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유통산업 보고서 / 백화점·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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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의 불안한 매출 회복세
지난해 백화점 매출은 소폭 반등했지만, 성장세로 전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백화점 업계에서 전개하는 면세점 사업도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영업이익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각자도생 전략을 취한 패션업체들이 쇼핑몰 사업을 진행하며 패션 카테고리 경쟁도 치열해졌다. 백화점 업계가 집객과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 차별화된 전략과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8년 국내 백화점 시장은 전년대비 2% 정도 성장해 2016년 수준의 매출을 회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사드 정국이 걷히며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유입된 것이 백화점 매출 반등의 기폭제였다. 주택가격 상승의 반사이익을 얻은 소비자들도 하이앤드 소비에 나섰다.
다만 이 같은 성장은 2017년 탄핵 정국 이후 사회, 정치적 불안으로 인한 소비 악화에 따른 기저효과이지 성장 국면으로 전환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럼에도 2013년부터 성장세가 둔화하며 시장에 팽배하던 백화점 사양화의 심리적 부담을 떨치고 나온 결과이기에 의미는 있다.
◇백화점, 매출 반등에도 불안한 시선 여전
2010년부터 소비 양극화 추세가 심화돼 백화점 고객은 줄고 객단가는 높아지는 현상이 고착화됐다. 젊은 고객은 백화점의 높은 턱을 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같은 의미에서 백화점이 간판으로 여기던 패션 채널도 아웃렛으로 급속한 이동을 하고 있다. 10~20대 고객은 글로벌 SPA와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쇼핑몰로 떠났다.
결과적으로 백화점은 최상위 고객만을 위한 쇼핑 장소로 변모하고 있는데, 이들 고객이 고령화되면서 매장의 흥미가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2012년부터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여성캐주얼과 여성정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리빙 MD와 명품 부문이 이 공백을 메웠지만, 백화점은 패션 부문을 핵심으로 삼고 있는 비즈니스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한편, 백화점의 패션 매출이 급감하면서 패션업계도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됐다. 백화점과 맺은 특약매입 제도는 매출에서 수수료를 차감하는 방식인데, 백화점에 입점하는 것 자체에 의문을 갖는 업체가 다수 발생했다. 이런 사고는 백화점과의 공생체제 붕괴를 의미한다. 실제로 백화점과 패션업체의 각자도생 방식이 작금의 이슈가 됐다.
문제는 2000년대 초반 백화점에 명품을 입점시키며 국내 패션 브랜드를 퇴점시켰던 사례부터 출발한다. 당시부터 패션업체 대다수는 업종을 확장해 ‘라이프스타일 리테일 그룹’으로 변신하고자 노력했다.
재고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트렌디한 상품을 판매하려던 백화점은 패션업계와 공생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차선책으로 패션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패션에서 자주 MD 실현과 콘텐츠 확보를 위해 백화점 3사는 신세계인터내셔널과 같은 해외 브랜드 체제를 강화했다. 재고관리까지 일관된 시스템을 수행하기위해 유통채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패션업체와 백화점의 경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신규 출점 ‘제로, ’, 리스크 분산 전략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백화점 신규 출점은 0개다. 백화점 업황에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신규 출점 환경이 녹록치않다. 정부의 출점 규제가 강화되면서 백화점의 신규 출점도 어려워졌다.
새로운 부지 매입은 거의 불가능하고, 금리인상 기조로 신규 출점을 위한 토지 매입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졌다. 이는 기존에 지자체와 이뤄졌던 토지 거래에도 영향을 줬다. 서울시와 롯데 DMC의 문제, 부천시와 신세계, 광주시와 신세계 문제처럼 토지를 매입해도 주변 소상공인의 반대에 의해 착공도 못하고 사업을 취소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30년 임차 기간이 종료된 민자역사 재계약에 철도공사(국토교통부)가 적극 대응해주지 않아 현재 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신규 참여자는 사업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백화점 업계에서는 이러한 사업지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리스크 분산 모델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백화점의 리스크 분산은 대개 독립회사의 설립, 합작투자, 지자체 연계 모델, 장기 임대, 판매 후 재임대 방식으로 분류된다.
