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시장에 부는 서브컬처 바람… 그 저력은?
‘서브컬처’(비주류)장르의 게임이 게임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게임계에서 서브컬처 장르는 통상적으로 미소녀 수집형 역할게임과 같은, 일부 마니아층을 타겟으로 한 게임을 일컫는다.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와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 호요버스의 ‘원신’, 사이게임즈의 ‘우마무스메(속칭 ’말딸‘)’ 등이 대표적이다.
니케 : 승리의 여신. <시프트업>
해당 게임들은 ‘마니아들만 하는 게임’이라는 기존 인식을 깨고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며 게임업계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원신’은 2020년 중국 게임 최초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50여 개 국에 동시 출시된 이후 국내에서는 9일 만에 구글플레이 매출 기준 3위, 나흘만에 글로벌 1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는 출시 후 한일 양국에서 인기를 끌며 넥슨의 실적을 견인했다. 한국의 ‘서울 코믹월드(서코)’ 행사와 일본의 ‘코믹 마켓(코미케)’ 등지에서도 다양한 2차 창작과 캐릭터 상품이 나오는 등 양국 서브컬쳐 시장의 한 축을 당당히 차지했다. 블루 아카이브는 지난해 ‘2022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인기게임상’ ‘기술·창작상 캐릭터 부문’ ‘우수개발자상’을 수상하며 3관왕을 달성했다.
시프트업의 니케는 출시 6일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 일주일 만에 양대 앱마켓 1위를 차지하며 서브컬처 게임이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님을 증명했다. 사이게임즈에서 경마를 주제로 만든 미소녀 게임 ‘우마무스메’를 서비스하는 카카오게임즈도 1월 5일 ‘에버소울’로 도전장을 내미는 등 서브컬쳐 게임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 스토리를 보고도 안 뽑을 거냐고?
페이트/그랜드 오더. <넷마블>
서브컬처 게임의 대다수는 ‘캐릭터 게임’이다. 돈을 지불해 캐릭터를 뽑거나(가챠), 캐릭터의 외형 변화(스킨)를 구매하는 등의 요소들이 주요 콘텐츠다. 따라서 서브컬처 게임은 캐릭터 하나하나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매력을 불어넣음으로서 유저들로 하여금 애정을 갖게 하는 작업이 필수다.
사랑받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 중 하나는 ‘스토리텔링’이다. 인게임에서 강력한 성능을 뽐내지 않더라도 스토리 내에서의 활약과 개성만 훌륭하다면 충분히 유저들을 매료시킬 수 있다. 잘 짜여진 스토리에서 멋지게 활약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에 매료된 유저들은 스토리 속 캐릭터를 뽑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일본의 ‘타입문’에서 개발하고 넷마블에서 한국 서비스를 하고 있는 ‘페이트/그랜드 오더’(이하 페그오)가 대표적 예다. ‘페그오’에는 PVP(유저 간 경쟁)요소가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 캐릭터간 성능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고성능 캐릭터들이 없어도 게임 진행에 전혀 지장이 없다.
그러나 ‘페그오’는 20여년간 쌓아 온 ‘Fate’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높은 완성도의 스토리로 유저들이 게임 속 캐릭터들에게 매력을 느끼게 하는 데 성공했다. 한 유저는 이에 대해 “히어로 무비 ‘어벤저스’ 시리즈를 끝까지 보여준 뒤 아이언맨 뽑기를 낸다면 캐릭터의 성능과 관계없이 누구든 뽑지 않겠느냐”고 비유했다.
◇예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블루 아카이브. <넥슨게임즈>
스토리뿐 아니라 캐릭터들의 톡톡 튀는 개성도 매력이다.
서브컬쳐 시장이 발전하며 캐릭터들의 외모도 상향평준화됐기 때문에, 단순히 외형만 예쁜 캐릭터는 더 이상 유저들에게 어필하지 못한다. 예쁜 외모와 더불어 유저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개성이 필수요소로 자리 잡았다.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는 이러한 캐릭터 개성을 극대화한 게임이다.
일례로 해당 게임 속 캐릭터 ‘리쿠하치마 아루’는 하드보일드한 악당을 동경해 외모도 악당처럼 꾸몄지만, 실제 상황이 닥치면 선량하고 소시민적인 본성이 우러나오며 유머러스한 상황을 유발하는 캐릭터다. ‘악당을 꿈꾸지만 잘 안 되는 소시민 캐릭터’에 유저들이 매력을 느끼며 캐릭터와 게임의 인기도 덩달아 상승했다. 해당 캐릭터가 당황했을 때 짓는 특유의 표정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일종의 밈(유행)이 됐다. 이는 블루 아카이브를 모르던 사람들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고 ‘찍먹’(게임을 깔아서 취향에 맞는지 알아보는 것)을 유발하는 광고효과로 작용했다.
그 밖에도 상대적으로 수수한 외모에 평범한 여고생을 표방하지만, 좋아하는 캐릭터 상품을 얻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오타쿠의 면모를 갖춘 ‘히후미’, 소심하고 매사에 부정적인 울보면서도 타인이 호의를 베풀면 그 이상의 것도 태연히 요구하는 철면피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히요리’ 등 파격적이고 다종다양한 속성을 가진 캐릭터가 유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블루 아카이브는 타 게임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개성의 조합으로 만들어 낸 캐릭터들을 통해 수많은 2차 창작과 인터넷 밈을 선도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만화로, 애니메이션으로...다양한 장르 파생도 강점
에버소울. <카카오게임즈>
만화, 애니메이션 등 다른 미디어믹스로의 파생이 쉽다는 점도 서브컬처 게임이 가진 장점이다.
서브컬처 게임은 기본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풍 아트 스타일을 지향하고, 인게임 보이스도 애니메이션과 같은 느낌으로 녹음한다. 따라서 해당 IP를 애니메이션과 코믹스(만화) 등의 미디어믹스로 파생시키기 용이하다.
중국 선본에서 출시한 ‘소녀전선’은 ‘소녀전선 인형소극장’과 ‘돌즈 프론트라인’이라는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호요버스의 ‘원신’도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 유포터블과 손잡고 애니메이션화를 앞두고 있다. 일본 사이게임즈의 ‘우마무스메’는 TV애니메이션으로 유저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해당 IP의 인기를 모은 뒤 게임을 출시했다. 5일 출시한 카카오게임즈의 ‘에버소울’도 게임 출시 전 웹툰과 OST를 공개하며 유저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 같은 미디어화는 기존의 팬들에게는 훌륭한 팬 서비스가 되고, 잠재적 유저들에게는 게임에 대한 흥미를 돋움으로서 유입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저는 “내가 하는 게임이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나오는 것을 볼 때면 내가 이제까지 (게임에) 사용한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게임시장에서 서브컬처 장르는 다양한 강점을 무기삼아 지금도 그 몸집을 키우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서브컬처 게임은 ‘서브’라고 보기 힘들 만큼 비약적으로 성장했다”고 입을 모은다. ‘서브’를 넘어서 ‘메인스트림’으로의 진출을 노리는 서브컬처 게임 시장이 게임 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국내의 서브컬처 게임들은 어떻게 발전할 지가 주목된다.
인사이트코리아
2023.01.05 16:17
신광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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