대 쇼핑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증가하는 고령인구와 언택트 쇼핑을 선호하는 젊은층 등 세분화되는 고객니즈에 맞게 지역밀착형 서비스도 재정의 돼야 할 시점이다. 이에 따라 올해도 슈퍼마켓 업체들의 행보는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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