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Issue/@Management

〔업의 본질〕로마제국에서 본 '업의 본질'

Paul Ahn 2020. 1. 29. 09:02

업의 본질〕로마제국에서 본 '업의 본질'

http://www.retailing.co.kr/article/a_view.php?art_idx=2895?skey=top&sword=%BE%F7%C0%C7%20%BA%BB%C1%FA&page=2#

 

 

◇비즈니스의 본질 잃으면 ‘천년의 제국’도 몰락한다

 

벤처기업과 로마제국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지금의 벤처기업들이 IT·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미지의 비즈니스에 뛰어든다면, 2200년 전 당시 로마제국은 칼과 무기를 들고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땅으로 정복을 떠났다는 차이만 있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입성한 미지의 세계에서는 엄청난 부를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기업 또는 제국의 멸망이라는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

 

여러분은 기원전 로마를 호령했던 줄리어스 시저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벤처 사업가였다고 한다면 믿겠는가. 흔히 ‘시저’라고 하면 로마의 유명한 장군 혹은 로마 최초의 독재자를 떠올린다. 로마의 황제가 되고자 했으나, 원로원 귀족들에게 칼을 맞고 ‘브루트스 너마저…’를 중얼거리며 암살당한 비운의 영웅쯤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충천한 당대 최고의 사업가였다. 사업명은 다름 아닌 ‘정복 전쟁 비즈니스’다. 이 비즈니스는 많은 귀족과 부자들의 투자를 받아 그 돈으로 군인들을 고용하고, 무기를 개발해 군대를 조직한 다음 광활한 미지의 땅으로 진격해 그곳 민족들을 정복하는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하면 엄청난 전리품과 노예를 이끌고 로마로 입성하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엄청난 수익을 담보하는 비즈니스다.

 

 

◇전쟁을 벤처사업으로 만든 로마제국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아 지분을 나누는 벤처 비즈니스는 리스크가 큰 만큼 성공 가능성은 낮지만, 상장을 하거나 인수합병에 성공했을 때 투자자들에게 대박을 안겨준다. 로마제국 역시 마찬가지로 정복에 성공하면, 당장의 보물과 노예를 챙길 수 있었다. 그 정복지 땅을 소유하고 그곳에서 나오는 모든 수익을 지속적으로 챙길 수 있는 고수익 사업을 했던 것이다.

 

 

 

물론 모든 정복 전쟁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 승률이 높은 장군에게 거액을 주고 몇 천 또는 몇 만 명의 군대를 산 다음 당시 게르만족이 살고 있던 북유럽으로 진격을 한다. 그러나 기골이 장대한 게르만족들에게 전멸을 당하기도 한다. 어렵게 승전보를 올렸다 하더라도 마땅한 전리품 없이 부상병만 이끌고 돌아온다면 투자자들의 엄청난 원성을 살 수밖에 없다.

 

로마의 별 볼일 없는 귀족으로 태어난 줄리어스 시저는 군대에서 무공을 쌓으며 점차 중앙 정치의 유능한 장군으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그의 용맹함과 귀족들을 설득하는 비즈니스 마인드는 시저를 정복 전쟁의 일인자로 만들어준다. 많은 귀족들이 그의 스폰서를 자처하며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다. 결국 시저는 그 유명한 갈리아(오늘날 프랑스 일대) 정복의 길에 나서고 전 유럽은 물론 섬나라 영국에도 로마 깃발을 꽂았으며, 로마의 가장 힘센 영웅으로 등극하게 된다.

 

갈리아에서 수많은 전리품과 노예를 끌고 로마에 입성하는 그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그에게 투자했던 많은 귀족들은 아마도 너무 좋아 춤이라도 출 지경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기쁨도 잠시. 시저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인기가 높아지고, 수많은 귀족들이 정복 전쟁 비즈니스에 투자하겠다고 달려들자 시저의 마음이 변한 것이다.

 

게다가 시저의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던 귀족들에 대한 반감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탐욕의 끝을 모르던 로마 귀족들은 원래 농장 주인이었던 농민들을 내쫓고 땅을 차지했다. 그런 다음 노예들을 데려와 농사를 짓게 하고, 모든 수익을 독차지했다. 땅에서 쫓겨난 농민들은 비참한 모습으로 로마 같은 대도시로 몰려와 구걸이나 도둑질을 하면서 거의 노숙자 신세로 전락했다. 그들에게 있어 시저와 같은 정복 전쟁의 장군들은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였다.

