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유통산업〕 ③ 백화점
불확실성에도 선방
압도적 초대형 상권에 집중
팬데믹 기간 매출 상승을 경험한 백화점 업계는 2023년 들어 식품 카테고리 강화와 리뉴얼 작업을 통해 실적을 유지하는 데 힘썼다. 한 지역 상권 내 영향력이 가장 큰 초대형 점포가 주변 업체를 잠식하는 경향이 짙은 점을 볼 때, 2024년에도 매출 상위권 점포 간 경쟁 심화가 전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전환기에 가장 혜택을 많이 입은 업태는 백화점이다. 2020년 백화점은 제한적 영업으로 27조 4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 역신장을 경험했다. 그런데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한 2021년 당시에는 사상 최고 매출인 33조 7천억 원 매출을 올렸다. 2022년에는 리오프닝으로 반전된 시장 분위기 속에서 37조 7천억 원 매출이라는 폭발적 성장과 함께 2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백화점은 2022년 엔데믹 상황에서 꾸준한 성장을 보이며 최고 매출을 올렸지만, 2022년 후반부터 성장 추세선이 하방하고 있다.
◇확실한 상권과 식품이 견인한 백화점 매출
2023년은 고금리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몹시 불안한 해였다. 엔데믹 이후 MZ세대의 해외 여행 증대는 여러 면에서 백화점 매출의 잠식 요소다. 2023년 백화점 매출은 <도표 1>처럼 전년 대비 0.8% 성장해 38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21년부터의 상승추이가 보합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작금의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예상보다 선방한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백화점 업계는 내부적으로 인건비 및 판관비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크게 감소해 경영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낀 한 해가 됐다.
◇온라인에서 검증된 F&B 유치 확대
2023년 백화점 매출을 카테고리별 구성비로 분석해보면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지속적으로 백화점 매출을 견인해왔던 명품의 하향추세와 상대적으로 낮아졌던 식품과 잡화의 복권이다(도표 2 참고). 특히, 식품은 2020년 이후 계속 구성비가 줄어들다가 2023년에 14.4%로 다시 전년 대비 1.7% 높아졌다. 근본적 원인은 백화점 각사의 식품정책 변화다.
롯데는 이미 잠실 롯데몰을 ‘맛집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워 ‘런던 베이글’과 ‘노티드 월드’ 같은 SNS 인기 맛집 모시기에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 강남점도 기존 파미에스트리트와 면세점이 사용하던 자리를 대형 식품관으로 리모델링하고 있다. 현대도 압구정본점 지하 1층을 ‘가스트로테이블’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해 각광받고 있다. 아울러 현대 목동점은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9,124㎡ 규모의 패션, 식품, 문화를 한 자리에 구성한 ‘센트럴커넥션’을 오픈했다.
F&B 전쟁은 지방까지 확산됐는데, 현대는 대구점을 ‘더현대대구’로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더현대서울의 강점인 식품관을 대구에도 그대로 이식시켜 MZ 고객 집객에 연결시키고 있다.
◇반포타운이 실현한 신세계 강남점 3조 클럽
2020년에 1조 클럽에 가입한 점포는 5곳이었다. 그런데 2022년에는 11곳으로 2배나 증가했다. 명품 3대 브랜드인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을 모두 입점시킨 신세계 본점·강남점·센텀시티점·대구점, 롯데 본점·잠실점·부산점, 현대 본점·판교점·무역센터점, 갤러리아 명품관이 1조 클럽 백화점이다. 2023년에는 신세계 강남점이 3조 클럽에 진입했다. 2022년 점포 매출 2조 원 이상의 점포는 신세계 강남점과 롯데 잠실점이었다. 반포 아파트 재개발이 거의 완료되면서 이곳의 입주민들이 신세계 강남점을 3조 클럽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한편, 롯데 잠실점은 롯데에서 유일하게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세 업체를 보유한 점포다. 이들 브랜드의 통합 입점은 백화점의 점격이 다름을 의미한다. 이는 곧 VIP 고객 증가로 이어지고 그를 추종하는 MZ세대 고객의 증대로 연결된다. 한편으로는 백화점이 반포나 잠실처럼 지역을 타운화해야 더욱 강력한 상권화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지역별 중소형 매장 흡수하는 초대형 상권 전략
2024년 경기를 판단해보면, 소비 증가세는 둔화되고 소비심리도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소비자 물가 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시장금리도 많이 올라간 것이 경제 회복세를 더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뉴 레짐(new regime;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 고착화)’ 시대에 진입해 스태그플레이션과 장기침체가 경제 안정성을 위협할 것으로 보는 이도 있다. 특히, 2024년 부동산 시장은 수도권과 지방의 비대칭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수도권 지역의 신도시 개발로 인구는 수도권으로 더 집중될 것이다. 백화점 업체 입장에서는 인구 이동이 증감보다 중요하며,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강한 비대칭은 백화점 상권의 변화를 강력히 촉진한다.
‘2017년 백화점 전망’에서 필자는 ‘The Larger, The More’라는 테마를 사용한 적이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 이후 현대 판교점과 스타필드 하남 등 초대형 매장들이 등장하면서 경쟁 상권을 잠식하고, 빠른 시기에 이른바 ‘지역 일번점화’하는 특성이라고 정리했다. 실제로 국내 백화점 업계에서는 이후에도 신세계 대구점, 롯데 동탄점, 신세계 대전점, 더현대서울 등 매장면적이 8만㎡를 넘는 점포가 계속해서 문을 열었다.
