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handising/●Success & Failure

⊙불태워라! 500억 태운 "애니콜 화형식"

Paul Ahn 2020. 7. 20. 16:07

⊙불태워라! 500억 태운 "애니콜 화형식"

 

갤럭시 신화 만들었다

(chosun.com)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에 혁신을 이끈 지도자로 기록된다. 휴대전화 사업에서의 성공은 오늘날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왕국’의 초석이 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1988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휴대전화를 시장에 선보였다. 당시에만 해도 국내외 휴대전화 시장은 모토로라가 장악하던 시대였다. 이 회장은 “반드시 1명당 1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온다. 전화기 사업을 중시해야한다”며 휴대전화를 ‘미래 먹거리’로 지목했다. 시대를 내다 본 혜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삼성은 이미 앞서가고 있는 모토로라를 따라잡기 위해 휴대전화 생산량을 늘리는 것에 집중했다. 무리한 제품출시로 한때 삼성의 휴대폰 불량률은 11.8%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의 휴대폰을 판매한 대리점 사장이 불량품을 팔았다며 고객에게 뺨을 얻어맞는 사건까지 일어났을 정도다.

 

 

◇휴대폰 15만대, 잿더미로

 

이에 격노한 이 회장은 1995년 3월 9일, 삼성전자 경북 구미사업장 운동장에서 대대적인 ‘애니콜 화형식’을 지시했다. “시중에 나간 제품을 모조리 회수해 공장 사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태워 없애라”라고 한 것이다.

 

이날 2000여명의 삼성전자 직원은 ‘품질확보’라는 머리띠를 두른채 결연한 표정으로 운동장으로 모였다. 운동장 한 편엔 ‘품질은 나의 인격이요, 자존심!’이라는 현수막이 걸렸고, 운동장 한복판에는 15만대의 휴대폰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해머를 손에 쥔 10여명의 직원은 휴대폰을 박살냈고, 불까지 붙였다. 총 500억원어치의 휴대폰이 잿더미로 변한 순간이다.

 

 

 

◇첫 수출부터 ‘프리미엄’ 고집

 

이 회장은 휴대폰 불량품을 잡는데서 그치지 않고, ‘애니콜 화형식’ 이듬해인 1996년에는 아날로그 방식을 벗어나 디지털 방식의 휴대폰을 독자 개발하겠다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1997년부터 삼성전자는 휴대폰 수출에 나섰다. 통상 수출을 처음 시도할 때 저가 전략으로 나서는 기업들과 달리, 삼성전자는 처음부터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했다. 그만큼 고가제품에 걸맞는 품질 개선과 기술 혁신에 매달렸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TV폰(1999년), 1000만화소 카메라폰(2006년)을 내놓는 등 혁신을 이끌어왔다. 이 회장이 “왜 키패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통화 및 종료버튼이 불편하게 제일 밑에 있냐”고 지적하면서, 삼성전자가 키패드 상단에 이들 버튼을 배치한 뒤 모든 휴대폰 업체가 이를 따라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오로라 기자

2020.10.25 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