 

어차피 굶어 죽을 바에는 머나먼 타지에서 군인으로 싸우다 죽는 편이 나았다. 살아남으면 월급과 전리품 보너스까지 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너도 나도 군인으로 자원하며 로마 군단은 더욱 강력해졌다. 시저 역시 이러한 현실을 통해 돈과 권력을 얻었지만, 이 상황을 바꾸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다.

 

 

◇반쪽짜리 혁명 후 황제 시대 도래

 

실제로 시저는 귀족들의 땅들을 몰수하고 다시 농민들에게 나누어주는 토지개혁을 꿈꿨다. 이를 통해 귀족들의 힘을 약화시키고, 본인은 공화정으로 이어오던 로마를 제국으로 탈바꿈시켜 황제로 등극하려 했다.

 

가난한 농민과 시민들의 존경을 받으며 로마의 초대 황제를 꿈꾼 시저는 탐욕과 거짓에 물든 귀족들을 견제하면서 모두가 잘 사는 로마를 만들기를 원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로마의 평범한 이들에게 이미 시저는 영웅 중의 영웅이었고, 귀족들도 황제의 품격을 갖춘 그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모든 꿈은 단지 꿈이었을 뿐이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는 원로원 귀족들에게 시저는 비참하게 암살당하고 만다. 2천 년 전 로마나 21세기 지금이나 가진 자들의 기득권과 탐욕으로 인해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시저가 죽은 후 그의 양아들 옥타비아누스는 원로원 후원을 등에 업고 귀족 세력을 제압한 후 로마의 최초 황제로 등극한다. 그러나 시저가 꿈꾸던 강력하고 완전한 황제 중심의 제국에서는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원로원 세력과 타협해 황제 권한과 원로원 권한을 균형 있게 유지하고, 시저의 원래 계획이었던 토지개혁 등은 포기한 반쪽짜리 혁명에 머물렀다. 서슬이 시퍼렇던 시저와 달리 옥타비아누스 양보를 고맙게 여긴 원로원은 그에게 ‘존엄한 자’라는 이름의 아우구스투스 황제 이름을 바치고, 그 후 500년간 로마제국의 황제 시대를 열게 된다.

 

그 다음은 우리가 책이나 영화에서 보고 들은 바와 같이 수많은 로마 황제들의 스토리가 이어진다. 로마에 불을 지른 ‘네로’부터 희대의 폭군인 ‘칼리굴라’, 전 서방세계를 기독교 국가로 만든 ‘콘스탄틴대제’까지 때로는 훌륭한 황제 때로는 광기의 황제가 로마의 수많은 역사를 써내려갔다.

 

결국 로마는 300년경 지금의 서유럽 지역에 해당하는 ‘서로마 제국’과 터키·그리스 등 비잔틴 지역에 해당하는 ‘동로마 제국’으로 나뉘었다. 우리가 잘 아는 서로마 제국 역사는 500년경 독일 지역에서 내려온 게르만족에 의해 멸망하고 만다. 1천 년을 더 이어온 동로마 제국도 무슬림 세계를 평정한 오스만 제국에 의해 멸망했고, 지금은 그 흔적도 제대로 남아있지 않다.

 

 

◇정복 비즈니스 잃은 제국, 멸망 자처

 

그렇다면 무엇이 그렇게 강력하던 로마제국을 망하게 했을까. 반대로 이탈리아 반도의 작은 부족이었던 로마인들이 전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았던 천년의 제국이 멸망하고, 새 시대가 열리는 것은 비단 역사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기업과 비즈니스 세계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실제로 우리는 천하를 호령하던 기업들이 무너지고, 몇몇 젊은이가 지하창고에서 창업한 벤처회사가 전세계 시총 1위를 차지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나는 이 모든 국가와 기업의 흥망성쇠 원인을 ‘업의 본질’에서 찾는다. 로마를 강력한 제국으로 이끌었던 본질은 앞서 언급한 줄리어스 시저 같은 위대한 장군들의 ‘정복 전쟁 비즈니스’에서 나온다.

 

정복 전쟁 비즈니스의 본질과 시스템에는 다음과 같은 세 집단이 있다. 먼저, 권력과 부를 쟁취하고자 욕망에 불타던 엘리트 장군들이 있고, 두 번째로 땅을 뺏기고 쫓겨나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라도 불러주는 곳이 있다면 무조건 달려가던 가난한 농민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탐욕에 눈이 멀어 많은 이들의 죽음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돈을 투자해 정복의 수익 열매를 따먹고자 했던 귀족들이 있었다.

