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 Issue/@Mega Trend

2023년 한국경제전망 설문조사 / 조선비즈

Paul Ahn 2022. 12. 29. 16:10

2023년 한국경제전망 설문조사 / 조선비즈

 

“부동산 시장 경착륙韓경제 가장 큰 위협 요소

(chosun.com)

 

전문가 다수부동산 경착륙에 따른 금융 불안 확산지목

“부동산 시장서 시작된 경제 위기 고통 훨씬 크고 오래 가

‘수출 둔화와 무역 적자·가계부채도 내년 한국 경제 뇌관

4월부터 8개월째 무역수지 적자화물연대 파업 악재까지

“한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102.2% 세계 최고 수준

 

 

호랑이 기운을 기대했던 임인년(壬寅年)의 대한민국 경제는 녹록지 않았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 중국 경기 둔화, 자금시장 경색 등의 악재가 쉴 새 없이 터지면서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의 한국 경제는 어떨까. 조선비즈는 국내 경제 전문가 40명에게 한국 경제가 어떤 길로 나아갈지 물었다. 설문조사에는 국내 주요 대학의 경제·경영학과 교수, 금융투자회사 리서치센터장, 자산운용사와 금융회사 고위 임원 등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를 5편에 걸쳐 자세히 소개한다.

[편집자 주]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시중에는 많은 돈이 풀렸다. 풍부한 유동성은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환경과 만나 자산가격을 끌어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결과적으로 가파른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미국 주도의 긴축 본격화를 부추긴 배경이 됐다. ()물가 통제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은 오랜 기간 치솟은 자산가격에 강한 제동을 걸었다. 경제 위기의 씨앗은 돈이 넘쳐흘렀던 저금리 시절부터 서서히 싹을 틔우고 있던 셈이다.

 

이미 많은 국내외 기관이 내년 경제를 올해보다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23년 한국 경제가역풍에 직면할 것(The economy faces headwinds)”이라며 성장률 1.8%를 예상했고, 한국은행은 이보다 더 낮은 1.7%를 제시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OECD와 같은 1.8%를 들고 나왔다. 팬데믹이 터진 2020(-0.7%)과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0.8%), 외환위기 당시인 1998(-5.1%) 등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2% 아래로 내려간 적은 없었다.

 

내년의 경기 둔화가 예정된 미래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악재가 갈 길 바쁜 우리 경제를 위협할까.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경착륙과 그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PF 부실이 야기하는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즉 부동산 경기 악화에서 시작되는 경제 시스템의 연쇄적 붕괴를 무엇보다 두려운 경제 리스크 요소로 꼽은 것이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 경쟁력 상실과 무역수지 적자 장기화,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 등도 전문가들이 지목한 2023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위험 요인이다.

 

 

부동산 침체가 한국 경제에 미칠 위협 우려

 

5일 조선비즈가 국내 경제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년 경제 전망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5%(29·복수응답) 2023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리스크 요인으로경기 침체를 골랐다. 그 뒤를부동산 시장 경착륙’(24·60.0%)수출 둔화 및 무역수지 적자 장기화’(23·57.5%),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23·57.5%), ‘부동산 PF 부실로 인한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 등 금융 불안 확산 가능성’(20·50.0%), ‘·중 갈등을 포함한 지정학적 리스크’(15·37.5%) 등이 따랐다.

 

경기 침체(29)가 다소 포괄적인 개념이고 부동산 PF 부실(20)이 부동산 시장 경착륙(24)과 연계되는 이슈라는 점에서 사실상 전문가들은부동산 경기 리스크를 내년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뇌관으로 고른 셈이다. 경기 둔화에 따른 부동산 가격 약세가 금리 인상 기조와 맞물리면서 부동산 PF 부실 우려를 키웠는데, 이런 상황에서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 사태까지 터지면서 시장 공포가 극에 달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선 부동산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으로 얽힌 건설사와 금융사의 연쇄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이를 피하려는 시중 자금이 비()은행권을 떠나 은행권으로만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졌고, 이런돈맥경화현상을 뚫기 위해 정책 당국은 50조원 플러스 알파(+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와 중도금 대출 보증 확대 등의 부동산 관련 금융 규제 완화책도 잇달아 내놨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5월 내놓은 신간 ‘21세기 통화정책(21st Century Monetary Policy)’에서 주택 버블이 야기한 경기 침체는 일반적인 경기 침체보다 훨씬 더 그 고통이 오래간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많은 가계에 주택은 가장 중요한 자산이고, 은행의 핵심 자산도 주택담보대출이라며이 둘이 무너지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경기 전방위적으로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세계 경제 침체 국면한국 수출 타격 불가피

