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宋海) / “희망 놓지마, 또 새로운 게 펼쳐져”
•본명 : 송복희
•생애 : 1927년 4월 27일, 북한 재령 ~ 2022년 6월 8일 (향년 95세)
1927년 황해도 재령군에서 ‘송복희’란 이름으로 태어난 그는 한국전쟁 때 미군함선을 타고 부산으로 피란했다. 바다 건너온 실향민이 돼 바다 해(海)자를 예명으로 삼은 굴곡진 인생사다. 유랑극단에서 가수 활동을 시작한 뒤 당대 톱스타 구봉서·서영춘·배삼룡·이순주 등과 쇼 무대에 서며 코미디 전성기를 이끌었다.
송해는 해주예술전문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1955년 창공악극단을 통해 희극인의 길을 걷게 된 송해는 TV와 라디오 등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1988년 '전국노래자랑'의 5대 MC로 선정된 송해는 34년 동안 마이크를 놓지 않고 방방곡곡 관객을 만나러 다녔다. KBS에 따르면 송해가 만난 관객만 1000만 명이 훌쩍 넘는다.
송해가 '전국노래자랑'을 이끄는 동안 KBS 연예대상 공로상,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특별공로상, 백상예술대상 공로상 등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또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지난 4월에는 '최고령 TV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됐다.
“희망 놓지마, 또 새로운 게 펼쳐져”
최장수 국민MC 송해가 다큐 영화 ‘송해 1927’ 개봉을 앞두고 9일 간담회를 가졌다.
“노래부르는 신동 홍잠언(10)과 띠동갑이에요. 잠언이도 토끼띠, 저도 토끼띠입니다.”
최장수 국민MC다운 쾌활한 인사였다. 대한민국 최고령 현역 연예인 송해(94)가 자신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 1927’ 개봉(18일)을 앞두고 9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시사 후 간담회를 가졌다.
“젊은이들은 ‘그 영화 송해 나온 다큐래’ ‘에이 뭐 그때 얘기겠지’ 그럴지 모르는데 여러분도 잠깐이에요.” 무대 밖 모습을 담은 다큐가 쑥스러운지 그는 연신 농담을 던졌다.
다큐는 특유의 우렁찬 오프닝과 함께 33년간 ‘전국노래자랑’을 이끌며 단일 프로그램 최장수 MC 기록을 세운 ‘영원한 오빠’ 송해의 인생을 구석구석 담아냈다. 행사에서 “내 나이가 어때서~”라며 구성지게 노래하는 그의 뒷모습으로 시작해 무대 뒤 분장실로, 혼자 사는 아파트 풍경으로 카메라를 옮긴다. 아내와 아들을 먼저 보낸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던 아픔도 보여준다.
처음엔 다큐 제안을 거절했다고 했다. 속마음을 내비치려니 자신이 없어서였다. “그런데 제작하는 분 아버님이 저의 열렬한 팬이래요. 아드님이 영화 만드니까 송해씨 영화 하나 만드는 게 어떠냐 하셨대요. 4개월을 끌다가 결심했죠.”
그 자신도 처음으로 떨어져서 바라본 삶이었다. 시사 후 소감을 묻자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장면이 어떻게 지나가는 줄 모르게 아주 당황하면서 봤다”고 대답했다.
1927년 황해도 재령군에서 ‘송복희’란 이름으로 태어난 그는 한국전쟁 때 미군함선을 타고 부산으로 피란했다. 바다 건너온 실향민이 돼 바다 해(海)자를 예명으로 삼은 굴곡진 인생사다. 유랑극단에서 가수 활동을 시작한 뒤 당대 톱스타 구봉서·서영춘·배삼룡·이순주 등과 쇼 무대에 서며 코미디 전성기를 이끌었다.
유랑극단 시절 예인으로 살기 위해 발버둥 치다 건강까지 해쳤던 때를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떠올렸다. “극단적인 생각마저 했죠. 남산에 올라가서 깊은 낭떠러지를 찾았어요.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남길 가치도 없는 사람이 오늘 사라진다’ 하고 눈 꼭 감고 뛰어내렸는데 소나무 가지에 얹혔던 것 같아요.
정신 차려서 집에 돌아갔던 생각이 납니다. ‘한참 커가는 아이들한테 또 죄를 지었구나’ 싶었지만, 내색 안 하려고 마음으로만 앓고 다니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잡아당겼더니 오늘날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20대에 오토바이를 타다 뺑소니 사고로 숨진 아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당시 송해는 충격으로 17년간 진행해온 동아방송 라디오 ‘가로수를 누비며’에서 하차했다. 그는 “그 후로는 (사고가 난) 한남대교를 건너가지도 못했다”고 돌이켰다.
