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테크〕‘욜로’ 지고 ‘짠테크’ 뜬다.
소비지출보다 소액이라도 저축, 갓생러 “푼돈 모아 태산”
주식·코인 하락에 예·적금 몰려…은행 수신액 1820조9374억 원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휴대전화에 배달 앱을 지우는 경우가 많다. 한 배달 앱은 최근 4개월 사이에 활성 이용자가 79만 명 감소했을 정도다. 젊은 세대들은 배달비를 아껴 장을 보는데 마트보다 재래시장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점심과 인플레이션이 합쳐진 ‘런치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점심값 부담이 커지자 밥값을 아끼기 시작한 것. 카페 대신 회사 탕비실을 이용해 커피값을 아끼는 이른바 ‘탕비실 파먹기’도...<본문 중에서>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휴대전화에 배달 앱을 지우는 경우가 많다. 한 배달 앱은 최근 4개월 사이에 활성 이용자가 79만 명 감소했을 정도다. 젊은 세대들은 배달비를 아껴 장을 보는데 마트보다 재래시장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점심과 인플레이션이 합쳐진 ‘런치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점심값 부담이 커지자 밥값을 아끼기 시작한 것. 카페 대신 회사 탕비실을 이용해 커피값을 아끼는 이른바 ‘탕비실 파먹기’도...<본문 중에서>
커지는 물가상승 압력에 기대인플레이션도 함께 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MZ 세대 사이에서는 지출을 극적으로 줄이는 이른바 ‘짠테크’ 문화가 번지고 있다. 짠테크는 ‘짜다’와 ‘재테크’의 합성어로, 절약을 통해 투자를 위한 종잣돈을 모으는 방식이다. 오늘 하루를 위해 아낌없이 소비하던 ‘욜로(You Only Live Once·한번 사는 인생 제대로 즐기자)’, ‘플렉스(flex·돈 자랑)’ 대신 대세로 떠오른 ‘짠테크’다.
이들의 특징은 실용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대비한다는 것. 커피전문점에 가기 전에 기한이 임박한 기프티콘을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반값에 사고판다. 직장이 가까운 서울에서 혼자 자취를 하다가 월세가 올라서 다시 본가로 들어가기도 한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휴대전화에 배달 앱을 지우는 경우가 많다. 한 배달 앱은 최근 4개월 사이에 활성 이용자가 79만 명 감소했을 정도다. 젊은 세대들은 배달비를 아껴 장을 보는데 마트보다 재래시장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점심과 인플레이션이 합쳐진 ‘런치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점심값 부담이 커지자 밥값을 아끼기 시작한 것. 카페 대신 회사 탕비실을 이용해 커피값을 아끼는 이른바 ‘탕비실 파먹기’도 노하우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가 전국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짠테크’에 대한 관심도를 설문을 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대가 74.2%, 20대는 56.8%, 40대는 36.8%의 관심도를 보였다. 더불어 짠테크를 경험 방식은 다양했다. 짠테크 방식은 ‘설문조사 참여로 적립금 받기(77.9%)’, 할인 쿠폰과 기프티콘 등 ‘상품권을 활용(65.5%)’, ‘출석 체크 이벤트로 포인트 적립(60.8%)’, ‘카드사 및 금융사의 포인트 적립·교환(59.4%)’이 두드러졌다. 치솟는 물가에 주머니가 가벼운 취업준비생이나 젊은 직장인들이 짠테크가 신선하다.
이런 MZ세대들을 보고 ‘갓생러’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갓생’이란 신(갓·God)과 인생(人生)의 합성어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고 주변 환경이 불안해지면서 생긴 말이다. 풀어보면 손에 닿지 않는 화려한 삶을 쫓기보다 성실함으로 작은 일에 꾸준히 도전하면서 소소한 행복과 성장을 꾀하는 삶을 뜻한다.
코로나 이후 시중에 유동성이 넘치던 시절 유행했던 소비를 과시하던 시대가 고물가 시대에 접어들며 알뜰 소비를 자랑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한다.