후발 업체 입장에서 경쟁 우위를 갖기 위해서는 매장이 넓어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가 투자 여력의 증대와 어울려 초대형 매장을 오픈하게 된 것이다. 이들 신규 오픈 대형점은 ‘입지와 대형 면적을 활용한 새로운 점포 개념의 도입’, ‘자연 친화적인 하드웨어’, ‘쇼핑의 편리성 부여’, ‘체험형 콘텐츠의 강화’, ‘식품매장의 대형화’ 등의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이 개념에 가장 부합한 점포는 신세계 대구점이다. 오픈 5년 만에 최단 기록으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이렇게 초대형 신규점이 등장하면서 기존 상권의 경쟁점은 리모델링이나 확장 정책을 채택한다. 그럼에도 신규 초대형 점포 시장 안착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기존 점포의 리모델링 수준에서는 신규 점포가 가지고 있는 참신성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백화점 3사는 스타필드, 롯데몰, 더현대 등 대형 점포의 상권 내 위력이 커지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초대형 신규 점포 출점에 대한 욕구가 커질 것이다.
백화점의 초대형점화는 중측 방식으로도 가능하다. 이 경우 대표적인 사례가 신세계 강남점이다. 신세계는 강남점 증축을 위해 2016년에 1천억 원을 투입했다. 매장면적이 기존 4만 9,587㎡규모에서 8만 5,950㎡으로 늘어나 당시 롯데 본점의 매출 1위 아성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그동안 죽은 공간이었던 센트럴시티를 파미에스테이션으로 리뉴얼한 사례가 있다. 백화점과 복합공간으로 시너지를 생성해 강남점이 증축 3년 만에 2조 클럽으로 안착하는 교두보를 만들었다. 돌이켜보면, 2016년 신세계 강남점의 증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물리적으로 현재의 3조 클럽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역형 대형점포 경우 지역 일번점을 지향하고 객수 증대를 목표로 삼는다. 체험시설, 서비스 시설을 충실히 갖춘 복합쇼핑몰화 경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The lager, The More 현상이 이뤄지는 구조다. 도심형 대형점 경우, 명품 라인을 충족한 ‘풀라인’화를 목표로 한다. 따라서 VIP와 객단가 상승을 유도하고 ‘기프트(gift)’ 상품력을 강화한다. 결과적으로 1조, 2조 클럽 점포를 유지한다.
그렇다면 ‘The Greater, The More’ 현상은 무엇인가. 강력한 점포가 등장하면서 주변의 중소형, 혹은 미활성화 대형점을 편입해 초대형 상권을 형성하는 개념이다. 신세계 강남점이 최근 파미에스테이션·면세점 철수 부지·엔터식스 등 고속터미널 주변 상업시설을 포함한 초대형 상권을 만드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아울러, 더현대서울의 등장으로 정체돼 있던 IFC몰을 포함해 초대형 여의도 상권을 만든 것도 유사 사례다. 롯데 잠실점이 백화점, 명품관인 에비뉴엘몰은 물론 2022년부터 롯데월드몰까지 통합 운영하는 사례도 포함될 수 있다. 이렇게 활성화한 초대형 상권은 고밀도 집객을 유인하고, 이 상권 내의 점포는 매출의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 The Larger를 넘어선 The Greater, The More 현상이다.
◇점포 매출 양극화와 구조조정 이슈 심화
수도권에 신규 점포가 집중하는 현상이 지속되면 지방 점포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국내 백화점 상위 10개 점포 매출은 37조 7천억 원의 45%를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하위 10개 점포 매출은 3.5%다. 이들 하위 점포 매출 합계는 매출 규모 6위인 신세계 대구점보다 적다. 한편, 1위 신세계 강남점 매출은 하위 18개 점포 합계보다 많다. 이는 백화점 상권이 철저하게 양극화됐다는 것을 말한다.
백화점은 한 번 경쟁에서 밀리면 재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백화점이 채택한 위탁운영 시스템 때문이다. 백화점 공간을 이용해 수수료를 내는 거래선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서서히 MD 붕괴가 발생한다. 매장면적이 줄고, MD 문제로 고객이 구매할 상품이 구비되지 않으면 계속 악순환이 거듭된다. 영업이익이 줄고 있는 2024년에는 3사의 하위 점포에 대해 본사가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점포 수가 더 늘어남에 따라 고민의 강도가 커지는 것이다.
◇지역 일번점 겨루는 수원 대형점 상권
2024년에 The Greater, The More 현상과 상위와 하위 점포 양극화 문제가 전개될 곳이 바로 수원이다. 인구 120만 명의 수원특례시가 경기 남부권 유통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초대형 복합쇼핑센터 스타필드 수원이 들어서면 지역 경쟁구도가 크게 변화할 것이다. 스타필드 수원은 지하 8층~지상 8층의 33만㎡ 규모다. 수원에는 AK플라자, 롯데백화점, NC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등 대형점이 있다. 넓게는 동탄, 의왕 등 인근 지역 2~3년차 신규점까지 경쟁하게 되는 구도다.
현재는 23만 4천㎡ 면적, 지하 3층부터 지상 8층 규모인 롯데몰이 수원 최대 복합쇼핑몰로 꼽힌다. 쇼핑센터 내 롯데백화점은 업그레이드에 돌입했다. 1,100억 원을 들여 대규모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고 백화점과 몰의 시너지를 키울 MD 개편으로 스타필드 오픈에 대응했다. 오픈 4년차인 갤러리아 광교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리테일매거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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