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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복수냉면 / 1930, 평안북도 강계 ‘중앙면옥’

Paul Ahn 2021. 12. 7. 13:41

고복수냉면 1930 / 평안북도 강계 ‘중앙면옥’

 

• 위치 : 경기 평택시 합정동 920-17

• 창업자 : 고학성 

• 개점 : 1930년 평안북도 강계 ‘중앙면옥’ (1974년 평택에서 재 개업)

 

평택의 ‘고복수 평양냉면’은 3대째 계승되는 음식점이다. 창업주인 고학성씨가 1930년 평안북도 강계에 ‘중앙면옥’을 차린 것이 시초다. 그의 아들 고순은씨는 중앙면옥의 전통을 이어 1973년 평택역 인근에 ‘고박사 평양냉면’이란 이름으로 개업했다. 지금은 손자인 고복수씨가 가업을 잇고 있다.

 

 

◇3代를 잇는 평양냉면의 진수 고박사냉면집

 

「고박사냉면집」은 1930년대 ‘중앙면옥’을 시작으로 약 80년의 세월동안 평양냉면의 진수를 펼치고 있다.

3대를 잇는 동안 변함없는 맛으로 실향민을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평택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무더운 여름날, 살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 국물에 메밀로 만든 쫄깃한 면을 말아 한 젓가락 뜨면 이마에 맺혔던 땀방울이 언제 그랬냐는 듯 쏙 들어간다. 여름철 별미 중에 별미로 꼽히는 냉면. 너무도 대중적인 음식인 까닭에 동네마다 소문난 냉면집하나 정도는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80여 년 이란 긴 세월동안 한결 같은 맛을 내는 집은 흔치 않다.

 

「고박사냉면집」. 겉보기에는 여느 냉면집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초행인 사람이 아무정보 없이 이곳에 들어와서 냉면 한 젓가락 먹는다면 그 맛에 화들짝 놀랠지도 모른다. 특히 평양냉면 맛을 기억하고 있는 실향민들에게 이곳은 추운 겨울 따뜻한 아랫목에서 맛보던 그 맛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3代걸쳐 냉면의 진수 펼쳐

 

고박사냉면집의 뿌리는 평안북도 강계. 1930년대 현 대표인 고복수 대표의 조부인 고학성 옹이 이곳에 처음 ‘중앙면옥’을 연 것이 시초다. 이때의 비법을 2대 대표인 고순은 씨가 고스란히 재현한 것이 지금의 고박사냉면집이다. 1·4후퇴 때 피난 내려와 1974년 평택에서 재 개업한 뒤 한자리에서만 30년 넘게 냉면의 진수를 보이고 있다.

 

고박사냉면집의 냉면은 쫄깃한 면발과 담백하고 새콤한 육수 맛이 특징이다. 육수는 양지머리를 고은 육수에 잘 익힌 동치미국물을 적당량 섞어 내어 진하고 깔끔하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육수에 매실을 넣는다는 것이다. 매실은 음식의 잡내를 없애줄 뿐만 아니라 살균작용까지 하기 때문에 혹시나 있을 불미스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 면발은 메밀과 감자전분을 적당히 섞어 뽑아내어 부드럽고 쫄깃한데 면을 식힐 때 식초가 섞인 물에 식히기 때문에 새콤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상에 차려지는 다양한 김치도 눈에 띈다. 깻잎김치, 콩나물김치, 감자김치 등 이름부터 색다른 김치들이 계절에 맞게 7~8가지 차려져 입맛을 더욱 돋운다. 3대를 이어 내려온 것은 주인장만이 아니라 단골손님도 마찬가지다. 아버지 손을 잡고 처음 이곳을 찾은 꼬마들이 다시 자신의 아들·딸을 데리고 찾아온다고. 어쩌면 이들에게 고박사냉면집은 단순히 맛집이 아닌 추억이 깃든 정든 고향집 같은 곳일지 모른다.