 

3개 집단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없었다면 로마제국은 번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원 후 200∼300년경 로마제국은 정복 비즈니스로 전 유럽을 점령했다. 남은 땅이라고는 농사를 지을 수 없고, 얼음으로 뒤덮여 쓸모없는 북방의 땅이나 남쪽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밖에는 없었다. 이렇게 정복 전쟁 비즈니스 인기가 없어지고, 수익성이 약화되자 존재 가치가 떨어지게 된 것이다.

 

기업으로 치면 매출을 향상시킬 성장동력이 없어진 것이다.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기업의 운명은 비참하다. 직원들의 눈높이와 욕심은 올라갈 대로 올라간 상태에서 승진할 자리는 없고, 월급도 오르지 않는다.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이나 부서는 구조조정 대상이 돼 오히려 사람들의 일자리가 없어진다. 이에 위기의식과 불만을 품게 된 직원들은 근무 의욕을 잃고 업무 생산성도 떨어진다. 일부 직원들은 자기 자리라도 지키겠다며 뭉쳐서 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쟁력이 떨어진 회사에 남아있던 기회나 가능성마저 사라지는 것이다.

 

이때 정말 구세주처럼 혁신형 리더가 나타나 직원들의 마음을 모으고 신규 비즈니스를 제시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CEO들은 자기 임기 동안이라도 편하게 지내기 위해 직원들에게 단기적 성과만 바라며 당장의 타협과 당근을 통해 모든 것을 무마한다. 그러다 보면 회사가 도산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국가도 기업도 ‘업의 본질’이 존재가치

 

기원전 500년경 로마제국 문제는 번영의 본질이었던 전쟁 비즈니스를 통한 성장이 멈췄다는 것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팍스로마나’가 실현되면서 평화가 찾아왔지만, 평화는 결국 사람들을 현실에 안주하게 만들고 모험을 회피하는 즉, 벤처정신을 잃게 만들었다.

 

정복지에서 오는 수많은 재화와 노예들이 있는데 굳이 칼을 들고 싸우거나 밭을 갈고 씨를 뿌릴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때부터 로마는 사치와 향락, 광기에 빠져들고 만다. 시민들의 불만도 커졌지만, 콜로세움에서 열리는 자극적인 검투경기나 목욕탕에서의 음란한 파티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며 그때그때의 불만을 넘어갔다.

 

로마의 CEO 역할을 했던 황제들은 본인 목숨 지키는 데만 연연했고, 북유럽 계통의 게르만 전사들이 자국으로 쳐들어올까봐 무서움에 떨었다. 그러나 정복 비즈니스의 수익률은 이미 바닥을 쳐 귀족과 부자들의 투자는 받을 수 없고, 강한 군대를 조직할 힘도 없었다. 한심한 모습으로 몇 백 년을 이어가던 로마는 결국 그렇게도 두려워하던 게르만족에 의해 멸망하고 이탈리아의 조그마한 소국가들로 쪼개져 흐지부지 없어지게 된다. 그야말로 어이없는 결말을 맞은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로마제국의 영광은 기원전 전후 200년가량 모습으로 사실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전쟁이라는 벤처 비즈니스로 급성장했던 로마제국 영광은 철저히 수익성에 근거한 투자가 사라지자 업의 본질이 무너진 것이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로마 시민들, 그 시민들을 지키고 아끼는 마음이 전혀 없었던 황제와 귀족들에 의해 로마제곡은 사라졌다.

 

국가가 됐든 사업이 됐든 업의 본질은 대단히 중요하다. 시대와 상황에 맞는 업의 본질과 정의는 엄청난 에너지를 모아 단기간에 국가와 사업을 흥하게 할 수 있다. 반면, 업의 본질을 잃고 구성원들의 마음이 흩어지면 단기간에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다. 유통업의 본질은 우리를 찾아주는 고객을 알고, 고객들이 좋아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객들이 원하는 매장에서 원하는 가격에 상품을 살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을 게을리 하며 본질적인 경쟁력을 뒤로 한 채 고객 눈길을 끄는 화려함과 단기적 혜택으로 접근하면 사업을 오래 영위할 수 없다. 대한민국 유통업 최전선에서 오늘도 싸움을 하고 있는 장수 가운데 한명으로서 로마제국 업의 본질에 대한 교훈은 가슴에 담아둬야 할 중요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