생전 가수가 되겠다는 아들의 꿈을 반대했던 그는 이번 다큐를 찍으며,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아들의 자작곡 녹음테이프를 30여년 만에 듣고 눈물을 흘렸다. 막내딸이 간직했던 물건이었다. 그는 “솔직히 아버지 노릇을 못 했다. 자격 잃은 아버지로서 대단히 후회가 컸다”고 고백했다.
“한 살 많은 구봉서 형이 돌아가신 뒤 제일 위가 되다 보니까 연예계에도 더 책임감을 느낀다”는 그는 코로나19로 장기간 ‘전국노래자랑’ 녹화가 중단돼 방방곡곡 이웃들과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격려로 바꿔 전했다.
“몇 년 있으면 100년을 사는 사람이 됐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까 뒤돌아보면 볼수록 세월이 이렇게 빨리 가는 걸, 자책하는 마음도 듭니다. 그래도 어려움을 겪고 나면 또 새로운 것이 우리 앞에 펼쳐집니다.”
중앙일보
2021.11.10 00:02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
96세 송해, 34년 진행한 ‘전국노래자랑’ 떠난다
▲ 국내 최고령 MC 송해. 뉴스1
‘국민 MC’ 송해(96)가 34년간 잡았던 ‘전국노래자랑’ 마이크를 놓는다.
송해는 현재 건강 이상으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16일 방송가에 따르면 송해는 최근 제작진에 더 이상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맡는 게 어렵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은 송해의 하차를 포함해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후임 진행자 물색 및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해는 지난 1월에도 건강상의 문제로 병원에 입원했었다. 3월에는 백신 3차 접종을 마친 상태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를 하며 회복에 집중했다. 코로나를 이겨낸 송해는 4월10일 방송된 ‘전국노래자랑’에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여름철 힘든 야외 촬영을 이어가기에는 고령인 송해에게 무리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KBS는 지난 1월 송해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최고령 TV 음악 탤런트 쇼 진행자’ 부문으로 송해의 기네스 세계 기록 등재 추진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심사가 진행 중으로 기네스 등재가 되면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최고령 MC’로 공식 인증을 받게 되는 셈이다.
전국을 즐겁게 한 최고령 MC
“꿈이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건강밖에 없습니다. 하나도 건강, 둘도 건강, 셋도 건강. 아무것도 없던 제가 여러분과 살다 보니까 잘 못 하는 노래라도 한 곡 하면 박수 치고 무슨 말을 하면 웃어 주고 이러니 제가 어디 가서 이런 보람을 느끼겠어요. 그래서 이 보람을 내가 가지고 있는 한 보답을 해야 한다, 한없이 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1927년 황해도 재령에서 송복희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송해는 한국전쟁 때 홀로 사선을 넘어 부산으로 내려왔다. 1955년 ‘창공악극단’으로 데뷔한 후 1988년부터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았고, 잠시 하차했다가 1994년 다시 복귀해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송해는 “차값을 낼 돈이 없어서 항상 나무 그늘 밑에 있었다. 그래서 나무 그늘 거지라고 했었다. 다 그런 시절이 있다. 다 작은 나무가 커서 큰 나무 된다. 그런 걸 겪고 지난다”라며 “젊어 고생은 돈 쓰고도 한다고 하지 않나, 지금은 잘 했다고 한다. 일가친적 없어서 고생을 했지만 아픔이라는 게 나를 끌어줬다, 무기로 삼았다, 백 번 천 번 자랑하고 싶다”라고 털어놨다.
1986년 22세에 하나뿐인 아들 창진씨가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가수의 꿈을 반대했던 것이 가슴에 사무친다는 송해다. 송해는 “가슴에 묻고 간다는 자식이다, 이것은 잊어버릴 수 없다”면서도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뺑소니 트럭 운전자를 찾는 것은 포기했다. 그 사람을 찾으면서 그 사람 가족의 생계가 마음에 걸렸다는 송해는 자신의 한도, 후회도 받아들인 채 살아가기로 했다.
2018년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의 자리가 고독하다는 송해는 “부부라는 게 옆에만 있어도 든든한 것이다. 아내의 사진을 보고 이야기할 때가 많다”라고 말했다. 행복한 추억은 1998년 금강산 관광 때 바위산에 올라 어머니를 외쳤던 것, 평양 모란봉 공원에서 ‘평양노래자랑’을 진행하며 북한 동포를 얼싸안고 춤췄던 것이다.
2022-05-17 07:05
김유민 기자
'최고령 방송인' 송해 별세..'전국노래자랑' 후임은 누구?
2022. 06. 08. 10:12
박효주 기자
- 명복을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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