 

 

 

◇명품 브랜드로 도약

 

‘고박사’라는 약간은 특이한 이름의 간판을 달게 된 사연도 재밌다. 이는 2대 대표인 고순은 씨의 별명에서 비롯됐는데, 고 대표가 워낙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주변 지인들이 ‘고박사’라고 불렀다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음식점의 이름을 고박사라고 지었다. 지금은 특허청에 허가를 내어 명실상부한 ‘명품 브랜드’가 됐다.

 

고박사 냉면이 지금처럼 많은 사랑을 받아온 것은 3대를 잇는 냉면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됐다. 보다 수준 높은 냉면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면 뽑기 등 조리 과정부터 주인이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3대를 잇는 동안 그 맛이 한결같다. 1대 대표인 고학성 옹이 냉면의 맛을 내는 기초를 닦았다면 2대 고순은 대표가 특유의 부지런함과 장인스런 고집으로 명성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3대 고복수 대표는 단순한 음식점을 넘어 냉면의 명품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공한 많은 점포들이 그렇듯이 이곳에도 자기 매장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과 근면성이 함께하고 있다. 주인이 음식 만드는 것을 모르면 음식 맛이 변하는 것은 당연지사.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 것은 몇 대째 이곳을 찾아주는 고객들에 대한 예의라고 고복수 대표는 말한다.

 

이것은 1대 고학성 대표 때부터 지켜온 일종의 ‘룰’과 같은 것이다. 냉면의 맛을 좌우하는 것 중 하나가 온도와 기후다. 실제 평양에서 만든 것처럼 맛을 내기 위해서는 동치미가 어느 온도에서 얼마만큼 익어야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고박사냉면집에서는 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신만의 노하우를 얻어 나름의 매뉴얼을 확보해 이를 보물단지처럼 지켜오고 있다. 육수에 들어가는 양념 중에도 다른 집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고박사집만의 그 ‘무엇’이 숨겨있다고 고 대표는 살짝 귀띔한다.

 

현재 고박사냉면집은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80년 간의 노하우로 축적된 기술과 신용을 바탕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제대로 된 냉면 맛을 보이고 싶어서란다.

 

3대를 넘어 4대를 이어가는 고박사냉면집의 냉면사랑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길 기대해본다.

 

 

◇“음식도 과학이다”

 

고복수 대표

8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고박사냉면집의 세 번째 대표 고복수 씨는 ‘음식은 과학’이라고 말한다. 특히 지속적으로 같은 맛을 내야하는 음식점에서 잘 짜여진 매뉴얼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런 매뉴얼은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열일곱 살부터 아버지를 도와 식당일을 시작한지 벌써 30여 년 이란 세월이 흘렀다. 학교를 다니면서 식당일까지 병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청년 시절 고 대표는 이곳에서 비전을 찾았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아버지께 냉면의 모든 것을 전수받고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서 가게일 하나하나를 배워나갔다.

 

사실 식당일이라는 것이 워낙에 고된 일이다 보니 힘든 기억도 많았다고. 특히 아이들과 제대로 대화할 시간조차 없어 그 미안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이런 아이들이 잘 자라 이제는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할 뿐만아니라 자신도 고박사냉면집의 전통을 잇겠다고 말해 대견스럽다고.

 

고 대표는 지금 고박사냉면집을 보다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다. (주)태원FMC를 설립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태원’이란 이름은 그의 아들 이름이다. 4대 대표가 될 아들에게 보다 나은 기반을 닦아주고 싶었고 많은 사람에게 고박사냉면의 맛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고박사냉면집은 고 대표의 누이들이 운영하는 천안점과 인천 구월점, 서울 양재동, 신촌의 가맹점이 운영되고 있다. 고 대표는 앞으로 여건이 되면 냉면박물관과 냉면학교를 세워 냉면에 대한 기술을 가르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200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