 

수출 둔화와 무역수지 적자 장기화(23·57.5%) 우려도 이번 설문조사에서 많은 전문가가 지목한 한국 경제의 위협 요소다. 우리 경제의 기둥과도 같은 수출은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 둔화라는 쓰나미에 무너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1년 전보다 무려 14% 감소한 519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앞서 10월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5.7% 줄어 24개월 만에 처음 감소 전환했는데, 두 달 연속 수출 역성장 흐름을 이어간 것이다.

 

한국 수출 경쟁력의 중심축 역할을 해온 반도체 업황이 흔들리는 현실이 수출 역성장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수요 감소에 따른 재고 누적 등의 여파로 전년 동월 대비 29.8%나 급감한 84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도 우리로선 달갑지 않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1년 전과 비교해 25.5% 줄었다. 산업부는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중국 내 데이터센터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수출 위축은 이미 지난 4월부터 8개월째 적자 흐름을 지속 중인 무역수지를 더 무너뜨린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무역 적자 누적치는 총 4256100만달러다. 이 가운데 67% 3201000만달러가 하반기 다섯 달(7~11) 동안 쌓인 적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세계 경제와 국제 교역이 침체 국면에 빠지면, 한국의 수출 경기 하강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24일부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총파업)마저 시작됐다. 교역 시스템 작동의 필수 요건인 원활한 물류가 차단되자 수출 현장 곳곳에서는 원자재 조달 차질, 생산 중단, 납품 지연 등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11 30일 발표한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올해 10월 우리나라 수출물량지수는 116.43으로 전년 동월 대비 3.4% 내려가며 4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다중 채무자 450만명가계부채 규모·질 모두 심각

 

이번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23·57.5%)을 수출 둔화만큼이나 걱정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그동안 한 번도 줄어들지 않고 매년 불어났다. 사실 경제 성장과 가계부채는 함께 움직이므로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문제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지나치게 빨랐다는 점이다. 올해 6월 기준 한국의 가계신용() 잔액은 1869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중을 따지면 한국이 세계 1위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올해 2분기 기준 세계 35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2.2%로 가장 높았다. 한국은 조사 대상국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부채가 GDP를 웃돌았다. 지난달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주택 시장 침체 국면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로 가처분소득 대비 채무 비율이 200%에 달하는 한국을 꼽기도 했다.

 

한국은 최근 5년간 전국 평균 아파트값 두 배가량 뛰면서 소득 수준에 맞지 않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구가 많고, 대출의 80% 이상이 변동금리여서 고금리 시대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에서도 금융 전문가 72명 중 69.4%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 및 상환 부담 증가를 금융시장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부채 규모도 심각하지만, 부채의 질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올해 4월 말 기준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대출받은 다중 채무자가 450만명을 넘어섰다고 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높은 게 당장 경제 위기로 이어진다고 볼 순 없지만,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서 경제 성장률이 낮아질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했다.

 

 

〈설문에 참여하신 분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권혁상 NH투자증권 이사길광수 KB국민은행 자산운용부장김성은 세종대 경제학부 교수김종민 메리츠화재보험 부사장김진일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김현욱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박선영 동국대 경제학부 교수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변세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선정훈 건국대 경영대 교수(한국증권학회장)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신관호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신환종 한국투자증권 상무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안형상 키움투자자산운용 본부장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위원이종화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장) ▲이한영 DS자산운용 자산운용본부장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조원경 유니스트 교수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최상엽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최석원 SK증권 지식부문장추광호 한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허관 신한투자증권 본부장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홍성욱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황인선 국제금융센터 부원장 ▲3명 익명으로 참여

 

세종=전준범 기자

입력 2022.12.05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