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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심야〕심야영업 - '共感과 위로'에 지갑 여는 2030(20·30代 젊은이들)

Paul Ahn 2009. 7. 4. 10:53

○심야영업 - '共感과 위로'에 지갑 여는 2030(20·30 젊은이들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1/22/2015012200255.html?pmletter

 

상처받은 젊은이들 위한 '위로 마케팅' 뜬다.

밤에 열고 아침에 닫는 식당

- 외로운 싱글족들에 인기 주인 "영업 끝났으니 나가란 말, 손님에게 상처 주니까 못해"   "실패한 사람만 오라"

- 이혼·실직한 사람 위한 게스트하우스·미용실…

술잔 기울이다 보면 단골 돼서울 강남의 수입차 판매업체 인사팀에서 일하는 A(28)씨는 지난 17일 열일곱 시간을 일했다.

 

서류 더미와 컴퓨터 모니터를 번갈아 보며 직원들의 연장 근무와 야근 내역을 정리하느라 진이 빠졌다. 야근을 마친 오전 2. 사무실을 나선 A씨가 택시를 타고 향한 곳은 서초동 집이 아니라 종로구 부암동의 한 심야 식당이었다.

 

 

 

 

A씨가 들어서며 "! 오늘은 2시까지 일했어요. 어휴 짜증 나"라고 했다. 주인 김모(32)씨가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니까 그러는 거 아니에요?"라며 A씨를 맞았다. 김씨는 따끈하게 데운 청주를 양은 주전자에 담아 내왔다. 충혈된 눈을 비비며 A씨가 투덜댔다. "해도 해도 끝이 없어요. '이걸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막 열받는 거 있죠."

 

 

▲19일 밤 서울 강서구의 한 심야 식당(사진 위)에서 밤늦게 찾아온 손님들이 주인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다. 이 식당은 오후 6 30분에 문을 열어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영업한다.   ▲서울 은평구에는 이별한 고객에게 무료로 커트를 해주는 미용실(사진 아래)이 등장했다. 미용실 밖에는속상하신 분 한잔하세요라고 적힌 팻말과 함께 소주 한 병과 소주잔이 놓여 있다.  

 

팍팍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을 보듬는 '공감과 위로'의 상술(商術)이 유행이다. 심야 식당이 그런 곳이다. 3~4년 전 서울의 홍대·이태원에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한 심야 식당은 이제는 종로·강남 등 서울에만 10여 곳이다. 심야 식당들은 대개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4~5시까지 영업한다.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여느 주점·식당과 다른 점은 재료가 떨어지지 않는 한 "영업 끝났습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태원역 인근에서 심야 식당을 하는 권모(44)씨는 "손님이 일어서지 않으면 먼저 내쫓는 일은 없다" "손님과 마주 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느라 오후 1시 반에 문 닫은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나가라는 말도 손님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직 프로골퍼 황모(38)씨가 하는 강서구 화곡동의 심야 식당은 매일 오전 1시에 지친 몸으로 가락국수 한 그릇 먹고 가는 헬스 트레이너, "손님들한테 받은 스트레스를 같은 처지의 주인장과 수다 떨며 푼다" 30대 포장마차 주인이 단골이다.

 

마포구 상수동의 한 심야 식당 단골인 회사원 박모(30)씨는 "직장에서 종일 전쟁하듯 일하고 늦은 밤 자취방에 가면 가족도 없고 불러낼 친구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인아저씨와 걸쭉한 욕설 섞어가며 상사 험담도 하고 술 마시며 때론 한바탕 울고 나면 다음 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예 '패배자여 오라!'고 내세우는 곳도 있다. 강원도 춘천시 한 게스트하우스는 이혼·퇴사·사퇴·가출·부도의 아픔을 겪은 지 한 달이 안 된 이들에겐 숙박이 무료다. 이혼서류·사직서·자퇴확인서 등 '실패 증빙 자료'만 보여주면 그만이다. 주인 강모(30)씨는 "나 역시 A급 관심병사, 대학 자퇴, 문예공모전 낙선, 개그맨 시험 불합격 등 쓴맛을 본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패배자'가 찾아오면 냉장고에서 술부터 꺼내온다고 했다. 사시에 8번 낙방했다는 B(37)씨는 "하소연할 곳이 없어 무작정 왔는데 이곳에서 취해서 울고 하룻밤 자고 나니 후련해졌다"고 했다. 임용고시에 3번 넘게 떨어진 한 투숙객은 "나 같은 놈은 죽는 게 낫다 생각했는데, 주인장과 이야기하다 나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도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이렇게 찾아온 손님들은 대부분 단골이 돼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강씨는 "무료 투숙객의 50~70%는 다시 찾아온다" "충성도 높은 방문객이 많아 망할 걱정은 없다"고 했다.  

 

서울 은평구 한 미용실은 지난해부터 문 앞에 '이별하신 분 커트 무료'라고 적힌 팻말을 내걸었다. 이별 당일 전화 예약하고 다음 날 주인 박모(36)씨 앞에서 울면 커트는 공짜다. 눈물을 보이지 않아도 가슴속 고통이 박씨에게 전해지기만 하면 통과다. 가게 앞에는 '속상하신 분 한잔하세요'라는 팻말과 함께 소주 한 병과 소주잔이 놓여있다.

 

박씨는 "4년 단골이던 30대 커플이 있었는데 지난해 여자 분이 '헤어졌으니 머리 잘라달라'고 해 마음이 아파 공짜로 머리를 잘라줬다" "그때부터 이별한 분들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별한 손님이 아니더라도 팻말이나 술병을 보고 재밌다며 머리 하고 가는 손님들이 꽤 있다" "정말 사연이 있어 찾아온 분들은 머리 자르면서 하소연 들어주다 친해져 단골이 된다"고 말했다.  

 

김강한  1 사회부 기자 E-mail : kimstrong@chosun.com