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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그로스(Migros) / 스위스, 담배와 술 팔지 않는 슈퍼

Paul Ahn 2018. 11. 13. 10:06

■ 미그로스(Migros) / 스위스, 담배와 술 팔지 않는 슈퍼

 

스위스의 웬만한 중소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대략 400~500m마다 한 번꼴로 커다란 오렌지색 'M'자(字)와 마주치게 된다.

 

이 간판은 스위스 최대 할인 유통 체인점 미그로스(Migros)의 상징물이다.

 


스위스 최대 유통업체인 미그로스를 소유하고 있는 미그로스그룹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회사다. 

 

그룹 산하 65개 업체는 성격이 제각각인 데다, 백화점·은행·식품·주유소·여행사·철도·골프장 등 사업 범위가 넓어 손 대지 않은 분야를 찾기 어렵다. '문어발' 같은 사업 영역이지만 그룹엔 사주(社主)가 없다.

미그로스는 스위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생활협동조합으로서 ‘수직통합 모델’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특징적인 기업이며 식품 제조사, 제조공장을 보유하여 식품의 제조부터 판매까지 담당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럽에서는 국내 생협(생활협동조합) 형태의 판매점이 많다. 그만큼 소비와 생활에 관한 관심과 현실참여가 생활화되었음을 반증한다. 지역별 생협의 활성화를 통해 깨어 있는 소비자로 거듭나는 21세기를 희망해 본다. 그리고 국내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싼 값에 신선식품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초저가 매장이 대세다.

 

'미그로스협동조합연맹(Migros cooperative alliance)'이라는 회사명에서 알 수 있듯 취리히·루체른 등 지역에 기반을 둔 10개의 지역 협동조합이 선출한 이사회 멤버들이 그룹을 운영한다. 이익의 대부분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자본금을 충당하는 것도 이곳의 특징 중 하나다.

 

스위스 국민 730만명 중 200만명 이상이 미그로스협동조합연맹에 가입돼 있어 실제로도 이 회사의 주인은 사실상 스위스 국민이나 마찬가지다. 해외 진출은 소극적이어서 아시아는 물론이고 유럽에서조차 미그로스 기업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스위스의 대표적인 유통기업인 미그로는 10개의 협동조합으로 이뤄져 있으며, 스위스 전역에 약 600개 매장을 운영한다. 지난해 29조 원(약 248억 스위스프랑)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유럽재정 위기와 인플레이션으로 순수익률은 2009년과 2010년 3.4%에서 지난해 2.7%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스위스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그로의 자국 내 시장점유은 식품부문이 2007년 25%에서 2008년 28.6%까지 올라갔으나 지난해 26.7%로 다소 떨어졌다. 비식품부문은 2007년 12.4%에서 지난해 13.1%로 최근 5년간 다소 늘었다. 미그로 전체 그룹은 2007년 18.3%에서 2008년 20.6%까지 올랐지만 지난해 다소 떨어진 19.9%로 집계됐다. 직원은 유럽발 경기침체 속에서도 50개 기업에서 지난 2010년 8만3616명에서 지난해 8만6393명으로 3.3%가 늘었다.

미그로는 원래 고트리프 두트바일러라는 사람의 1인 소유 회사였다. 그는 세계 2차 대전 때 사업이 망하고 브라질까지 가서 농장을 경영하기도 했지만 결국 다시 취리히로 돌아왔다. 귀국 후 트럭 장사를 시작했다. 그는 설탕, 커피, 파스타, 소금, 코코넛 오일 등 6개 품목을 싣고 다니며 1925년 미그로를 설립했다. 미그로는 프랑스어 demi(절반)와 gros(도매)를 합친 말이다. 도매와 소매 중간이라는 의미였다. 당시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고 일반 상점보다 40%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대중적인 소매점으로 거듭났다.

자식이 없던 두트바일러는 미그로를 보다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다. 소비자가 사용하면서 소유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는 1941년 미그로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 당시 10스위스프랑을 내면 조합원이 될 수 있었다. 7만5000명이 참여했다.

그는 협동조합 전환 후에도 1인이 지배하지 않는 체계를 마련했다. 일반 조합원, 지역 조합, 연합회 3단계로 이뤄진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었다. 사업 방향은 조합원이 뽑은 대의원이 의사를 결정토록했다. 또한 7인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도 주요한 의결권을 행사한다. 일반 유통기업이지만 회사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이 협동조합이다.

 

△ 담배와 술 팔지 않는 미그로
미그로 매장에서는 술과 담배를 팔지 않는다. 1920년대 노동자들이 술과 담배에 돈을 쓰는 모습을 본 창업자가 이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자회사인 백화점 글로버스(globus)나 미그로보다 저렴한 매장인 데너(denner)에서는 판매한다. 데너는 공산품 위주로 신선 식품의 품질은 다소 떨어진다.

더욱이 미그로는 다국적 기업제품보다는 자국산 제품을 우선 공급한다. 취리히 림마트 거리(Limmatstrasse)에 있는 본사 매장 내 생수, 음료수, 과자, 화장품 등 미그로가 만들고 파는 물건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나라 대형마트의 PB(Private Brand, 유통업자 상표) 상품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외주를 주지만 미그로는 품질을 맞추기 위해 직접 제조에 나선다.

농산물은 각 지역 미그로 물류센터에 모아져 가까운 매장부터 먼저 배분된다. 근교에서 재배하는 품목과 그 지역 소비자가 원하는 품목 위주로 판매한다. 정육은 농민이 도살장으로 가축을 보내면 협동조합이 받아서 미그로에 출하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이익(profit)을 환원(turn over)이라 부른다. 연 매출의 0.5%를 사회에 환원한다. 교육, 예술, 레저 등의 분야로 지역 사회에 지원한다. 일종의 학원(club school)을 운영해 일반 학원보다 1/3~1/4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외국어, 운동,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공원을 조성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