장기 임대는 이랜드 계열의 NC백화점과 2001아울렛에서 2000년대 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추진하던 방식이었는데, 자산유동화 개념과 맞물려 최근에는 다양한 방식의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타인의 건물에 장기임차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법인이 다른 계열사 쇼핑몰에 임차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기획, 개발, 운영, 관리에 집중함으로써 상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치소비와 엔터테인먼트 트렌드 지속
2018년 백화점, 복합쇼핑몰 산업을 둘러싼 시장 환경 키워드는 <도표 2>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먼저 패션시장을 보면 합리적 소비,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슈퍼 스마트 컨슈머의 증가가 패션 시장을 지속적으로 축소시키고 있다. 유니클로의 지유, 자라의 앤아더스토리즈 등 글로벌 SPA가 다양한 브랜드를 투입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아웃렛과 복합쇼핑몰로 시장이 움직이면서 객단가가 하락하고 있다.
한편 브랜드를 중단하고 백화점에서 빠져나가는 업체들이 생기며 하이패션 시장의 가격 거품이 해소되는 형세다. 그러나 소비심리 위축 상황에서도 소비 양극화는 심화돼 트레이딩 업(Trading Up) 시장은 확대될 전망이다.
같은 관점에서 식품시장의 고급화, 패션화, 캐주얼화 그리고 푸드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작은 사치감을 유도하는 백화점 식품관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합리적이고 저가격에 접근 가능한 푸드코트와 라이프스타일숍 카페 등이 식품시장을 이분화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젊은 패션의 강세, 푸드 시장의 작은 사치, VR 등 체험매장 확대, 중저가 라이프스타일숍 지향의 상품 콘셉트 변화는 백화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대로 푸드 스트리트와 라이프스타일숍, SPA, 체험형 어뮤즈먼트에 강한 복합쇼핑몰 시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영역은 지난 연말 흥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특수로 20~30대층 사이 옛 것이 신선해 보이는 뉴트로(New-tro) 복고 시장의 확대가 예고된다. 이는 보다 강화된 워라밸 트렌드, 경험의 경제(Experience Economy)와 결합해 1인 맞춤형, 가족 맞춤형, 취미 맞춤형 등 다양한 형태의 라이프스타일 시장이 발전할 것이다. 캐릭터, 키덜트 시장은 여전히 복잡 사회의 탈출구로서 확대될 전망이다.
◇하이브리드 점포 출현과 백화점의 타운화
2019년부터 백화점 산업은 구조적 ‘성장 절벽’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가성비가 좋은 온라인, SPA, 쇼핑몰 등으로 젊은 고객 이탈이 심해지고 최상위 고객의 고령화 현상이 촉진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 각사는 젊은 고객을 집객하고 상권에 맞는 점포를 적극 전개해 백화점 업태만이 아닌 하이브리드형 업태로 출점 전략을 전환할 예정이다. 이는 오랜 기간 백화점의 숙제였던 자주 MD와 콘텐츠 다양화의 일부 가능성 확인에서 시작된 자신감이다. 그 기폭제는 단연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다. 백화점이 화장품 브랜드를 편집해서 운영하고, 외부까지 점포를 확장한 사례는 없었다. 이처럼 단시간에 쇼핑몰 테넌트로 입점할 정도의 성과를 내는 것은 백화점 업계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백화점 업체들은 그동안 화장품, 리빙, 패션, 식품, 전기전자 카테고리에서 다양한 자주 MD와 콘텐츠 능력을 배양했다. 백화점 3사가 각 영역에서 선두와 후발주자 위치를 주고받으면서 콘텐츠를 확보하면서 이제는 이들 콘텐츠를 상권에 따라 조합해 새로운 점포를 오픈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한편, 자주 MD 수준을 넘어 업종 콘텐츠를 확대하거나 건물 단위의 군집을 통한 타운화의 움직임도 눈여겨 봐야 한다. 업종 콘텐츠란 백화점, 면세점, 영플라자, 대형마트, 쇼핑몰 등 업태뿐 아니라 영화관, 호텔, 터미널, 푸드코트 등을 지칭한다. 이들의 군집을 통해 자족 활동이 가능한 도시안의 도시(city in city) 역할이 가능해지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한 주체에 의한 기획, 개발, 운영, 관리의 일관된 프로세스가 정립돼야 하는 전제가 붙는다.
롯데 소공타운, 롯데 잠실타운, 신세계 회현타운, 신세계 강남타운, AK홍대타운은 이러한 전제 조건을 통해 도시 안의 도시 기능을 이미 확보한 지역이다. 반대로 타운화에 성공하지 못한 사례가 삼성동 코엑스몰, 용산 아이파크몰, 영등포 타임스퀘어, 신도림 디큐브센터, 여의도 IFC몰 등이다(도표3 참고).
타운화의 강점은 고객 집객 범위를 확장시키고 체류 시간을 늘려 결과적으로 수익성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제 백화점 업태는 이업태·이업종을 망라한 타운화, 즉 플레이스 매니지먼트 혹은 플레이스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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