◇高물가에 新자린고비↑, 앱테크 등 재테크 방법 다양해져
이런 배경에는 금리가 오르면서 자산 시장에서 안전자산인 예금으로 돈이 돌아오는 ‘역머니무브’ 현상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역머니무브는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을 때 시중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인 은행 예금으로 옮겨오는 현상이다. 현재 금리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전망은 최대치이며, 물가 상승세가 잡히지 않으면 한은도 빅스텝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신금리가 점차 오르는 가운데 은행들이 예·적금(수신) 확보에 박차를 가하면서 은행권 수신잔액은 늘어나는 추세다. 시중은행들은 짠테크족들이 소액을 꾸준히 모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예·적금 상품을 판매 중이다.
NH농협은행의 ‘샀다 치고 적금’은 소비를 참고 그 돈을 입금해 저축하면 매월 30만 원까지 연 3.35% 금리를 제공한다. 토스뱅크의 ‘키워봐요 적금’은 6개월 동안 매주 적금하기만 하면 연 3% 금리를 준다. 우리은행의 ‘우리 200일 적금’은 2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3만 원 이하를 저축하고 오픈뱅킹 가입 조건을 유지하면 최대 연 2.3% 금리를 제공한다. 지역 일부 새마을금고나 신협 등에서는 가입 조건 유지 시 6%의 금리를 주는 정기적금 상품을 선보여, 소비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적금 오픈런’하기도 했다.
이런 추세에 지난 5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1820조 9374억원으로 전월 대비 18조 2527억원 증가했다. 정기예금 잔액은 679조7768억원으로 전월 대비 19조 1369억원 늘었고, 정기적금은 36조 7597억원으로 전월 대비 8006억원 증가했다.
MZ세대 젊은 직장인·취업준비생·대학생 등이 알차게 갓생을 살게 된 건, 팬데믹으로 자택에 머무르거나 혼자 보내는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자신의 하루를 보람 있게 살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지 않으면 생존이 힘들 수 있다는 불안이 커져 지출은 줄이고 저축하는 습관은 기르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에는 소비를 과시해 플렉스 하기보다 알뜰한 소비를 자랑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은행권도 재미와 가치를 주는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에 “꾸준하고 성실하게 갓생산다”
짠테크의 인기는 M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20대에서 30대 중반 소비자의 짠테크는 단순히 돈을 모으고 불리는 걸 넘어 소소한 절약을 통해 돈이 쌓여가는 재미와 성장을 추구하는 현실성 높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SNS에는 ‘무지출 챌린지’·‘0원으로 살기’와 같은 소비행태를 공유하고 인증하는 게시물도 보인다.
이들이 ‘갓생을 살자’라고 하는 건 불확실함에서 벗어나 소소한 활동을 꾸준하고 성실하게 도전해 자존감을 되찾고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경제 불황을 헤쳐 가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스스로의 성장을 도모하고 서로 응원한다.
회사로 직접 출근을 하는 직장인들은 물론, 재택근무를 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오히려 돈을 많이 쓰게 된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재택근무로 집에서 근무해도 수도·전기 요금 등이 늘었기 때문이다.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교통비·식비·의류비 부담이 있다. 기름값이 오르면서 자동차는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은 주식이나 코인을 해서 직접 돈을 잃거나 잃은 사례를 보고 MZ들이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걸 체감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이는 기록적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지속할 거란 전망과도 연관돼 있다. 국내 주식 시장도 하락 기조가 유지되고 있고, 최근 암호화폐 투자로 유명한 헤지펀드 쓰리애로우즈캐피탈(3AC)은 파산선고를 받았다. 또 국내 대출 금리는 8년 4개월 만에 최고점에 이르렀다. 올해 5월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는 4.14%로 한 달 전(4.05%)보다 0.09% 상승했다.
물가상승과 투자 자산 가격 하락에 맞서는 MZ세대의 생존게임이 한편으로는 눈물겹다. 하지만 짠테크의 본질은 결국 ‘자기 자신의 성장’에 초점에 맞춰져 있다. 투자 중에 가장 효율적이고도 성공이 보장된 투자가 ‘스스로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하루에 0.1% 만이라도 성장한다면 어느 수준에 이르러서는 복리의 마법을 일으킬 것이다. 다만 과도하게 생산성을 따지다가 자칫 ‘자기 착취’에 빠지지 않도록 선을 지키며 ‘갓생’하면 더할 나위 없겠다.
뉴스워커
2022.07.04 14:53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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